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바토리 보거라.
엘리자베스. 네가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인이란 말이냐.
어머니란 자애로운 이름이 치욕스럽구나.
어머니이면서 이미 자신의 딸인 카트린느를 죽였을 테지.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가?
그래, 너도 이제 눈치를 챘을 테지 불사신이 누구인지를 말이다.
아니면 남은 여식들을 다 죽일 건가? 어리석고 괘씸한 것.
어차피 네가 이 편지를 볼 때면 폴과 우르술라는 이미 나에게 와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 억울하겠지.
그래, 충분히 억울해하고 분통해해라.
그것이 네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고통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편지를 적은 이유가 궁금하겠지. 굳이 너에게 이 편지를 왜 적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바로 따끔한 경고를 하기 위함이다.
엘리자베스 바토리 너! 더 이상 폴에게 접근하지 마라.
폴이 불사신이냐고? 그렇다더군.
유감스럽게도 우르술라가 그 사실을 너보다 먼저 알아낸 것 같더군.
후후후. 지금은 피를 토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가?
너에겐 그럴 자격조차 없는 것을 모르는가.
경고한다. 더 이상 폴에게 접근하지 말고 폴을 찾지도 마라.
내가 용서치 않을 테니.
그동안의 쌓은 정을 생각해서 이번엔 경고로 남기는 것이다.
그래도 한때나마 우리 둘 사이에는 우정이란 작은 감정을 지녔던 사이였고 너의 스승이었으며 네 아이들의 스승이었던 몸이기에 지금까지의 일은 조용히 눈 감아 줄 것이다.
허나 앞으로는 용서치 않을 것이다.
무슨 권리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폴을 아들같이 생각하고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가르칠 생각이다.
나 역시 미친 듯 별 다른 감흥 없이 남의 목숨을 탐닉해오며 살아 온 인생이라 너에게 굳이 그 탐닉이 어쨌다 말하기는 부끄럽기 그지없는 것이 사실.
허나 혈육을 자신의 끝없는 욕심을 채우려 죽이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바토리!
짐승보다 못한 짓을 저지르다니!
폐륜까지 저지르다니!
하지만 이제 너에게 더 이상 관심 갖지 않도록 하마.
다만 엘리자베스 너의 그 아름다움을 더 이상 간직하고 싶지 않다거나, 살아가고 싶지 않은 날이 온다면 그때는 네 목숨을 걸고 폴을 찾아라.
내가 친히 네 숨을 거두어 줄 테니
1610. 12. 24
-블라드 체페슈 왈라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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