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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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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919
추천수 :
40
글자수 :
199,962

작성
23.01.11 21:50
조회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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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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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DUMMY

5화.


“여기까지 와 주신 것은 감사드립니다만... 리치 토벌에 참여하실 수는 없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이지?

경청할 준비가 됐다는 듯 그를 가만히 응시하자 밀튼 백작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마법사와 전투 경험이 있는 기사 단장급 인원 10명을 추린 토벌대가 출몰지역에서 조사를 끝내고 내일 출발할 예정입니다.”


10명이라.

기사 단장급 인원 10명이라면 굳이 내 도움이 필요 없긴 했다.

사상자가 있을 순 있어도 토벌에 실패할 일은 없을 정도.

그렇다고 해도 내가 그 토벌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인원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특히 마법사의 경우엔 더더욱.


“아까 선배님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안식과 자료수집이 목적이라 하셨지요?”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면 토벌대에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리치의 연구자료 일체를 넘겨드리지요.”


음... 자충수로군.

설마 내가 했던 말이 발목을 잡을 줄이야.

그것도 그렇고 이렇게 쉽게 연구자료를 넘겨준단 약속까지.

어떻게 해서든 내가 토벌에 참여하는 걸 막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음...”


그렇다고 해서 물러나기엔 위험 요소가 많다.

일단 리치가 출몰했다는 것.

이건 특수한 경우였다.

리치는 비유하자면 고양이 과 동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자신의 은신처에서 일정 반경을 벗어나는 일이 없고.

마나 잠식으로 인한 부가적인 피해가 발생한 사건·사고는 많아도 리치가 자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손에 꼽는다.

만약 스컬의 도움 없이 찾아다닌다면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두 번째는 아직 의심인 단계지만... 아마도 흑마법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

내가 잡은 리치와 지금 출몰한 리치가 주고받은 편지 속 내용.

딱 잘라서 토벌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


아마 토벌대에 참여하게 된다면 마법사의 도움을 받으려고 할 테고, 출몰 당시의 내용들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사전에 개입을 차단하는 것 역시 이것과 관련 있겠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철저하게 숨기고 싶은 거다.

리치 사냥을 두 번이나 해낸 경력자를 처음부터 토벌대에 참여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이런저런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남은 핑계라곤...


“걱정이군요.”

“뭐를...”

“선배님께 편안한 안식을 드릴 수 있을지.”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전에 이런 비슷한 사건 때에 담당했던 기사가 지금 토벌대의 리더로 참여하고 있으니까요.”


비슷한 일이라.

어떻게 해서든 떼어놓으려는 거군.

나는 조용히 가슴 주머니에서 스컬을 꺼내 창문 옆 화분 흙 속에 놔두었다.

바람이 들 수 있게 창문도 살짝 열어두고.

녀석이라면 내 의도를 알아차리겠지?


“알겠습니다. 여기서 제 할 일은 없는 것 같군요. 토벌이 완료되면 그 현장을 볼 수 있겠습니까?”

“바쁘신 분께서 굳이 그렇게까지...”

“마지막 가시는 길, 잘 보내드렸는지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요.”

“음... 알겠습니다.”


이것까지 막을 명분은 없겠지.

백작의 답을 듣고 나서 가식적인 미소를 한 번 지어준 뒤, 그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


늦은 밤, 숙소에 돌아와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웠다.

리치 토벌의 성공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만약 실패한다면 리치의 경계심이 최고조에 달해있을 것이고.

실력자로 구성된 10명의 기사단이 실패한 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성공한다고 해도 백작의 태도로 봤을 때, 쉽게 자료를 넘겨줄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주지 않거나 검열 등, 중요자료는 제외하겠지.

토벌이 완료된 현장에 가본다고 했으니 그 흔적마저도 깨끗이 지워버릴 게 뻔했다.


그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를 떠올려 봤지만 그 무엇 하나도 긍정적인 결과는 없어 보였다.

애초에 흑마법과 관련되어 있다고 의심 중인 리치였으니까.

헤이즐일지도 모르는 리치이긴 했지만 인체 실험에 대한 부분은 여기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들이다.

괴짜들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게 있으니까.

리치 둥지에서 자료를 취합한 스컬이 ‘어쩌면 흑마법에 손을 댔을 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걸 백작도 알아차렸다면 이렇게 반응하는 게 퍼즐이 딱 맞아 보인다.


“박 중사.”


