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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77 님의 서재입니다.

외발의 감독은 전술의 귀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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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77
작품등록일 :
2024.02.21 03:25
최근연재일 :
2024.03.13 22:51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922
추천수 :
26
글자수 :
150,037

작성
24.02.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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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추천
2
글자
18쪽

EP 1 / 2006 돌풍의 한양

DUMMY

"사이코패스가 돼야만 한다, 아버지가 돼야만 한다 친구가 돼야만 한다


한날한시 누군가의 목을 베고, 누군가를 끌어안아야만 하는 삶이다


그래, 내가 사랑해 마다하지 않는 이 축구에서 감독이란 자리는


아마 한낱 백정이자 시한부, 그러나 모두가 믿는 교주다."




<황영호(29) MF / 2006년 서울 국립 경기장 >




이 서울 국립 경기장은, 무려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그야말로 선택받은 자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이것은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홈구장이자, K리그 플레이오프 결승전, FA컵 결승전 그리고


아시아 챔피언스 결승 무대에서만 허락된 실질적인 '신의 구장'이기에 그렇다


지금까진 서울 로열스가 계속해서 이 잔디를 익숙한 듯이 밟아오고 있었다 그들이 신이라면 이곳이 하늘에 떠올라 있는 올림푸스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양 유나이티드는 불과 작년까지 K리그에서 우릴 부르는 호칭은 '승점 자판기'였었다 그 승점 자판기가, 감히 신들이 밟는 올림푸스에 발을 내디뎠다.


이 순간만큼은 조롱의 대상이 됐던 그 누리끼리한 우리의 유니폼이 마치 금가루를


뿌린 호화 유니폼으로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정도로 우리는 말이 안 되는 곳에 서 있었다


백색의 로열스 물결의 4만 명 그리고 정확히 절반, 한양 유나이티드의 노란색 물결 4만 명이, 신의 구장에 집결하여 그야말로 오페라와도 같은 응원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조금 더 올려! 라인 올려도 되니까 올려!!”


남철우의 고함이 내 귀까지 얼핏 들리고 있었다


이 수많은 관중 사이에서까지? 하여간 귀청 좋은 건 하여간 알아줘야지 철우도, 필성이도 ,영태도···. 다른 놈들도 모두 겉으론 내색 안 하지만 긴장하고 있었다


우린 신에게 도전해야 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도


[여긴 서울 국립 경기장, 서울 로열스와 한양 유나이티드의 맞대결, 한양 더비가 뜨거운 열기 속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 한양 유나이티드, 시민 구단 최초로 플레이오프 결승전까지 올라왔거든요?]


“야 해보죠 영호형 어?”


박영태가 오른쪽에서 날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알았어! 제대로 뛰기나 해”


내가 나무랐다


그래도 뭔가 몸 상태가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웠다 저렇게 강한 팀을 상대로 플레이하는 건데 왜지? 왜 우리가 저들 상대로도 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지?


"헤이!"


그 순간, 수비진 지역에서 나에게 공이 빠르게 깔아 들어왔다


[아 황영호! 대기만성의 전형을 이번 시즌 보여주고 있는 선수거든요? 미드필더 지역에서 빠르게 돌파!]


난 중앙 수비 쪽에서 공을 받아, 가볍게 턴 동작으로 한 명을 제치며 경쾌하게 나아갔다 오늘만큼은 로열스 놈들 열댓 명이 와도 젖혀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난 오로지 기세 하나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내 눈앞에 로열스의 수비라인이 주춤거리며 후퇴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여기!”


박영태가 오른쪽 윙 지역에서 손을 흔들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난 손으로 공격진에게 더 깊게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지금인가···? 아니야 조금 더 친다! 바로 지금!


[아 황영호 섬세한 로빙 패스! 그대로 로열스의 수비 머리 위를 넘어가며 뒷공간에 절묘히 떨어집니다!]


잡어라 박영태 이놈아, 내가 사준 갈비만 몇 갠데


[박영태 뒷공간에 떨어진 공 잡고! 이내 고개를 들어 문전을 봅니다 그리고 크로스!]


