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만보재월하
작가: 도유미
장르: 무협
연재분량: 10화
정말 기대되는 작품을 발견해 추천합니다. 현재 연참대전에서 당당히 5위를 달리고 있는 “만보재월하”라는 무협입니다. 아직 10화 밖에 연재가 안 된 글을 추천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영광의 첫 추천자가 되기 위해 조금 이른 타이밍에 글을 씁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다른 독자들의 추천글도 무럭무럭 달릴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반인반요의 여덟살박이 소녀 ‘말리’가 500년 묵은 여우 홍금이와 함께 평화롭게 산골마을에서 자라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이 아이의 모습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제가 원래 아이들을 좀 싫어하는 편인데 말리 같은 조카, 또는 딸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님이 순진한 개구쟁이 소녀의 모습을 잘 그려 놓으셨습니다. 말리의 티 없는 맑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가 다 행복해져서 계속 그렇게 자라줬으면 좋겠건만 작가님은 매정하게도 말리를 홍금이와 떨어뜨려 저 험한 세상으로 내보내십니다. 친구와 마을에 놀러왔다가 백주대낮에 유괴를 당하게 되죠. 그렇게 말리의 고생길이 시작됩니다. 그리곤 그 어린 나이에 광천제마종이라는 무력 단체에서 무사 훈련생으로서 생활하게 되는데요. 높은 신분의 귀공자 비자와 훈련생 동기들인 해단, 녹산, 수정, 남영, 태건, 흑표, 그리고 여러 사부들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에피스도가 진행됩니다.
(여기까지 써 놓고 보니 너무 많은 내용을 말씀드린 게 아닌지 걱정되는군요. 워낙 이야기의 초반부이다 보니 적절한 내용 소개와 재미를 반감시키는 스포일러 사이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혹시나 제가 경계를 넘어섰다면 작가님과 여러 독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생각하는 만보재월하의 장점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첫째로, 안정된 문장입니다. 저는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그 내용을 담는 그릇인 기본적인 문장력이 부족하면 글을 못 읽는 사람입니다. 유치한 문체. 오타, 맞춤법 오류. 어설픈 허세. 도무지 참고 읽어 줄 수가 없습니다. 반면 도유미님의 문장은 차분하면서 깔끔합니다. 오랫동안 문장력을 갈고 닦으신 티가 납니다. 그냥 남들 쓰길래 따라 써 보는 초보 작가가 아니신 듯합니다.
둘째로는 주인공에게 심하게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필력입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요즘 무협소설에 자주 나오는 냉혹한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가 참 힘들더군요. 툭 하면 사람을 척척 썰어대니 원... 평소 남을 해치고 싶다는 폭력 충동을 느낄 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사람을 막 죽여대는 주인공에 거부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도 전혀 아닌데, 이상하게도 말리에게는 깊이 공감하게 되더군요. 말리가 납치되어 엉엉 울며 홍금이를 찾는 장면을 보며 제 속이 다 탈 정도였고, 귀여운 말리가 갖은 고생을 하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지금도 말리가 어릴 적의 순진함을 잃고 무자비한 살인자가 될까봐 불안불안 합니다. ㅠㅠ 말리가 홍금이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저도 막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무협과 약간 차별화된 설정입니다. 애초에 주인공부터가 인간이 아닙니다. 홍금이는 도 닦는 여우입니다. 그리고 신통력, 신선들의 세계 등이 존재합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만보재월하의 배경이 한국의 전래동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말리가 무사로서 훈련받으며 기존 무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흐름으로 가는 듯하지만 앞으로 내공, 초식 등의 무협적인 요소와 요괴, 신선이라는 신비적인 요소가 합쳐져 어떻게 이야기에 맛을 더할지 기대됩니다. 전형적인 무협적 전개의 틀을 깨뜨려 주셨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모처럼 제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작품을 발견해서 신이 나는군요. 이대로 계속 간다면 문피아에서 손꼽히는 수작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딱 열 편만 보고 이런 기대를 가지는 게 성급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이 그만큼 인상적입니다. 부디 연참대전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으시길 작가님께 부탁드려 봅니다.
여러분도 아래 포탈을 타고 말리의 사랑스러움에 빠져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http://novel.munpia.com/1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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