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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로봇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SF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1.05.17 11:45
최근연재일 :
2021.05.23 17:47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32
추천수 :
7
글자수 :
37,534

작성
21.05.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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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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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천마개벽권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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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관리자]


보법 : 순천보純天步(2)

공법 : 천마개벽권天魔開闢拳(6)

방법 : 승천신벽(0)

외법 : 운기조식運氣調息(1), 사결각死決覺(1)


총 코스트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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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대박 건수다!"


집 밖으로 나가자마자 두 사람을 태운 바이크가 나와 마온의 눈 앞을 지나갔다. 멸치처럼 깡마른 사내가 운전을 하고, 근육이 꽤 붙고 덩치 큰 사내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가방을 훔친 건 덩치 쪽이었다.


"한 번 쫒아가 보세요."


바이크를 향해 눈짓을 하는 마온. 그래, 새로운 몸을 시험할 기회가 이렇게나 빨리 찾아와 주었구나.


"순천보純天步!"


나는 땅을 밟으며 바이크를 향해 내달렸다.


인간 시절에 쓰던 천마공에도 들어있던 초식. 그 이치는······.


"뭐야? 브레이크는 왜 밟아!"

"아, 안 밟았어!"


바이크가 굉음을 내며 점점 느려지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는 이인조. 그들의 시야엔 바이크의 뒷자리를 잡은 채 끌려가고 있는 내가 들어왔을 것이다.


순천보, 그것은 고속이동, 축지의 이치를 가진 초식.


나는 팔에 힘을 주고 바이크 뒷바퀴를 들어올려 뒤집어 버렸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바이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지는 이인조.


멸치는 바이크에 깔려 빌빌거리며 기어나오고, 덩치는 그냥 기세좋게 바이크를 들어올리며 옆으로 치워 버렸다.


덩치는 멸치에게 가방을 넘겨주고, 멸치는 다시 바이크를 세우며 타려 했다.


"오빠, 어디 가?"


멸치는 화들짝 놀라며 멈춰섰다. 어느새 쫒아온 마온이 야구 배트를 들고 바이크의 건너편에 서 있었다.


"딴 데 가지 말고 나랑 놀자고!"


바이크를 향해 배트를 힘껏 내리치는 그녀. 그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바이크가 앞뒤로 찢겨나가 버렸다. 멸치가 높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는데, 누가 그의 어깨를 잡고는 뒤로 잡아당겨 내쳐 버렸다. 덩치였다.


그가 주먹을 쥐고 마온을 향해 휘두르려 하는데,


"순천보."


내가 먼저 달려들며 그의 허리에 주먹을 꽂았다. 내 힘에 의해 적잖이 밀려나는 덩치. 분명 갈비가 부러지는 듯이 고통스러울 테지만······.


"뇌갈장雷喝掌."


금새 손쌀 같이 달려들며 장격掌擊을 날리는 덩치. 워낙에 갑작스러웠고 순천보를 쓸 때 이외엔 몸이 묘하게 무거웠기에, 나는 단전에 힘을 주고 승천신벽으로 방어하려 했다.


하지만, 아까 경험했다시피 이 0 코스트 짜리 초식은 '나 때려 주쇼' 라고 말하는 듯한 의미없는 행동에 지나지 않았고, 그의 장격은 내 가슴에 정통으로 꽂혔다. 철판을 배트로 두들기는 듯한 강렬한 굉음과 함께 나는 멀리 나가떨어져 근처 공터의 쓰레기 더미에 처박혔다.


그런데 그는 나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육중한 몸을 이끌며 쿵쿵 뛰어오는 그를 바라보니 마치 전차가 나를 치어 버리기 위해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그래, 철로 된 몸을 가졌음에도 나는 그에게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뇌갈장!"


그가 마찬가지로 장격으로 공격해 오고, 나는 몸을 옆으로 굴려 피했다. 그 직후 쓰레기 더미가 사방으로 산산히 터져나갔다. 쓰레기의 비 속에서 나는 훤히 드러난 그의 옆구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 사실 하나. 천마개벽권은 내공의 집중이 필요하고, 그 외에 단시간에 빠르게 기습할 수 있는 초식은 현재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내 주먹이 내뿜은 것은 초식도 뭣도 아니었다. 그저 위력도 속도도 없는 문외한의 느린 주먹 그 자체였다.


당연히 덩치는 대충 맞아주는 듯하면서 그 덩치에 걸맞지 않게 빠른 주먹으로 반격을 하였으며, 나는 속수무책으로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초식들 중에 천마공 기본 투로 같은 게 있던데 뭔지 알겠군.


본디 무공이란,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이름을 붙여주고 그것들을 모두 초식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초식들까지 일일이 관리하기엔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것들을 하나로 묶어 기본 투로라고 칭하는 것일 테고, 요컨대 그걸 탑재하면 무공의 기본적인 싸움법을 펼칠 수 있게 된다고 보면 되겠군.


"붕붕 펀치 쓰지 말고 제대로 된 공격을 하세요!"


