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다. 하지만 밝다. 빛이 있으니까.
오직 그가 있는 곳에서만 황금빛 광채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특이한 문양을 새긴 갑옷을 입고 돌격하는 수만의 병사들 앞에, 두 남자가 동시에 이를 꽉 깨물었다. 먼저 왼 쪽에 있던 청년이 잇몸에서 피가 나는데도 닦지 않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메테오 드롭(Meteor Drop).”
금발의 청년이 꺼낸 말, 뒤이어 흑발 말총머리의 청년이 말했다.
“개방(開放). 사신무(死神舞), 만천혈우(滿天血雨).”
두 청년의 연계는 실로 대단했다.
오직 그들만 피해 지나가는 유성들과 사신의 낫은, 앞길을 가로막는 병사들의 몸을 동강내고 으깼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중년의 기사는 넋을 놓았다.
“균형의 파괴자······! 예언이 맞았어.”
하지만 그에게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우직!
갑옷과 육체가 유성(流星)에 짓눌려 처참히 으스러지며 기사의 목숨을 앗아갔다. 피비린내가 공기 중으로 섞여 들어가 후각을 어지럽히는 그 순간, 보름달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고서 중, 이러한 구절이 적혀있었다.
< 균형의 파괴자들이 나타나 길을 열지니, 곧 유린하고 파괴하여 대륙을 무너뜨릴 것이다. 내가 막지 못했던 참사를, 후대에는 반드시 막을 수 있기 바라며. >
균형의 파괴자들.
그 때에는 왜 ‘들’이 붙어있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 전설 중, 균형의 파괴자는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들은 알았다. 그리고 후회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그것을 알았을 즘에는 이미, 거대한 유성과 핏빛 낫이 목숨을 앗아가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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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넌 모르겠구나. 차원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네가 살던 곳 말고도 엄청난 크기의 세계를 담고 있는 하나의 바구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해. 그리고 그 바구니는 하나가 아니라 사실은 수십, 수백, 아니 어쩌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
“······, 한 번만 다시.”
“차원은 네가 살던 세계를 달걀이라 칭하면, 그 달걀을 수 억 개를 넣은 바구니야. 그런데 이 차원이란 것이 네가 살고 있던 세계를 담은 바구니 한 개가 끝이 아니야. 신이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놔서 그 개수는 수 억 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셀 수도 없어. 이제 이해가 돼?”
“······, 대충 이해가 됐네요. 그럼 제가 진짜, 정말로 차원을 넘어왔다고 가정할 때 다른 사람도 이 일을 겪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되나요?”
“네 잘린 팔이 저절로 쑥쑥 돋아날 확률?”
“······.”
한 마디로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은 돌려 말하면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이 대형사건을 절대 겪지 않는다는 것인데, 무명은 그가 비범하다는 데서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대체 어쩌다가 차원이라는 걸 제가 넘어오게 된 거죠?”
“나도 몰라.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해. 넌 내가 살렸어.”
“무슨 소리에요?”
“내가 방금 전에 표지에 대고 무어라 중얼거렸던 검은 색 책 기억나지? 거기서 차원이동에 관한 마법을 검색하고 있었거든. 왜, 있잖아. 문득 생각이 났는데, 갑자기 그게 엄청 재밌어 보인다거나 하면 어떻게 되든 실행에 옮겨보는 행동. 내가 그 행동을 실행에 옮겼다 이거지.”
리트는 어딘가로 걸어가더니 기다란 잔에 물을 담아왔다. 물을 홀짝홀짝 마시며 그가 말을 이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이 세계에는 마법이라는 것이 있어. 그리고 나는 그 마법에 관해 꽤나 많이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지. 그래서 나는 차원이동 마법 중에서도 가장 수준이 높다는 [ 게이트 ]라는 마법을 뭣 모르고 시도해버렸지. 그런데 그게 성공한 거야.”
“잠깐, 그럼 그것 때문에 내가 살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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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쿨타임이 돌았습니다. 으... 억울하게 지워진 제 홍보글......
어쨌든, 다시 홍보 나왔습니다!
가벼운 글이고, 웃으면서 보실 수 있도록 글을 쓰는 아무무라고 합니다.
한번씩 들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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