여관에 열어둔 창문으로 스컬이 슬금슬금 굴러 들어왔다.


“왔냐?”

“...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왜? 뭐가?”

“너 일부러 그랬지?”


일부러?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화분에 몰래 두고 온 게 무슨 대화를 하나 도청해보라는 의도였으니까.


“요새 좀 꿍얼댔더니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해?”

“복수라니?”

“개고생 좀 해보라고 일부러 제일 먼 외곽에 숙소를 잡는 게 복수가 아니면 뭔데?”


아. 그런 의미였군.


“엿먹어보란 의도는 아니었어. 보는 눈이 많아서 이쪽으로 선택한 거지.”

“... 하!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거짓말을 하네?”

“믿기 싫으면 말아라.”


그 말에 뭔가 궁시렁 대더니 마나로 염력을 써서 두개골에 묻은 흙을 헝겊으로 닦아냈다.


“그래서 뭐 좀 들었냐?”

“당연하지.”

“역시 뭔가 좀 급한가본데? 그래서?”

“뭐.”

“뭐?”

“뭐.”

“말을 해줘야지.”

“개고생시켜놓고 맨입으로?”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었구만.

투덜거리는 이유가 있었네.


“스컬님. 제가 무엇을 해드리면 좋을까요?”

“크흠! 눈치는 빠른 녀석이로구나! 첩보를 듣고 싶다면 금화를 내놓아라!”

“얼마면 좋겠습니까?”

“정성을 보이거라!”


맞춰주니 좋아하기는.

주머니에서 뒤적거리는 척, 금화 한 개를 녀석의 안구에 끼워 넣었다.


“박 중사! 이러면 나 섭섭해?”


어우. 순간 스컬에게서 꼴 보기 싫은 중대장 얼굴이 겹쳐 보였다.


“또 뭔 쓸데없는 사치를 부리려고.”

“쳇... 그럼 나중에 알려줄 테니까 쓸데없는 거 아니면 사는 거다?”

“그래. 쓸모 있는데 안 살 필요는 없지. 쓸려고 돈 버는 거 아니겠냐?”

“허허 박중사! 화끈하구만!”


어떻게 된 게 말투가 딱 재수탱이 중대장이랑 똑같누.


“그래서 첩보는?”

“음...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가설로 생각했던 시나리오 중 최악인가.


“역시나 흑마법이었고, 원래는 황실의 기사가 토벌대에 참여할 예정이었더라고.”

“황실?”

“어. 속국 관리 차원이겠지. 허튼짓 하나 안 하나.”

“명분이 생겼으니 바쁘게 움직이겠다는 거군.”


한쪽은 흑마법을 이용할 생각, 한쪽은 첩보활동으로 견제하겠다는 건가?


“그럼 교황청 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쪽에까진 아직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야.”


흑마법과 관련이 있다면 교황청 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정보도 안들어갔다라.

시기로 따지면 일주일이 안 넘은 시점.

교단으로 흘러가는 정보는 막았어도 황실은 역부족이었나?


게다가 기사 단장급 인원으로 추린 10명도 보통 기사가 아니다.

마법사와 전투해본 인원에다가 리치가 관련된 사건을 겪은 기사까지.

이 인원을 고작 출몰 일주일 만에 추려서 떠난다고?


“근데 참여할 예정이었더라는 건 무슨 소리야?”

“응? 황실 기사? 토벌이 내일이잖아. 황실에서 파견한 기사는 4일 뒤에나 온다는데?”


교황청도 황실도 철저하게 배제해 버리겠다는 의도.

준비된 듯 모인 토벌대 인원들과 출발 시기까지.

설마?


“흑마법으로 뭐라도 해볼 생각인가?”

“그렇겠지. 백작 주도하에는 아니지만.”


밀튼 백작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고?

이건 또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니 스컬이 설명을 이어갔다.


“백작도 흑마법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지 어떤 종류의 마법인지는 모르는 것 같더라고.”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라는 거지?”

“그렇겠지. 윗선이라고 해봤자...”

“왕가에서?”


리엔 왕가에서 직접 내린 지시라.

복잡한 정치에는 별 관심 없어도 왕가에서 직접 내린 지시라면 뭔가 복잡하게 얽힌 것 같았다.

추측에 동감하는지 스컬도 두개골을 위아래로 끄덕였다.


“단순한 흑마법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판이 커지네.”

“어찌 됐든 그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 버렸잖아. 소문은 쉽게 퍼지는 법이라고.”

