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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장

작전명 이승탈출 넘버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완결

테즈몬
작품등록일 :
2018.04.13 02:41
최근연재일 :
2018.05.18 18:3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5,264
추천수 :
46
글자수 :
150,680

작성
18.04.22 20:00
조회
443
추천
1
글자
9쪽

9화. 언더클래스 히어로 -1




DUMMY

UNDERCLASS HERO


---


어둡게 잠긴 암실. 형형한 빛을 뿌리는 프로젝터가 거대한 각탁 위로 홀로그램 상을 띄워낸다.

홀로그램은 며칠 전 괴멸적인 타격을 입은 센티넬 아트 콜로세움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피해 상황은?"


각탁의 맞은편 모서리,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엘클리프가 넌지시 물었다. 이글거리던 침묵 속에서 빳빳하게 굳어있던 부관이 퍼뜩 입을 열었다.


"예, 옛! 혀, 현재까지 파악된 전투불능자는 247명입니다. 그, 그리고 구형 레기오스 24대가 완파. 11대가 중파. 그리고 5대 정도가 경미한 손상을 입은...."

"그만."


손을 휘젓는 엘클리프. 부관은 바쁘게 놀리던 입을 곧바로 닫았다.


"흠, 흐흠."

"크흐흠."


바이브 카흐 사단. 엘클리프 휘하의 모든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 그리고 일개 소대장들까지. 모든 간부가 헛기침을 흘리며 온화한 얼굴의 사단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그야말로 폭풍전야.

평소 엘클리프의 성정을 잘 아는 그들은 대부분 비극적인 자신의 말로를 예상하고 있었다.


"상대 전력은 파악되었나?"

"자, 잘못슴다?!"


바짝 긴장하고 있던 부관은 저도 모르게 퍼뜩 소리를 질렀다. 엘클리프는 빙긋 웃으며 다시 친절하게 되풀이했다.


"상대의 전력은 파악되었냐는 말일세."

"아, 아아. 예, 옛!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상대는 총 네 명이고, 그 외 저격을 당했다는 병사들의 증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측 전투요원은 총 다섯 명 정도로 예상...."

"잠깐."


엘클리프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의 얼굴에는 순수한 경탄이 서려 있었다.


"고작 다섯명? 그 정보는 확실한가?"

"옛. 화, 확실합니다. 테러분자들의 병기 수준을 봤을 때, 지원하는 세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나...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분명 다섯명입니다."

"다섯명이 우리 사단의 포위망을 뚫고, 수많은 병사를 짓누르고, 유유히 탈출까지 성공했다는 말인가?"

"...... 그, 그렇... 습니다."


부관의 브리핑을 듣던 지휘관들의 표정에 암운이 깃들었다.

고작 다섯 명. 그 적은 숫자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고 막대한 병사들을 전투불능으로 만들어버린 자신들의 무능이 만천하에 공개된 순간이었으니까.


"그렇군... 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엘클리프는 그런 사소한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흥미에 찬 탄성을 흘렸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우리 병사들이 그렇게까지 수준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정말 궁금하군. 궁금해 미칠 지경이야."


그 모습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 그것에 준하는 어떤 광기가 서려 있었다. 지켜보던 장교들의 얼굴에 꺼림칙한 기색이 어렸다.


"흐음...."


초토화된 콜로세움의 홀로그램. 그 옆으로 아른거리는 전투 경과 보고서에 가만히 시선을 두고 있던 엘클리프가, 별안간 입을 열었다.


"일단 저 녀석들은 싸그리 잡아다 중징계를 내리도록 하지."

"주, 중징계 말씀이십니까?"

"그래. 최대한 고통을 많이 줄 수 있도록."


그의 싸늘한 조소가 장교들의 면면을 한 번씩 훑었다. 장교들은 그제야 올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침음을 삼켰다. 부관은 침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따가각, 따가각. 각탁 끄트머리를 두들기던 엘클리프가 문득 진땀을 흘리는 부관에게 시선을 던졌다.


