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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재수 님의 서재입니다.

키메라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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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재수
작품등록일 :
2023.03.07 14:06
최근연재일 :
2023.04.07 21:16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853
추천수 :
34
글자수 :
60,824

작성
23.03.28 12:00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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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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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화 로그아웃

DUMMY

“응? 어디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지 않나?”

“아. 그거 저예요. 아까 쓰레기장에서 희귀한 벌레를 잡았는데 깜빡해버렸네요. 저 얼른 잡화점에 팔고 올게요.”

“잠깐. 그런 생물 종류는 잡화점이 아니라 펫샵에 파는 게 더 비싸게 먹힐 거야.”

“오. 감사합니다.”


업자들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온 나는 근처 골목에 숨어서 벽을 두드렸다.


톡. 톡톡. 톡. 톡톡.

쉭! 뀌룩~ 쉭! 뀌룩~


내가 벽을 두드리자 그에 맞춰서 껑사가 울었다.

간단한 모스 신호.

내 품에서 울린 껑사의 신호는 그대로 다른 껑사에게 전달되고 그걸 이어서 최종 목적지에 전달했다.

물론 껑사들의 지능으론 이 신호가 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단 한 마리.

무수히 많은 껑사를 합성해서 지능을 끌어올린 껑사가 있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톡. 톡톡. 톡톡.

-적의 숫자는?

뀌룩~ 쉭! 뀌룩~

-3명 이상.


‘셋?’


예상보다 훨씬 적어서 놀랐다.

난 납치범으로 귀족을 의심했었는데 범인은 따로 있었나?


톡톡. 톡. 톡톡.

-위치는?

뀌룩~ 뀌룩~ 쉭!

-동쪽. 지하. 창고.


‘지하창고? 우리나 감옥이 아니라?’


톡톡. 톡톡. 톡톡.

-혹시 다른 특이사항은 없어?

뀌룩~ 뀌룩~ 뀌룩~

-주위. 병사. 많음.


병사가 잔뜩 돌아다닌다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내가 범인이라 예상했던 세력과 범죄를 일으킨 세력이 따로 있었을 경우.

혹은 두 집단은 원래 공범이었지만, 한쪽이 이득을 독점하기 위해 배신했을 경우다.

두 번째 가능성은.


“야야야! 대박! 현상금 포스터 떴어!”

“뭐? 얼마짜린데?”


그때 어떤 남자가 술집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


“몰라! 한두 장이 아니야! 대량으로 떴어!”

“그래? 당장 가보자.”


누군가의 외침에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갔고 그 행렬에 나도 슬쩍 끼어들었다.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용병 길드의 게시판 앞.

게시판에는 여러 인물의 사진과 가격이 쓰여 있었다.


‘이 타이밍에 늘어난 현상수배 포스터라니.’


이 정도면 그냥 찾아달라는 뜻인가?

증거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수상할 정도네.

혹시 상대 쪽에서 예상하지 못할 일들이 겹치기라도 한 건가?

그러면 나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마스터. 여기 계셨습니까?”


그때 레이니가 십여 명이 넘는 용병단을 이끌고 찾아왔다.


“혹시 용병단 다시 재건한 거야?”

“아뇨. 잠깐 고용했습니다.”

“그렇구나··· 너무 눈에 띄는데.”

“저, 혹시 안 좋았습니까?”

“우리가 병력을 모은 걸 상대가 알면 주의할 게 뻔하잖아?”

“죄송합니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해서.”

“아니야. 마침 잘됐네. 우리도 현상금 사냥이나 하자.”

“예? 현상금 사냥입니까?”

“응. 가자.”


갑자기 늘어난 현상금 포스터 덕분에 무리로 움직이기 쉬워졌다.

문제는 이 용병단이 얼마나 쓸모 있느냐는 건데.


“혹시 내가 작전 같은 거 따로 지시하는 게 좋을까?”

“음··· 원래는 괜히 명령에 혼선만 오고 좋을 게 없지만, 마스터 정도의 지휘력이면 문제없겠죠.”

“별 차이는 없단 말이지? 그럼 됐어.”


옛날 게임처럼 명령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거나 멍청하게 행동하는지 확인했을 뿐이다.


쉭! 쉭!


‘여기구나.’


목적지에 도착하니 껑사가 빠르게 울었다.


“마스터. 여긴 술집 아닙니까?”

“맞아. 여기 지하에 미야가 잡혀있을 거야. 감시병은 3명 정도.”

