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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빈의 작은 공방

연.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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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샛빈
그림/삽화
샛빈
작품등록일 :
2020.11.08 18:41
최근연재일 :
2020.11.10 19: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76
추천수 :
12
글자수 :
29,751

작성
20.11.09 12:30
조회
39
추천
1
글자
12쪽

균열

안녕하세요 샛빈입니다.

현재 이 소설은 사운드 호라이즌의 팬픽이며 단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DUMMY

“!”


문을 나서던 제니안의 눈이 놀람의 빛으로 채워지며 더없이 커졌다.


문밖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과 마주쳤기 때문이리라.


“응? 자네인가?”


노인은 물어보는 말을 제니안에게 건냈다.


하지만 전혀 궁금하지 않다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어조였기에 제니안은 무언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왜 여기에있지?”


노인의 태도에 제니안은 급히 놀람에 찬 눈빛을 지운다 그리고 서서히 경계의 빛을 올려간다.


“자네와 같이 온 아가씨는 정말 미인이더군”


마치 동네의 친근한 할아버지와 같이 말하는 노인 그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워 모르는 사람


이 본다면 오래간만에 고향에 내려온 손자에게 덕담을 건네는 노인으로 보였다.


“왜 여기에있지?”


“더 안자는 겐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동문서답에 제니안은 표정을 굳히며 말아쥔 주먹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왜 여기에있지?”


마지막 물음 얕은 살기와 적대감까지 들어선 말에 노인은 잠시 말없이 웃는 표정으로 제니안을 가만히 바라본다 제니안이 다시 입을 열 무렵


“피의 용병”


나지막한 노인의 말이 대기를 갈랐다. 제니안은 더묻지 않는다. 단지 그 무표정속에,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진듯 조용히 파문이 인다.


그 암울한 고요의 눈동자에 파문이 일어난다.


아니 격렬하게 흔들린다.


"얼마나 남았지?"


노인의 시선, 그저 허허로운 미소만을 짓고있던 그 눈이 어느새 예리한 검이 되어 그의 심장어림을 도려내기 위해 다가왔다.


"눈속을 보니 그렇게 많은 시간이 있는건 아닌가보네 그려"


고개를 돌려버리는 노인의 눈에는 더 이상 날카로운 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니안의 눈동자는 더욱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세상에는...”


점차 더 격렬하게 흔들리는 제니안의 눈동자 그의 눈동자에는 ‘어떻게’라는 단어가 소용돌이 치고있다.


분명히 자신은 5년전에 그이름을 버렸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레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알지 못해야 할 일을 알고있다.


이전과는 다르게 아무 사건도 일으키지 않은 채로 하찮은 청부를 골라하며 조용히 살아왔다.


조금씩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지않는, 모두에게 도움이되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그렇게 해서 자신의 이름에 묻은 핏물이, 어둠이 조금씩 씻겨 나가는듯 했다.


그렇게 조금씩 사람들의 사이에서 잊혀져 가는듯 했다.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자들은 존재치 않네”


뚝- 소용돌이가 멈추었다. 망가진 마리오네트 처럼 온몸의 움직임을 정지한 제니안의 옆을


노인이 걸어서 지나간다.


‘이 세상에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자들은 존재치 않네’


울린다.


‘그만’


‘이 세상에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자들은 존재치 않네’


울려퍼진다.


‘그만’


‘이 세상에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자들은 존재치 않네’


뇌리에서


‘그만’


심장에서


‘그만해’


귀에서


‘그만’


가슴에서 천천히 퍼져나가는 고동,


가슴에서 천천히 퍼져나가는 고통


아프고 쓸쓸하고 파내는 고통 죽을것만 같다 고통스러워서 너무나 아파서 너무나 슬퍼서 미칠것만 같다.


하지만... 싫지않다 차가운 대지에 적시는 따스한 햇살같이 싫지않다,


메마르고 갈라진 입바닥을 거칠게 휘젓는 맥주의 탄산과같이 고통스럽지만 사랑스럽다.


그의 굳어있는 마음에 금이가기 시작한다.


“밤바람이 차구만 어서 들어가 자게나”


노인은 문을 열었다. 그러곤 문을 연 채로 고개만 살짝 뒤로 돌려 제니안에게 말을 전한다.


제니안은 떨리는입을 억지로 열어 혼신의 힘을 다해 입을 열어 가슴에 있던 말을 한다.


“누...”


“그저 자네를 돕고싶은 늙은이 일뿐이네, 그 아가씨 정말 아름답더군 허허 마치...”


허허로이 웃는 노인의 뒷말은 여운을 남기며 제니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으로 들어간다.


