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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재수 님의 서재입니다.

키메라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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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재수
작품등록일 :
2023.03.07 14:06
최근연재일 :
2023.04.07 21:16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852
추천수 :
34
글자수 :
60,824

작성
23.03.15 19:00
조회
74
추천
4
글자
11쪽

5화 접속, 치료시작

DUMMY

‘뭐지? 몬스터라도 만난건가?’


뭔가 싶어서 소리가 들린 곳을 확인해 봤는데 아까 전 병사들이 오크 무리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도끼로 무장한 녹색 근육질 몬스터 10여 마리.

하지만 상황은··· 병사쪽이 조금 우세하려나?

아까 그 갈리라는 녀석이 방패로 몬스터를 막고 리밍이라는 전사가 뒤에서 창으로 공격했다.

옆이나 뒤로 덤벼드는 몬스터는 레이니라는 여자가 대검을 붕붕 휘두르며 접근을 막았다.


‘좀 더 힘내라 오크들아!’


‘저 놈들 날 함정에 빠트리려 하더니 꼴 좋네.’


기왕 이렇게 됐으니 숨어서 잠시 지켜봤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불구경과 사움구경이라던데 싫어하는 놈들이 당하니 더 재미있네.


뀌룩! 뀌룩! 뀌룩!


그렇게 한창 즐겁게 구경하던 도중.

다른쪽 방향에서 껑사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응? 아까와 같은 울음소리잖아?’


혹시 저쪽에도 몬스터가 있나?

게다가 뭔가 울음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


“대장! 리자드맨 무리를 발견!”

“뭐?!”

“놈들이 이쪽으로 오고있어!”


껑사들이 발견한 것은 바로 리자드맨이었다.

검과 방패로 무장한 파충류형 몬스터.

그 리자드맨 무리가 전투에 슬금슬금 끼어들었다.


“당황하지 마! 리저드맨은 오크 편이 아니야!”

“하지만 우리 편도 아니잖아!”

“젠장! 이런 곳까지 리저드맨이 침범하다니! 그 유저란 것들 때문에 생태계가 엉망이야!”

“대장! 지시를!”

“우선 오크부터 처리한다!”


다행히 오크와 리저드맨이 서로 적대관계라 리자드맨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그냥 놔줄 생각도 없는 듯 주위를 포위했다.


‘···저건 죽겠네.’


갈리의 강철 방패는 오크의 도끼 때문에 이미 넝마가 되버렸고 레이니는 대검을 너무 휘두르는 바람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어느 한쪽이라도 뚫리면 맞아 죽는 건 시간문제.

하지만 딱히 구해줄 마음은 들지 않았다.


“크윽!”


결국, 리자드맨이 던진 창이 레이니를 지나 이반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이반! 젠장!”


옆에 있던 이반이 쓰러지자 근처에 있던 오크가 도끼로 난도질을 내버렸다.

이어서 갈리의 팔과 방패가 도끼에 쪼개지고 눈 깜작 할 사이에 리밍의 목이 날아갔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니 순식간이네.’


리자드맨들도 이때를 노려 전투에 끼어들었다.

끝났네.

이대로 가면 오크나 리자드맨 중 어느쪽이 이기겠지.

결과가 뻔히 보이니 이만 돌아가려 했다.


‘···.’


그런대 이대로 돌아가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난 이런 결말을 바라고 있었나?

이대로 모른 척 하는 게 정답인가?

플레이어는 죽어도 살아나지만 NPC는 죽으면 돌아오지 않는다.


“···젠장! 나도 모르겠다! 모든 껑사들 공격!”


파파팍! 파팍! 팍팍팍!


내 명령에 내가 만든 껑사들이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내가 원하는 결말이 아닌 건 분명했다.


“눈과 코와 귀에 파고 들어! 다른 부분은 굳이 노릴 필요 없다!”


목적은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방해하는 것.

그동안 나는 아직 살아있는 갈리를 업고 빠져나왔다.


“···왜 나부터 구하냐.”

“부상이 가장 심했으니까!”

“그럼 헛짓거리다. 가서 레이니나 구해라.”

“헛짓거리?”


갈리의 말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멈춰서 갈리의 상태를 확인했다.


“···어? 뭐야? 왜 몸에 피가 하나도 없습니까?!”


