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입니다.
열심히 소설을 썼습니다.
열심히 댓글과 조회수와 선작을 확인했습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전혀 신경 안 쓴 것도 아니었어요.
연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류의 말씀이 아닙니다.
댓글과 선작에 신경 쓰느라 오히려 글이 소홀해졌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글에는 갈수록 더 충실해졌습니다.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강구했으니까요.
제 소설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을 위해서요.(이게 결국은 다 저를 위해서였던 거 같아요)
하지만요, 저는 본질을 잊고 있었습니다.
요지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인가'
가 아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를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더 많은 독자를 즐겁게 하기 위한 게 어째서 문제가 되느냐구요?
네, 제 소설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글을 쓰자!' 라는 모토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건 지금 쓰고 있는 단 하나의 소설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죠.
저는 소설을 쓰고 싶어서 미소녀가 되자!를 쓰고 있는 것이지, 미소녀가 되자!를 쓰기 위해 소설을 쓰고 있는 건 아닙니다.
어느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어느 것이 더 본질에 가까운가. 어느 것이 본질인가!
어느새 저도 모르게, 저는 미소녀가 되자!를 가능한 재미있게 만드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어요. 그걸 위해서 제가 생각하는 모든 소설관을 무시하고 외면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좋은 글이 나올 리 없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더 엉뚱한 글을 만들고 있었던 거죠...이런 걸 자충수라고 하나요?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길을 잘못 들어섰더군요. 소설은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혼이 빠진 껍데기처럼 느껴져요. 껍데기뿐인 소설.
그건 고양이가 털을 곤두세워 덩치가 커보이게 하려드는 것과 같은 심산이었을 테죠.
스스로를 속이고 독자분들을 속이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찝찝해졌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잘 써볼까 합니다.
부디 작가분들은 모두 건필하시고, 독자분들은 선작란에 N이 끊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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