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또 다른 게임폐인
수춘성은 그렇게 공융군에게 함락되었다.
자신의 실책으로 패배를 했다고 생각한 주유는 끝까지 수춘성을 지켰지만, 전세를 뒤바꿀 수는 없었다.
끝까지 버티던 주유는 결국 장료에 의해 최후를 맞이했다.
손책은 간신히 살아 건업으로 도망갔지만, 그는 주유라는 가장 유능한 참모를 잃었다. 원술을 배신하고 승승장구 하던 손책은 수춘성과 함께 주유를 잃고 건업으로 들어가 한동안 두문불출한다.
손책만 잃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공융군은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수춘성이 함락됨과 거의 동시에 그들의 군주 공융은 세상을 뜬다.
공자의 20대 손, 건안칠자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학자였던 공융. 최고의 참모 현민을 만나 조조와 원소라는 강력한 제후를 굴복시키고 가장 거대한 세력을 구축했던 공융은 결국 천하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공융의 죽음을 전해 들은 자들은 비통함에 눈물을 흘렸다. 그중에는 현민과 현랑도 있었다.
‘원한은 갚아드렸습니다. 부디 편하게 떠나십시오.’
그나마 현민은 황제를 죽인 도진우와 블러딘을 처단한 것에 마음 속의 짐은 덜어낸 듯했다.
“저... 하현민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순욱이 조용히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공융님의 유언이 있었습니다.”
“유언이요? 무엇입니까?”
“공융님의 세력을 모두 제자이신 하현민님이 맡아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하아...”
현민은 망설였다.
그는 이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했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 도진우가 마지막이라면 이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죄송합니다. 주군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드릴 수 없겠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모두들 하현민님께서 주군의 뒤를 이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민의 거절 의사에 순욱 뿐 아니라, 제갈량, 진군, 서서 등 참모들이 사색이되어 물었다.
“아아. 미안합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시지요.”
현민은 숙소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내 집으로 돌아온 것만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날 밤 현민은 깊은 잠에 빠졌다.
파앗!
알 수 없는 기운이 현민을 에워쌌고 현민은 자연스럽게 눈을 떴다.
“빛?”
하얀 빛이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현민은 그 빛을 따라갔다.
터벅 터벅 터벅
한참을 걸었다.
“형?”
현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민은 뒤를 돌아봤다.
“형 맞구나.”
“그래 현랑.”
“아무래도... 돌아가는 길인 거 같지?”
현랑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래. 이제 너는 타이탄 월드로, 나는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거야.”
“재미있었어?”
“재미? 뭐. 그렇지.”
터벅 터벅 터벅
둘은 말 없이 또 한참을 걸어갔다.
두 사람의 발소리만 퍼져나갔다.
터벅 터벅 턱.
그때 발소리 하나가 멈췄다.
“왜?”
“나는 아직인 거 같아.”
“아직이라니?”
“아직 천하통일을 못했잖아.”
“그건 중요하지 않아. 이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난 아니야.”
현랑이 고개를 떨궜다.
“그래. 현랑. 그럼 너는 돌아가.”
“형...”
“고마웠다. 꼭 천하통일 해라.”
“...”
현랑은 돌아갔다. 현민은 이제 혼자가 되었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흰 빛 줄기에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어두운 공간이 드러난다. 한참을 걸어 가까이 다가가니 그곳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내 자취방...”
그곳은 현민의 자취방이었다.
방은 현민이 떠나올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여기저기 쓰레기들과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현민의 보물 1호 컴퓨터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돌아가면 게임은 끊어야겠지?”
현민이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제 자취방까지는 세 걸음. 단 세 걸음만 더 나아가면 그렇게 원하던 곳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현민은 더 나아가지 않았다.
“게임 폐인이 게임을 끊는다라...”
현민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럼 마지막 퀘스트는 끝내고 가야지.”
* * *
2021년 어느 자취생의 자취방.
색이 다 바랜 츄리닝을 입은 게임 폐인이 친구와 전화를 하고 있다.