"병사들의 육체 수복은 얼마나 걸리겠나."

"그... 의, 의체 수복 과정으로는 약 10일 전후... 하지만 기계 육체로 전환할 경우 5일 남짓이면 끝날 것 같습니다."

"3일을 주마."

"3, 3일...."

"그 안에 재주껏 병사들을 수복시켜놓도록."

"아, 알겠습니다."


부관은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거부란 곧 여타 지휘관들과 같은 말로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까.

그는 아직 지옥보다 더 지옥 같다는 엘클리프의 '정신교육실'에 입소하고픈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래... 리베라 클락워크라고 했나."


문득 입꼬리를 말아올린 엘클리프가 의자에 몸을 기대며 중얼거린다. 그의 찌르는 듯한 시선이 가만히 천정의 언저리를 훑어내렸다.


"지켜보겠다. 너희가 앞으로 무슨 짓거리를 벌이는지 말이야."


엘클리프의 낮고 음산한 웃음소리가 장교들의 머리 위로 울려퍼졌다.



---


섹터 7. 빈민 쓰레기촌.

대형 쓰레기 처리 드론이 하늘을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그 아래로는 하나 같이 죽은 눈의 사람들이 오물을 뒤집어쓴 채 각종 폐기물질을 옮기고 있었다.


"빨리 빨리 움직여!"

"느려 터진 새끼들! 그래서 어느 세월에 티르나노이에 들어가겠어!"

"이러니까 너희들이 섹터7 신세를 못 면하는 거다!"


시커먼 바이저 헬멧과 까마귀의 부리를 닮은 방독면. 그리고 시커먼 망토 아래로 육중한 소리를 내는 개인용 비행장치. 레이븐의 병사들이 섹터7의 거주민들을 우악스럽게 지휘하고 있었다.


"네놈들 어미를 창관에 데려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라고!"

"이 새꺄 농땡이 피우지 마!"


지휘라는 말도 우스웠다. 사실상 비난과 욕설 말고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영양실조로 쓰러진 사람들에게 가하는 채찍질. 총을 들이민 협박. 그리고 가족을 빌미로 회유하고 겁박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 쳇. 지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면서."

"조용히 해. 들으면 큰일 난다."

"나도 알아."


그리고 그런 섹터7의 쓰레기촌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일련의 무리가 있었다.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라 웬만하면. 여긴 일반인들도 위험한 놈들 천지니까."


검은 더벅머리에 나른한 움직임과 걸음걸이. 20대 초반 정도의 외모를 가진 남자. 이름은 진유한이다.

얼굴이 알려져 이목구비를 비롯한 외형을 변경했지만, 특유의 분위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다앙연하지! 그래서 지금 이렇게 철썩 달라붙어 있잖아? 저얼대 떨어지지 않게!"


그리고 그의 옆에서 알짱거리는 훤칠한 신장의 소녀가 있었다. 밝은 레몬빛 머리칼에 생글거리는 얼굴이 그림처럼 걸맞는 소녀. 위장을 위해 입은 낡고 추레한 복색도 그녀의 생기를 숨기진 못했다.


이름은 에이샤. 리베라 클락워크의 화력지원 담당, 전술 폭격수였다.


"우헤헤. 오늘 하루는 내 거다 내 거어!"


그녀는 진의 팔에 몸을 부벼대며 한껏 아양을 떠는 중이었다. 물론 진은 질색을 하고 있었고.


"애초에 말이다."


진은 그런 그녀를 멀찍이 떼어 놓으며 진절머리를 내기 시작했다.


"별것도 아닌 잡일을 하는 데 왜 너까지 따라온다는 거냐."

"어머. 이제와서 딴말 하기야?"


눈을 끔뻑이던 에이샤가 팔짱을 끼우며 항변했다.


"약속했잖아? 내 소원 들어주기로."

"... 내 말은. 왜 소원이 하필이면 나 잡일하는 데 따라가는 거냐고."


