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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선재림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택경澤鏡
작품등록일 :
2019.07.11 00:05
최근연재일 :
2022.05.09 23:2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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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489
추천수 :
4,807
글자수 :
241,161

작성
19.08.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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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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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검선재림 - 13 광인(2)

DUMMY

검선재림 - 13 광인(2)


두 남녀가 나무 위로, 아래로, 풀숲으로, 돌밭으로 뛰어다니며 소리 높여 대화를 나누었다.


“왜! 대체 왜 따라오는 것이냐!”

“네가 도망치니까!”

“안 도망치면 쫓지 않을 테냐?”

“다시 한 판 붙으면!”

“그게 싫단 말이다!”


난감한 것은 공손융 쪽이었다.


‘그래도 여자라고 때려눕힐 수는 없으니···.’


일전에 마찰을 빚었을 때도 그냥 무력화시키는 것에서 그쳤던 그였다. 차라리 모용희가 남자였다면 때리고 무릎 꿇려서 굴복시키기라도 하겠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무인이라도 여자는 여자라 생각해,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멈추라고! 우리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


처음 둘이 만난 것은 곤양(昆陽) 근방의 한 장원에서였다.

유성의 추천을 받아 호북 정의관으로 향하던 공손융은,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는 곳이 있다고 하여 모씨장원(毛氏場院)에 들렀다.

큰 토지를 가져 부유한 모가장주 모한수는 무림인들의 이야기를 특히나 좋아하고, 그들을 대접하기를 즐겼다.

그는 역시나 공손융도 융숭하게 맞이해 접객하는 자리로 모셨다.

그리고, 공손융은 한 남자의 걸걸한 목소리에 분노하게 되었다.


“공손세가는 힘만 센 얼간이들이오. 반면 모용세가는 군부에 큰 힘을 두었으니 그와 비교할 수도 없소. 그 둘을 요녕성의 권좌를 두고 다투는 사이라고들 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모용세가 아래 공손세가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떠나왔다지만, 제 출신이 출신이었다. 공손융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뭐요? 뉘슈?”

“이 사람은 공손 씨에 융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오. 금방 당신의 말을 주워 담길 바라는 바요.”

“고, 공손융?”

“공손세가 사람이군. 저 사람 실수했네. 본인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렸으니.”


화가 잔뜩 치밀었으나 공손융은 최대한 예를 갖추었고, 말하던 사내 역시 자신이 지껄이던 것을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사내의 대화 상대였던 한 소녀는 달랐다.


“지금 그건 공손세가가 모용세가보다 아랫줄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라는 뜻인가요?”

“뭐라?”

“틀린 말이 아니잖아요.”


소녀의 이름은 모용희. 당연히 모용세가의 인물이었고, 공손융의 표적이 된 사내의 이야기에 기분이 좋아진 와중이었다.


“지금 자리한 요녕은 물론, 예전에는 하북, 산동, 산서까지 세력을 떨쳤고, 지금에 와서야 세력이 줄었다지만 요동에서 말이나 타는 공손세가와 비교할 수가 없죠.”

“건방지군. 모용세가 출신인 것으로 보인다만, 어디 가서 입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것은 배우지 않았나 보군.”

“충고는 감사히 들을게요. 하지만 거짓말하지 말고 살라고 배워서요. 호호.”


모용희는 방긋방긋 웃으며 공손융의 속을 긁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으나, 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모용세가와 공손세가는 선대부터 지금까지 앙숙 중의 앙숙인 사이. 애초부터 상호 간 존중 따위는 없는 관계였기에, 둘은 거리낌 없이 언쟁을 나눴다.


“그래. 내가 어리석었군. 모용가 약골에게 말로 가르침을 주려 하다니 말이야. 처음부터 강제로 입을 다물게 했어야 했는데.”

“저야말로 무식한 공손가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어주는 우를 범했네요. 일단 꿇려드리죠.”


한참을 말로 다투던 둘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인의 다툼은 결국 주먹질로 결판이 나는 법. 한판 붙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인을 때릴 수는 없는데···. 어쩐다?’


막상 일어나 보니 공손융은 자신이 불리함을 깨달았다.

