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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선재림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택경澤鏡
작품등록일 :
2019.07.11 00:05
최근연재일 :
2022.05.09 23: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85,487
추천수 :
4,807
글자수 :
241,161

작성
19.08.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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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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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
11쪽

검선재림 - 13 광인(4)

DUMMY

검선재림 - 13 광인(4)


“그래, 네 말대로 참 특이한 신체로구나.”

“체내의 마기를 이용해 부서지고 망가진 몸을 억지로 움직이더군요.”

“잔인하다. 참 나쁘다. 그 천마라는 놈이 뭐기에 이리 사람을 망가뜨리느냐.”


단기가 정의관의 영역에 침범했다가 사로잡힌 광인의 몸을 살피며, 유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의 목소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매우 낮게 깔려 있었다.


“다 저들이 선택한 것입니다. 그들은 누구의 강요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후우···. 이런 이들이 몇이나 된다고?”

“부지기수(不知其數)입니다. 이보다 강한 이들이 수천이고, 각 대문파의 장로급 인사들이 수백입니다.”

“정말로···, 어이가 없구나. 홀홀홀···.”


유성의 말을 들으며 단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자신이 직접 살폈으니까.


‘기운이 흉포하고 끈적거리지만, 혼탁해 질척이는 것과는 다르다. 삼키고, 짓밟는 성질이야. 당금 사파의 어떤 이가 이런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유성이 말하는 천마신교라는 이들이 참으로 대단하도다.’


단기가 마인의 몸을 확인한 결과, 단전에 쌓인 내공의 양이 거의 일류에 가까울 정도이며, 파악을 위해 밀어 넣은 자신의 내력을 잡아먹고자 하는 특성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옛날 천하를 진동시켰던 혼천문의 사이한 무공과는 또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이 자는 맹의 기술자에게 맡겨야겠구나. 상태가 이래서야 정보를 불겠냐 싶긴 하다만···.”

“정보를 얻지는 못해도 마인의 실체가 알려지는 것만으로 이득입니다. 무림맹 안으로 잠입한 이들이 잠깐 몸을 사리겠지요. 게다가 마인들이 익힌 내공의 특성도 연구할 수 있을 테니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 내가 옮길 터이니 너는 가서 쉬도록 해라. 모용가와 공손가의 아이들에게도 칭찬을 좀 해주고.”

“네, 노사.”


유성이 몸을 감추고, 단기가 마인을 들어 업고는 어디론가 이동했다.

일 각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그가 도착한 곳은 어느 전각 아래층에 숨겨진 뇌옥(牢獄)이었다.

단기가 허공을 보고 입을 열었다.


“길영이! 길영이!”


-스스슥.


그러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곳에서 인영(人影)이 나타나더니, 단기의 앞에 시립했다.

무림맹 소속의 파견직 수행원, 길영(吉影)이었다.

그는 십오 년 동안 단기의 곁을 지키며 수행해온, 말하자면 수족 같은 이였다. 충성심도 있고 실력도 뛰어나니, 단기가 특별히 아껴 일을 맡기기 좋아했다.


“이 녀석 좀 캐어보게. 미쳐버려 이지를 잃은 것 같기는 한데, 정보가 나오는가 보자고. 특히나 그 천마신교라는 집단에 대해서.”

“예.”

“그래, 혹시 제대로 불지 않으면 그냥 이 자가 익힌 무공이 뭔지 정도나 알아봐. 난 집무실에 있겠네. 허리가 뻐근해서. 흘흘.”


단기가 길영에게 말한 후, 허리를 부여잡고 뇌옥을 나섰다.

길영은 단기가 나간 방향을 잠시 지켜보더니, 마인에게 다가갔다.


-사박사박.


돌바닥에 신발 스치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다.

길영이라는 인물이 조용한 어둠 속에서, 아주 오래 살아왔다는 증거였다.


-스윽.


그가 아주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마인의 심장 부근에 올렸다.

그러자 마인이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크으···. 마인천하···. 지상도래···.”


-끄덕.


그것을 들은 길영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마인이 눈을 살짝 감았다.

그리고 길영이 오른손으로 내력을 뿜으며 힘을 주었다.


-콰직!


“커어억!”


하급 마인이 피를 울컥 토해내며 절명했다.

제 손등과 팔에 떨어진 핏물을 자연스럽게 털어낸 길영이 몸을 일으켰다.

