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럽게 변해버린 운명 속에서.
그가 잃어버린 봄은 시간이 지나자 또다른 모습으로 돌변해 돌아왔다.
새롭게 맹세한 검은 오로지 그녀를 위하여.
그는 제국을 위한 방패로서, 그리고 그녀의 검으로서 걸어간다.
...(전략) ... 숱한 역사가들은 델피안 폰 헤이리스에 대해서 이렇게 적곤 한다. 프레데릭 폰 헤이리스 대공의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가문의 명예와 아버지의 후광에 짓눌려 그 재능을 펴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고들 이야기 하곤 한다. 하지만 그의 일기가 발굴된 지금에 와서 그 평가는 역전되었다.
그동안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그가 가문의 명예, 국가를 수호해야하는 의무, 그리고 아버지의 위업으로부터 받은 압박감은 있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온 한명의 남자로서 다시금 재평가된 것이다.
574년, 정치가로서 그의 인생은 뒤바뀌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더욱 뛰어난 능력을 발하며 대륙 남부의 혼란기 속에서 레아드 제국을 더욱 단단하게 굳혔다. 비록 그의 업적은 나중에 대부분이 묻혀버렸지만 필자는 그 숨겨져 있던 공적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상상해보라. 그리고 떠올려보라. 500년대 후반기에 대륙 동남부의 나라들이 얽히고 섥히는 혼란 속에서 오롯이 서서 레아드 제국을 수호하던 그의 모습을 머리 속에서 그려보아라. 그는 숱한 영웅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시대의 혼란 속에서 가장 우뚝 서있던 영웅이었다.
그 혼란기가 그에게 준 30여 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삶 속에서 그는 가시밭길과 같은 인생을 걸었고 온갖 고난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길을 관철했다. 어둠속에서 파묻혀있다가 이제 새롭게 조명된 그의 생애는 새롭게 레아드 제국의 영웅으로 이글에 적게 되었다.
여기서 그가 일기의 첫장에 남긴 말을 옮겨본다.
'나 여기서 새벽을 기다리며 밤을 밝히는 불꽃이 되겠나이다. 그대의 새벽이 올 때까지 저는 이 몸을 살라 어둠을 비추겠나이다.'
- 대륙력 817년 발간된 레아드 제국사(史) - 레아드 7영웅전 中 , 델피안 폰 헤이리스 편 (시작의 글)- 에서 발췌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