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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꿀맛 스킬도둑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18.10.16 07:34
최근연재일 :
2018.11.01 08:0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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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46
추천수 :
844
글자수 :
118,899

작성
18.10.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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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2. 드, 드리겠습니다(2)

DUMMY

갤러리 미스틱 앞 인사동 거리.

30명 남짓한 태극 길드원들이 집합해 있었다.

몇몇 행인이 겁에 질린 눈으로 그들을 피해간다.

“회색 후드티를 입은 20대 중반의 남자다.”

승순이 모인 길드 원들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다른 길드원들이 그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속도와 힘, 모두 상급헌터로 추정된다. 어떤 능력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니, 발견 즉시 보고 후 주시만 한다. 절대 먼저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네!”

“녀석은 마력 수치가 높은 마석을 들고 있으니, 마력 감지 스킬을 가진 조원들은 흩어져 탐지 범위를 늘려나간다.”

“알겠습니다!”

승순이 지시를 마쳤다.

그와 동시에 일부 태극 길드원들이 하늘로 도약하며 흩어졌다.

지상에 남은 인원들은 각자 가진 탐지 스킬을 사용한다.

“마력 감지 들어갑니다.”

“상공에 아르고스 렌즈 소환 완료했습니다!”

“후각 강화 켰습니다.”

부하들의 탐색 준비가 완료된 후.

승순은 갤러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어 계단을 올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여섯 명의 경비원들이 막아섰다.

“오늘 저희 갤러리는 휴관입니다.”

“난 블랙옥션 회원인 태극 길드 사람이다.”

승순은 경비원들의 얼굴을 한명씩 응시했다.

경비원들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 그의 진입을 막았다.

“옥션도 끝났습니다. 돌아가 주십시오.”

“이상하군. 분명 내가 나갈 때엔 여기에 아무도 없었던 것 같은데.”

“······”

승순의 말에 경비원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쩐지 눈에 보이는 상황들이 승순의 촉을 건드려 댔다.

“난 지금 태극 길드를 대표해 여기 와있다. 블랙옥션과 관련한 중요한 일 때문이니 옥션 마스터를 뵙고 싶다.”

“미리 일정을 잡지 않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락 후 다시 와주십시오.”

“긴급 상황이다. 같은 말은 두 번 하지 않겠다.”

위협적인 승순의 말에 경비원들이 살짝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길을 터주려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곧장 전투자세를 취했다.

“내가 태극 길드 전략정보부장 김승순이란 건 알고 있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난감한 표정이었지만 경비원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승순은 경비원 여섯의 마력을 모두 감지했다.

‘신경 쓸 건 단 한 명 뿐인가.’

상대의 전력을 확인한 이상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일반인의 눈으론 쫓기 힘든 속도로 승순이 움직였다.

2초 만에 경비원 세 명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는다.

“으악!”

그 단순한 공격에 경비원들의 몸이 로비 바닥에 날려졌다.

승순은 멈추지 않고 다른 자에게 발차기를 했다.

“큭!”

한 경비원이 방어자세로 승순의 발차기를 견뎠다.

몸이 뒤로 밀리긴 했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가 자세를 풀고 공격하려는 순간.

그의 양옆으로 남은 동료 두 명마저 기절한 채 쓰러진다.

“김 부장님. 그만하시죠.”

귀에 익은 목소리에 승순이 고갤 돌렸다.

로비로 큐레이터, 유리가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신진 모르겠지만, 그쯤해주세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승순이 끝 음을 올리며 되물었다.

이들이 갤러리 안에서 벌어진 일을 모를 리 없다.

모르는 척 연기하는 유리에게, 승순은 살짝 짜증이 솟았다.

유리는 그런 승순에게 담담히 말했다.

“마스터께서 올라오시랍니다.”

“······좋네.”

승순이 손에 돌린 마력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유리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멈춘 곳은 갤러리 4층, 경매장.

그 안에 많았던 의자들은 모두 치워져있고.

대신 중앙에 두개의 마호가니 의자와 탁자만 놓여있었다.

“오랜만입니다. 김 부장님. 여기 앉으세요.”

의자에 앉아있던 블랙옥션 마스터, 레이나가 일어나 승순을 맞았다.

승순은 레이나의 말에 따라 그의 맞은편 자리에 착석했다.

이어 승순이 본론을 바로 입 밖으로 꺼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겠소. 우리 마석을 훔쳐간 경매번호 23번. 신상정보를 알려주시오.”

“무슨 말씀이신지? 누가 태극 길드의 물건을 훔쳐 갔다구요?”

레이나는 쉽게 믿기 어렵다는 어조로 대답했다.

태극 길드는 국내 1위 랭킹인 만큼, 최강의 실력자들로 구성됐다.

어떤 겁 없는 자가, 또 어떻게 이들의 물건을 훔친단 말인가.

분명 겉은 그런 뜻이나, 승순이 느끼는 바는 달랐다.

“······경매에 참석했던 23번, 그 자가 우리 마석을 바꿔치기했소.”

“그런가요? 아시다시피 저희 블랙옥션은 회원정보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해서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공개해드리기 힘들어요.”

