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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39,297
추천수 :
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8.26 21:09
조회
13,274
추천
190
글자
9쪽

잠룡천마 - 1.잠룡(1)

DUMMY

만마전(萬魔殿).


위압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이 전각(殿閣)은, 천마신교(天魔神敎)의 중요한 행사를 주관하는 대강당이며, 매월 개최되는 신교총회합의 장(場)이기도 했다. 유엽은 서린의 뒤를 따르며 옛 기억을 곱씹었다. 그에겐 낯설고도 익숙한 곳이었다.


“대사형, 미쳤어요? 이러다 늦는다고요! 빨리 좀 와요.”


서린은 미적대는 유엽을 잡아끌고선 만마전의 문 앞에 섰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만마전의 내부가 유엽의 눈에 들어왔다. 천마신교의 교주(敎主)인 천마가 먼저 보였다. 드높은 자리에 해와 달을 문용이 꿈틀대는 옥좌에 앉아 유엽을 노려보고 있었다. 가히 마도의 지존(至尊)이라 불리는 위용이었다. 그 밑으로 부교주, 호법 등등···, 신교의 핵심전력들이 모두 서린과 유엽을 바라봤다.


“왔는가.”


천마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며 웅성거리는 좌중들을 진정시켰다. 서린은 그 음성에 잘게 떨며 유엽을 바라보았다. 유엽은 덤덤한 기색으로 만마전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서린은 조심스럽게 유엽의 소매를 잡아 그녀의 옆으로 끌었다.


“교주님을 뵈옵니다.”


서린과 유엽이 몇 걸음 다가가 부복을 했다. 천마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라.”


둘이 일어서자 옆에 서있던 남자 둘의 모습이 들어왔다. 유엽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 남자들을 살펴보았다.


‘오랜만에 보는군, 염자성(廉刺成), 뱀같은 놈.’


유엽은 표독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우상의 사내를 보며 웃음을 건네고 그 옆의 남자에게도 웃음을 건냈다. 거대한 체구와 각진 턱, 우람한 팔뚝을 지닌 사내였다. 그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유엽을 훑더니 이내 천마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한풍(漢風)이예요, 곰같이 영악하고 괴력의 소유자죠.”


서린이 유엽에게 슬쩍 속삭였다. 유엽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마를 바라보았다.


“본 교주가 신교총회합의 자리에 이들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소천마(小天魔)들을 우리 신도(信徒)들에게 소개해주고자 함이네. 서린, 앞으로.”


서린이 한걸음 앞으로 나오자 천마는 만마전을 찢어발길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자신의 이름을 밝혀라, 소천마여!”


“본인은 서, 서린이요!”


서린은 내공이 담긴 천마의 목소리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그러자 좌중에선 멎었던 웅성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천마는 좌중의 관심으로 끓어오르는 만마전을 다시 진정시키고 서린을 바라보았다.


“한마디 해보라.”


“신교의 영화(榮華)를 위해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서린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을 끝맺고 다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어떻게 보시오, 혈천자(血天子).]


[고운 계집애치고 강건한 부분이 있는 것 같소, 허상(虛象) 부교주. 괜히 마도화(魔道花)라는 별칭이 붙은 게 아니구려.]


교주의 옆에 있던 부교주는 고까운 눈으로 서린을 바라보며 옆의 검붉은 장포의 중년에게 전음을 했다. 부교주는 전례 없는 이런 행사에 의문을 품고 천마를 바라보았다.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 거지, 교주.’


천마는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한풍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한풍이 앞으로 나왔다. 진각(震脚)이라도 밟은 양, 쿵 소리가 나며 좌중을 압도했다.


“본인은 한풍이요.”


말을 잠시 쉬며 그는 고압적인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떠한 적이라도 꺾어버리겠소.”


한풍이 말을 마치고 뒤로 물러나자 서린 때보다 더 큰 웅성임이 일어났다. 한풍은 그것을 즐기듯이 웃었다. 천마는 그런 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자성을 불렀다.


“염자성입니다. 신교를 중원최강조직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자성은 말을 마치고 좌중들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웅성이는 좌중들과는 다르게 호법과 단체의 수장들은 차가운 눈빛으로 자성을 바라보았다. 자성은 그들의 시선에 보이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천마는 유엽을 앞으로 불러냈다. 그러자 좌중들의 웅성임이 더욱 심해졌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었기 때문이다. 천마는 그 웅성임을 진정하려고 했으나, 단체의 수장들이 있는 곳에서 몇 명이 걸어 나와 천마에게 말했다.


“교주, 저런 근본도 없는 애송이가 어째서 갑자기 소천마의 자리에 앉는 거요?”


“그이야기는 마지막 소천마의 이야기가 끝나고 해도 늦지 않을 텐데, 염천문주(閻天門主).”


“아니,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하는 말이오! 저런 유약한 먹물 같은 놈을 어찌 감히!”


서린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천마와 유엽을 번갈아봤다. 일개 문주의 행패에도 천마는 조용히 있었다. 천마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모습을 보던 유엽은 한숨을 쉬며 한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포권을 하며 말했다.


