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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의 제자, 역적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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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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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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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7. 피똥 싸봤냐

DUMMY

시간이 조금 지나고 ‘어깨빵’이 겨우 정신을 차렸다.


“어... 으···.”


그러나 꽤 충격이 컸는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자신의 양팔은 등 뒤로 꺾여 묶여있고, 바닥에 배를 깔고 쓰러져 있는 자신의 등 위에 포르타가 걸터앉아 있었다.


“띠바, 미친 거 아니야? 응?”


입속에 딱딱한 무언가가 몇이나 돌아다녔다. 불길한 예감에 급히 뱉어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치아였다.


“야 이, 이 좆 같은 새끼야!”


흥분한 ‘어깨빵’은 울부짖듯 고성을 뱉었으나, 포르타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더욱더 그의 염장을 질렀다.


“유감이군, 그래도 혀를 안 깨문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기다려. 곧 중대장님이 오실 테니까.”


‘어깨빵’이 기절한 사이 포르타는 그를 포박한 후 동료 부대원에게 상황을 전달하였다. 잠시 후면 잠에서 깬 중대장과 부중대장 등이 부랴부랴 이곳으로 올 것이다.


“으···. 이 개새끼가!”


‘어깨빵’은 자신을 깔고 앉아있는 포르타를 떨쳐내기 위해 미친 듯이 발버둥 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행동은 매를 벌 뿐이었다.


퍼억.


“컥! 이···.”


퍼억.


“컥!”


퍼억.


“... 우웩!”


“어때 나의 꿀 주먹맛이? 아주 달달하지?”


‘어깨빵’은 죽을 맛이었다.


‘이 새끼! 설마 이제껏 약골인 척 속이고 있었던 거야?”


‘어깨빵’은 자기 멋대로 포르타를 ‘약골’이라고 단정 지어놓고는, 이제 와 포르타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였다.


파트리오토가 포르타를 거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용사의 제자가 약골이라는 소문이 왕성 안에 돌았었다. 파트리오토는 소문에 대해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감히 용사에게 ‘당신의 제자가 약골이라는데 사실이요?’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은 왕성 안에 몇 되지 않았을뿐더러, 어쩌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파트리오토는 ‘쓸데없는 관심이다’라고 대꾸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소문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모종의 이유로 포르타의 몸 상태가 엉망이긴 했다.


- 요 녀석아! 적당히 해!

- 그래도···.

- 서두른다고 다 좋은 게 아니야. 휴식도 필요한 부분이지.


제자로 받아들인 이상 파트리오토는 포르타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포르타는 파트리오토의 보살핌과 지도를 받으며 재활훈련에 매진하였고, 그 결과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도는 되었다. 다만, 딱 그 정도였다. 그 후 아무리 단련하여도 힘이 붙지 않았다. 포르타가 지금보다 근력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일전에 ‘어깨빵’ 녀석의 어깨치기에 그리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 어깨치기로 포르타에 대한 소문을 직접 확인한 ‘어깨빵’ 녀석은 점점 더 포르타를 우습게 보기 시작하였다. 이번 작전에 함께 나온 소위들과 잡담을 할 때면 포르타를 비웃기 일쑤였고, ‘꿀 주먹’ 어쩌고저쩌고하는 것도 사실 ‘어깨빵’ 녀석이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어깨빵’은 포르타가 파트리오토의 제자였음을 간과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디를 어떻게 때리는 것인지 ‘약골’ 포르타의 주먹은 아주 매서웠다. 겉으로 봐서는 툭툭 주먹을 가볍게 내지른 듯하였지만, 막상 그 주먹을 맞고 있는 당사자는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차라리 ‘말벌의 독침’이라고 한다면 모를까 ‘꿀’ 같은 주먹은 결코 아니었다. 결국 ‘어깨빵’은 발버둥 치는 것을 그만두었다.


포르타가 ‘어깨빵’ 녀석을 땅바닥에 사정없이 메다꽂는 등 다소 과하게 손을 쓴 것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함이었다. 상대가 비록 임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햇병아리 소위였지만, 어쨌거나 군인이었고 임관 전에도 귀족의 자제로 기본적인 무술을 수련해 왔을 것이다. 거기다가 ‘어깨빵’은 포르타를 얕보고 있었다. 웬만큼 혼내주지 않고서는 계속 덤벼들 것이다.


