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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장

작전명 이승탈출 넘버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완결

테즈몬
작품등록일 :
2018.04.13 02:41
최근연재일 :
2018.05.18 18:3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5,262
추천수 :
46
글자수 :
150,680

작성
18.05.09 21:00
조회
406
추천
1
글자
8쪽

23화. 양동작전 -3




DUMMY

---


"... 그러게 내가 뭐랬냐. 따라오지 말라고 했잖아."


진은 화염 속을 거닐며 그렇게 말했다. 아무런 의미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는, 혼자만의 넋두리였다.


"... 으. 으으."


문득 진에게 업혀있던 에이샤가 신체를 퍼덕거리며 신음을 뱉어냈다. 피로 젖어 질척거리는 온몸이 진의 등에 마찰하며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뭐, 일단 뇌 멀쩡하고 몸뚱이라도 건져왔으니 어디야."


진은 주머니를 뒤져 작달막한 원통형 물건을 꺼냈다. 망설임없이 뚜껑을 열고, 안의 내용물을 어깨 너머로 에이샤에게 뿌렸다.


- 긴급 수복 로봇 제 18호. 기동합니다.

- 긴급 수복 로봇 제 19호, 기동합니다.

- 긴급 수복 로봇 제 20호....


내용물은 무당벌레를 닮은 초소형의 나노 치료용 로봇들이다. 18호부터 25호까지, 총 8개의 로봇이 나와 에이샤의 온몸을 더듬기 시작헀다.

찢어진 상처를 봉합하고, 지혈을 촉진하는 한편. 공기 중의 양분들을 합성하고 체내에 주입해 수혈을 대신한다.


"... 으, 아...."


그렇게 고작 수 분이 지나자, 수십발도 넘게 몸에 바람 구멍이 났던 에이샤가 인상을 찌푸리며 반응하기 시작헀다. 한층 인간미가 느껴지는 신음이었다. 부활의 전조인 것이다.


"아무렴. 리베라 클락워크 일원이 어딜 혼자 편하게 뻗어 있으려고...."


그녀의 미약한 목소리를 가만히 듣던 진이 쓰게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갈 길이 구만리고. 할 일이 산더미란 말이다."


새하얗게 타오르는 화염. 시시각각 범위는 넓어져만 갔고, 사람이 발 붙일 장소는 줄어만 갔다. 이미 이 c-8구역은 외부로부터 격리조치가 들어갔고. 사방이 투명한 격벽으로 막힌 상황에서 사람들은 끈 떨어진 연처럼 갈팡질팡 했다.


"꺄아아아악!"

"살려줘! 제발! 뜨거워어어!"


패닉에 빠진 쓰레기촌의 주민들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병사들이 전부 진의 일행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보니, 아무런 통제도 없이 그들을 방치한 꼴이 됐던 것이다.

길 잃은 개미떼처럼 우왕좌왕 뛰어다니고, 바닥을 기어다니는가 하면. 어딘가에서는 급박해진 상황 속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사람도 있었다.


"개판이군. 완전히."


뭐, 언제는 개판이 아닌 적이 있었던가. 진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대수롭잖게 넘겼다.

여러모로 섹터 7과 인연이 많은 진이었다. 한 때는 이곳에 적을 두고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지옥은 달리 지옥이 아니다. 이제야 그 모양새가 제법 지옥다워졌을 뿐.

감상 어린 생각을 떠올리며 진이 격벽을 향해 나아가던 찰나.


- 호출. 뇌파 통신 감지.

"음?"


갑자기 귓가에 울리는 건조한 목소리가 진의 신경을 깨웠다. 중거리 뇌파통신의 착신 신호였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갸웃, 꺾고는 관자놀이로 손을 가져갔다.


"상대는?"

- 상대 코드 z-1101. 코드명 오스카. 수신하시겠습니까?

"오스카... 라고?"


연신 울려대는 뇌파통신의 착신음에 진은 순수하게 경탄했다.


"이 양반이 무슨 낯짝으로 먼저 뇌파통신을 걸어?"


사람 멋대로 굴려놓고 갑자기 부재중이 되질 않나, 자기의 충동적인 행동에 맞춰 일언반구도 없이 작전을 바꿔 난동을 피우라고 종용하지 않나.

원래부터가 기분파적인 성격이 강한 사람인 걸 알고는 있었지만, 진은 이번 만큼은 그 성격에 넌더리가 나고 있던 차였다.


"... 후우. 연결해."

- 수신합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오스카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저 불만이 있을 뿐, 통신을 받지 않는 건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는 진이었다.


"예. 진유한입니다."

- 오오, 진! 얘기는 들었어. 잘 해줬더구만!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요 오스카. 그것보다...."


진은 등 뒤에서 죽은 듯이 치료받고 있는 에이샤를 흘깃 쳐다보고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며 말했다.


"에이샤가 당했습니다. 그것도 좀 심각하게."

- 오, 저런. 어떤 상태지?

"온몸이 벌집이 됐어요. 지금 수복 로봇을 가동시키고 있긴 한데... 아직까진 혼수상태입니다."

- 이런... 이래서 내가 최대한 말렸는데....


오스카의 목소리가 곤란하다는 듯 수그러들었다. 진은 그 가면 너머의 얼굴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아마 지금의 자신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막연히 추측했다. 진이 짤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제 말이. 그러게 그 때. 안 된다고 오스카가 강하게 말렸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습니까."

- 에이 이 친구. 내 말 잘 들어주는 건 이 조직에서 자네 뿐인거 몰라서 그러나? 내가 말한다고 들었을 위인이 아니야 그 처자는.