멀리서 두 주먹을 꼭 쥔 채 안달을 내는 마온. 천마권 기본 투로를 탑재하면 인간 시절에 가깝게 싸울 수 있을 테지만,


"크윽, 젠장!"


이놈의 무공 관리자, 덩치의 주먹을 피하는 데에 정신을 쓰면서 홀로그램 창을 통제하는 것은 외발 자전거를 타면서 저글링을 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바닥에 쓰러져있고 덩치는 나를 둔 채로 다시 마온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멸치가 놔두고 도망치자 하는데 덩치는 그의 말은 쥐꼬리만큼도 듣지 않았다.


마온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내 시험이다. 내가 흘린 물은 내가 닦아야만 한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꽤 강하군. 어디 문파냐?"


내 질문에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는 덩치.


"뇌신문雷神門."


그의 육중한 목소리에서 나온 대답. 나는 하체에 힘을 주어 완전히 일어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뇌신문, 뇌신문이라, 대륙 북동부에서 위세를 떨치는 대문파지. 소리를 다루는 음공音功의 영역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문파. 문하생의 수도 대단히 많고······


하지만, 워낙에 사람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너 같은 쓰레기도 쉽게 받아주나 보구나."


싸구려 도발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덩치는 머리통에 핏줄을 세웠고, 나는 기세를 타며 더욱 주둥이를 털었다.


"무인으로서 이런 소리를 들으면 못 참겠지. 이해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그에게 주먹을 들이밀어 보였다.


"지금은 이 꼴이지만, 한 방이라면 나도 자신있다. 기왕 무인 대 무인으로 겨루는 건데, 제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하면 비통하잖아. 그러니 서로 가장 강한 초식을 부딪쳐 보는 건 어떨까? 서로의 자존심을 걸고 말이야."

"······."


그는 걸음을 멈춰서서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도박에 가까웠다. 그를 도발하여 내가 싸울 수 있는 위치로까지 끌어들이는 것.


"······좋다."


그리고 그는 고맙게도 내 제안을 받아들여 주었다. 생긴 것 그대로 머리도 근육질인 놈이라 다행이었다.


무에 자존심 따위는 필요없다. 오직 이기고 살아남는 것, 호신술, 그것이야말로 바로 무가 지향해야 할 목적. 내가 10년 동안 이 시궁창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으며 느낀 것이었다.


나와 그는 공터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섰다. 주변에는 그의 뇌갈장으로 인해 터져나간 쓰레기 봉투들과 각종 고철들이 널려 있었다.


천마개벽권, 한 번도 써본 적 없지만 이제 여기에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다.


내가 어릴 적에 보았던 마용의 신화는 과연 10년 후에도 이어졌을까.


덩치가 행한 행동, 그것은 한 쪽 다리를 뒤로 길게 빼고, 두 주먹을 허리 옆에 붙인 채 낮은 자세로 나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뇌신공 비기."


그리고 폭음, 무수히 날리는 흙먼지. 순식간에 다가오는 그의 성난 얼굴.


"뇌신대타격雷神大打擊!"


한 순간 그의 허리춤에서부터 발해지는 한 쌍의 대포.


이걸 맞는 순간 나는 온몸이 찢겨나갈 것이다. 완벽한 죽음의 예감.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는다.


사결각死決覺, 죽을 각오로 한 걸음을 내딛는다. 죽음 너머에 있는 삶을 위하여.


"천마개벽권天魔開闢拳!"


그리고 앞으로 내딛은 발의 곁으로 쏘아지는 천하제일의 권격. 나의 주먹 하나와 그의 주먹 둘이 맞부딪친다.


이몸으로 초식을 발하고자 마음먹게 되면, 그 초식의 이치도 자연스레 머리속으로 흘러들게 된다.


하늘을 가르는 것을 개開, 땅을 가르는 것을 벽闢이라 이른다.


내가 10년간 찾고자 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던,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손이 닿은 이 초식이 내게 보여준 풍경.


그것은, 하늘이 뜨겁게 일그러지고 땅이 거칠게 흐느끼는 천지개벽의 전조.


그리고 찬란한 흰 빛으로 가득차는 공간.


분명 이것이었다. 마용이 최후에 발했던 빛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다.


하늘과 땅이 서서히 벌어진다. 내 새 삶을 맞이하는 개선문이 열린다.


지난 10년간 마용의 뒤를 쫒으며 살아왔던 내게, 천지의 개벽이 해답을 내려주었다.


하늘과 땅이여, 고맙다.


그리고 더욱 크게 열어젖혀라. 내가 능히 지나갈 개선문이 되어라. 그의 등을 다시 한 번 쫒을 수 있도록.


충격과 충격, 나의 모든 옷가지, 머리칼이 폭풍에 나부낀다.


뇌신대타격이 내뿜은 맹렬한 소리는 천마개벽권의 찬란한 빛에 의해 흔적도 없이 집어삼켜졌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한 줄기의 유성이 되어 멀리 날아가 버리는 덩치.


그리고 하늘과 땅은 다시 닫히며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끝났다. 내 첫 번째 싸움은 이렇게 끝이 났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쉬어지고, 나는 공터 바깥쪽을 돌아보았다.