“로비 CCTV 영상. 확인해주시오.”

레이나의 답변은 어디까지나 승순이 예상했던 범위 안.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이미 승순은 다 계산해둔 상태였다.

승순의 말을 들은 레이나는 미소 지으며 유리를 바라봤다.

“그거야 어렵지 않죠. 유리씨?”

“네.”

유리가 기다렸다는 듯, 품에서 리모컨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천장에서 커다란 TV가 내려왔다.

TV 화면이 켜지고 이내 로비를 녹화했던 영상이 재생된다.

‘그래, 이미 다 준비하고 있었군.’

TV화면 속 승순이 회색 후드티 사내에게 등을 맞아 뒹군다.

후드티 사내는 슈트케이스를 껴안고 그대로 엉거주춤 쓰러진다.

이 짧은 순간, 슈트케이스가 사내의 몸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그가 가방을 바꿔치는 장면은 어디에도 없었다.

“······”

영상을 다 본 승순은 당황했다.

분명 슈트케이스는 바뀌었을 터다.

그 짧은 시간 마석만 교체했다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어째서 저 사내는 다른 가방을 꺼내지 않았는가.

승순의 심정을 읽은 레이나가 싱긋 웃었다.

“아무래도 바꿔치기한 것 같진 않은데요?”

“······저 자의 신상을 말해주는 게 좋을 거요.”

감정을 절제한 채, 승순이 말했다.

물적 증거가 없다하더라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머, 어쩐지 협박하시는 것처럼 들리네요.”

“태극 길드와 블랙옥션의 관계를 무너트릴 셈인가?”

“무너트리려는 건 제가 아니라 김 부장님 같은데요.”

레이나의 입은 웃고 있었으나, 눈매는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웠다.

그 싸늘한 얼굴을 향해 승순이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실내의 공기가 급격히 달아올랐다.

승순의 마력 집중을 느낀 레이나가 고갤 저었다.

“후후······그렇게 화내시면 곤란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공기의 온도가 다시 내려간다.

아니, 아예 얼어붙는다.

승순은 손끝과 발끝이 곤두서는 감각에 눈을 찌푸렸다.

“제가 김 부장님 보다 강한 것 같거든요.”

“······”

짧은 순간이었지만 승순은 상대의 기량을 체감했다.

블랙옥션 마스터 레이나.

자신이 쉽게 볼 인물이 아니었다.

“따로 하실 말씀 없으시면 나가주시겠어요? 어차피 다른 길드원 분들이 열심히 탐지하고 계시던데. 곧 찾으실 수 있지 않을까요?”

레이나는 자리서 일어나며 승순에게 말했다.

승순 역시 굳은 안색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 건은 태극 마스터께 보고 드릴 것이오.”

“그러셔야죠. 말씀이 사실이면 김 부장님은 110억 원 가치의 마석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눈뜨고 뺏긴 거니까요.”

다소 장난스러운 레이나의 말에 승순이 노려봤다.

허나, 어떤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는 등을 돌렸다.

그대로 갤러리 미스틱을 빠져나온 승순에게 부하가 달려왔다.

“부, 부장님! 괜찮으십니까!? 안에서 엄청난 마력이 움직이던데.”

“문제없다. 다만 옥션의 협조는 어렵다. 탐색 조, 인원을 나눠서 장기간 수색으로 전환한다.”

“알겠습니다.”

승순의 명령을 들은 부하가 바로 길드원들을 향해 달려갔다.

승순 역시 부하들에게만 모든 일을 맡겨둘 생각은 없었다.

훔친 마석을 거래할 루트, 마석 세공사까지 파악해둘 작정이었다.

‘널 찾겠다. 그리고 네놈의 머리털을 다 뜯어버리겠다.’


*


같은 시각, 갤러리 미스틱 지하 응접실.

“하아······”

소파에 앉은 파람이 땅이 꺼질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옆에 앉아 있는 독남을 바라봤다.

“이 미친놈을 어떡하지 진짜······”

독남은 파람이 무슨 말을 하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테이블에 놓인 빵 접시에 집중했다.

“쩝쩝! 오, 역시 부자는 달라~ 이 빵 완전 쩔어!”

독남의 손에 들린 빵은 크루아상이었다.

초승달처럼 휜 몸통.

바삭한 갈색층과 부드러운 노란 층이 차례차례 이어져있다.

그 모습은 마치 잘 구워진 애벌레 같기도 하다.

“아앙~”

독남이 입을 벌리고 크루아상을 한입 베어 물었다.

그러자 빵의 겉면이 바스러지며 그의 입안에서 녹았다.

치아가 빵 속살을 씹을수록 쫄깃한 고소함이 풍겨왔다.

“앗-아앗~”

감미로운 맛과 함께 독남의 머리에 크루아상의 탄생기가 펼쳐진다.

넓게 펼친 밀가루 반죽.

파티쉐가 이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어 반죽 위에 꼼꼼히 버터를 바른다.

반죽을 한 번 접고, 반죽을 밀대로 밀어 또 넓게 핀다.

