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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77 님의 서재입니다.

외발의 감독은 전술의 귀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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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77
작품등록일 :
2024.02.21 03:25
최근연재일 :
2024.03.13 22:51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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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수 :
150,037

작성
24.03.0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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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EP 15 / 도움닫기

DUMMY

“..도와줄 수 없네”


“네?”


“자네가 내 집에 놀러와서 손주와 함께 놀아주는 일도,맨체스터 구단에 방문하는 것도 펍에가서 술을 진탕 마시곤 하루 종일 함께 전술 이야기로 떠들어보는 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고 환영 할 일이지 허나 그 문제라면, 난 평생 자네를 도와줄 수 없어”


“어째서...어째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조금의 자문이라도 해 주실 수 있지 않으십니까! 저도 지금까지 보스에게 몇번이나 도움을..!"


“-주세페 포초 감독이 내게 그랬듯, 나도 자넬 제자로서 사랑한다면 마땅히 그래야만 하니까, 이게 내 마지막 수업이네 잘 들어 황”



불손하게도, 내가 격앙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치 따지듯 스승님에게 달려들자 수화기 너머에선, 애정이 섞인 그러나 한 켠으론 한 없이 냉정한 디노 리베라 감독의 말이 들려왔다

주세페 포초는 그야말로 축구사에서 가장 전설적인 인물 중 하나다 1938년생으로 당연히 고인이 되었지만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을 맡아 월드컵에서 무려 두번이나 우승시킨

국민영웅이기도 하다 그 전설적인 스쿼드엔 내 스승인 디노 리베라 감독도 미드필더로 포함되어 있었다


“내 모조품이 되려 하지말게, 내가 그러했듯 자네도 자신의 방식으로 나아가야만 해

최고의 재단사는 남들이 잘만든 제품들을 카피해서 내놓는 이가 아니야


..곰곰히 생각해보게, 자넨 분명 답을 알고있어 다만 아직 마음 속에서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어지럽혀진 진흙 속에서 진주를 끄집어내야만 하네"


그 말을 끝으로, 리베라 감독은 전화를 끝냈다, 스승님과의 전화통화가 끝나자, 내겐 부끄러움이 밀려들어왔다 난 내 무능력이 점차 드러날까 두려워


추잡하게도 스승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한심한 꼴이라니..고작 이런 각오로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루겠다고 떵떵거린 건가?


이런 저런 핑계만 댔다, 은연중엔 내 전술은 완벽하고 다른 것들은 필요없다는 식으로도 생각했지


‘내 모조품이 되려고 하지 말게’


스승님이 내게 한 말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말씀대로야..난 이대로 있으면 안돼”


그게 내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뭐든 살아남기 위해 써내려가야만 했다 이런 한심한 꼴은 오늘만으로도 족했다 스승님의 말대로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불현듯 스친 그 미친 생각에, 곧장 진필성 단장의 사무실을 바라봤다 아직 불이 켜져있었다, 난 형식적인 노크를 하고 단장의 집무실에 들어갔다



“단장님, 저 황범입니다”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저 남철우씨를 만나고 싶습니다”


"철우를요?"



스승님의 말했다, 최고의 재단사가 어떤 재단사일지 생각해보라고, 난 그 어떤 환경이든 그 어떤 사람이든 완벽히 맞아들어가는 옷을 만드는 이가 최고의 재단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어떤 환경'과 '그 어떤 사람'을 한양 유나이티드에서 가장 잘 알 수 있는 인물을 하나 찾아본다면 그건 분명히 남철우라는 인물이라 확신한다


그의 능력에 앞서 그는 사람을 따라가는 인물이 아니라, 신념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니 적어도 주변 환경에 따라 날 달리 대하지 않을 것이고, 오로지 한양만을 위해 움직일 사람이니까


내가 한양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그는 나를 위해서 전력으로 움직여 줄 사람이 분명했다, 그렇기 난 진 단장에게 그를 찾은 것이다






진필성 단장은 내 말을 듣곤 한참을 고민에 잠겼었다 그리곤 입을 뗐다


“...그 친구는 이미 사직서를 내고 떠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디 자리를 한번만 마련해주십시오”



일단 저 사람부터 만나서 뭔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남철우는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한양고 감독직을 사임한 직후 지금까지 아무런 행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구단 인기인이 으레 언론매체에 입을 열며 모습을 나타내보이는 행동도, 그에게는 전무했다 그야말로 마치 없는 사람처럼..