이미 걸레짝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있는 멸치와, 그런 그의 곁에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주는 마온.


그녀가 무어라 외치는데,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무렴 좋지 않겠나. 이렇게나 기쁜 일을 경험했으니까.


"······주변 집들 지붕이 다 날아갔어요! 어서 여기서 뜨자고요!"


엉?


내가 눈을 비비고 주변을 바라보는데, 확실히 바로 근처에 있던 집들 몇의 지붕과 벽 일부가 깔끔하게 날아가 있었다.


그런 대머리가 되어버린 집 안에서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아, 하늘과 땅이여.


손발이 부들부들 떨린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관록을 가진 내게 있어서 이 정도는 위기 축에도 끼지 않는다.


나는 손을 서서히 들어올리고, 검지를 펼쳐 하늘 너머를 가리켰다.


"집 부순 사람, 방금 저 쪽으로 도망쳤어요."


······.


[전투에서 승리. 코스트 한계치 1 증가.]


[뇌신공 뇌갈(1, 공) 획득.]


······.


잠시 후, 소매치기 당한 여성이 우리를 찾아와서는 마온에게 가방을 돌려받고, 현금으로 사례를 하고 갔다. 한 번도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호의를 받아 버리는 마온.


한편 나는 그 옆에서 무공 관리자를 호출하여 새로이 얻은 초식인 뇌갈을 탑재한 참이다. 방금 전투로 코스트 한계치가 11로 늘어나 1 코스트인 뇌갈이 탑재 가능해진 것이었다.


"와악!"


뇌갈, 그것은 흔히 말하는 사자후라는 것과 흡사한 초식이었다.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쏘아내는 무색無色의 타격. 이 뇌갈을 손바닥으로 행하면 그게 바로 뇌갈장이겠지. 즉 이 뇌갈이라는 초식은 뇌신공의 기본 되는 초식일 것이다.


천마개벽권도 그렇고 아무튼 신기했다. 평생 배워본 적 없는 초식을 이렇게나 능숙하게 쓸 수 있다니.


"나참, 저도 그렇게 초식을 쉽게 익힐 수 있었다면 진작에 천마신공의 계승을 끝냈을 텐데요."


내 옆에서 팔짱을 낀 채로 투덜거리는 마온.


"저한테 감사하세요. 파비야 씨가 쓴 천마개벽권이 바로 제가 유일하게 익힌 천마신공의 비기에요. 다른 사람은 찾고 싶어도 못 찾는 천마의 유산을 무상으로 파비야 씨한테 넘겨준 거라고요."


천마의 유산, 천마개벽권.


그런 어마무시한 권격을 이런 여리여리 해보이는 소녀가 쓴다는 것이 상상도 안 되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만이 쓸 수 있다는 그 소중한 초식을 생판 남인 내가 받게 되었다는 것도 꿈 같은 일이었다.


감사.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여 진심을 전하는 감사.


"고맙다."


지극히 순수하며 진지한 감사였다. 그러자 마온은 흠칫 놀라는 듯하더니,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파비야 씨, 아까 싸우면서 초식에 모자람이 있다고 뼈저리게 느꼈죠?"

"아, 그랬지. 인간 시절에 쓰던 천마공을 온전히 쓸 수 있었다면 저런 양아치 따위는 한 주먹거리였을 텐데."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싸움을 많이 하셔야 해요. 초식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어떤 상대와 맞닥뜨리더라도 잘 대응해낼 수 있어야 한다구요."


안 그래도 나도 그렇게 느낀 참이었다.


"아직 힘은 남아돌아. 다른 양아치들을 더 찾아볼까?"


내 말에 고개를 젓는 마온.


"아직이에요. 그 전에 사전 준비가 필요해요."

"사전 준비?"


내 의문에 대한 대답은 그녀의 입이 아닌 주먹에서부터 나왔다. 눈 깜짝할 새에 그녀가 주먹을 뻗어 내 코 앞에 들이민 것이었다.


"파비야 씨, 지금 당장 저랑 비무 한 판 해주시죠."


그리고 다짜고짜 싸움을 거는 것이었다.


작가의말

어젯밤에 로보캅을 봤습니다.

80, 90년대, 터미네이터와 동시기를 호령해온 로봇 SF물의 양대산맥 같은 작품입니다.

어릴 적에 봤던 게 생각나서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잔인하더군요. 샷건 한 방에 손이 날아가고 팔도 날아가고 하는 것이...

사실 이 소설도 로보캅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 보게 된 것은 바로 어제였습니다.

보고나니 온몸을 타고 올라오는 이 괴리감은 도대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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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쇠떡 2 21.05.22 31 1 13쪽
5 쇠떡 1 21.05.21 23 0 9쪽
4 피떡 21.05.20 27 1 13쪽
» 천마개벽권 21.05.19 34 1 13쪽
2 조립형 천마 21.05.18 56 2 13쪽
1 죽든 살든 넌 나와 함께 간다 +1 21.05.17 12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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