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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북스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의 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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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21.03.22 10:13
최근연재일 :
2021.04.13 19: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8,760
추천수 :
269
글자수 :
136,653

작성
21.03.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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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화. 헌터를 그만둔 이유(1)

DUMMY

대한민국 헌터협회 충청남도 지부.

강서호는 사각진 오른쪽, 마력 측정실에서 조금 떨어진 대기석 가장 앞자리에 앉았다.

6월의 마지막 주, 해가 유난히 뜨거운 날이다.

이 시기에 헌터협회를 찾는 사람들은 대략 세 분류로 나뉜다.

헌터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각성자, 그런 각성자를 교육하는 헌터 훈련소의 관계자 그리고 재능 있는 헌터를 영입하려는 각 길드의 스카우터.

4층으로 된 건물 1층. 사각진 로비 한구석에 앉아 보고 있자면, 누가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보기 쉬웠다.

예를 들어 옆자리, 박명훈이라 스스로를 소개한 남자의 경우는 세 번째 분류에 속했다.

“헌터는 정말 대단하죠. 몬스터랑 싸우고 던전을 공략해서 게이트를 없애는, 그야말로 영웅이잖아요!”

처음 옆자리에 앉은 이후부터, 박명훈은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상체를 살짝 기울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공유하는 것처럼.

“사실 저도 각성자거든요.”

이미 알고 있다.

“근데 제가 각성한 스킬이 전투랑을 안 어울리더라고요. 그렇다고 어디에 쓰겠다 딱 짚이는 것도 없고, 그런데 오늘 스킬의 쓰임새를 찾은 거 같아요!”

“그렇습니까.”

“네! 왜냐면 지금 이렇게 강서호 씨를 만났으니까요. 제 스킬이 이 정도로 격렬하게 반응한 건 처음이거든요. 제가 지금 미래의 S급 헌터를 만나고 있다고요!”

일부러 크고 과장되게.

비밀을 공유하며, 상대방을 치켜세운다.

영업사원으로서의 화법은 나쁘지 않았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잘 가르쳤네.’

피식.

문득 웃음이 나왔다.

잘 가르쳤고, 잘 배웠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을 못 배웠다. 아니, 배웠으나 실수했다고 해야 옳았다.

그 덕에 배운 모든 것이 쓸모없어졌음을 이 박명훈이란 신입 스카우터는 몰랐다. 그게 웃겼다.

그러나 박명훈은 그것을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한 모양이다.

“웃지 마시고요. 정말이에요. 제가 장담하는데, 서호 씨는 반드시 대단한 헌터가 되실 거에요. 몇 년만 지나면 서호 씨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걸요? 그래! 남정일 헌터처럼요!”

남정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천재 헌터의 이름까지 꺼내며 확실하게 인을 찍으려 한다.

더 이상을 안쓰러워서 못 봐주겠다. 강서호는 그만 대화에 마침표를 찍고자 할 말을 고민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상황은 종료되었다.

열과 성의를 다하던 박명훈의 등 뒤로 누군가가 손을 뻗쳤기 때문이다.

“야! 내가 사고치지 말랬지!”

“우왁!”

중간 정도의 키에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남자였다. 체격은 단단했고, 덕분에 입고 있는 군청색 양복이 제법 어울렸다. 양복 왼쪽 가슴에는 소속 길드의 벳지가 달려 있었다.

박명훈의 가슴에 달린 것과 정확히 같은 것이었다.

“서, 선배님?!”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오늘 처음이라서요. 실례했습니다.”

남자는 강서호에게 고개를 숙이고, 박명훈의 뒷덜미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따라와!”

“예, 예?! 으악!”

마지 날아오르는 연을 보는 것 같았다.

건장한 사내는 박명훈을 한 손으로 든 채로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크크크크.”

뒤에서 숨죽여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수험자로 참가한 유지환이었다.

“사, 사범님이 헌터 훈련생인 줄 알았나 봐요.”

“유지환.”

“네. 사범님.”

“타인의 실수를 조롱하지 마라.”

“...네.”

무거운 한 마디에 소년, 유지환의 웃음이 그쳤다.

“재측정은 끝난 거냐?”

“아, 네! 끝났습니다. C급입니다!”

“다른 훈련생들은?”

“없어요. 제가 마지막이었거든요.”

“그래. 네가 마지막이란 말이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일어나시죠.”

기다렸다는 듯 대기석 뒷줄 34명의 사람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시다. 2층입니다.”

“네! 사범님!”

강서호는 앞장서 걸었다.

그 뒤를 유지환이 따랐다. 34명의 남녀도 뒤를 따라 이동했다.

등 뒤로 놀란 박명훈의 시선이 느껴졌다. 소리도 들렸다.

강서호.

올해 나이 서른.