그때, 뇌옥 입구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거 보십시오. 한 놈은 무조건 걸린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이럴 수가. 길영이가 첩자였다니···.”


유성이 말하고, 단기가 질린듯한 목소리로 이었다.

길영이 당황해 한 걸음 물러섰다.


“부관주, 어째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무시한 채, 둘은 계속해 대화를 나누었다.


“십오 년을 내 수행을 하면서 한 번도 티를 내지 않았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불편했을고···.”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노사.”

“그게 문제지. 그간 정도 많이 들었는데,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줘야 하지 않으냐.”

“불편하지 않게요?”

“죽여야지. 본성을 억누를 필요도 없게.”


답하는 단기에게 유성이 화들짝 놀라며 급히 말했다.


“자, 잠깐. 저놈은 신문해야 합니다.”

“아이고, 그렇군. 내가 늙어서 마음이 앞서. 홀홀···.”


단기가 전면에 나서며 길영에게 물었다.


“길영아. 처음부터 마교 놈들의 첩자였더냐?”

“부관주···. 어떻게···.”

“맞는 모양이구나.”

“어떻게 알고 돌아오신 겁니까.”

“저 아이가 다 알고 있더구나. 미친놈은 역혈마공(逆血魔功)을 익힌 마인이고, 그놈들은 첩자가 하나 이상 있는 곳으로 투입되어 난장판을 친다고 말이다. 그러니 생포해서 가둬두면 증거를 인멸하러 올 것이라고.”

“저 녀석이···. 도대체 어떻게···.”


단기의 말을 들은 길영이 서늘한 눈빛으로 유성을 바라보았다.


“네놈이 스무 해에 걸친 내 임무를 망쳐놓았군. 그 대가는 목숨으로···.”


그러자 단기가 그의 말을 끊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으냐? 너는 당장 이곳에서 나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궁금해해야 할 것인데.”

“이미 늙은 당신이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이젠 존대도 하지 않는구나.”

“주검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가? 내게 존숭받을 이는 오로지 천마 한 분이시다.”

“쯧쯧···. 광신도라니. 어찌 억누르고 참았을고. 유성아.”

“예, 노사.”


으르렁거리는 길영을 눈앞에 두고, 단기가 유성에게 물었다.


“저 아이가 무슨 마공을 익혔느냐?”

“손끝이 유난히 빨갛고, 눈썹이 빠져 없습니다. 혹시 저 자가 가리는 음식이 있었습니까?”

“고기를 먹지 않더구나.”

“사갈마휴독삼장(蛇蠍馬休毒三掌)입니다. 마기를 독처럼 사용해 내장을 파괴하고, 적의 내력을 갉아먹는 마공입니다. 다만 저 자의 성취가 높지 않아 보이니, 닿지만 않으면 상관없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동파장법(銅破掌法)을 잘 익히더니, 본래도 장법을 쓰는구나. 내 재밌는 것을 보여줄 터이니, 눈 똑바로 뜨고 봐야 한다. 홀홀.”

“예, 노사.”


설명을 듣고 단기가 가볍게 웃더니,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손에는 애용하는 몽둥이 하나가 들린 채였다.


“적의 공격이 몸에 닿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적보다 빠르게 움직이거나,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만점은 아니지만 대강은 맞다. 요는 나를 칠 수 없게끔 만드는 것이지.”


그는 뜬금없이 유성의 교육을 시작했고, 길영은 자신을 무시하는 그 태도에 열을 내며 달려들었다.

그의 오른손에 붉은 기운이 모여 뻗어나갔다. 목표는 단기의 얼굴이었다.


“카아아악!”


-후웅!


그리고 그 일장(一掌)은 단기의 머리통에서 다섯 뼘은 떨어진 허공을 타격했다.


“무, 무슨!”


길영이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분명 얼굴을 정확히 노리며 손을 뻗었는데, 엉뚱한 곳을 공격하게 되었다.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홀홀홀. 봤느냐?”

“무게중심입니까?”

“또 반만 정답이구나. 다시 보여줄 테니 이번엔 똑똑히 보거라. 얘, 길영아. 다시 오거라.”

“이익!”


자신을 교보재로 삼아 유성을 가르치겠다는 그 태도에 길영은 화가 났다.