“벌써 거기까지 알아내셨습니까? 원래 납치범은 찾는 게 가장 힘든 법인데.”

“아아. 원래 게임이라 그런지 애들 장난 수준이더라.”

“이게 애들 장난 수준이라니···.”

“아무튼, 먼저 들어가서 주변 좀 정리해 줘. 나 전투력은 거의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내 말에 레이니와 용병단이 전부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한두 명은 밖에서 날 좀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NPC한테 그런 배려는 없는 건가.

뭐, 그 한두 명 차이로 본 목적이 힘들어지면 본말전도니까 어쩔 수 없지.


뀌룩~ 뀌룩~ 쉭!

-뒷문. 적. 도망.

톡. 톡톡. 톡.

-목표는?

쉭! 쉭!

-지하.


“마스터. 정리 끝났습니다.”


레이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흥건한 피와 구석으로 치워진 시체.

그리고 피와 살점으로 더러워진 용병단의 모습과 제압당한 도적이었다.


“네놈이 주모자냐!”

“이러고 무사히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라!”


‘와. 전형적인 악당들 대사.’


왜 제압하고 남겨뒀는진 모르겠지만, 전부 무시하고 껑사가 알려준 지하실 앞에 섰다.


“마스터. 혹시 그 선반 뒤에 숨겨진 지하실이 있는 겁니까?”

“응. 여기가 입구인데 여는 방법을 모르겠네.”

“잡은 도적을 신문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레이니가 제압된 도적 한 명을 내밀었다.


“퉤! 누가 말할까 보냐!”

“···딱히 물어볼 생각은 없었는데 갑자기 듣고 싶어졌네.”

“마스터?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고문이라면 맡겨두시기 바랍니다.”

“아니, 바쁘니까 빠른 방법을 쓰자. 키메라 제작술.”


-띠링~ 조합할 부위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필요한 부위는 얼굴 가죽뿐.

도적의 얼굴을 뜯어서 어색하지 않게 내 얼굴에 발랐다.

이제 옷만 도적이랑 바꿔 입으면 완벽.


“응. 잘 붙었네. 이제 이건 필요 없으니까 버려도 돼.”

“···마스터. 그건.”

“왜? 이상해?”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레이니가 한 걸음 물러나는 걸 보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용병들도 뭔가 질겁한 표정이었다.

뭔가 이상한가?

아니, 성형수술과 피부 이식 수술은 내 특기 분야 중 하나다.

내 홀로그램 이미지를 보면서 이상함이 없는 걸 확인했는데 왜?


“아무튼, 레이니. 이 선반 부숴도 좋으니까 좀 억지로 열어주라.”

“알겠습니다.”


내가 조금 물러나자 레이니가 대검으로 선반을 무너트렸다.

선반 뒤에는 역시 비밀통로가 있었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도적 세 명과 의자에 묶여있는 미야가 있었다.


“아! 너희들. 여기 있었구나?”

“너?! 살아있었냐?! 밖에 상황은 어떻게 됐어?!”

“그딴 것보다 비밀통로로 도망친다며?!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

“하?! 누가 그래?!”

“뭣?! 그럼 나 설마 속은 건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이니가 계단을 내려왔고 그걸 본 나는 도적들 사이에서 레이니를 향해 단검을 내밀었다.


“저년이야! 저년이 속였어!”

“···헤에. 그런 겁니까.”

“오, 오지 마! 움직이면 인질은 죽는다!”


그렇게 말하며 내가 미야를 인질로 잡자 레이니가 한 걸음 다가왔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겁니까?”

“내가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한, 이 정도?”


내 말에 레이니가 달려나가며 몸을 한 바퀴 돌렸다.

그 회전력으로 대검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도적 세 명의 목이 동시에 잘려나갔고 분수처럼 뿜어진 피가 방 안을 적셨다.


“크하하하하. 쉽네.”

“예. 진짜 도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연기였습니다.”

“하하하. 사회생활 하다 보면 싫어도 연기 실력이 늘어나거든.”


우리나라 의사는 안타깝게도 의료실력만 있어선 의사가 될 수 없다.

필요한 건 모든 것.

내신. 성적. 인맥. 평가. 재산. 등.

필요한 것을 위해 다른 건 모두 포기했다.

그렇게 힘들게 바락바락 노력해서 얻은 걸 그놈 때문에!


툭. 툭.