직업은 장철관 헌터 훈련소 소속 검술 사범이었다.


* * *


“사범님.”

“왜?”

“전에도 이런 일 겪은 적 있으세요?”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강서호는 익숙하다 못해 지겨운 듯 보였다.

“많이 겪었지.”

“얼마나요?”

“오늘 같은 날이 있을 때마다, 매번.”

“매번요? 왜요?”

“왜냐고? 그야, 이 일을 하기엔 나이 서른은 너무 젊으니까.”

“서른이 젊어요?”

“젊지. 다른 사범님들을 생각해 봐라. 나랑 비슷한 나이가 있는지.”

“...아!”

서른.

따지고 보면 30년이란 세월이 적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와 비슷한 시기에 이 일을 시작한 사람 중 대부분 50대고, 그나마 젊으면 40대였다.

그렇게 따지면 그의 나이는 젊다 못해 너무 어렸다.

“기분 나쁘지 않으세요?”

“나쁠 이유가 없다.”

“왜요?”

“10년 동안 같은 일을 겪다 보면 익숙해지거든.”

‘10년 전에는 더했었고.’

뚱한 표정을 짓는 유지환을 뒤로 하고 강서호는 에스컬레이터 정면, 2층 데스크 앞으로 걸어갔다.

“장철관 헌터 훈련소 소속 훈련생입니다. 35명 모두 마력 재측정을 마쳤습니다.”

“아, 네. 장철관 헌터 훈련소. 35명 모두 확인했습니다. 오전 11시 시험이고요. 2번 강의장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잠시 키보드를 만지던 직원은 한 무더기의 카드를 내밀었다.

총 35장. 사진과 이름 그리고 제각각의 번호가 기입되어 있었다.

“수고하세요. 서호 씨.”

“호준 씨도.”

강서호는 좌석카드를 챙겨 응시생들 앞으로 돌아왔다.

2번 강의장 문은 아직 닫혀 있었다.

그는 훈련생들을 대기석으로 안내하고 좌석카드를 나눠주었다.

그 사이에 유지환이 다시 옆으로 달라붙었다.

“사범님.”

“왜?”

“저요. 남정일 헌터처럼 될 수 있을까요?”

지치지도 않는지.

강서호는 소년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씽긋.

소년이 웃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떠버리처럼 혀를 놀려도 표정에 드러나는 긴장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입술은 파르르 떨렸고, 눈동자는 어지럽게 흔들렸다.

“아니.”

강서호는 말했다.

“네가 그 녀석을 따라가려면 10년은 멀었어.”

단호한 그 말에 유지환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리 기분이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이미 수십 번도 더 들은 말이기 때문일 터였다.

오히려 긴장이 풀렸는지. 보란 듯이 고개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두고 보세요. 제가 반드시 남정일 헌터보다 유명해져서 사범님을 놀라게 해드릴 테니까요.”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두고 보시라고요!”

“그래. 알았으니까. 들어가라. 시간 됐다.”

2번 강의장 문이 열리고 수십 명의 사람이 우르르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헌터. 그 자격을 얻기 위한 두 번째 관문이다.

강서호의 일행들은 그가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유지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범님.”

소년은 버릇처럼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사범님은 왜 헌터를 그만두셨어요? 사범님 정도의 실력이면 금방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 거 아니에요.”

명성과 돈.

그 두 가지를 말하는 순간, 소년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났다.

‘그래서 안 된다는 거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을 솔직하게 털어놓을까? 강서호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지환의 등 뒤에 서서 손으로 그 작은 등을 앞으로 밀었다.

“궁금하냐?”

“네!”

“그럼. 시험 잘 치르고 와라.”

“네? 그게 무슨...”

“오전 10시 필기평가에 응시하시는 분들 2번 강의장으로 입장 부탁드립니다!”

직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인파가 2번 강의장을 향해 몰아쳤다.

“가라.”

강서호는 소년을 그 인파 속으로 밀어 넣었다.

10분이나 걸렸을까.

“필기평가 입장 마칩니다!”

시험장 문이 닫혔다.

순간, 시험장 앞은 고요해졌다.

조금 전까지 시끄러울 정도로 사람으로 가득했던 공간에 이제 남은 사람은 강서호를 포함해서 5명 정도가 전부였다.

대부분 아는 사람.

강서호는 대기석으로 돌아와 앉았다.

벽에 걸린 시계는 10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시험 종료는 12시. 2시간 가량 시간이 남았다.

강서호는 모자의 챙을 끌어당겨 눈을 덮고, 팔짱을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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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1 웃기는짜장
    작성일
    21.04.11 19:28
    No. 1

    무력이 필수인 일에 필기 통과 못하면 탈락이라
    어딜가나 책상물림들이 한번씩 멍청한 선택하는건 똑같지
    근데 그게 파장이 커서 문제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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