제니안은 다시한번 노인이 들어간 문을 향해 작게 입을 연다.


“감ㅅ... 감사합니다.”


은퇴한 정보길드 ‘헤르메스’의 길드마스터인 ‘레논’은 닫혀있는 문앞에 서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피의 용병에게 감사인사를 들은 최초의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엄밀히 말하자면 이제는 피의 용병이 아니지만 말이다.


레나는 마치 고양이와 같이 몸을 한껏 웅크리며 눈을 비볐다.


점차 환해지고 확실해지는 시야를 느끼고는 이윽고 자신의 옆에 ‘무언가’ 가 있음을 자각한다.


“?”


입은 열지않고는 고개만 살짝들어 ‘무언가’를 확인한 레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제니안의 왼팔을 살짝 껴안는다.


레나의 입가에 다시한번 부드러운 미소가 번진다.


“...”


부스럭- 제니안이 다시 눈을 뜬것은 정확히 레나가 제니안의 팔을 껴안은지 30여분 만이었다.


팔에서 느껴지는 보드라움과 이질적인 압박감에 잠시 눈살을 찌푸리던 제니안은 조용히


팔을 레나의 가슴에서 빼내고자 했다.


“우웅”


제니안의 손이 레나의 어깨춤에 닿자 레나는 몸을 움츠리며 제니안의 팔을 더욱 세게 껴안는다.


“...”


이전같았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뽑아버렸을 팔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채 굳어져 있는 제니안의 손


제니안은 그 상태 그대로 레나가 일어날 때까지 약 1시간20여분가량은 더 누워있어야 했다.


"아! 개운하네요!"


평소보다 3배가량은 더 활기차보이는 레나, 제니안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노인의 집 문을 부드럽게 밀며 밖으로 나왔다.


"평소보다 좀 오래자서 그럴지도 모르지"


"예?"


대답을 바라고 던진말이 아니었건만 대답이 돌아왔다.


레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제니안을 돌아봤다. 이 남자 뭔가...


"뭐지? 왜 그러는거에요? 마물과 몸이 바뀐건가?"


바뀌었다.


평소와 동일한 무표정, 곧은 눈썹, 날카로운 눈매, 굳게 다물어진 입 어디하나 바뀐게 없지만


다르다


분명히 다른 그 분위기에 레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제니안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출발 안할껀가?"


시치미를 떼고 그녀의 곁을 스쳐가는 제니안,


그러고 보니 어제밤에도 이상했다. 평소같으면 팔을 뺏어도 수십번을 빼고 자버릴 사람이었다.


그런데 팔을 빼기는 커녕 얌전히 안긴상태로 그녀가 일어날때까지 기다려준 것 아닌가?


그녀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는 쿠샤산맥을 오르기 시작할때까지 계속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제니안이 선택한 방법은


다른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강행군이었다.


코샤산맥 이라함은 대륙을 가로지르는 최악의 험산으


로 이름이 드높았다. 높이도 높이였지만 코샤산맥 초입부분에 위치한 마치 사막과도 같은 이 황무지가


코샤산맥을 대륙 최악의 험산으로 만드는데 일조했음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이 정도 산행은...힘드네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어영부영 닦아낸 레나가 제니안에게 옅은 푸념을 던져본다.


제니안은 레나의 말에 슬쩍뒤를 돌아보고는 이내 다시 앞을 바라보고 걷기 시작했다.


“로브를 벗어라.”


"방금까지가 좋았던거 같은데...“


레나의 조용한 중얼거림, 제니안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올라간다.


그러나 제니안의 뒤에서 걸어오던 레나에게는 그런 제니안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고


제니안은 뒤돌아보지않고 조금 속도를 늦춰 앞을 향해 걸었다.


그대로 침묵의 20분 제니안은 앞으로 걷는채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물은 충분히 있나?”


여전히 뒤를 돌아보지 않은채였다. 레나는 바람결에 실려오는 제니안의 말에 가로로 매고있던 크로스백에서


산양의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를 꺼내들고 찰랑찰랑 소리가 나게 흔들어주었다.


"충분해요"


여전히 흐르고 있는 땀, 제니안은 땀 한방울 흘리지 않는채로 조용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목말라요?"


"들어주겠다."


"예?"


다시금 커지는 눈동자, 레나는 이번엔 제니안을 놀리지 않았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그의 얼굴을 왠지 모르게 알듯도 했다.


'정말 서툴러'


조용히 미소지은 레나는 그의 손을 마주잡으며 대꾸했다.


"괜찮아요 여기가 미끄러워서 그런데 좀 잡아줄래요?"


