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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빈의 작은 공방

연.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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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샛빈
그림/삽화
샛빈
작품등록일 :
2020.11.08 18:41
최근연재일 :
2020.11.10 19: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74
추천수 :
12
글자수 :
29,751

작성
20.11.08 22:30
조회
39
추천
1
글자
9쪽

에덴을 향하는 남자

안녕하세요 샛빈입니다.

현재 이 소설은 사운드 호라이즌의 팬픽이며 단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DUMMY

주점을 나온지 한참 제니안은 가방을 뒤적여 겉장이 너덜너덜해진 책을 한권 꺼냈다.


책장 사이사이 마다 검댕과 때가 묻어 반질반질 하게변한 책을 꺼내는 제니안을 보며 레나는 궁금증을 감추지않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 책이에요?”


호기심이 반짝거리는 레나의 목소리에 제니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그녀가 호기심이 생기는건 책때문이 아닌 그 책을 읽는 제니안 때문이었다.


‘에덴 낙원의 전설’ 이것이 제니안이 읽고있던 책의 제목이었다.


대륙의 아이들이라면 3살 짜리 꼬마 아이도 알고 있다는 흔해빠진 전설 에덴 낙원,


인간이 죽은뒤에 도달할수있는 천국과도 같은 그곳의 전설을 제니안은 신관이 예배를 드리듯 경건한 자세로 읽고있었다.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기에 저 사람은 저렇게까지 저 책에 집착을 할까, 피의 용병? 그 일 때문인가?'


매일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틈만나면 읽어대는 저 책, 이제는 외우다못해 질려도 한참질렸을 책을 어째서 저렇게까지 경건한 자세로 읽을 수 있는걸까?'


제니안이 레나의 말에 대답없이 책을 읽기 시작한 뒤로는 레나의 호기심도 제니안의 화답도 없이 단지 책장을 넘기는소리와 말발굽 소리만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말 없이 나아가기만 하던 그들이 마을에 도착한건 채 하루조차 지나지 않은 때였다.


“이제야 도착했네요, 마을이에요.”


“...”


습관적으로 어깨에 매여있는 활을 매만지며 하는 레나의 말에 제니안은 역시나 침묵으로 대답을 고수했다.


제니안과 레나가 떠나온 마을로부터 대륙 정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는


대산맥인 코샤산맥까지의 거리는 하루꼬박 하고도 한나절의 거리였다.


중간중간에 산이나 계곡등의 험로가 존재하지않고 평탄한 관도가펼쳐져 있었기에 제니안과 레나는 도적이나 몬스터들


의 습격을 받지않고 편안하게 올수있었...어야하지만 강행군을 고집한 제니안 덕에 있는고생


없는고생 다하고서야 겨우겨우 도착한 코샤산맥 아래에 위치한 마을 이었다.


“아무래도 강행군은... 힘드네요”


레나는 그저 싱긋웃으며 작은 불평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가 제니안의 얼굴을 보고는 피식웃었다.


평소와 같이 냉막한 표정 하지만 눈아래가 조금 시꺼멓고 얼굴색이 꽤나 푸르죽죽하다.


내색하지 않기위해 아무렇지 않은체 하지만 얼굴이 꽤나 창백해진것을 보니 제니안도 적잖이 힘들었었다는것을 알수있었다.


“훗-그러게 천천히 가자니까”


고개를 돌리고 작게 웃음짓는 레나를 보며 제니안은 고개를 가로돌리며 물었다.


“뭐라고 했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니안의 추궁섞인 물음에 레나는 혀를 한번 내밀어보이곤 시치미를 떼며 연기하기를 시작했고 제니안은 연신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면서도 마을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녁식사를 짓는 구수한 연기, 골목골목에 뛰어노는 아이들, 마을은 여느 시골마을과 다를 바 없는 평온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식사 먼저 해야하지않을까요?”


“...”


마을에 들어선지 약 30분


레나의 물음에 제니안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레나의 물음 때문이 아니었다.


배가 고프고 지친것은 자신도 마찬가지, 하지만 마을의 꽤 깊은곳에까지 들어왔건만 어디를 둘러보아도 마을에는 여관이 보이지 않았다.


“이방인을 받아 들인적이 없는곳인가...”


제니안은 곳곳에서 느껴지는 경계의 눈초리를 느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내 시선을 무시한채 마을중앙을 향해 곧장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레나는 의문을 멈춘채 그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


“으음...”


제니안과 레나가 발걸음을 멈춘곳은 마을의 중앙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집이었다. 높이가


낮고 곳곳에 자라있는 이끼들과 담쟁이 덩쿨이 집이가지고 있는 고요한 풍모를 더해주고 있었다.


텅 텅 제니안은 가죽장갑을 낀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부드러운 옷감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누구쇼”


제니안이 문을 두드린지 한참 기름칠이 되어있는 경첩이 부드럽게 열리며 문틈으로 노인이 얼굴을 빼꼼내밀었다.


아래로 살짝 쳐져있어 부드럽고 푸근한 인상을 주는 눈매를 가진 노인이 굽은 등을한채 문앞에서있는 이방인을 올려다본다.


제니안은 위에서 그노인을 내려다보며 자뭇 오만하게 말했다.