잡일. 그 말대로, 진은 며칠 전 벌였던 대사건에 비하면 심히 하잘것 없는 잡일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와있었다.


"노가다 작업이야. 이 넓은 섹터에서 문서 몇 쪼가리 찾아내는 지루한 일이라고."


모든 섹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들은 이곳, 섹터7로 모인다.

총 8개의 섹터 중에서 섹터1은 중심기능이 밀집된 수도격의 구역. 그리고 섹터8은 인간 공장... 혹은 사육장이라 불러도 어폐가 없을 지옥과 같은 공간. 섹터7 역시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는 하나, 그보다는 조금 나은 구간이다.

그리고 진은, 정확히 진과 에이샤는. 이 넓은 쓰레기장 섹터에서 어떤 문서 하나를 찾아내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나름 겁을 준답시고 말했건만, 에이샤는 오히려 반색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나도 알아! 아니까 따라온 건데?"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진짜 몰라서 물어?"

"알면 물어보겠나."

"그런 잡일이니까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릴 거 아냐?"

"그렇지."

"그럼 너랑 단 둘이 같이 있을 시간도 많아진다는 소리 아냐?"

"...... 그렇군."

"응. 그런 거야."


마지 못해 납득하는 진과 배실배실 웃어버리는 에이샤였다. 결국 완강한 에이샤를 설득하는 것도, 내치는 것도 하지 못한 진은 그저 한숨을 흘렸다.

포기의 선언이었다.


"후우. 잘 따라 와라."

"히히. 걱정하지 말라니까! 내가 누군데!"


권태와 활기.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두 사람의 신형이 높다란 쓰레기의 마천루 너머로 사라져갔다.




인생은 아름다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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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도굴꾼과 묘지기 -2 18.05.17 364 1 11쪽
33 32화. 도굴꾼과 묘지기 -1 18.05.17 362 1 8쪽
32 31화. 최후에 웃는 자 -5 18.05.16 374 1 9쪽
31 30화. 최후에 웃는 자 -4 18.05.16 353 1 8쪽
30 29화. 최후에 웃는 자 -3 18.05.15 344 1 9쪽
29 28화. 최후에 웃는 자 -2 +1 18.05.14 371 2 11쪽
28 27화. 최후에 웃는 자 -1 18.05.13 384 1 11쪽
27 26화. 양동작전 -6 18.05.12 362 2 10쪽
26 25화. 양동작전 -5 18.05.11 347 1 10쪽
25 24화. 양동작전 -4 18.05.10 371 1 9쪽
24 23화. 양동작전 -3 18.05.09 407 1 8쪽
23 22화. 양동작전 -2 18.05.08 420 1 8쪽
22 21화. 양동작전 -1 18.05.07 386 1 11쪽
21 20화. 백염의 소각수 -7 18.05.06 416 2 8쪽
20 19화. 백염의 소각수 -6 18.05.05 386 3 9쪽
19 18화. 백염의 소각수 -5 18.05.04 391 2 10쪽
18 17화. 백염의 소각수 -4 18.05.03 446 1 9쪽
17 16화. 백염의 소각수 -3 18.05.02 413 1 8쪽
16 15화. 백염의 소각수 -2 18.04.29 410 1 8쪽
15 14화. 백염의 소각수 -1 18.04.28 424 1 9쪽
14 13화. 언더클래스 히어로 -5 18.04.27 388 1 11쪽
13 12화. 언더클래스 히어로 -4 18.04.26 423 1 7쪽
12 11화. 언더클래스 히어로 -3 18.04.25 398 1 7쪽
11 10화. 언더클래스 히어로 -2 18.04.24 467 1 10쪽
» 9화. 언더클래스 히어로 -1 18.04.22 444 1 9쪽
9 8화. 리베라 클락워크 - 8 18.04.21 432 1 8쪽
8 7화. 리베라 클락워크 - 7 18.04.20 42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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