"...... 본인 입으로 시인하다니. 슬프군요. 리더."

- 음, 그래... 슬프지. 뭐 그래도...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네, 나는.


오스카의 어떻게든 포장하는... 소위 정신승리의 현장이 눈물 겨운 나머지 진은 고개를 돌렸다. 오스카 쪽도 침묵이 길어지는 걸 보니 자기 처지를 한탄하고 있으리라고 추측했다.


- 아 참. 이런 시답잖은 얘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닐세.


그리고 한참이 흘러서야, 오스카는 정신을 차리고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 듣자하니 거기 재미있는 친구와 싸웠다더군.

"알테어 시그나 말입니까."

- 그래 그 친구. 덕분에 거기가 지금 불바다가 됐다지?

"예. 난리도 아닙니다 지금. 국지 방어막을 둘러서 일단 확산은 막은 것 같은데. 안에 있는 주민들은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죽을 수밖엔...."

- 부수게. 그 방어막.


순간, 진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저도 모르게 반문을 하려다가, 입을 잠시 다물었지만. 오스카는 침묵이 길어지자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말했다. 진이 들은 그것이 맞다고 주장하듯이.


- 그 방어막 부수고. 당장 함선 타고 섹터 1로 날아오게. 이쪽도 상황이 좀 급하니까 말이야.

"아니, 잠깐. 그렇다는 말은...."

- '그거'. 사용하게.


그거. 그 한 마디에 진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찌르듯이 다가오는 열기와 주민들이 내뱉는 비명과 고성. 그 안에서 침을 꼴깍 삼킨 진이 가까스로 되물었다.


"... 벌써 말입니까?"

- 벌써랄 것도 없지. 우리의 계획은 일주일 전. 내가 전국 생중계로 선언한 시점에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작점을 지나왔네.

"그거야, 그렇지만."

- 망설일 시간도 있나? 진유한.


그 마지막 말이 진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망설일 시간은 없다. 유년시절, 그가 검을 움켜쥐고 아비의 묘 앞에서 몇 번이고 비명처럼 되뇌었던 말이 아니던가.

진의 눈가에 결연한 빛이 스쳤다.


"알겠습니다. 곧 가죠. 그 때 보겠습니다."

- 그래. 에이샤, 그 친구 잘 챙겨주게.

"그쪽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운을 빕니다."

- ... 후후. 고맙네.


그것을 마지막으로, 뇌파통신은 끊어졌다. 진은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을 했다.


"후우우."


눈을 뜬 진은 곧장 주머니를 뒤졌다. 급속 수복 로봇과 함께 그들의... 정확히는 진의 지원물품으로 드론이 조달해줬던 물품. 조그마한 알약이었다.

그것을 가만히 쳐다보던 진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입에 물었다.

까득, 하는 소리가 유난히 불길하게 울렸다.


"후우우우...."


파랗게 빛을 발하던 그의 눈이. 발이. 손이. 온몸의 회로가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가 싶더니. 곧 피처럼 붉은 적색광을 찬란하게 흩뿌리기 시작했다.




인생은 아름다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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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도굴꾼과 묘지기 - 5(완) +2 18.05.18 385 2 11쪽
36 35화. 도굴꾼과 묘지기 -4 18.05.18 399 1 13쪽
35 34화. 도굴꾼과 묘지기 -3 18.05.17 370 1 13쪽
34 33화. 도굴꾼과 묘지기 -2 18.05.17 364 1 11쪽
33 32화. 도굴꾼과 묘지기 -1 18.05.17 362 1 8쪽
32 31화. 최후에 웃는 자 -5 18.05.16 374 1 9쪽
31 30화. 최후에 웃는 자 -4 18.05.16 353 1 8쪽
30 29화. 최후에 웃는 자 -3 18.05.15 344 1 9쪽
29 28화. 최후에 웃는 자 -2 +1 18.05.14 371 2 11쪽
28 27화. 최후에 웃는 자 -1 18.05.13 384 1 11쪽
27 26화. 양동작전 -6 18.05.12 362 2 10쪽
26 25화. 양동작전 -5 18.05.11 347 1 10쪽
25 24화. 양동작전 -4 18.05.10 371 1 9쪽
» 23화. 양동작전 -3 18.05.09 407 1 8쪽
23 22화. 양동작전 -2 18.05.08 420 1 8쪽
22 21화. 양동작전 -1 18.05.07 386 1 11쪽
21 20화. 백염의 소각수 -7 18.05.06 416 2 8쪽
20 19화. 백염의 소각수 -6 18.05.05 386 3 9쪽
19 18화. 백염의 소각수 -5 18.05.04 391 2 10쪽
18 17화. 백염의 소각수 -4 18.05.03 446 1 9쪽
17 16화. 백염의 소각수 -3 18.05.02 412 1 8쪽
16 15화. 백염의 소각수 -2 18.04.29 410 1 8쪽
15 14화. 백염의 소각수 -1 18.04.28 424 1 9쪽
14 13화. 언더클래스 히어로 -5 18.04.27 388 1 11쪽
13 12화. 언더클래스 히어로 -4 18.04.26 423 1 7쪽
12 11화. 언더클래스 히어로 -3 18.04.25 398 1 7쪽
11 10화. 언더클래스 히어로 -2 18.04.24 467 1 10쪽
10 9화. 언더클래스 히어로 -1 18.04.22 443 1 9쪽
9 8화. 리베라 클락워크 - 8 18.04.21 432 1 8쪽
8 7화. 리베라 클락워크 - 7 18.04.20 42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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