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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esses 님의 서재입니다.

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송명(松鳴)│무협│신붕비!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07.09.28 11:00
조회
1,192

-중략  

낙향설은 유유히 말을 이어 나갔다.

"당시 본녀의 나이는 쌍십년화(双十年華)··· 갓 스물이었지. 난 그때 무림에 출도한지 일 년 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십칠 대 고수의 반열에 들어 한창 빛을 발하고 있었지··· 허나 그 사내에게 그토록 처참하게 패배를 당하고 말았으니···! 당시의 나의 충격은 너무나 클 수밖에 없었지. 나는 곧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독한 말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나를 그 자리에서 죽여 줄 것을 요구 했지! 하지만 그는 나를 냉막하게 바라보기만 할뿐··· 나 같은 건 상대도 하고 싶지 않다는 듯 훌쩍 떠나가고 말았네!“

“만약 당신이 그 사람을 사랑했다면 정말로 기적이오! 게다가 그는 나이가 오십이 가까웠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송운이 자못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낙향설을 주시하자 그녀는 그저 쓴웃음을 지어 보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다만 그녀의 애초롬한 눈빛은 송운을 향해 꼭 이렇게 반문을 하는 것만 같았다.

-사랑은 기적이라고 하잖느냐?

“그리고 그 기적은 정말로 나에게 발생했지. 난 그길로 장백산 낙가장으로 돌아와 사흘 내내 울었다네. 하지만 나흘 째 되는 날 아침··· 나는 불현듯 강렬한 충동을 느끼게 되었지, 그건·····”

“그 교만한 놈을 꼭 한 번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거였네! 그리고 날이 갈수록 그 충동적 정서는 더욱더 강렬하게 내 맘을 사로잡아 나중에는 밥맛도 없어지고, 매일 아침 장원 문 밖에 나가 멍하니 서 있는 날이 잦아지고 말았지. 그리고····”

낙향설은 가슴에 격동이 일었는지 잠시 말을 끊더니 이윽고 아득한 눈길로 동혈 천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서 새로이 발견해낸 것은 그 사람을 꼭 한 번 더 만나 빚을 갚아주고 말겠다는 원념(怨念)이 아니라 한 평생 영원히 보고 싶다는 정념(情念)이었지!"

송운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낙향설을 바라보았다.

“그럼··· 그 사람을 대체 어떻게 해서 다시 만나게 되었소?”

“그 또한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난 내 집 앞에서 그를 만나고 말았다네."

낙향설은 이내 옛일을 회억(回憶)하면서 당시의 정경이 떠오르는 듯 입을 굳게 닫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녀가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날 아침이었지. 나는 그가 장원 대문 앞에서 십여 장 떨어진 곳을 지나 오른쪽 산허리를 돌아 광한봉(狂恨峰)으로 오르는 것을 목격했지! 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어 몇 번이고 눈을 문질러 보았으나 그 사람이 틀림없었지. 그래도 나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무엇에 이끌리 듯 그를 뒤좇아 따라가 그의 얼굴을 확인해 보았으나··· 역시 그 사람이 분명했지! 하지만 그 사람도 분명히 나를 알아보았을 텐데 여전히 나를 본체만체 하며 앞만 보고 산을 오르고만 있었지. 난 그 사람을 다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너무나 격동되어 끝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네. 그는 그런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그를 따라 광한봉까지 따라 올라가고 말았네!”  

“그 사람은 마침내 광한봉 정상에 이르자 걸음을 멈추고는 낮고 평평한 거석을 하나 찾아 그 바위 위에 손가락으로 깊이 구멍을 파더니 거기에 흙을 채워놓고 씨앗 하나를 심더군!“

송운은 낙향설의 얘기에 취해 다급히 물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군요. 산꼭대기에 올라 바위 위에 구멍을 파고 씨앗을 심다니··· 대체 그가 무슨 종자를 심은 거요?“

낙향설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난 그가 무엇을 심었는지 지금도 모르네.  다만 나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됐다는 사실과··· 그 사람이 바위 속에 무엇인가를 심었으니 앞으로도 그가 계속 그곳에 나타날 것이라는 짐작만으로도 너무나 흡족하였지!”

“과연 두 번째 날도 그는 그곳으로 와 흙을 채워 넣은 그 바위 구덩이에 물을 주고 한참을 지켜보다가 산을 내려가더군!”

“그리고··· 그 씨앗은 천천히 싹이 트고 잎이 자라나는가 싶더니··· 마침내 작은 홍과(紅菓) 한 알이 열리더군!”