영태의 크로스가 적당한 궤적을 그리며 머리에 맞기 좋게 문전으로 날아갔다 나는 한껏 긴장하면서 볼이 흘러나올 경우를 대비해 세컨드 볼을 노리고 있었고


문전에는 센터 포워드인 진필성이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로열스의 중앙 수비진이 진필성 에게 가는 공을 헤딩으로 걷어냅니다.]


“아아아아!!”


관중들의 탄식 소리와 함께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나가 점점 내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 걷어낸 공은 황영호에게 흘렀습니다, 황영호 가슴으로 트래핑합니다. 공은 아직 공중에 떠 있는데요?!]


급하게 잡아냈지만 당장 앞에는 우락부락한 로열스의 수비 놈들이 날 몸통이라도 뚫어버릴 기세로 달려오고 있는 게 흐릿하게나마 느껴졌다 어차피 여기서 더 끌면 역습밖에 못 맞잖아?


"형 패스해! 패스!"


측면에서 우리 윙어들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뻔해, 안전한 방법일수록 상대방은 예측하기 쉽다고


그리고 X발 난 평범하고 뻔한 놈들이 되는게 제일 싫어, 될 대로 되라지


'퉁!!'


나는 공중에 떠 있는 공을 그대로 냅다 발등으로 후려갈겼다. 그때 발에서 전기가 올라오듯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 공 그대로 우측 상단으로 뻗어나갑니다, 로열스의 엄재운 키퍼 손을 뻗어 보는데요?!]


선수들은 직감적으로 발에 공이 맞았을 때, 그 느낌으로 골대에 들어가기 전에도 골인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내 발등에서 느껴지는 이 기분은..


‘철렁’


어김없이 적중했다! 내 슈팅이 이쁜 궤적을 그리며 로열스의 좌측 상단 사각지대에 적중하는 그 순간


"이야야아아!!!"


노란 물결의 함성이 이 올림푸스를 감히 먼저 뒤덮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황영호의 환상적인 중거리 논스톱 발리가 골문을 찢어놓습니다!!!]

[아 가슴 트래핑 이후 바로 발등으로 얹혀버렸어요, 이건 그 천하의 로열스 수비진들도 어쩔 수 없는 궤적이죠!]

[대망의 결승 플레이오프! 선취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양 유나이티드, 오늘 사고 칩니까?!]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나는 미친 듯이 내달려 코너 플래그로 향했다 거기서 난, 마치 미친 사람처럼 관중석에 있는 팬들과 함께 소리치며 포효했다


이내 동료들이 모두 달려와 나를 에워싸곤 머리와 몸 가릴 것 없이 두드리며 축하해줬다


“야 황영호 이 X새끼야!!!”


“했다 야 했다고!! 어?!”


“된다니까 X발 가자!!!”


등쪽에서부터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분비되며, 우리는 마치 전쟁터에 나간 전사처럼 서로의 머리를 붙잡고 흔들어댔다 모두가 날 축하해주고 다시 제자리로 가던 그 순간


관객석 저 위쪽에 있던 작은 형체가 내 눈에 들어왔다 멀어서 보이진 않아도 분명 환하게 웃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내 아들이


내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나에게 한 없이 기쁨을 주는 존재 그리고 마음 한켠에 미안한 마음이 있는 우리 아들 말이다


"범아 아빠~"


물론 목소리가 들리진 않겠지만 손을 흔들었다. 아들에게..부디 이 환호가 영원하길 바라면서 나는 다시 전선으로 복귀했다


[...아 그러나, 그러나! 결국 왕조는 이어집니다, 서울 로열스가 뒷심을 발휘하며 2골을 몰아넣으며, 2005 최종 우승자는 서울 로열스네요]


[태백호 감독이 고갤 끄덕거리며 피치 안으로 들어서 세레머니를 합니다!]


“강하긴 강하네···.”