“이제는 질려버렸다니까. 3년 했으면 오래했지. 이제는 다른 게임으로 갈아타려고.”
[무슨 게임으로 갈아타게?]
“그러게. 뭐 재미있는 거 없나? 넌 요즘 뭐하냐?”
[난 요즘 온라인 게임 안 해.]
“그럼 무슨 게임하는데?”
[삼국지.]
“뭐? 푸하하하하. 삼국지가 언제 적 게임이냐?”
[요즘도 계속 나오고 있는 게임이거든.]
“그거 난 어렸을 때 하고 말았는데.”
[다시 해봐. 재미있어. 추억도 되살아나고.]
“음.. 그럼 다음 게임 뭐 할지 결정할 때까지 삼국지나 해볼까?”
[좋지.]
“그런데 무슨 세력으로 해야 재미있으려나? 동탁토벌전 시대의 원소? 군웅할거 시대의 공융? 아니면 적벽대전 이후의 하현민?”
[하현민은 너무 쉽잖아. 재미없어. 좀 어려운 걸 해야 재미있지.]
“나는 그냥 싹 다 쓸어버리는 게 재미있던데.”
[뭐. 알아서 선택해라. 이만 끊는다.]
뚝.
“하현민이라... 이놈한테는 유능한 무장이랑 책사들이 많아서 좋단 말이야. 몸풀기용으로 쉽게 가볼까?”
또 다른 게임 폐인이 삼국지 게임을 시작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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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르주입니다.
이렇게 첫 작품이 끝이 났네요.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맞춰서 끝내려다 보니
마지막에는 본의 아니게 연참도 하게 되었군요.
그동안 부족한 제 작품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만렙게임캐와 삼국지 정벌’은 생각보다 오래 준비하고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었습니다.
첫 작품이다 보니 글 쓰는 속도도 느리고, 스토리 구성, 캐릭터 설정 등 모든 것이 어렵더군요.
그래도 꽤 만족스럽게 느끼며 연재를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야심에 차게 시작한 처음과 달리 점점 연독률이 무너지고 조회수가 떨어졌습니다.
연재를 중지하고 새로운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만삼정’이 진지하게 시작한 제 첫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첫 시작부터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포기해버리면 제가 얻어갈 수 있는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회수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연재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포기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댓글과 관심을 보여주시는 독자여러분들 이었습니다.
리얼슬로님, 알게모냐님, yappi님, skawn님, 루이미너스님, 고철아주큰님, n4225님처럼 꾸준히 댓글을 달아주시는 감사한 분들 뿐 아니라 한 번이라도 댓글을 달아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연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들께서 제 작품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느끼시길 간절히 바라며 하루하루 글을 써나갔습니다.
소설 내용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결말은 처음부터 생각해왔던 것이었습니다.
다만, 중간에 더 많은 인물 등장과 반전을 넣어서
길게는 180화 이상 연재를 하려고 했습니다.
한가지 예로, 초기 스토리 설정에서는
타이탄월드의 운영자도 삼국지 세계로 왔다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제갈량이 사실은 운영자였던 것이 반전이고, 운영자의 게임캐릭터는 1화에 등장했던 델바라쿠스라는 설정이었습니다.
확실히 그렇게까지 설정을 하고 쓰려고 하니 너무 어렵더라구요ㅠㅠ
그리고 너무나 게임 판타지쪽으로 흘러가 버리기도 할 거 같고...
아직은 작가로서 제 능력이 많이 부족한 탓입니다.
그래서 해당 스토리 부분을 싹 드러내다 보니,
대략 130화 정도에서 마무리를 짓게 되었습니다.
말이 너무 많았군요.
첫 작품 완결이다 보니 혼자 감상에 젖어서 그만 ㅋㅋㅋ
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제 부족한 소설과 제 부족한 필력에 비해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는 앞으로도 작가로의 꿈을 계속 펼쳐 나가려 합니다.
다른 소설에서 또 뵙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새로운 소설은 10월이 끝나기 전에 연재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저는 휴식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요!)
사랑합니다!
- 작가의말
다른 소설로 찾아 뵙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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