“용병이다.”


노인은 제니안의 딱딱하고 오만한 음성에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은채 아니 오히려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에 띄운채 제니안의 뒤에서있는 레나를 바라보았다.


“하...”


늘 봐왔던 풍경이지만 사람앞에서 오만해지는 아니 사람을 경멸하는듯한 제니안의 모습은 레나에겐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광경임에 레나는 제니안의 뒤에서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가 설명해 주지않겠습니까?”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띈 노인의 말에 제니안은 미간을 살풋 찡그렸다.


하지만 레나는 제니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제니안의 앞으로 나서서 설명을 시작했다.


“용병...”


“저희는 용병입니다. 산맥에 있는 마물에 대한 의뢰를 받고 찾아왔어요”


“용병님들 이셨군요?”


노인의 눈가에 제니안의 말에는 보이지않던 놀라움이 스쳐지나갔다.


제니안은 자신의 말이 무시당한것을 알고 미간을 찌푸렸지만 레나는 그런 제니안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노인의 말을 받아 대답했다.


“예”


“그런데 어찌하여 저 같은 늙은이를 찾아왔는지요?”


질문이었지만 노인의 목소리에는 그다지 궁금함을 찾아 볼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 용병 일행들이 어째서 여기까지 왔는지 은연중에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마을에 여관이 없어서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하룻밤 묵을 수 있을까해서요”


“어이쿠 이런 그럼 저희 집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시지요”


“감사합니다.”


눈치빠르고 인심 좋은 노인덕에 제니안과 레나는 집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일없이 하룻밤


묶을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들어오시지요”


처음에는 레나를 보며 하는말이었으나 끝부분에는 제니안을 바라보며 노인은 문을 활짝열었다.


노인을 따라 들어간 집은 외관상으로 보인것과 마찬가지로 천장이 낮고 방이 몇 개


없는 아담한 집이었다.


아늑한 집안을 둘러보며 레나는 노인의 뒤를 따라갔다.


“다 늙은 노인네 둘이 사는집이라 그런지 넓은 방이 없습니다. 여기에서라도 주무시지요”


노인이 안내한 방은 침대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진 방이었다. 침대와 작은 티 테이블 밖에 없


는 방을 보며 제니안은


“1인실이군”


제니안의 말에도 노인은 미소를 잃지않은 채로 서있었다. 제니안은 노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물론 다른사람들이 본다면 노려본다고 하겠지만 말이다.


“...”


빙긋, 웃음을 멈추지 않는 노인을 바라보던 제니안은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쉬고계실껀가요?"


제니안이 방에있는 침대에 털썩주저앉자 레나가 곁에서서 그에게 물어봤다.


그 눈을 보아하니 방안에만 있기엔 답답한 듯 조금 그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 느껴졌다.


"나가도 상관없다."


조용히 침대에 몸을 눕히며 말하는 제니안, 레나는 그런 그를 보곤 작게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젓더니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금방 다녀올게요!"


방문 밖에서부터 안으로 들이치는 레나의 목소리, 어느새 제니안은 방안에 혼자 남겨졌다.


“...”


철컹- 쿵! 등언저리의 바스타드소드를 풀어 바닥에 내려 놓자 비상할듯한 해방감에 제니안은 몸이 순간적으로 허공으로 떠오른듯한 감각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는 가만히 서서 그 해방감을 한껏 만끽하다 몰려오는 피곤과 졸음기에 쓰러지듯 침대에 누운채로 수마에 몸을 맡긴다.


*


어두운 공간 그는 혼자였다. 붉게 물든 손이, 발이, 팔뚝이, 정강이가, 그 심장까지 붉은색으로 칠해진


그 끔찍한 비린내 속에서 그저 혼자 있었다.


언젠가 흐린 빛이 그를 비취었다는 기억이 있었지만 그게 언제였는지 언제부터였는지 언제까지였는지


기억조차나지않고 그저 어둠속에 버려진채로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언젠가 내게도 빛이 있었으리라'


그저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책의 구절만 되읊으며


*


“으음...”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었던 것인지 찌잉-하고 울려오는 머리로는 알 길이 없음을 느끼며 제니안은 침대에 걸터 앉는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방안으로 한껏 충만하게 차오르는 만월의 백색 성광, 그는


달빛을 피해 어둠속으로 스며들어간다.


“?”


달빛을 피해 어둠속으로 파고 들어가던 그는 침대와 담요가아닌 이질적인 무언가를 손바닥에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


절로 자아내어지는 탄성, 마치 달빛의 여신과도 같은 그성스러운,


백색의, 만월의 성광을 충만하게 받아 그 미려한 얼굴을 자애의 미소로 가득 채운다.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너무나 상반되어 있는 그녀를 단지 바라볼수밖에 없음을 느낀 그는 문득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껴 노인의 집을 벗어난다.




재미있게 읽어주셨나요? 그렇다면 댓글 하나 달아주세요! 물론 재미없더라도 달아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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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과거 -1- 20.11.09 18 1 9쪽
4 균열 20.11.09 39 1 12쪽
» 에덴을 향하는 남자 20.11.08 40 1 9쪽
2 그와 그녀 20.11.08 3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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