작은 다툼으로 촉발된 싸움이기에, 먼저 모진 수를 쓰며 여인을 핍박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모용희의 공격을 기다렸다가 틈을 노려 제압하기로 결심하였다.


‘뭐지? 왜 안 움직여?’


반면 모용희 역시 당황하고 있었다.

그녀가 익힌 무공의 이름은 반환권.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 주변의 다른 적이나, 상대를 노리는 반격 특화의 권법이었다.

물론 선공 역시 가능하지만, 공손가의 맞수를 상대하는 것이니 반격으로 농락해 버릴 생각이었다.

눈앞의 사내에게 공격을 받아 그것을 그대로 돌려줄 준비가 되어있는데, 어쩐 일인지 그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둘은 한참을 그렇게 서 있어야 했다.


“자, 협객 여러분! 술이···. 어이쿠!”

“앗?”


-툭!


일촉즉발의 상황은 어이없게도 그들을 대접하려 들어온 모한수에 의해 정리되었다.

그가 술이 떨어진 것을 보고 도가에서 탁주를 받아오는데, 문을 가로막고 선 모용희를 그만 건드리고 말았던 것이다.


-화아악! 덥석!


공손융은 그렇게 생긴 빈틈을 놓칠 만큼 녹록한 무인이 아니었다.

그는 모용희가 휘청거리는 것을 보자마자 한쪽 소매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와락!


모용희가 중심을 잃은 채로 공손융에게 끌려왔다.


“무, 무슨!”

“가만히 있어라.”


본의 아니게 끌어안긴 모양새가 되어 모용희가 버둥거렸으나, 이미 내공을 동원하여 땅에 굳건히 선 공손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타닥!


그는 기운을 흘려보내며 모용희의 혈도 한 군데를 점하고 그대로 놓았다.

그리고 모용희가 쓰러졌다.


-털썩.


“이런! 점혈을···.”

“여, 역시 모용세가 약골답군. 앞으로는 까불거리지 말고 다니도록.”

“기다려! 이건 모 대인 때문에···. 야, 잠깐! 거기 안 서?”


마치 자기 힘만으로 이뤄 낸 업적인 양 말하는 공손융 탓에 천불이 오르는 모용희였으나, 이미 마혈(麻穴)을 제압당해 전신이 마비되어 무엇을 할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소리쳐 불러댈 뿐, 모한수에게 인사를 남기고 떠나는 공손융을 붙잡을 수 없었다.


**


처음 만나던 때를 떠올린 공손융은, 모용희가 매우 특이한 인간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나한테 이렇게까지 접근하는 이가 있던가? 유성을 빼고는 없는 것 같군.’


자신이 싫다면 무시하면 된다. 자신에게 패한 것이 분하다면 기습이라도 해서 승리를 차지하면 된다.

그것이 북방 무인들의 방식이다.

하지만 모용희는 그러지 않았다.

자신을 찾아다니면서 정면 대결을 요구한다. 하지만 자신이 거부하면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귀찮게 할 뿐.

참으로 특이하고 마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흠칫.


‘마음이 간다고?’


그는 자신의 생각에 놀라 달리던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모용희가 다리를 열심히 놀리며 그를 쫓아오고 있었다.


“모용희!”


그리고 공손융이 느닷없이 소리치며 모용희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빠르게 이동함과 동시에 팔을 쭉 내뻗었다.


-파앙!


그리고는 모용희를 힘껏 밀어 멀찌감치 날려 보냈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대처하지 못한 모용희는 실 떨어진 목각인형처럼 공중에 떠 버렸고, 곧 그녀가 향하던, 둘 사이의 공간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콰아앙!


흙모래가 비산하고 아름드리 자랐던 나무들이 조각나 흩어졌다.

기습에 분개하며 짜증을 내려던 모용희가 그 장면을 보고는 당황해 소리쳤다.


“공손융! 공손융!”

“끄어어···. 끄아아아아아!”


하지만 그녀의 부름에 답하는 것은, 사람인지 짐승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울음소리였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내력을 순환시켰다. 미지의 존재가 적인 것을 직감적으로 안 것이다.


“죽···. 죽여···. 아아, 아아아!”


