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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39,305
추천수 :
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8.26 21:20
조회
11,664
추천
180
글자
9쪽

잠룡천마 - 1.잠룡(2)

DUMMY

신교의 내각(內殼)에서 가장 떨어진 곳. 권력의 중심인 천마의 거처와 가장 떨어진 소마전의 위치는 현재의 유엽의 위치를 말하기에 아주 적절한 곳이었다. 유엽은 등불이 비추는 먼지가 앉은 소마전의 가구들을 훑으며 사색에 잠겨 있었다.


“명색이 첫째 제자인데 이런 버러지같은 곳을 주다니···. 대사형?”


서린이 툴툴대며 감상에 젖은 유엽의 모습을 보며 그를 불렀다. 그러나 유엽은 그 부름에 응하지 않고, 소마전 이곳저곳을 훑어보는 것에 집중했다.


“대사형, 정말 이상해 지셨어요. 평소에 그런 모습 아니셨잖아요, 원랜 사람들을 피하고 수련을 피하고···. 내가 알던 유엽이라는 사람은 절대 염천맹룡공을 받아낼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런 시답잖은 것보다 서린, 만약 네가 모든 것을 이루면 어떻게 살 것 같으냐?”


“무슨 그런 뚱딴지같은 말을 하세요? 제자하기 싫다고 하던 때는 언제고.”


유엽은 서린의 말을 슬그머니 누르고 질문을 던졌다. 만마전에 들기 전의 혼탁한 눈빛은 어디에도 없는 대사형의 눈빛에 서린은 당황했다. 이리저리 눈을 피하자 유엽은 쓴 웃음을 지으며 두 개뿐인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나는 왜 이 시점으로 돌아왔는가?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유엽은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서린은 낯선 모습에 당황하며 유엽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았다.


‘약해 빠지고 의욕이 없던 그때와는 달라. 잠깐···!’


유엽을 한참 바라보던 서린은 구석에 놓아둔 칼을 뽑아들며 등불을 입김으로 껐다. 맑은 쇳소리에 유엽은 생각을 멈추고 서린을 바라보았다. 서린은 유엽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창문 쪽에 조심히 달라붙었다. 그러자 문풍지 밖으로 달빛을 등진 흐릿한 그림자가 보였다.


‘월영소마공(月影素魔功)이군. 은밀하고 부드럽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마공이었지.’


“나를 보러 온 이유가 무엇이오, 비천신마(飛天迅魔)?”


“대사형!”


유엽이 큰 소리로 그림자를 부르자 조심스레 창문이 열리고 은빛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서린은 경계하며 내공을 끌어올렸고 유엽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그림자를 지켜보았다. 그림자는 은빛 피풍의를 두른 왜소한 체구의 중년인이었다.


“비천신마가 아니군.”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소천마. 소인은 비천신마의 제자, 응두천이라고 합니다.”


“이 시간에 어찌 소천마의 거처에 무례하게 침입할 수가 있죠? 내 비천각(飛天閣)에 정식으로 항의하겠어요!”


서린은 응두천에게 칼을 가까이 들이대며 윽박질렀다. 유엽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말했다.


“암습을 할 것이었으면 이자보단 잔월각(殘月閣)을 불렀을 것이다. 서린, 칼을 집어넣어라.”


“쳇···. 이 무례는 기필코 대가를 치룰 것이에요!”


서린은 응두천에게 슬쩍 위협을 가하고 톡 쏘아준 뒤 자리에 앉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응두천은 비밀스레 웃으며 유엽에게 고개를 숙였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소천마.”


“이 곳으로 온 이유는?”


“미모로 자자한 본교의 자랑, 마도화 서린님을 뵙고 싶어서 이 누추한 몸, 결례를 범했습니다.”


응두천의 대답에 유엽은 영문 모를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응두천이 가까이 다가오자 유엽은 응두천의 귀에 대고 슬쩍 말을 흘려 넣었다.


“온 몸이 찢겨 죽기 싫으면 본론만 말해.”


“···!”


응두천은 유엽의 말이 끝나자 순간 거리를 벌리고 월영소마공을 끌어올렸다. 유엽은 예의 그 미소를 잃지 않고 큰 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월영소마공. 참 좋은 무공이지. 비천각의 독문무공인 편복명(蝙蝠鳴)도 아주 훌륭해. 둘 다 단 하나의 사문(死門)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곤 말이지. 거리를 벌린 것은 좋은 판단이었어.”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거지? 네놈은 대체 누구냐! 신교의 모든 정보를 거슬러 올라가봐도 유엽이라는 존재는 기록되어있지 않았다. 심지어 비천각을 총 동원한 정보에서 조차도!”


유엽은 혼란스러워하는 응두천을 보며 침을 삼키고 생각했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군. 옛날과는 꽤 다른 전개야. 저자가 보이는 기세는 성마(成魔)에 근접한 경지!’


“그런 것을 일컬어 능력 부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비천신마의 제자. 내 정보를 알고 싶어서 기어왔느냐?”


“헛소리!”


“나에게 할 말은 그것뿐인가? 그럼 내가 말할 차례인 것 같군.”


유엽은 살의를 담은 미소를 지었다.


“난 나를 방해하는 자는 살려두지 않아. 물론, 어떤 정보도 들을 수 없을 거야.”