잠깐 트라우마에 빠져있던 나를 미야가 두드려서 깨워줬다.


“미안, 미야는 괜찮아? 어디 다친 곳 없어?”

끄덕끄덕.

“휴. 다행이네. 응? 그런데 미야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겠어?”

끄덕끄덕.


얼굴을 바꿔도 알아보다니.

목소리 때문인가?

그럼 이 도적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당황해서 그런지 눈치채는 게 늦었어.’


아무튼, 계획대로 미야를 되찾았으니 얼른 다 같이 지하실을 나왔는데 용병들과 대치 중인 병사들을 목격했다.


“납치범이 여기 숨어있는 건 알고 있다! 당장 바른대로 말하지 못할까!”

“그러니까 아까부터 말하고 있잖습니까? 현상금 걸린 녀석은 전부 여기 모아뒀다고.”

“그럼 왜 우리 수사를 막아서지?”

“아니, 혹시라도 잔당이 남아있으면 저희 몫이 줄어들지 않습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저희가 잡아 오겠습니다.”

“그딴 변명이 통할 것 같으냐!”


‘병사들도 미야를 노리는 건가.’


주위는 이미 용병단과 병사. 그리고 소란을 듣고 몰려온 구경꾼까지 사람들로 빼곡했다.

최대한 빠르게 치고 빠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서둘렀는데도 한 발 느렸나.

왜 다들 그리 미야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네.


“마스터. 제가 유인하겠습니다. 그 틈에 미야를 데리고 도망쳐주세요.”

“응? 오. 그거 좋은 방법이네. 하지만 잠깐 기다려 봐.”


기왕 하는 거 확실하게 속일 수 있도록 지하에 널려있는 시체를 모아 키메라 제작술로 미야와 똑같은 육체를 하나 만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살아 숨 쉬게 만들 순 없었지만, 멀리서 보면 못 알아보겠지.


“자, 이거 가지고 도망쳐.”

“알겠습니다!”

“아, 잠깐. 껑사도 한 마리 들고 가. 나중에 내가 찾아갈게.”

“네!”


내 말에 레이니가 인형을 메고 달려나갔다.

여기부턴 임기응변.

상황에 맞춰서 해결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인질범이 도망쳤다! 잡아라!”


레이니가 나가자 밖이 소란스러워졌는데 잠시 기다리니 주위가 조용해졌다.

계획대로 잘 도망친 모양이네.


톡. 톡톡. 톡톡.

-주위에 적은?

쉭! 뀌룩~ 뀌룩~

-없음.


“좋아. 가자.”


마침 얼굴도 바꿨으니 미야를 등에 업고 천천히 움직였다.


쉭! 쉭! 쉭!


사람과의 거리는 껑사들의 울음소리로 대충 추측할 수 있다.

사람이 가까울 빠르 크게. 많을수록 크게.

최대한 사람을 피해 마을 밖으로 나가던 나는 결국 사람을 피할 수 없는 곳까지 도달했다.

바로 성문 근처.

여긴 항상 경비병이 지키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높은 곳에서 전황을 좀 살펴볼까?’


“미야는 여기 잠깐 숨어있어.”

도리도리.

“싫어? 흠··· 알았어. 그럼 같이 가자.”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집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뿐이다.

껑사들로 사람도 없는 걸 확인했으니 별일 없겠지.

그렇게 옥상으로 올라간 우리는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 경비병이 많아졌네.’


단순하게 인원만 늘어난 게 아니라 집 안쪽까지 강압적으로 수사하는 건 물론이고 미야랑 비슷하게 생긴 아이면 전부 끌어내고 있었다.

분명 레이니가 미끼를 던졌을 텐데 왜 아직도 이런 방법을 강행하지?


‘설마 미끼라는 게 들켰나? 아니면 확인작업? 설마 지휘관이 무능해서 아직 명령취소를 못 한 건 아니겠지?’


휘잉~ 푹!


그런데 그 순간.

등에 박힌 화살이 내 심장을 뚫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끅?!”


말로 표현하기 힘든 처음 느껴보는 통증.

다행히 게임이라 통증은 심하지 않았고 인간은 심장이 뚫려도 뇌가 정지할 때까지 죽지 않는다.

그러니 키메라 제작술로 빠르게 심장을 복구하면.


휘잉~ 푹!


그 순간 머리에 화살이 한 발 관통했고 그렇게 나는 강제로 로그아웃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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