난 털썩 주저앉아 축하의 폭죽이 터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고생했어요 형"


남철우가 걸어와 풀썩 주저앉은 날 일으켜 세워주며 인사를 건넸다


“그래, 아쉽게 됐네”


내가 땀을 닦으며 기뻐하는 로열스 선수들을 바라봤다


"쎄긴 존나 쎄 저 XXX것들”


박영태가 뒤이어 우리에게 달려오며 한탄했다.


“야 구단 기자님이 사진 찍어주신대, 다들 사진이나 찍자!”


앞에선 필성이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달려오라고 손짓했다


“야 그래 가자”


박영태가 나와 남철우에게 와락 어깨동무를 하며 필성이에게 데려갔다, 우리는 서포터들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으려 했다


‘나의 사랑은 나의 한양~ 나의 사랑은 나의 한양~"


이라는 서포터들의 응원 소리와 함께, 우리가 서 있는 앞에선 촬영기사 분께서 손짓으로 신호를 주고 있었다


“아 찍겠습니다. 1..2..3!”


그렇게 우린 셔터음과 함께···“아빠!”




“아빠!”


"어? ..어 아들”





앨범을 쥐고 멍 대리고 있었네, 나도 참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있는 건지 원 사진 보면서 나도 별생각을 다 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해?”


범이가 날 부르고 있었다,


“응 아들 아무것도 아니야, 아빠가 같이 놀러도 못 가고 너무 미안하네”


“아냐! 난 아빠가 나랑 주말까지 같이 있어서 좋아, 빨리 나아"





범이는 내가 원정 경기에 가게 되는 날에는, 내 캐리어를 붙들곤 고래고래 울면서 한참을 놓아주지 않았었던 아이다, 이제 겨우 열살인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의 아이


지금도 꽤 평온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내 둘도 없는 아들은 내 침대에 자기 얼굴을 파묻으면서 나 같은 못난 아빠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 주고 있으니까


그런 밝은 아이를 보면, 엄마 없이 크게 한 내가 괜스레 내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아빠한테 좋은 냄새 나”


“하하 그래?”


범이가 아니었다면 난·..그건 생각하기도 싫다 지금 정도라면, 충분하다 그래, 한없이 충분한 사랑들이다. 왜 인제 와서야 이런 게 생각날까? 나도 웃긴 놈이야···.


“손님분들이 오셨는데요...?”


간병인이 현관문을 갔다 다시 돌아오며 내게 말했다 아마도 내 친구들이겠지


“들어오라고 해주시겠어요?”


‘끼익’


문이 열리며 내가 아는 익숙한 얼굴의 사내놈들이 손에 뭘 바리바리 싸 들고선 들어왔다




“형님, 체력 훈련 안 하니까 좋습니까?”


영태가 선물 바구니를 내밀며 그놈답게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래 동계훈련 안 하니까 아주 살맛나고 좋네”


내가 영태가 옆구리를 쿡 찌르며 장난을 쳤다





"제가 18번은 아무도 입지 말라고 해놨어요."


"왜 입으라고 하지, 뭐 그거 닳는다고"


"형이 퇴원하고 입어야죠"


그다음은 남철우였고





"감독님이 너 없다고 아주 난리다 난리, 안 그래도 없는 머리 다 빠지겠더라"


"정 안되면 진필성 니가 감독님 모발이식이라도 좀 해드려야지 하하"


그다음은 필성이가 자신들만의 위로를 내게 건네고 있었다



뒤에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한양에서 같이 뛰었던 선후배들이 아마 말을 맞춰서 오늘 우리 집에 방문해 준 것 같다 하나 이상하게도


영태의 말 이후로 모두 나에게 말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 유쾌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안부 인사였지만,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야 철우랑 영태도..그리고 필성이랑 다른 후배들도 다 고맙다 여기까지 찾아와주고, 명민이 넌 해외에 있는 놈이 여기까진 왜 왔냐 바쁜 놈이"


그때 명민의 눈에서 먼저 눈물이 툭 떨어지는 게 보였다


"아 왜 이래, 나 벌써 죽었냐? 어? 뭔 급속 냉동도 아니고 급속 장례야? 허 참!"