“...”


“이제 좀 잠잠해졌군.”


이번에는 포르타가 오해하였다. 매타작 후 한동안 가만히 있길래 그런 줄 알았다.


“... 내가 너 반드시 듁인다.”


그러나 포르타의 기대와는 달리 녀석은 의외로 강단이 있는지 기가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다.


“이런, 이런···.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 소위, 자네 말 좀 똑바로 하게. 이 몇 개 빠진 걸로 그 정도까지 발음이 새지는 않아.”


“씨발, 너! 내가 듁, 죽인다.’


“소위, 섭섭하군. 너의 악행을 막은 나에게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씨발 거리던 ‘어깨빵’이 어느 순간 갑자기 고개를 확 젖혀 포르타를 쳐다보았다.


“... 해와 달이 하늘에 붙어 있으니 밝은 것이 두···.”


화염계 초급 공격 마법의 주문이었다. 손발이 제압되어있으니 아마도 ‘어깨빵’ 녀석은 입으로 불을 뿜는 토화술(吐火術)의 형태로 발현할 생각일 것이다.


‘쯧, 그러거나 말거나···. 이 거리에서 그게 되겠어?’


포르타는 주문이 완성되기 전에 ‘어깨빵’의 주둥아리를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컥!


녀석의 비명과 함께 마법은 여지없이 실패하였다. 녀석의 마법 구사 수준에서는 주문을 직접 소리 내 말 해야 한다는 것을 포르타는 진작 알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는 대부분 소위(少尉) 나부랭이가 그 정도 수준이었다.


“이거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이걸 확 그냥!”


포르타가 재차 손을 들어 올리는 시늉을 하자 ‘어깨빵’은 즉시 두 눈을 감으며 자라처럼 목을 어깨 사이에 집어넣었다.


“...”


“너···. 피똥 싸봤냐?”


“... 무슨?”


“난, 싸봤다.”


“?”


“너도 싸게 해줄까?”


“...”


‘어깨빵’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낮게 깔린 포르타의 목소리에서 아주 아주 강한 진심이 느껴졌다. 농담이나 공갈 따위가 아니었다. 왠지 이 새끼라면 정말로 피똥 싸게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좋아. 중대장님이 올 때까지라도 입 닥치고 조용히 있자.”


드디어 창고 안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직전까지의 소란스러움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어깨빵’을 작살을 내버린 포르타의 흉흉한 기세에 눌려서인지 포로들은 숨소리마저 크게 내지 않고 쥐 죽은 듯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적막을 한 소녀가 깨버렸다.


“저기, 아저씨···.”


“응?”


“쉿! 애야, 함부로 장교님을 부르지 마.”


포르타가 돌아보니 소녀의 곁에 있던 아낙이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젊은 아낙이었지만, 적어도 포르타 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였다. 대략 20대 후반쯤으로 보였다.


“죄, 죄송합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니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괜찮소, 이 아이와 어떤 관계요? 가족이요?”


“아닙니다. 옆집에 사는 이웃입니다.”


“이 아이의 부모는 어디에 있습니까?”


포르타는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했다가 정신이 없었다.


“이 아이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래, 거기 꼬마는 나에게 무슨 볼일이지?”


“고맙습니다!”


“... 너는 내가 무섭지 않니?”


“무서워요. 그래도 나쁜 분은 아닌 것 같아요.”


“...”


왜일까? 포르타는 소녀의 말에 차마 대꾸하지 못했다.



***



드디어 중대장이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충성.”


“얘기는 대충 들었다만, 이게 무슨 난리야? 소위! 사실인가?”


“혀, 형님···.”


‘이건 또 뭐야? 형님이라고? 설마하니 친형제는 아닐 테고?’


두 사람이 형제라는 말을 들은 적도 없었고 얼굴도 전혀 닮지 않았다. 다만, 이 상황에서 사사로이 형님으로 부를 정도니 아무래도 중대장과 ‘어깨빵’은 전부터 꽤 친분이 있는 것 같았다.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서인가?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어깨빵’의 속내를 알 수 없었으나, 그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다.


“형님은 니미! 똑바로 말 안 해!”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고 뭐?”


“그게···. 컥!”