“무슨 힘과 자격으로 나를 협박하는 거지? 내공도 한 줌 느껴지지 않는 허약한 몸뚱이로 누가 누굴!”


응두천은 은빛 피풍의를 젖히고 긴 송곳을 뽑아들고 유엽을 찔러갔다. 서린은 대경실색하여 칼을 뽑아 휘둘렀으나 편복명의 음유한 움직임을 타고 송곳은 칼을 타고 올라와 서린을 제압했다. 응두천은 서린의 목에 송곳을 살짝 찔러 넣으며 말했다.


“잘나신 소천마의 힘으로는 감지조차 할 수 없겠지만 본인은 지고한 마도의 세단계중 첫 단계인 성마에 가까운 몸이다. 갓 걸음마를 떼는 젖비린내나는 애송이들이 어찌 할 상대가 아니란 말이다!”


유엽은 응두천의 말에 얼굴을 슬쩍 일그러뜨렸다. 응두천은 소천마의 콧대를 짓뭉갰다는 생각에 웃음소리를 내었다.


“큭큭···.”


“후후! 너도 네 자신이 성마 따위에 근접했다는 것이 웃긴가, 응두천?”


응두천은 유엽의 말에 격동했으나, 서린의 목에 송곳을 더 깊숙이 찔러 넣으며 유엽에게 다가갔다.


“난 허세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유엽!”


“잠깐 우세를 점해보셨다고 기고만장해지셨군. 그래, 원하는 것은 뭐든 말해봐.”


“네 출신에 대해서 모두 털어놔야겠다, 편복명과 월영소마공에 대한 정보까지도!”


유엽은 차분히 응두천을 주시하며 다리를 꼬았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한 서린의 표정과는 다르게 유엽의 머릿속은 차분했다.


‘좀 더 도발해볼까.’


“월영소마공같은 저열한 무공에 대해서 무슨 정보 같은걸 말하라고 하는 거지?”


“이, 이놈! 명이 아니었으면 이미 숲에서 묻혔을 버러지가!”


“아, 숲. 염자성이군.”


유엽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응두천은 몸을 날려 송곳으로 유엽의 심장을 찔렀다. 서린이 소리를 지르며 유엽에게 달려갔다. 응두천이 도달하자, 유엽은 눈을 부릅뜨며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윽, 윽···.”


“대사형! 이 놈, 응두천!”


서린은 유엽을 가린 응두천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응두천의 목은 허무하게 땅으로 떨어졌다. 뿜어지는 피 사이로 유엽의 눈이 빛났다. 응두천의 가슴팍에는 유엽의 검지가 꽂혀있었다.


“이, 이게 무슨?”


“내가 말했잖느냐. 편복명은 약점이 노출된 무공이라고.”


유엽은 옆구리 사이로 끼워 넣은 송곳을 던지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응두천을 내팽개치고 얼굴에 튄 피를 닦아냈다. 서린은 그저 얼떨떨한 얼굴로 유엽을 바라봤다.


“언제 그런 무공을···. 내공도 없다시피 하신 분이 어찌 성마의 경지를 바라보는 응두천의 사혈을 찔러 넣었죠?”


“운일 뿐이다. 나는 응두천의 무공을 알았고, 응두천은 나를 얕봤어.”


“아니, 그건 운이 아니에요. 성마의 경지는 수련에 매진했던 저조차도 털끝하나 건드릴 수 없는 존재에요! 게다가 대사형의 말투, 분위기도 그간 이년과는 다르고!”


유엽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세워 비틀거리며 창문을 완전히 열었다. 그리고 유엽은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서린은 깜짝 놀라 유엽을 안았다. 상상보다 더 가벼운 몸에 놀랐고,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또 한 번 놀랐다.


“대사형, 설마 진원지기(眞元之氣)를!”


“약간이야. 그보다 곧 손님이 올 거니 날 의자에 앉혀.”


“쓸데없는 고집피우지 말아요. 지금 당장 신의당(神醫堂)에 가셔야 해요!”


서린이 유엽을 업으려 하자 유엽은 서린을 밀어내며 말했다.


“내 몸은 내가 더 잘 안다. 그저 넌 신의당에 가서 의원 한 사람만 데려오면 될 일이다. 사방팔방 소천마가 습격당했다고 알릴 셈이냐?”


“그럼요, 알려야죠! 천마의 권위가 실추된 일인데!”


“네 사매의 말이 맞다.”


“···!”


익숙한 음성과 함께 두 그림자가 서린과 유엽 앞으로 다가왔다. 서린은 피를 채 털지도 않은 칼을 들고 경계를 했으나, 이내 달빛에 모습이 드러나고 서린은 앞으로 달려나가 부복했다.


“천마를 뵈옵니다!”


희미한 달빛에 드러난 모습은 만마의 종주이자 유엽의 아버지인 신교의 교주인 천마와 그를 수행하는 무사였다. 유엽은 복잡한 감정이 섞인 얼굴로 그를 마주했다.


작가의말

처음 힘내서 달려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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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잠룡천마 - 1.잠룡(1) +8 16.08.26 13,277 190 9쪽
1 잠룡천마 - 0.서(序) +16 16.08.26 14,339 18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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