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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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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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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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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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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생각지도 못한 월척

DUMMY

대답이 없었다. 표정을 보니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망설이고 있었다.


“싫은가?”


박지호 대령은 몇 년 동안 연락이 없던 옛 상관이 갑자기 연락이 와 찾아오라고 하여 왔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다.

자신이 겪은 각하는 군부 내 파벌도 없고 자기 사람을 만드시는 분이 아니라 모든 부하에게 공평하게 대하시는 분인데 자신에게 이런 특별한 제안을 하는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다.

솔직히 자신은 뒷배도 없고 상관에게 아부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그동안 전방만을 전전하고 있었다.

순간 당신은 미련하고 융통성도 없어 답답하다는 마누라의 잔소리가 생각났다.

어쩌면 이게 기회인데 무슨 의도인지도 몰라 선뜻 동아줄을 잡아야 할지 말지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갑자기 왜 저를 도와주시려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왜긴 내가 박지호 대령을 필요로 하니까 그렇지.

난 박지호 대령을 차기 헌병차감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1961년 박종회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참모총장의 명령을 받고 헌병차감 이공선 대령은 6관구 사령부를 포위하고 쿠데타 모의를 주도한 장교들을 체포하러 갔다가 오히려 반란 세력의 설득에 넘어가 반란군에 가담하게 된다.

만약 이때 헌병차감이 반란군을 모두 체포했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달라졌을 거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참모총장의 반란군 주도자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은 자가 어떻게 체포하라고 갔다가 설득에 넘어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아는 박지호 대령은 신념이 굳고 원칙만을 따지는 자라 그 자리에서 총격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절대 후퇴하거나 설득에 넘어가지는 않을 자이다.

그렇기에 만약을 위해 중요한 자리에 내 사람을 심어 놓으려는 계획이었다. 내 사람이 아니어도 자기 할 일만 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였다.


“자네도 느낄 거야. 요즘 군부나 정치인들이 하도 썩어 악취가 얼마나 심하게 풍기는지를.”

“각하는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없지 않았습니까? 자신이 맡은 본분만 생각하시던 분이 아니었습니까?”


이 몸은 그랬지. 까마귀 노는 곳에 가지 않듯 정치나 사회, 군부 내 부조리를 알면서도 모른 척, 못 본 척 홀로 고고한 척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만 즐겼으니까.

그래서 같이 영어 군사학교를 졸업한 다른 동기생들은 거의 다 별 3개 중장을 달았지만, 아직도 별 두 개였다.


“자신이 맡은 본분만 열심히 하려고 해도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할 수가 없어. 홀로 외딴 섬에 살지 않는 이상 주변의 영향을 받게 돼.

그전까지만 해도 난 모른 척, 입을 다물고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었지만 그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어.

내 본분을 다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어 노력하려는 거야.”


박지호 대령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설마 쿠데타를 생각하시는 겁니까?”


뭐야? 눈치가 빠른 거야? 어떻게 알았지?


“왜 그런 질문을 하는가?”

“각하께서 방금 군부나 정치인들이 하도 썩어 악취가 나니 그것을 정화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노력이 꼭 쿠데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 여러 방법이 있어.”

“그럼 각하께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려는 겁니까?”


어떤 방법이기는? 나도 쿠데타를 할 생각이지.


“내가 대답하기 전에 자네는 어떤 방법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가?”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됩니까?”

“내가 원하는 바네. 자네가 지금 어떤 말을 하든 이 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모두 잊어버릴 거야.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말해보게.

나도 영관급 장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그 생각을 조언으로 받아들이겠네.”


박지호 대령은 막상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말하려니 망설여졌다.

위험한 발언인데 말해도 될까?

자신이 아는 각하는 남의 뒤통수를 치는 분은 절대 아니었다. 더구나 자신의 입으로 모두 잊어버린다고 했으니 믿어도 될 것 같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떤 곳을 가기 위한 길이 두 길이 있습니다.

한쪽은 평탄하지만 오래 걸리는 길, 한쪽은 험난하지만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각하는 어느 길을 선택하실 겁니까?”

“길을 가려는 상황이나 목적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지 않을까?

급할 게 없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유롭게 평탄한 길을 갈 것이오, 급하다면 험하다 해도 빠른 길을 선택하겠지.”

“각하께서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군부나 정치인들이 썩어 악취가 진동하는 상황은 급한 상황입니까? 여유로운 상황입니까?”

“자네 말은 급한 상황이니 험한 길이라도 빨리 가자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혹시 험하고 빠른 길이 쿠데타를 말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헐! 내가 쿠데타 하자고 설득해야 하는데 오히려 설득을 당하네. 박 대령이 쿠데타에 거부감이 없다면 확실히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자네 혼자만의 생각인가? 다른 장교들 생각도 같은가?”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장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만큼 이송만 정권에 실망했다는 겁니다.”


전방 장교들까지도 이런 생각이라니? 혹시 이 시대의 장교들은 누군가가 쿠데타를 해주기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

그러니 박종회가 공공연하게 쿠데타를 말하고 다녀도 문제가 없었으니까.

현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부관 김태승 중령이 들어왔다.


“왜?”


박지호 대령을 힐끔 쳐다보고서는 대답하였다.


“각하! 전화를 받아 보셔야겠습니다.”