“유엽입니다.”


낮게 깔리는 둔탁한 음성도 아니었고, 찢어질 듯한 고음도 아니었지만 차분한 유엽의 목소리는 좌중을 진정시켰다. 그러자 염천문주는 내공을 실어 유엽에게 일갈했다.


“근본도 없는 천둥벌거숭이 놈이 어찌 염천문주의 말을 잘랐는가?”


염천문주는 위압적인 살기를 뿜어대며 유엽을 윽박질렀으나, 유엽은 담담한 표정으로 천마를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날 건드리지 마시오, 문주. 그럼 나또한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겠소.”


“무, 무슨···!”


유엽이 말을 마치며 염천문주를 노려보았다. 깊이 가라앉은 눈에선 영문 모를 공포가 염천문주의 몸을 앗아갔다.


“아, 오해 마시오. 그저 난 수련만으로 벅찬 둔재이니 말이오. 소천마니 뭐니 그런 건 하늘의 별과 같은 이야기라.”


유엽은 뒷걸음질 치는 염천문주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뒤돌아서 만마전을 나섰다. 유엽이 자리를 뜨자 만마전은 다시 한 번 왁자한 분위기로 들끓었다.


“지금은 회합을 할 분위기가 아닌 듯하니 회합은 내일 다시 열겠네.”


천마는 들끓는 만마전에 한마디를 던지고 자리를 떠났다. 서린은 염천문주의 찢어버릴 듯한 시선을 느끼고선 유엽의 등을 쫒았다.


“대사형, 어찌 절 버리고 갈 수가 있어요?”


유엽은 소마전으로 걸어가는 숲길에서 서린의 투정을 심드렁하니 넘기고 있었다.


‘살기!’


살기를 느낀 유엽은 발걸음을 멈췄고, 오른쪽의 숲에서 염자성이 호위를 데리고 등장했다.


“오랜만이야, 서린! 두해 만에 보는구나. 그새 더 예뻐졌어. 그런데 이분은 누구···?”


“교주님의 첫째제자인 유엽 대사형이예요, 사형.”


대사형이라는 말을 듣자 염자성은 짙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몰랐던 대사형이라. 그래, 처음 보니 반갑구려, 대사형 양반. 어찌 천마의 첫째 제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골적인 염자성의 태도에 서린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 했다. 그러나 유엽은 담담한 어투로 대꾸하고 염자성을 지나쳐 걸어갔다.


“만마전에서 보지 않았나, 사제.”


“아하, 만마전. 미안하게 되었소, 대사형. 워낙 존재감이 없으셨던 터라.”


“자성 사형!”


서린이 염자성에게 소리쳤지만 유엽은 서린을 말렸다. 유엽이 목례를 하고 가던 길을 가려하자, 염자성은 유엽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깐, 처음 만났는데 우애를 다지기 위해 악수라도 해야 하지 않겠소, 대사형?”


유엽은 염자성의 눈을 바라봤다. 예전과 같이 피를 차갑게 식혀놓는 눈빛이었다. 유엽은 염자성의 손을 맞잡았다. 염자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공을 끌어올려 손을 거칠게 흔들었다.


‘태양혈도 움푹 팬 쓰레기가 날 무시해?’


유엽은 염자성의 손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에 잠시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만마(萬魔)의 종주(宗主)인 그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기운이었다.


‘염천맹룡공(炎天猛龍功).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운이야.’


유엽은 서린의 불안한 시선을 느끼며 힘겹게 팔을 마주 흔들었다. 제아무리 천마였다고는 하나 아직은 고유의 무공을 익히기도 전. 염자성의 염천맹룡공을 당해낼 리가 없었다. 염자성은 고통스러워하는 유엽의 표정을 보며 만족하며 내공을 거둬들였다.


“잘 해봅시다, 대사형.”


말을 마치고 염자성이 유엽을 지나쳐갔다. 그러자 서린이 비틀거리는 유엽에게 달려가 안색을 살폈다.


“대사형, 괜찮은 거예요? 저 씹어 먹을 자식!”


서린이 염자성을 바라보며 욕을 했다. 그러나 유엽은 언제 얼굴을 찡그렸다는 듯 덤덤한 표정으로 서린을 바라봤다.


“그만. 소마전으로 가자. 더 이상 귀찮은 일은 사양이야.”


“대사형, 갑자기 엄청 이상해 진거 알아요? 어떻게 저자식의 염천맹룡공에···.”


“쓸데없는 소리. 그저 악수를 나눴을 뿐이야.”


서린은 스승인 천마의 부탁으로 같이 수련하고 생활한지 어언 이년이 지나 유엽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항상 돌봐야 할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던 유엽이 갑자기 그답지 않은 강건한 모습을 보여주니 그녀는 혼란에 빠졌다.


‘대사형, 당신은 어떤 사람이죠? 어째서 그간의 이년동안엔 저에겐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거죠?’


서린은 멀어져가는 유엽의 등을 바라보며 고심에 잠겼다.


작가의말

새로 연재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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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잠룡천마 - 0.서(序) +16 16.08.26 14,338 18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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