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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esses 님의 서재입니다.

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감히 문학에 대하여

작성자
Lv.25 가토스
작성
17.10.04 02:05
조회
396

2-3년 전이었던 같습니다. 한국 최고의 소설가라 칭송받는 어떤 분의 작품이 일본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베낀 거라는 폭로가 나왔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걸 15년 동안이나 문단에 있는 평론가 교수 출판 관계자들이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쉬쉬해왔다는 거였습니다. 그 소설가를 지금의 위치까지 있게 한 대학교수 한 분의 권위에 모두가 눌려있었다는 거지요. 그 교수는 한국 문학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분이시고 지금도 그 권위를 유지하고 있죠.

여기저기서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 교수와 그 교수를 둘러싸고 있는 문단은 꿈쩍도 하지 않았었지요. 오히려 비판하는 사람들을 역으로 비판하면서 한다는 말이...

“지금은 박근혜에게 화살을 돌려야 할 때...”

“우리 작가가 베꼈다고 의심받는 그 일본 작가는 극우 파시스트 성향...”
베낀 거하고 박근혜가 무슨 상관이라는 건지, 극우 파시스트 성향이면 베껴도 괜찮다는 건지.

전 그 이후로 한국에 문학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15년 세월이면 좀 긴 세월인가. 그 긴 세월동안 저런 사건이 어디 한두 건이었겠나. 묻고 묻히고 서로 봐주고 하면서 놀아난 건 그래도 소설 한 권, 시 한 편에 마음 달래보고자 했던 나 같은 독자였겠지. 

설상가상으로 한국 최고 대학의 국문과에서 ‘천재’라고 칭송받으면서 최연소로 서울 유수 대학의 국문학과 교수로 계셨던 분이 한국의 권력서열 1위 행세를 했다는 최씨의 딸 학점관리를 해주고 있었다는 소식이 신문에 났고, 그걸로 한국 문학에 대한 저의 환멸은 경멸로 바뀌었죠. 


우연한 기회에 문피아를 알게됐습니다. 2년 전입니다. 계정을 만들긴 했습니다만, 거의 휴면계정이나 다름없었죠. 그러다가 올해 제가 써왔던 소설을 한 번 올려볼까 싶어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른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됐습니다. 한 두 달 됐습니다. 그 두 달 동안의 제 감상은 딱 두마디. 놀라움, 반가움입니다.

우리들 중에 이능을 가진 사람이 없을까? 있다면 그들을 모두 데려다가 모아 놓은 지하세계라는 게 있지 않을까? 있다면 거기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양과 늑대의 요람 http://novel.munpia.com/84347]

큰 전쟁으로 지구는 파괴돼서 지상에는 사람이 살 수 없게 돼. 그럼 사람들은 공중도시를 만들어 살아 가겠지? 비행선을 타고 다니면서 사는 거야. 그 중에 멋진 비행선을 조종하는 주인공이 있어. 그 주인공이 비행선을 타고 다니면서 어떤 거대한 비밀을 쫓는 모험을 한다면 어떨까. 

[Rusty Rainbow http://novel.munpia.com/79070]

훈민정음이 만들어졌어. 그걸로 시 소설만 썼을까? 아니야. 한자로만 썼던 부적과 마법도 훈민정음으로도 하지 않았겠어? 마법의 국산화인거지. 근데 훈민정음을 만든 왕의 아들들이 셋인데, 이걸로 투쟁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 그러고 보니 왕의 아들 중에 한 명은 잔인한 정난을 일으켰었지?  

[축귀의 검 http://novel.munpia.com/59597]

문학의 본질이라는 상상력은 사라지고 줄서고 세우기, 학연 학벌로 주례사 비평하기만 있는 줄 알았었는데, 그 상상력이 서점과 대학이 아니라 온라인과 문피아에 있었던 건가. 전 위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글 읽는 재미에 행복합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온라인 웹소설? 흥! 거기는 쓰레기만 넘쳐나. 볼 거 없어. 

맞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 전 이렇게 대답해 줍니다. 주식 시장에 삼성전자 같은 주식만 있나. 상폐 종목, 작전주, 테마주, 관리종목. 살 만 한 주식보다 쓰레기 주식이 열 배 백 배는 더 많다. 그 속에서 삼성전자가 빛을 내는 거고. 그래 바로 그게 시장이다. 

남대문 시장은 어떤가. 가면 항상 맘에 쏙 드는 상품만 사오나? 갔다가 허탕 치고 올 때도 많다. 사기도 당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남대문 시장을 쓰레기라고 하나? 사람들은 여전히 남대문 시장을 찾는다. 그게 시장이다. 

문피아도 주식 시장, 남대문 시장 같은 거다. 

아래에 ‘일과 창작을 병행하기 힘들다’는 어떤 작가님의 글을 보고 마음이 아픕니다. 블랙기업이라는 곳에서 일어난다는 일. 저도 숱하게 겪어봤던 일이더군요. 마누라 손 잡고 많이 울기도 했고, 한강변에 달밤에 와서 미친 놈 처럼 고래 고래 혼자 소리 질렀던 적도 있습니다. 

몇 달전, 메릴 스트립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서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Take your broken heart. Make it into art. (부서진 너의 맘을 예술로 승화시켜)

문피아 작가 여러분, 우리 모두 힘내서 글 쓰자구요. 문학하자구요. 여기가 문학하는 곳이더라구요.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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