잘린 팔목에서 피가 흘러나오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맥박도 없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마지막 발악이라는 스킬이다. 유저인 네가 더 잘 알지 않나?”

“아뇨, 그게 뭡니까?”

“죽은 후 5분간 움직일 수 있는 스킬인데 이제 몇 초 안 남았겠군. 그러니 나보다 저 녀석을 구해 줘.”

“당신은요? 아직 죽지 않았잖아요.”

“하하핫. 스킬의 페널티로 나는 죽는다. 어서 가! 녀석은 아무 죄도 없어!”


갈리의 말에 레이니를 돌아봤다.


훙~ 훙~ 훙~


레이니는 혼이 빠진 듯 멍한 얼굴로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 잠깐 사이에 왼팔은 잘려나갔고 척추에는 부러진 검이 박혀 있었다.


‘상처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


척추파손에 과다출혈.

그보다 문제는 어떻게 저 몬스터들 사이에서 레이니를 구해오느냐다.


“하아아아아압!!!”


그때 갈리가 가로막는 몬스터를 몸으로 밀어버렸고 덕분에 잠시 빈틈이 생겼다.


“가!! 당장!!”


갈리의 외침에 레이니를 어깨에 이고 도망쳤다.

그런데 뭐 이렇게 가볍지?

대검을 버리고 와서 그런가?

아니면 팔이 없어서?

혹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넌···.”

“정신이 드세요?!”


주위를 둘러보며 안전을 확인한 나는 레이니를 나무에 기대놓고 박혀있는 검을 거칠게 뽑아버렸다.


푸악-


“윽?!”


척추에서 대량의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신경 쓰지 않고 쓰러지려는 레이니를 받아들었다.


“죄송한데 마취할 시간은 없습니다. 아파도 참으세요.”

“살려··· 주려는··· 건가? 불가능··· 해.”

“가능하면요?”

“뭐든··· 하겠다.”

“그 말 지켜주세요.”

“맹세···.”


거기까지 말한 레이니가 눈을 감았다.

설마 기절하려는 건가?

아직 중요한 걸 안 물어봤는데?


“좋아하는 동물은?”

“···여우.”


그 말을 끝으로 레이니는 정말 긴 잠을 자듯 눈을 감았다.



***



레이니는 뜨거웠던 허리가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결국, 죽은 건가.’


몸이 풀밭에 누워있는 것처럼 시원하고 가벼웠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점점 식어가던 몸도 어느새 따뜻해졌다.


‘나는 천국에 온 건가? 그런 일들을 저질렀는데도?’


과거를 잠시 회상해봤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온 강도의 칼에 죽었다.

그 후 어머니가 마음의 병으로 돌아갔다.

두 분의 죽음으로 하나뿐인 여동생이 가출해 버렸다.

혼자 남은 레이니는 강도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리고 26살이 넘었을 때.

그토록 원하던 복수를 끝냈다.


여기까지가 레이니의 과거다.

참 짧은 스토리였지만 그때 받은 충격은 어렸던 레이니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만약 복수라는 이유와 동생을 찾겠다는 두 가지 이유를 만들지 않았다면 한참 예전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 후 용병이 되어 힘겨운 일을 하다가 갈리와 이반, 리밍, 시즈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 좋은 사람들 이었고 레이니의 가족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이세계의 존재들.’


그들은 자신을 베타 테스터라 칭하며 세계에 엄청난 업적을 세웠다.

나라를 구하고. 발전시키고. 위험지역을 개적하고. 새로운 국가까지 세웠다.

그러니 유저들이 나타났을 때도 사람들은 구세주가 돌아왔다고 열광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무분별한 파괴로 인한 세계적 혼란.

그로 인해 경제와 생태계가 파괴되고 많은 사람이 몬스터와 굼주림으로 죽었다.

결국, 안티 유저 세력이 결성되고 레이니와 동료들도 거기에 동참해 복수해왔으니 천국에 있을 리가···.


“괜찮아요? 정신이 좀 들어요?”

“···.”


눈을 뜬 순간 레이니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설마 살아난 건가?

어떻게?


“저.”


이것이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않기를 빌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눈앞의 사내를 속이려던 자신이 생각나 버렸다.