“박영태 수석코치와 남철우씨도 팀 동기였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사이가 좋습니까?”


“..그런 소문은 돌더군요, 남철우와 박영태가 크게 다퉜고 그 여파로 남철우가 구단에서 나가게 된 것이라고요, 저도 철우가 사직서를 낼때 수차례나 그 이유에 대해 물어봤지만

저에게도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둘의 관계를 저 또한 자세히는 모르지만 분명 좋은 편은 아닐겁니다”



누가봐도 이건 이상한 냄새가 났다, 적어도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진 단장님은 남철우씨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믿을만 하다고 생각합니까?”


“...이 구단이 파산해도 이 팀을 지킬 한 사람을 뽑자면 남철우일겁니다”



진필성 단장의 그 말로 나는 완전히 마음을 잡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차를 몰고 한양특별시의 어느 오리고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필성 단장이 직접 중간에서 우릴 주선해보려고 노력했으나 남철우가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난 거기서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조금은 스토커 같을지 모르겠지만 각 소셜미디어를 뒤져보며 답을 찾았다, 내가 남철우의 행선지를 알 수 있게 된 건..


별스타그램에 올려져 있는 무수한 한양 팬들의 인증샷 때문이었다



"..철우네 오리고기?"



아마도 남철우네 부모님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 오리고기집을 배경으로 정말 수많은 한양의 팬들이 남철우와 사진을 찍었다


다소 진 빠진 몰골과, 땀에 젖은 머리카락으로도 그는 팬들에게 변함 없는 미소를 보여주며 매번 사진요청과 싸인요청에 응한 듯 보였다


난 곧바로 아침이 되자마자 진필성 단장에게 남철우의 부모님이 오리고기집을 하냐고 질문했고, 진 단장은 최종확인을 해줌으로서 그의 소재가 파악됐다


그렇게 나는 절벽에서 돌부리를 붙잡는 심정으로 무작정 남철우를 찾아가기로 결심했고 곧 오리고기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각은 오전 10시..부디 남철우씨가 있길 바래야..




“감독님!”



차에서 내려 가게 안으로 걸어가려던 도중, 옆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진필성 단장님? 어쩐 일입니까 단장님? 여긴 어떻게..”


“감독님이 아침까지 저한테 철우 이야길 묻는 걸 보고 여기로 오겠다 싶어서요 이왕 억지로 설득할거면, 제일 친한 선배인 저도 같이 있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단장으로 마땅히 함께 해야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외톨이와 외톨이, 나와 진필성 단장은 이 구단에서 그런 존재들 같았다


하지만 그런 박해가 오히려 우리 둘을 더욱 뭉치게 하는 요소들로 느껴졌다 그러니까 썩 외롭지는 않았다




‘띠링’


우린 오리고기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냥 지나가다 볼 수 있는 평범한 오리고기집 같았다



“어서오세요···어머? 필성이니? 얼마만이니 야 넌 늙지도 않어?”


“어머님 잘 지내셨죠?”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홀에 앉아있던 나이든 중년 여성이 일어나 진필성 단장을 반갑게 맞이했다


가게 왼편엔 남철우의 선수시절 사진과 유니폼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스크랩해둔 신문 기사들도 말이다 아마도 부모님이 해두신거겠지..


한창 진 단장과 오랜만에 안부인사에 여념이 없던 어머님은 곧, 진필성 단장 옆에 있던 나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리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습니다, 영호랑 많이 닮았죠? 아드님이세요, 지금은 저랑 같이 한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진필성 단장이 어머님에게 날 대신 소개시켜줬다



“세상에, 그 어린 애가 이렇게 컸어? 어쩐지 너무 닮았더라"


나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나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 이 어머님은 날 본적이 있었던 것 같다



“밥 먹으러 온 것 같지는 않고 어쩐 일이니?”


“밥도 먹어야죠, 여기 오리고기집이 얼마나 맛있는데요 그나저나 철우는요?”


단장이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곧 출근..”