그 뒤로 여기저기서 훌쩍임이 들려왔다 나도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았지만, 이놈들을 위해서 참았다


“나 괜찮대도 그러니 괜찮아”


내가 진단받은 건 담관암, 내가 발견했을 땐 이미 어느 정도 암세포가 퍼질대로 퍼져있었던 상황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전조증상을 발견하기 힘들었고


이렇다 할 증상도 심각해지기 전 까지는 없었었다 치료에 필사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몸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처음엔 내가 죽는단 사실에 두려움에 떨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엔 다른 부분이 더 큰 걱정이 되어버렸다


범이는 이제 겨우 열 살이다 지금까지 나를 자신의 영웅으로 생각하며 살아간 우리 아들 말이다



나중에 아들이 생긴다면, 아들에게 만큼은 온전한 가족의 형태를 남겨주고 싶었다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한들..마치 어린 시절의 나처럼, 범이도 혼자 살게 두는 건 정말


난 도저히 좋은 부모라고 부를 자격이 없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펑펑 울며 오열하고 싶지만 여기서 나까지 울어버리면 정말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니 참아야만 했다



"아빠 삼촌들 뭐해?"


"응? 삼촌들 다~ 엄살이야 엄살"


내가 의문스러워 하는 범이에게 웃음을 지으며 억지로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고 했다 범이에겐 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것 자체는 말하지 못했다


그저 몸이 안 좋아 집에서 쉬는거라 둘러댔을 뿐..



"그래 우리가 장난치는 거야 범아.."


뒤에서 명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반쯤은 억지로 울음을 참아대고 있는 듯한 그 목소리 말이다


난 도저히 아들에게 내가 곧 하늘나라로 떠난다 말할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엄마 없이 혼자 걸음마를 뗐는데 어쩌면 아빠까지 하늘이 앗아갈 수 있게 된다니 도저히 난 그걸 말할 자신이...


“야..괜찮은 놈 면상 좀 보러 왔다.”


명민이가 내게 가까이 다가와서 어깨를 두드려줬다 억지로 눈물을 닦아대서 그런지 눈이 한껏 충혈되어 있었다


“고맙다 이 새끼야”


빵 먹으려고 초등학교 축구부에 들어왔던 그때 그 시절처럼, 우린 조금 철없고 멋없어 보이게 인사했다


동료들은 오랜 시간 나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겨우 밤이 돼서야 다들 각자의 팀으로 떠나갔다


하지만 방 안에는 고요한 적막이 흐르지 않았다



"아빠 내가 고른 건 한양 유나이티드야!"


"그러네? 누구랑 붙을 거야?"


"맨체스터!"


"어이쿠야 아들 너무 센 데랑 고른 거 아니야?"


"내가 잡으면 이길걸?!"


아들이 게임에서라도 건강한 나를, 직접 플레이 해주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범이는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오른쪽 종아리 아랫부분을 절단해야만 했다 그런 환경에도 갓난아기 시절부터 어떻게든 한쪽 다리로 걸어보려고 용을 쓰던 게 우리 아들이었다


분명 남들보다 힘든 길이었지만 범이는 잘 이겨내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범이가 전문적인 스포츠 쪽에 흥미를 갖지 않게 하려고 했다


그러한 꿈을 가지면 가질수록, 범이 스스로가 더욱 고통받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리가 불편해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으니


그런 쪽으로 흥미를 유도시켰었던 기억이 난다 일부러 내가 축구선수라는 사실도 아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범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와 같이 하교 하다 우연찮게 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축구부를 본 적이 있다 그걸 본 범이의 눈은, 마치 별을 담은 호수 같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표정은 몇 십년 전, 빵을 먹고 싶단 핑계로 축구부에 들어왔었던 나의 눈빛과 사뭇 닮아있었다 당연히 직감했다 이 아이도 결국 나 처럼 축구에 대한 꿈을 꿀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결국 범이는 나처럼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정말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파졌었다.