“혹시 언어 기능에 이상이 있나요? 제 손가락 보이시죠? 몇 개로 보이세요?”

“···미안해.”


레이니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분명 우리가 속인 걸 눈치챘을텐데.

아니, 몰랐다 해도 우릴 모른 척 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는 우리를 구하러 와줬다.


“휴우, 성공이다. 아, 허락없이 멋대로 신체 부위를 바꿔버렸는데 죄송합니다.”


그의 말을 들은 레이니는 자기 몸을 살펴봤다.


‘내 팔···.’


분명 잘려나갔던 왼팔이 다시 붙어있었다.

부서졌던 척추뼈도 이제 아프지 않았다.

마치 새로 태어난 느낌.


“아, 아, 아.”


잠시 세상을 만끽하던 레이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우왓! 잠시! 잠깐만요! 제가 다 설명할 태니까!”



***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약 1시간 전으로 돌아가 보자.

그때 당시 나는 한 가지 기술을 떠올리고 레이니에게 좋아하는 동물을 물어보았다.


“···여우.”

“알겠습니다. 일루전 리버스!”


-띠링~ 창조할 생명을 떠올려 주십시오.


메시지를 본 나는 최대한 여우와 비슷한 생명체를 떠올렸다.


-띠링~ 생명의 레벨을 설정하여 주십시오.


‘오, 이런 질문은 처음이네.’


새로운 기능이지만 어차피 재료로 쓸 놈이니까 1레벨로 설정했다.


-띠링~ 생물의 레벨이 1로 설정되었습니다, 일정시간 레벨이 1하락합니다.

-띠링~ 생물이 창조되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내 앞에 노란 여우 한마리가 나타났다.


“키메라제작술.”


-띠링~ 대상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당연히 여우와 레이니다.


-띠링~ 조합할 부위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여기서 나는 조금 망설였다.


우선 척추가 완전히 박살나 버렸으니 이 부분은 당연히 선택해야 하고 잘려나간 왼쪽 팔도 붙여야 한다.


-띠링~ 생물의 레벨이 기준치보다 높아 기본성공률이 85%로 지정됩니다.

-띠링~ 부분조합으로 분류되어 성공률이 20%감소합니다.

-띠링~ 생물의 밸런스가 안정되어 성공률이 40%상승합니다.

-띠링~ 생물을 귀속시키려면 성공률이 100% 감소합니다. 귀속시키겠습니까?


“아니!”


자칫 잘못해서 귀속시켜버리면 성공율이 5%까지 내려가버린다.


-띠링~ 생물이 재작되었습니다.

-띠링~ ‘키메라제작술’ 의 스킬레벨이 1올랐습니다.


마지막 알람을 들은 나는 레이니를 흔들어 깨우려다가 급하게 손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일루전 리버스는 내가 만지면 소멸한다고 했었지?’


일루전 리버스와 조합된 레이니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지금은 건드리지 않았다.

나중에 다른 생물로 실험해보든가 해야겠네.


“으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레이니가 눈을 떴다.


“괜찮아요?”

“···.”


그렇게 나는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설명해 주었다.



***



“그렇군요. 전 앞으로 평생 아무도 만질 수 없게 된 건가요?”

“아뇨, 제가 해결법을 찾을 테니 한동안 참아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재부터 당신을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요?”

“아뇨! 괜찮아요. 그냥 평범하게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그럼, 이름이 뭐죠?”

“마스터피스, 라고 합니다.”

“좋아요. 그럼 마스터라 부를게요.”

“···.”


주인님이나 마스터나 비슷한 말이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럼, 마스터? 다음 예정은?”

“예정? 으음, 일단 산을 내려갈까요?”


아까 그 몬스터들이 언제 또 덤벼들지 모른다.

지금까지 무사했던 게 기적인 상황.

어쩌면 조금 전에 본 그 몬스터 두 무리가 서로 먹잇감을 가지고 싸우느라 운 좋게 무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거라면 서쪽으로만 가면 됩니다. 그 쪽에 큰 도시가 있으니 발견하기 쉬울 거예요.”


레이니의 말에 나는 하늘을 올려봤다.

현재 시각과 해의 위치를 보면 대충 방향을 알 수 있는데 과연 게임 안에서도 똑같을지 모르겠네.


뀌룩~


그때 어디선가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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