“그래? 이 정도 스케일이면 피해 입은 주민들 입도 막아두지 않았을까?”

“그걸 못하니까 이렇게 빨리 토벌대를 구성한 거겠지.”


교단으로 새 나가는 걸 막았고, 이번 토벌을 황실 구성원 없이 빠르게 진행하려고 한다.

흑마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그게 황실에도 들어갔으니 속국인 리엔 왕가가 이렇게 급하게 일을 치루려면 많은 것을 부담해야 한다.


흑마법을 숨기려고 했다는 교단의 압박.

황실 몰래 일을 꾸몄을 수 있다는 명분.

워낙 괴짜들이라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타국의 마법사들과 교류가 끊어질 생각도.

이걸 속국에서 부담한다고?

아무리 이쪽 정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다지만 이건 대놓고 나 죽여주세요 하는 꼴...


“이거 아무래도 밀튼 백작이 버리는 카드가 될 것 같은데.”

“그래? 반대쪽 좌천된 남작하고 아예 다른 느낌이던데.”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아. 리스크가 너무 크잖아. 나중에 교단이 알면 무슨 소리를 하겠어. 황실에서도 당연히 태클 들어올 거고, 다른 마법사들도 흑마법에 호의적이진 않잖아?”

“그렇긴 하지.”

“왕가가 이런 멍청한 선택을 할까? 교단, 황실, 마법사를 전부 다 등지는 일인데?”


너무 내 상식선에서만 생각한 건가?

스컬이 아직은 이해 못 하겠다는 듯 침묵을 지켰다.


“밀튼 백작 주도하에 일어난 일이라고 둘러대면 그림이 딱 떨어지지 않아? 명예욕에 취한 백작이 독단적으로 벌인 일.”

“음... 박중사.”


스컬이 사뭇 진지한 투로 부른다.

꽤 오랬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스컬이 나지막히 말했다.


“생각보다 똑똑한데?”

“에라이 두개골 새끼야. 뭐라도 나오는 줄 알았네.”

“어허! 이 새끼가? 그거 리치 비하 발언이라고.”


진짜 뭐라도 나오는 줄 알았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정치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었나.


“근데 그 그림. 어쩌면 틀렸을 수도 있어.”

“그래. 내가 기대한 말이 이거였다고 똑똑하다면서 멍청하게 헤... 거리는게 아니고.”

“근데 이 새... 됐다. 어쨌든. 흑마법이라는건 그런 미친 짓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지.”


하긴 따지고 보면 역사에도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국가는 종종 있었지.

우리 윗동네의 돼지 삼부자가 ‘핵’을 가진 것처럼 흑마법이 그 용도라면 틀린 말은 아닐 거다.


“그럼 내기할까?”

“내기?”

“그래. 내 말이 맞는지 니 말이 맞는지.”

“오호... 이 몸에게 그런 도전장이라니.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구만.”

“조건은 뭘로 할까?”


스컬이 가지고 있는 흑마법에 대한 지식이 이런 딱 맞아떨어지는 그림을 무시할 정도라면.

어느 쪽이 이기든 재밌는 내기가 될 것 같았다.


“소원권으로 하지.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는 걸로.”

“그걸로 되겠어?”

“물론 음흉한 박중사가 나 몰라라 할 수 있으니 마나의 맹세를 해야겠지.”


마나를 다루는 자들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수단인 마나의 맹세.

누가 만든 마법인진 몰라도 맹세를 어긴 사람은 마나를 쓸 수 없는 불구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이라고 했다.


“좋은데?”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맹세를 하자니.

이런 식으로 내가 마나를 터득하게 도와주겠다고 은근슬쩍 언질하는거보니 능글맞은 구석이 있단 말이야.


“결과가 그 전에 나와도 맹세는 하는 거야.”

“너야말로 빼지마 이 능구렁이야.”

“능구렁이? 그건 뭔데.”

“그런 게 있다. 그건 됐고 위치는 알아뒀지?”

“당연하지.”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일을 위해 기지개를 한 번 핀 후.


“저번처럼 4시간 뒤. 잘부탁한다.”


4시간 뒤에 깨우라는 스컬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에 들었다.


수색 정찰의 기본은 좋은 위치 선점이다.

아직은 어둑어둑한 새벽.

필요한 장비들과 혹시모를 전투를 대비한 용품들을 챙긴 뒤.

쌀쌀한 공기를 맞으며 잠들기 전 지도에 표시해 놓은 위치로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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