너무 위험하고 너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하며 여러 차례 반대했지만 범이는 방문을 걸어 잠그곤 요지부동으로 나와 대화조차 하질 않았다


그때 내가 유일하게 아들에게 추천해 줄 수 있었던 것은, 어느 한 축구게임이었다 그곳에선 다리가 불편해도 제약없이, 자기가 직접 선수들을 조종할 수 있었으니까


"범아! 문 좀 열어봐 아빠 얼굴이라도 좀 보여줘"


방문을 잠군채 그 말을 듣고 있던 범이는, 한참을 말이 없더니


"...아빠 난 축구선수가 될 수 없어?"


마치 죽어가는 듯 한 목소리로 그 말을 전해왔다, 그 어린놈이 그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내 마음이 다 찢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더 상처받게 하기 싫었으니까



"선수는 어려워"


"역시 그렇구나"


"..하지만 감독은 충분히 할 수 있어 아들"


그때 굳게 닫혀있던 방문이 활짝 열렸다, 범이는 눈물범벅이 된 채로 무지개처럼 밝게 피어진 웃음을 지으며 내게 달려와 품에 폭 안겼다


"정말?! 정말?!"


그 또한 말이 안되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이 그땐 아비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의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아들의 꿈마저 차마 완전히 짓밟을 수는 없었으니까



"우리 이 게임 해볼까?"


"이게 뭔데?!"


"아빠가 학생때 했던 축구게임! 여기..패드도 있지롱?!"



어쨌든 범이의 화난 마음이 게임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달래지길 바랐었다. 다행히도, 범이는 축구 게임을 하는 걸 꽤 좋아했었다


그리고 그때부턴 한유의 경기도 구경하러 오게 되면서 나를 자신의 영웅으로 생각해주기까지 했었다 한양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품에 안고 잠든 적도 많았으니까





...그렇게 오늘 밤도 무거운 적막 대신, 아들은 내게 이리저리 말을 걸며 조이스틱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봐봐 아빠루 내가 골 넣었어!”


아마 게임이 정말 즐거워서라기보단, 내가 쓸쓸히 혼자 적막에 있지 않도록 도와주려는 거겠지 어쨌든 난 침대에 앉아 웃으며 범이가 게임하는 걸 바라봤다


나도 대충은 안다 앞으로 내 몸이 호전될 일은 없을 거란 걸 그렇기에 앞으로 얼마남지 않은 삶을 고통에 절여가며 중환자실에서 버티긴 싫었다 그래서 고집을 부리더라도


나는 집에 오게 됐다. 아들이랑 단 한 달이라도 멀쩡한 정신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속으론 애써 부정하고 있지만 내가 범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도 이젠 많이 남지 않았겠지.


그러나 이러한 죽음의 문턱 앞에서 어째서 그 사람이 생각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모 없이 혼자 남겨질 아들이 걱정돼서 그런가보다



"아들 저기.."


"응?"


"아니..아니야"


"뭐야! 아빠"


그 사람에 대해서 아들에게 말해줘야만 했을까? 아니면 말하지 않아야 했을까 그걸 말해줬다면 아들은 행복해질까? 아니면 더욱 불행해질까?


모르겠다, 모르겠어... 그 사람을 생각만 하면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진다


내가 아들에게 유일하게 말하지 못했던 커다란 '진실'은 결국 세상 밖으로 평생 나오지 못한 채 내 목구멍 안으로 다시 삼켜져 들어갔다



보고 싶다, 아 보고싶어...아들


아니 보고싶을거야


아니 사랑해, 미안해 그냥 다..


작가의말

<프롤로그는 주인공의 아버지의 시점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제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팬분이 한분이라도 계신다면

저는 글 쓰는 것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4.02.28 17:01
    No. 1

    작품 홍보 글 보고 달려왔습니다. 잘 읽히는 글입니다. 추천,선작 드리고 읽기 시작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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