‘띠링’



뒤이어 가게 문이 다시 열리고, 그곳에 한 사내가 나타났다 덥수룩한 머리에, 한양 유나이티드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은 남자


굳게 다문 입술과 다소 억척스러워 보이는 그 인상은, 그의 성격이 그간 얼마나 올곧았고 고집스러웠는지 반증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조금은 어렵고 무서워 보일지라도, 아무리 못해도 거짓말은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인상


그래..아마 이 사람이 내가 아는 그 남철우일 것이다




“남철우씨?”


“철우야..”


나와 단장의 물음에 남철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 마음대로 찾아온 것에 화가 난 것일까?




“..아 새로 오신 감독님이시군요, 이렇게 보니 아버지와 정말 닮으셨네요”


잠시 상황을 파악한 뒤 남철우는 내게 형식적인 인사말을 건네며, 곧 대화하는 자리를 자신의 어머니가 들리지 않게 보다 먼 쪽으로 걸어가며 표정을 찌푸렸다



"형 미쳤어? 내가 안 본다고 했지?"


"미안하다, 정말 급한 상황이야"




“저는 남철우씨를..”


“-전 거절의사를 이미 필성이 형에게 전달했습니다, 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이 남자는 완고히 나와의 대화 자체를 거절하고 있었다





“형 나 축구로 밥 벌어먹는 거, 이제 안 할거야"


“뭐?!!!”




진필성 단장의 놀란 목소리가 증명하듯 그것은 충격 그 자체의 발언이었다 한양의 상징과도 같은 사람이 어째서..?


무능해서 그런 것은 결단코 아니었다 그는 이미 수차례 유소년 교육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고


한양의 위기에 빠져있을 때, 임시 대행으로 선임되어 강등권에서 구사일생 시킨적도 있다고 들었다, 감독대행 당시 팬들의 민심이 최고조로 달해


모두가 정식계약을 외쳤지만 자신은 유소년 교육에 집중하겠다며 홀연히 한양고등학교로 다시 향했던 사람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축구나 한양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와 비견될 수 없다 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휘슬을 그만 내려놓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뭔가가 이 남자를 잠식하고 있었다


난 그렇게 판단했다





“그럼 밥이나 먹으시죠”


내가 얼어붙은 분위기에서 꺼낸 첫 마디였다, 내 말에 남철우는 다소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필성이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밥은 먹고 돌려보내야지”


분위기가 다소 냉랭해보이는 걸 걱정하던 남철우씨의 어머니가, 가까이 다가와 남철우씨를 달래자 그는 마지못해 수긍한 듯 보였다




“..그래, 밥은 먹을게 형 근데 밥일 뿐이야”


하지만 함께 식사할 방 안으로 들어서도, 여전히 남철우는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야 옛날 생각나네, 훈련 끝나고 여기 자주 왔잖아”


진필성 단장이 편하게 앉아 천장을 바라보며 추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영호가 여기 오면, 맨날 밥을 세 그릇씩 비웠어요 감독님 하하, 그 놈도 진짜~ 많이 먹었지”


“걘 뭐, 생미역도 씹어먹었잖아”


“너 기억하는구나?! 부산 원정가서 밤에 배고프다고 생미역 먹고 토하고 난리도 아녔잖아 ㅋㅋ”


“맞아 형, 그때 걔도 참...그때가 아무 생각도 없이 공만 차기 좋았지 뭐"




손톱을 뽑아도 꿈쩍을 하지 않을 것 같던 남철우가 그 추억에, 오늘 처음으로 작게나마 웃음을 보였다


그 웃음 뒤에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남철우의 시선은 단장에서 나로 옮겨왔다



“감독님, 저를 찾아주신 것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축구계에서 은퇴하고자 합니다”


“야 남철우 너 그런건 막 그렇게 충동적으로 말하면.."


“형 오래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이야, 진심으로”



그때 내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네?”


“이럴 사람이 아니라는 거 저도 단장님도 그리고 팬들도 알고 있습니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느니 그런 말들을 하려시거든 정말..