-콰아아아아!


그곳에 선 무언가가 울부짖는 듯, 크게 소리를 내지르자 기의 폭풍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주변을 흔들었다. 그에 맞추어 괴인이 선 곳으로부터 검은 기운이 천천히 움직였다.


“으읏! 저건 대체···.”


그것에 압도된 모용희가 한 발짝 물러섰다.


“죽인···.”


-파캉!


그때, 멀리서 무언가가 날아와 괴인에게 부딪쳤고, 수수께끼의 검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그러자 쇠와 쇠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단단하군. 고작 나뭇잎이지만 튕겨 내다니.”

“크으윽! 죽여어어어!”


날아온 무언가는 손바닥만 한 나뭇잎, 그것을 던진 자는 다름 아닌 진유성이었다. 평범한 낙엽에 내력을 실어 암기로 이용한 것이다.

유성을 발견한 모용희가 그에게 다급하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으, 을조 조장? 지금 공손융이, 공손융이!”

“그는 멀쩡하니 걱정하지 마라. 널 밀어내며 피하더군. 한 번만 설명할 테니 잘 들어. 눈앞의 저건 보이는 대로 죽이는 살괴(殺怪). 나, 너, 공손융은 이미 눈에 띄어 목표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 그럼?”

“죽기 전에 죽여야겠지. 단, 나는 많이 돕지 않을 것이다. 저 검은 기운을 없애 줄 터이니 너희가 해결해라.”


-타아앗!


말을 마치자마자 유성이 달려 나갔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목검이 들려 있었다.


“크아아앗!”

“흥!”


괴성을 지르며 위협하는 광인을 무시하며, 유성은 들고 있던 파사벽조목검을 찔러들었다.

목표는 심장, 사군자검 극쾌의 초식 청아(淸雅)가 그의 손에서 펼쳐졌다.


-푸슉!


빠른 직선의 찌르기에, 광인은 반응도 못하고 심장을 찔렸다.

그리고 혐오스러운 장면이 펼쳐졌다.


“끄아아아아! 아아아악!”


-후우우웅···. 푸슈슈슈슈슈!


목검에 뚫려 구멍이 난 광인의 가슴팍에서 검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마기(魔氣). 그것도 사람을 미치게 하며, 대신 몸을 단단하게 해 줄 뿐인 저급한 것이지.”

“마기? 마기라고?”

“자세한 것은 나중에 설명해 줄 수 있으니, 일단 저것에 대응해라. 호신강기의 역할을 하는 마기를 없앴으니 상대할 만할 것이다.”


의문으로 가득 찬 모용희의 시선을 무시하고, 진유성은 뒤로 물러섰다.

상황을 그녀에게 맡기려는 생각이었다.


‘모습을 보아 아마도 평신도 계급으로 보인다. 주변에 같이 파견된 광인이 있거나, 놈을 조종하는 고위 신도가 있다면 쫓아야 한다.’


“이 씨···. 제대로 말해야 할 거야! 하아앗!”


모용희는 투덜거리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자신을 구르는 구슬처럼 여겨 낭비 없는 힘으로 상대에게 쏘아 내는, 지당환투(地躺丸投)의 수법이었다.


“야아아압!”


그녀는 몸을 크게 회전시키며 손바닥을 펴 광인의 머리를 내리쳤다. 추편타(錘鞭打), 강권(强拳)의 묘리를 유권에 녹인 절묘한 초식이었다.


-꽈앙!


손바닥이 적중하며 큰 소리가 터졌고, 모용희는 괴인이 쓰러졌을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틀렸다.


“아아아아아아!”

“뭐, 뭐? 그걸 맞고도···.”


괴인은 멀쩡했다. 아니, 정확히는 멀쩡하지는 않았다.

모용희의 손바닥이 적중한 두개골은 무너져 내렸고, 충격이 전달된 탓인지 눈과 코에서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광인은 그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분명 정타였는데?’


당황하여 멈춘 모용희를 향해, 광인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죽어어어어!”


광인이 모용희를 향해 팔을 크게 들었다가 내려쳤다. 비대하게 부푼 팔근육이 모용희의 얼굴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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