부드러운 살결이 뭉클하고 손끝에 전해지자 제니안은 별 다른 말 없이 그녀를 자신이 밟고있는 바위 위로 끌어올려주었다.


그리곤 흘끔 그녀를 쳐다 본 제니안은 가방에서 책을 꺼내들었다.


이제까지 용병일을 하며 수십번은 되풀이해 읽은 ‘에덴의 전설’책이었다.


“...”


“...”


그 후 레나와 제니안은 말없이 계속걸었다.


제니안이 살짝 앞 레나가 그의 바로 뒤,


그러나 그렇게 평온히 자리를 잡고 걸어가는것도 얼마 지나지않아 제니안의 발 아래가 폭발하듯 터져나가며 깨져나갔다.


마치 거대한 지렁이와 같이 생긴 몬스터,


분명 제니안의 발 아래에서 기척도 없이 튀어올라온 몬스터였건만 제니안은 마치 바닥을 미끄러지 듯


뒤로 물러서며 레나를 지키듯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발 아래서 솟아난 몬스터는 그 톱니같은 이빨을 들이밀며 제니안과 레나를 갈아삼키기 위해 다시 한번 날아들었고


그런 몬스터를 제니안은 미간을 살풋 찡그리더니


“버러지들.”


이란말과 함께 스르릉- 한손으로 검을 뽑아든다.


거대한 바스타드소드를 한손으로 든 채 눈은 여전히 책에서 떨어지지 않는 제니안의


발이 떨어지고 번쩍- 사막의 뜨거운 태양빛이 검에 반사하여 눈부신 검광을 뿜어내며


몬스터는 그 자리에서 멍청히 서서 제니안이 지나간 그 붉은 궤적을 따라 좌우로 양단된채 서서히 쓰러져 간다.


역시나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채였다.


"하나 더!"


제니안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날때 제니안의 뒤편에서 날카로운 레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그의 귓가에 느껴지는 예리한 감각, 제니안은 굳이 피하지않고 그 화살이 날아오는것을 기다렸다.


파앙-! 화살이 날아갔다고 생각지 못할 파공성이 제니안의 귓가를 스쳐지나가고


은빛의 화살이 한줄기 땅에서 하늘로 거슬러 오르는 유성이 되어 바위 틈 속에 숨어있는 몬스터의 미간에 날아가 꽂힌다.


쿠어어어엉어어-


멀리서 들려오는 포효소리, 제니안은 뒤를 흘끗 돌아보며 화살이 박혀있는 자리를 확인한다.


족히 150미터는 떨어져있는 거리에서 반짝이고 있는 은화살, 화살은 날아간 여력을 아직 해소치못하고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고맙군"


짧은 감사인사


레나는 은빛장궁을 들어올린 팔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며 제니안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별말씀을요"


순간 치밀어오르는 맑음에 제니안은 휙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마터면 웃을뻔했다. 저도 모르게 행복할 뻔했다.


제니안의 삶은, 그의 운명은 레나를 지켜보는것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야영을 준비해야겠군"


생각을 한켠으로 밀어내며 제니안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 한참을 쉬지않고 걸어왔으나 사막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둠속에서 움직이는게 불가능한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목적은 산맥을 건너는것이 아닌


'전투'였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제니안의 말을 들은 레나는


“여기가 제일 괜찮아 보이는데요?”


그럴줄 알았다는 듯 이미 자리를 잡고있었다.


턱-제니안은 레나의 말에 소리나게 책을 덮었다. 책장이 금방이라도 찢어질듯 나풀댄다.


제니안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한다


“확실히...”


그 말과 함께 제니안과 레나는 야영의 준비를 하기위해 짐을 푼다.


“흣!”


따각 따각 따각 부싯돌이 연신 불똥을 뿜어낸다. 하지만 그것은 불을 피워내기에는 너무나


미약한 그것이라서 불은 피워지지 않았다. 늘상 야영을 준비할때는 짐이 되기만 하는 것 같아서 무언가 도움이


되고싶은 마음에 도전한 제니안 몰래 불 피우기였지만 아무래도 쉽지는 않다.


"으음...”


곧 울상이 되어버린 레나, 그런 레나의 손을 거칠고 투박한 손하나가 부드럽게 감싼다.


그 거칠고 투박한 손은 레나의 손에서 부싯돌을 자연스럽게 빼내어 불을 붙인다.




재미있게 읽어주셨나요? 그렇다면 댓글 하나 달아주세요! 물론 재미없더라도 달아주시면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화려하네요 옛날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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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과거 -1- 20.11.09 1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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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덴을 향하는 남자 20.11.08 40 1 9쪽
2 그와 그녀 20.11.08 3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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