바보가 아닌 이상에서야 믿기 힘든거 아시죠? 무엇 때문인지 솔직하게 말씀 해주시죠"


팀에 대한 충성심은 물론 능력까지 충분히 입증된 사내였다 그런 유능한 코치가 은퇴라니 이건 일반적인 경우가 전혀 아니다 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야만 했다


"한양에서 유일하게 동상이 세워진 남자가, 한양의 감독에게 거짓말을 하진 않으리라 믿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하는 말이 어떻든

전 그 말을 믿겠습니다, 정말 별 다른 이유가 없는 거라면 말씀해주시죠 바로 나가고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테니까요"



그러면서도 나는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은 키워드로 그를 다시 한번 자극했다


그의 표정은 분명히 흔들리고 고뇌하고 난처해하고 있었다, 입이 달싹거렸고 손은 가만있지 못한채 눈은 갈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분명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전 축구를 참 좋아했습니다”


오랜 고민끝에 남철우가 내게 던진 말이었다


“축구를 좋아했고, 제 첫 프로팀인 한양에 청춘을 바쳤습니다 그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 축구만 아는 놈이었죠, 아니 이것도 어쩌면 변명일지도요..그 뿐입니다

제가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해서 한양에 필요 없는”


“필요없다라..정말 자신 있습니까?”


“어떤···”


“정말, 앞으로 한양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냐는 말입니다, 남철우씨의 은퇴식에서 눈물 지었던 팬들의 표정을 강등이 확정된 날 다시 보게 돼도 후회가 없겠습니까?

모든게 무너지고, 선수들은 온갖 비난을 받을거고 구단의 위상은 전례없이 추락할겁니다, 이젠 우리한테 붙었던 그 '생존왕'이라는 타이틀마저 조롱으로 바뀌어가겠죠

그래도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까?”



그 말에, 남철우의 그 차가운 표정은 마치 눈을 만난 태양처럼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강직한 표정 안에서 그는 분명히 흔들리고 고민하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채 후회속에 살고 계신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전 부모님을 도와..”


“-정말 잊었다면 이곳에서 이토록 성실하게 일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전 부모님을 도와준 것 뿐 입니다”



난 남철우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핸드폰을 들어 그간 얼마나 많은 한양의 팬들이 이 조그마한 오리고기 집을 찾아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팬들이 남철우와 사진을 찍었는지


스크롤을 하나 하나 내리며 정성스럽게 보여줬다



“방법은 많았습니다, 다른 구단의 스탭으로 일해도 충분했고 정말 부모님을 도와주기 위해서라면 하다못해 알고 있는 유명 선수들이라도 불러 홍보라도 했겠죠

지금 남철우씨가 여기서 일하는 건 아는 사람들만 아는 정보잖습니까, 어디 가서 떠드신 적도 없고요”


"..그건..”


남철우는 말 끝을 흐렸다


“매일같이 출근해, 찾아오는 한양 골수팬들에게 팬서비스를 해줬습니다 죄책감을 덜어내는 일 중에 하나였겠죠 한양고에서 왜 도망치듯 떠나셨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전 남철우씨가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남철우씨 곁에 서겠습니다, 그러니 말씀해주십쇼"


“철우야, 우린 너와 함께 했으면 한다 대체 무슨 일인거야 어?”




나와 진필성 감독이 나란히, 난처해하고 있는 남철우씨에게 말했다




“전 도움을 드리러 온 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제가 도움 받기 위해서 온거기도 하고요 한양에도, 저에게도 남철우씨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부디..”


그 말에 남철우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학부모와 박영태의 뒷거래에 아무것도 모르는 제 제자가 끼어있었습니다”



“제자라면..”


“네 한양에서 뛰고 있는 박한얼이요"




남철우가 얼굴을 손으로 뒤덮으며 탄식하듯이 그 말을 내뱉었다

진 단장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응하고 있었다


박한얼이라면, 나도 알고 있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유망주

1.8군 정도로 분류받는 친구라서 2군과 1군을 넘나들며 훈련을 받고 있었지

나도 이미 훈련장에서 몇 번 봤었던 친구인데..




“제 스스로 하루에도 몇번씩 사실을 진실을 폭로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영태는 한얼이를 인질로 잡았습니다, 제 실책이었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확실히 통제했다면 그런 일이..”


이어서 전해 듣기론 그러했다 박한얼은 본래 남철우 감독의 주선 아래 ‘고려대’에 입학하기로 예정이 되어있었다


“그 친구는 재능이 있는 친구지만, 지금 당장 프로팀에 데뷔 할 수준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전 한얼이가 대학에서 조금 더 경험을 쌓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박영태가 제 눈을 피해 기어이 한얼이네 부모님에게 접근했더군요..”