“급한 일이야?”

“네. 그렇습니다.”

“누군데?”

“받아 보시면 아실 겁니다.”


평소라면 누구한테 전화가 왔다고 말하는데 박지호 대령이 있어서 말 못 하는 것 같았다. 말 못 할 자가 누구길래?


“알았어.”


일어나 책상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정보 참모장 진민재 소장입니다.)


영어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 대사 특별 보좌관 실버입니다.)


미 대사 특별 보좌관은 공식 직함이고 진짜 직책은 CIA 한국 책임자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연락해 만나려고 했는데 어떻게 나를 알고 연락한 거지?


(안녕하세요? 저에게 무슨 일로 전화하신 겁니까?)

(하우스만에게 진 소장에 대해 들었습니다.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연락 드렸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실버에게 내 이야기를 한 것을 보니 내가 의도한 대로 하우스만이 나를 잘 봤네.

이제 한걸음은 제대로 걸었으니 두 번째 걸음은 CIA 한국 책임자 실버였다.

제 발로 호박이 넝쿨 채 들어왔으니 나야 무조건 오케이지.


(그럼요. 쇠뿔은 단김에 빼라고 내일 오후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끊었다.

장소는 하우스만을 만났던 정통 찻집 정원이었다. 미국인들이 한국 사람보다 왜 더 전통 차를 좋아하는 거야?

그나저나 그 여주인을 또 보겠네. 유아영를 닮아서 그런가? 자꾸 생각나네.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는 거 아니야?

근데 난 현재 유부남 신분이라 여주인을 만나면 불륜이 되나? 조금 억울했다.

다시 소파에 앉자 박지호 대령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누군데 영어로 통화하신 겁니까?”


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미국과 가깝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야 나를 더 믿고 따를 테니까.


“CIA 한국 책임자 실버야.”


놀란 눈을 하였다.


“네? 그런 자가 왜 각하를?”

“내가 미국과 좀 가깝거든. 내일 만나서 차 한잔하기로 했어.”


나를 보는 눈이 조금과는 조금 달라졌다. 내 의도가 제대로 먹혔네.


“하던 이야기 계속하지. 쿠데타 좋지. 하지만 쿠데타가 만능은 아니라는 것은 아나?”

“지금 상황에서 쿠데타가 아니면 현재 상황이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이송만 정권에 기대를 버린 지 오래 이며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하기를 기다리다가는 썩은 악취에 견디지 못하고 자멸할 겁니다.

강한 힘으로 썩은 부위를 과감하게 잘라내고 빠르게 정화,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쿠데타밖에 없습니다.”


내 생각도 같다.

민주주의가 좋지만, 개혁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는 걸리는 점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에 강한 독재가 좋기는 하다.

다만 강한 독재가 자신의 정권 유지와 개인적인 영달,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쓰인다면 그건 존재하지 말아야 할 악의 독재이고 난 대한민국을 과감하게 대대적으로 수술하기 위한 필요악 독재였다.


“하지만 간과한 점이 있다는 것은 모르나? 쿠데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아.”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중요한 것은 쿠데타가 아니라 주체가 누구냐는 점이야.

만약 자격이 없는 자가 쿠데타를 하여 성공했을 때 지금보다 더 최악이 될 수 있다는 거야. 그렇기에 올곧고 능력 있는 자가 나서야 해.

최악의 가정일 수는 있겠지만 쿠데타 주체 세력이 친일파 놈이라면 다시 한번 치욕적인 경술국치를 경험하게 될 수 있고 또 공산주의자라면 나라를 김일성에 갖다 바칠 수도 있단 말이야.

절대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돼.”


이 점은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각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망치로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각하의 말씀처럼 자격 있는 자가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각하는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각하는 광복군 출신이며 청렴결백하시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적도 없으시니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와! 생각지도 않은 월척을 낚은 기분이었다.

박 대령이 날 이렇게까지 생각한다고? 내 앞이라고 날 기분 좋게 하려고 아부 떠는 자는 아니었다.

좋아 결정했다. 박지호 대령은 나와 함께 가기로.


“날 높게 생각해주니 고맙네.

이제 내 대답을 해주지. 다만 자네도 이 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모두 잊어버리게.”

“알겠습니다. 각하.”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네.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고 평화적인 방법도 있고 쿠데타도 있고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차후에 결정할 걸세.

자네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을 자네에게 처음 이야기 한 거네.”


내 폭탄 발언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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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쿠데타 모의 +13 24.09.14 2,946 105 12쪽
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108 109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249 106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204 108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329 114 12쪽
22 충무장 결의 +12 24.09.09 3,408 100 10쪽
21 사식이 삼촌의 제안 +13 24.09.08 3,372 94 11쪽
20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448 118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525 107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520 104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705 108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665 108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634 101 10쪽
14 419 혁명(5) +12 24.09.01 3,655 100 11쪽
13 419 혁명(4) +12 24.08.31 3,640 103 11쪽
12 419 혁명(3) +7 24.08.30 3,685 108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725 82 11쪽
10 419 혁명(1) +4 24.08.28 3,879 93 11쪽
9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3,734 98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3,767 96 10쪽
»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3,864 101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3,907 93 10쪽
5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115 92 11쪽
4 육군본부 훈령 127조 +3 24.08.22 4,308 8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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