그는 이십여 년에 걸쳐 공작을 수행하던 마교의 무인. 비록 연공에 손을 뗐다지만, 무림맹에 잠입해 동파장법, 심의장(心意掌) 등의 무공을 대성해 이름을 날렸다.

오늘내일할 나이의 노인이 무시할 정도의 무인이 아닌 것이다.


“죽어라, 노괴! 크아앗!”


분노한 그가 쇳소리를 내며 단기에게 달려들었다.


-후웅! 훙!


아까와 같은 직선장(直線掌) 한 번, 그리고 피할 경로를 예측하여 나선장(螺線掌)을 한 번. 이번에야말로 눈앞의 노괴는 뇌수를 흩뿌리며 쓰러질 터였다.


-홱! 홰액!


하지만 두 번의 출수는 또다시 허망하게 공기를 갈랐다.


“나이를 먹으면 근육에 힘이 빠진단다.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잔기술 몇 개 정도는 알아야 해. 내 경우엔 이것이란다.”

“무게중심의 자유로운 이동에 더불어, 내력을 미리 흘려 혼란을 주는 것입니까?”

“정답이다. 흐허헛. 가르치는 맛이 있구나.”

“도대체···. 도대체 이게 무슨!”


측면에서 지켜보며 기술의 정체를 파악한 유성과 다르게, 당한 당사자인 길영은 알 도리가 없었다.

분명 눈을 부릅뜨고 정확히 노려 손바닥을 갈겼는데, 어째서 공기를 가른 것인가?

그것은 길영이 나름 뛰어난 무인이었기 때문이다.


‘무게중심을 잘 보이도록 해 시선을 유도하고, 내력을 흘려 움직이려는 방향을 미리 알려준다. 하지만 그것은 허초. 실제로 몸은 움직이지 않았으니, 경로를 예측해 따라간 적의 공격은 맞지 않는다.’


매우 위험한 기술이었다.

혹시나 알아채지 못한 적은 무방비한 상태의 시전자를 노려 칠 것이며, 내력의 운용능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다면 기술 자체가 간파되어 위험에 처할 것이 뻔했다.

오랜 숙련과 경험이 있는 단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장에서 쓸 정도로 숙달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것 같습니다.”

“괜찮다.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히 도움이 될 게다.”

“감사합니다, 노사.”

“뭘 이런 걸. 아이고, 허리가 찌뿌듯하구나. 네가 마무리하거라.”

“알겠습니다.”


엄살을 부리는 단기의 말에 유성이 앞으로 나섰다.


“감히···. 애송이가 방금 배운 기술로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푸샤악!


“끄아아아악!”


길영의 말을 무시한 채, 유성이 빠르게 움직여 목검을 휘둘렀다. 그를 둘러싼 마기를 그대로 베어버린 벽조목검이 그의 오른팔을 떨구었다.

유성이 목검을 겨누며 말했다.


“내가 언제 방금 배운 기술로 싸운다고 했지?”

“이이익!”


당연한 말이었다.

길영이 큰 실수를 한 것이다.

금방 존재를 안 기술을 실전에서 쓸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죽여주마! 크아앗!”


자신의 오판은 인정하였으나, 방금과 같은 기습을 당해선 위험했다.

길영은 자신이 먼저 공격하기로 결심하고, 왼 손바닥에 마기를 모아 유성의 단전을 노렸다.

조금이라도 스친다면 무인으로서의 생은 물론, 목숨까지도 위험해질 살수였다.


-후웅!


하지만 그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유성의 몸과는 정말 한참이나 떨어진 타격점이었다.


“무, 무슨···.”


-콰직!


“끄아악!”


유성이 옆에서 목검을 휘둘러 길영의 왼팔마저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언제 방금 배운 기술을 쓰지 않는다고 했지?”

“이, 이 미친!”


비꼬듯 방긋거리는 유성에게 길영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유성이 이에 답했다.


“미친놈이라···. 마인이 곧 광인이니 내가 광인에게 광인 소리를 들은 것인데···. 뭐 상관은 없다.”


-푸샤샥!


“으아아!”


유성이 목검으로 길영의 두 다리를 갈라 기동력을 봉쇄했다.


“마인을 상대로는 난 항상 미쳐있으니, 그건 욕이 아니라 사실이잖나? 하하하!”


그의 목소리에 광기가 어렸고, 길영은 첩자가 된 이래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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