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도 해봤고, 유료연재도 해봤습니다.
현재도 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전업 작가가 아닙니다. 전업 작가를 하고 싶었으나 할 수 없었습니다.
수익 문제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근근하게 살아가면 출판 수익과 유료 연재 수익으로 숨은 쉬고 살 수는 있습니다. 고로 수익 때문에 전업 작가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왜 포기하게 됐을까요?
답은 창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때 한 해에 2~3질을 쓸 수 있는 페이스로 글을 쓴 적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먹고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글을 쓰다가 어느 날 갑자기 ‘뎅’ 하고 머리에서 경종이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 글을 쓰지 못하게 됐습니다. 무슨 글을 써도 재미없고, 무슨 글을 읽어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창작력이 고갈 되고, 더 이상 텍스트로 기쁨을 얻을 수 없게 된 거죠.
결과적으로 글을 접고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쉬고 나자 겨우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더군요.
많은 분들이..... 이곳 문피아만 봐도 유료나 출판과는 무관하게 글을 쓰십니다.
다들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출판이나 유료 연재로 전업 작가를 꿈꾸시는 거라면 생각보다 엄청나게 어려운 가시밭길이라는 점은 먼저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작가들은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의 이름으로 실험작을 썼다가 지우고를 반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했다간 독자들이 다 떨어져나가거든요.
하지만 작가의 생각과 시장의 생각은 언제나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반드시 인기 있을 거라고 믿고 쓴 글이 처참할 정도로 인기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이름을 둡니다...
요지는 프로 작가라 하더라도 쓰는 글이 족족 ‘팔리는 글’이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하물며 아마추어 작가라면 얼마나 더 그럴까요?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1. 쓰던 글을 마저 쓴다.
2. 인기가 없으므로 포기한다.
솔직히 말해 둘 다 정답입니다. 하나의 글을 완성 지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소중한 경험입니다. 말하자면 ‘정도’이고, 교과서에 집중하여 충실히 공부해서 서울대 가겠다는 생각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없으므로 다른 글, 다른 소재를 찾겠다는 것도 정답입니다.
세상엔 트랜드가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글이라도 연재와 어울리지 않는 글은 연재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일단 성공이라도 해야, 사람들이 돌아봐 줍니다. 고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만한 소재를 찾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게 나쁜 것은 절대 아닙니다.
말하자면 쪽집게 과외를 받아 시험에서 자신이 가진 바 힘을 몇 배로 뻥튀기해 서울대 들어가겠다는 것과 비슷합니다.
모로가든 서울대를 가면 성공입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나중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됨을 명심해야 합니다.
신선함은 반드시 끝나기 마련입니다.
언젠가는 작가 고유의 필력과 능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보통 그 분기를 3권 즈음으로 잡습니다. 3권 즈음에 독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한다면 그 글은 절대 성공적인 글이라 할 수 없습니다.
너무 엄격한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미술계도 소수의 천재들만이 순수한 그림으로 명성과 부를 얻고, 음악계도 그렇습니다. 왜 문예창작계는 다를 거라 생각하십니까?
창작계에서 명예를 얻는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렵게 부와 명예를 쫓는 길이기도 합니다..
무명소졸 따위가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에 불편하신 분이 있다면 사죄하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많은 분들이 글쓰기와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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