“그 동안 낙 여협은 매일같이 그 사람과 만났겠구려. 두 사람은 아마 그때 진정으로 그 바위 속에서 자라난 씨앗처럼 사랑의 싹을 틔웠을 테고···”

낙향설이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그러한 날들은 어느덧 일 년하고도 반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절은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네. 난 언제나 그와 일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지. 하지만 그 일 년 반 동안 우리는 단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없었네. 왜냐면 그는 나를 산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모양의 돌멩이로만 여기고 있었으니 나를 ㅏ람으로··· 여자로서 상대해 줄 리가 없었던 것이지!”

송운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낙향설을 바라보았다.

“뭐 그런 사내가 다···! 천하에 별 괴짜를 다 보겠구려!”

낙향설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얼마 후에 열매가 익자 그는 그 과실들을 따서 붉은 옥병에 담더군. 난 그 사람이 이제 수확을 하였으니 이후 다시는 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만 참지 못하고 그를 향해 울면서 고백을 하였지!”

“난 그에게 제발 나한테 이렇게 냉혹하게 대하지 말라고 빌었고,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애청을 하였지. 그는 나에게 성은 능(凌)이고 이름은 뢰(蕾)라고 말해주었지만, 여전히 나에 대해서는 냉담하기만 할 뿐이라 정녕 본녀의 마음은 아프기 그지없었네!”

“하지만 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그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치를 무릅쓰고 솔직 담백하게 내 마음을 그에게 고백했지! 난 이미 당신을 사랑하고 말아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미칠 정도라는 말까지··· 허나  그에게서 돌아 온 것은 냉소뿐이었지.”

“난 뜻을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그한테 간청을 하였지. 그러자 견디다 못한 그는 마침내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무공으로 자기를 이긴다면 나의 사랑을 받아 주겠다는 것이었지! 결투는 단 일회! 만약 그때도 내 자신이 패배하면 다시는 자신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

송운이 자신도 모르게 약간 화난 어조로 말했다.  

“그 능뢰란 사람은 아마 광인(狂人)이었을 거요. 당신과 같은 무공도 뛰어나고 미모도 출중한 여협이 어떻게 그런 비정한 사내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당신한테는 정말 불행이었다고 할 수 있소!”  

낙향설은 망연히 동혈 천정의 종유석에 시선을 주더니 무슨 상상을 하였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난 그의 조건에 동의를 하고 그 후부터 무공을 열심히 연마 했다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후 그가 알려준 방식대로 하북의 외성(外城) 망루 위에 그이 이름이 적힌 깃발 두 개를 걸어놓고 그 사람을 만나려고 하였지···! 그런데···”

-하략(下略)

(신붕비(神鵬飛), 차후 연재될 본문 내용 중에서 발췌)

정규연재란 출사를 告하며 독자제현의 많은 사랑을 기대합니다.

-송명(松鳴)


Comment ' 5

  • 작성자
    Lv.1 주극(誅極)
    작성일
    07.09.28 11:30
    No. 1

    송명님! 축하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애모
    작성일
    07.09.28 11:37
    No. 2

    윗글은 전체 시놉시스에서 발췌, 인용했다는 얘기군요.
    그럼 정작 본문에서는 제외 될지도``` (이건 나만의 생각?)
    건필하시길```;;^^;;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송명(松鳴)
    작성일
    07.09.28 11:48
    No. 3

    주극(誅極)님, 고맙습니다!
    매일처럼 저의 신붕비 카테고리에 들려주시고 있는 거 다 압니다.
    무한히 감솨를````

    음, 그리고 애모님, 맞습니다, 맞고요.
    글은 제외하지 않을 것이나 다듬어지기는 할 것입니다.
    늘상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애모님의 댓글은 날카롭기 때문에 제가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발 소리쳐 말리지는 마시길```^^
    제 소설상의 주인공은 언뜻 강해 보이지만 내심은 야! 소리에도 쿵 하고 놀라고 마는 성격이거든요.
    그게 나일지도````ㅎㅎ -작가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주극(誅極)
    작성일
    07.09.28 15:45
    No. 4

    헉....그..그 말씀은 매일 들러달라는 압박이십니까 ㄷㄷ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송명(松鳴)
    작성일
    07.09.28 16:29
    No. 5

    주극님, 사흘에 한 번 들려주셔도 제겐 큰 고마움이지요!
    일주에 한번 들려주셔도 괜찮구요.
    한 달에 한 번 들려주셔도 서운치는 않고 말구요.
    그러나 일 년만에 한 번이면``` 그건 제가 삐칠지도 모르지요.

    허나 그도 아니고 어언 삼 년만에 한 번 내방해 주신다면 그땐 이미 신붕(神鵬)은 비(飛)하여 천계(天界)에 있을 테니 그리로 와주시느라 몹시 힘드실지 모릅니다.

    천계```로 오시라```?
    이거 써놓고 보니 꽤 여러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낱말이네요.
    하지만 절대로 이상한 상상은 하시지 마시기를````!
    제발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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