그 반죽에 또 버터를 얹고 다시 접고, 펼쳐 버터를 바르는 반복 노동.

파티쉐의 땀이 한 방울 그의 흰옷에 떨어진다.

그렇게 3겹 층층이 쌓인 페이스트리를 차갑게 휴지시킨 후.

네모난 반죽을 이등변 삼각형으로 여러 개 자른다.

잘린 삼각형을 둥글게 말면 이미 빵의 형태는 갖춰진다.

버터계란 물을 이 반죽 표면에 바르고.

오븐에 넣어 구으면, 향긋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크루아상 완성이다.

“짜릿해! 늘 새로워! 맛있는 게 최고야!”

“어머, 마음에 드셨나 봐요.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가게에서 산거랍니다.”

어느새 레이나가 위층서 내려와 있었다.

파람이 벌떡 일어나 그에게 물었다.

“어, 어떻게 됐나요?”

“후후, 파람님은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그, 그렇지만······”

“물론 독남님은 상황이 좀 달라요. 아무래도 저쪽에서 얼굴을 본 것 같으니까요.”

“아······”

파람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리곤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우린 죽었다······태극 길드한테······”

파람은 당장이라도 3시간 전으로 돌아가 과거를 바꾸고 싶었다.

갑자기 경매에 참가하겠다던 독남을 왜 말리지 않았을까.

독남을 보며 활짝 웃던 레이나가 너무도 이상했는데.

왜 그 불안감을 무시해버렸던 걸까.

“도대체 왜 그런 거야아앗!”

갑자기 울화통이 치민 파람이 독남의 목을 붙잡고 흔들었다.

“컥컥, 이거 왜이래. 110억 벌어 놓고오-”

“그래! 그냥 돈만 받아도 떼 부잔데! 왜! 잘 팔아치운 마석을 훔쳐엇!”

절규하는 파람에게 독남은 오른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손이 괴기하게 꿀렁이며 커다란 뭔가를 내뱉는다.

“뀨우! 구에에에엑 엑뀨!”

독남의 손에 잡힌 건, 검은색 슈트케이스.

그가 승순으로부터 바꿔치기한 마석 가방이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하는 게 인지상정! 나는 독남! 훔치는 게 일이지. 이것이 프로정신! 멋지지?”

씨익.

독남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자랑스럽게 웃었다.

엄지 끝이 마치 파람을 비웃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파람은 당장이라도 독남의 손가락을 부러뜨릴 듯 달려들었다.

“구아아아악!”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파람님.”

레이나가 다가와 흥분상태인 파람의 어깨를 잡았다.

그의 손길에 파람은 살짝 긴장했다.

자신의 이상형인 여인의 손길이 무척 부드러웠던 까닭이다.

“독남님의 행동을 묵인한 제게도 잘못이 있으니까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네? 마스터님이 무슨 잘못이라고······”

말을 내뱉던 파람이 뒤를 흐렸다.

사실 파람도 레이나에게 책임이 1도 없다 생각진 않았다.

물건 판매자인 독남을 경매에 직접 참가시켰고.

그가 입찰가로 장난질을 쳤음에도 전혀 제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독남이 혼자 마석 훔친 것까지 탓할 수야 없지.’

파람은 이렇게 생각하며 레이나를 바라봤다.

헌데, 정작 그는 너무도 기뻐보였다.

레이나가 덥석, 파람의 두 손을 잡는다.

“아니요. 꼭 도와주게 해주세요!”

‘뭐, 뭐지. 이 흥분한 얼굴은.’

환희에 가득 찬 레이나의 표정.

당황한 파람이 뒷걸음질 쳤다.

레이나는 독남을 바라보며 그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독남님의 그 손은 정말 대단해요! 굉장한 잠재력이 담겨있어요.”

“그, 그런가요?”

“아마도 이 세상의 바닥부터 하늘까지, 전부 다 바꿀 수 있을 거예요.”

“아, 네에······”

“이런 재미없는 세상, 차라리 망해버리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네······에!?”

레이나가 말하던 중간, 극도로 어두운 기운이 지나갔다.

파람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보고들은 게 맞는지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나 레이나는 금방 미소 띤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독남님이라면! 이 세상을 즐겁게 바꿔주실 거예요. 더 이상 어느 한 길드가 나라를 잡고 뒤흔들지 못하게, 묵은 질서를 없애는 일처럼 말이죠.”

“······그걸 저 놈이요?”

파람이 고갤 돌려 독남을 한심하게 봤다.

독남은 소파에 앉아 빵을 볼 안에 우겨넣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독남님. 괜찮으시면 그 마석 제가 처리해드릴게요.”

“쩝쩝, 응? 뭘?”

레이나의 말에 빵을 씹던 독남이 물었다.

“태극 길드는 아마 마석이 오갈 경로를 다 감시할 거예요. 블랙옥션은 물론이고 어느 곳에서도 마석을 판매하긴 어렵겠죠.”

독남과 파람의 눈을 살핀 레이나가 말을 잇는다.

“그러니 차라리 독남님이 직접 쓰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바로 세공해 드릴게요.”


작가의말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고

또라이는 또라이를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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