남철우씨가 신경써야 할 제자는 무려 12명이었다, 그들의 진학을 하나 하나 섬세하게 성사시켜야 했기 때문에, 미리 대학 입학을 확정 지은 박한얼의 진로에 관련해선 안심을 했었다


그 허점을 박영태가 노리고 들어왔다 박한얼의 어머님은 ‘한얼이는 애매해서 프로에 데뷔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남철우 감독도 그런 의미에서 대학으로 보낸 게 아니냐’라는


부추김을 박영태에게서 받았다



“나중에 어머님에게 사실 확인을 해보니 박영태가 한얼이 부모님에게 그랬더군요.. 저 같은 꽉막힌 인간이 한얼이를 한양 유나이티드에 추천이라도 해줄 것 같냐고

자기가 확실한 티오를 하나 만들어주겠다고요..”


그렇게 이번 시즌이 시작 되기 전 박영태는 거래를 통해 박한얼을 입단 시켰다는 것이다 이제야 그동안 팀이 이 지경이 될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던 게 이해 됐다


원리 원칙을 중시하던 사람에게 직접 과실을 꾸며, 자신의 손 밖으로 벗어난 학부모를 제지하지 못한 죄책감을 겪게 해 무고한 제자를 볼모로 잡아둔 것이다


확실히 그것은 박영태 입장에서 묘수이자, 가장 악랄하고 잔인한 방법이었다 박영태와 남철우가 절친이었기에, 그의 특성을 잘 알았고 그래서 실행해버린 것이었으니까


따라서 이 거래는, 박한얼이 정말 프로에 입단할 실력이 부족해서 추진했다기 보단 남철우의 발을 묶어 놓으려 실행한 것이 다분해보였다





“제가 가장 견딜 수 없는 점은, 한얼이는 원래 프로가 충분히 될 수 있는 역량의 아이란거에요 뒤늦게 그 사실을 제가 알게 된 뒤, 어머님을 만나려고 했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대며

절 만나려고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구단에 가서 사실을 밝힐 예정이었죠 허나 그때 제가 3년 동안 키운 제자 얼굴이 자꾸만 눈에 밟혔습니다”


남철우 감독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내게 이야기했다


“제가 무능한 탓이지, 제 제자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요즘 같은 시대는 잘못을 용납하지 않는 시기인데 사람들은 분명 한얼이에게도 손가락질을 할 게 분명했습니다

저 혼자 지옥에 떨어진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 죄 없는 제자가 함께 파탄으로 가야 하는지..”




자신이 무능력하다 느꼈을 거고, 친한 친구에 대한 환멸도 느꼈으니 어른들의 욕심 사이에 희생된 무고한 제자를 위해, 자신이 직접 사라지기로 한 것이다


공명함과 원리원칙으로 살아온 사내가 자신의 제자 앞에선 이토록 미련해졌었다니



“그 사건을 겪고나니, 더 이상 한양고에 감독으로 있을 자격이 없다 판단했습니다..아마 제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한얼이도 정당하게..”


난 계속해서 고개를 푹 숙인채 자신의 사정을 말하는 남철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사건만 명백히 해결한다면 남철우가 복귀해 나와 함께 싸워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문제는 박한얼을 무사히 보존한 채 일을 깔끔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일련의 사건들을 종합해봤고 머리를 굴려봤다


뭔가가 내 뇌리에 스쳤다 잠깐만 그 방법이라면 충분히..!




“그 부분만 해결된다면, 저와 함께 일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하지만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있습니다”


내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방법이라면 팀을 정상화 시키고 다시 한번 달려가게끔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실행하기 위해선, 남철우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출혈은 있을겁니다, 다만 박한얼 선수는 삽니다”


“허나 어떻게..그런..”


“우선 박한얼 선수 어머님의 성함 그리고 연락처를 제게 넘겨주시죠”



내부총질을 하는 건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왔으니 나도 한번 더럽게 놀아봐야지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한 뒤, 다시 팀을 정상화 시킬 것이다


자 받아칠 수 있으면 한번 받아쳐 봐, 박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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