중대장은 아직도 바닥에 누워있는 녀석을 걷어차 버렸다. 중대장은 녀석을 잘 알았다. 당황해서 우물쭈물하는 녀석의 모습에 더 들을 필요가 없었다.


“아무래도 사실인가 보군.”


“죄,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죄송이고 나발이고! 야 이 미친 새끼야! 감히 포로에게 네 멋대로 손을 대?”


“...”


“포르타 중위, 이 녀석이 손대려고 했던 계집이 누구지?”


“여기 이 아이입니다.”


포르타가 젊은 아낙 뒤에 숨어 있던 소녀를 가리키자, 중대장은 한 번 더 ‘어깨빵’ 녀석을 걷어찼다.


뻐억!


“컥!”


어째 좀 전보다 훨씬 더 강한 발질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중대장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그렇겠지.’


포르타가 들은 바로는 중대장에게 저 소녀보다 약간 더 어린 딸이 있다고 했다. ‘어깨빵’이 제대로 중대장의 역린을 건든 것이라고 포르타는 그리 생각하였다.


“하···. 이 새끼···. 너를 죽여? 살려? 게다가 하필이면, ‘간다르바’를 건드리려고 했어? 감히 너 따위가?”


‘어? 뭐야? 하필이면 ‘간다르바’라고···?’


포르타의 예상이 빗나갔다. ‘어깨빵’ 녀석이 깨지는 결과는 맞혔지만, 그 이유가 어긋나있었다.


“너 진짜 미친 거야? 저년의 몸값이 얼마인지는 알아?”


“힉!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당황한 ‘어깨빵’이 연신 고개를 땅에 박았다. 그러나 지금 녀석보다 더 당황스러운 사람은 포르타였다.


‘아까부터 계속 얘기가 이상한데?’


군인의 도리가 아닌 포로의 몸값을 운운하고 있는 중대장을 포르타는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상황정리가 어느 정도 되니, 어느새 아침이 밝아왔다. 짜증스러운 얼굴로 연신 담배를 피워대던 중대장이 마침 지나가던 포르타를 불러 세웠다.


“잠시 얘기 좀 하지.”


“예. 중대장님.”


둘은 산중마을에서 약간 외진 곳으로 이동하여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이번 일은 자네가 고생이 많았어. 정말로 수고했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저 새끼 저거 제대로 사고 칠 뻔했어.”


사고를 칠 뻔한 것이 아니라 이미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었다. 미수범이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사항이 아니었다.


“... 아닙니다.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니야. 저 멍청한 새끼 한 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어. ‘간다르바’의 가치도 모르는 띨빵한 새끼!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놈 때문에 하마터면 승진은커녕 영영 진급이 막힐 뻔했어.”


‘기본적인 상식이라···.’


‘간다르바의 저주’를 타고 난 자들이 특급암살자로 키워진다는 말을 예전에 언뜻 들은 것 같기도 했지만, 상식이라고 부를 만한 지식은 아니었다. 애초에 ‘간다르바의 저주’를 타고난 사람 자체가 극히 드물어서, 대부분은 그런 존재가 있는지조차도 잘 모른다.


“그런데 말이지. 포르타 중위.”


“예.”


“이번 일은 함구해주게. 다른 부대원들에게도 이미 말해두었어. 대대장님께는 내가 알아서 잘 보고하겠네. 아, 물론 자네의 공적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 사실대로 처리할 수는 없으니 전과의 구체적인 내용은 바뀌겠지만···. 뭐, 공적만 챙긴다면 상관없는 일이지 않겠나?”


“... 공식적인 징계 절차를 밟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그리고···.”


포르타는 저쪽 먼발치에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한 부사관을 바라보았다. 그는 중대 부대원도 아니었고, 포르타처럼 공적을 쌓으라고 대대에서 파견 보낸 경우도 아니었다. 그는 방첩부대에서 따로 보낸 자로 이번 작전에 감시역으로 동행하였다.


이런 소규모 작전에 감시역이 붙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얼마 전 소위로 갓 임관한 어떤 유력가문의 도련님이 이번 작전에 참여하여 걱정 많은 그 부모가 특별히 힘 좀 섰다는 소문이 있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기가 찰 노릇이었다. 다른 곳도 아닌 군대에 치맛바람이라니···.


그리 걱정이 된다면 처음부터 임관하지 않아야 할 일이지만, 군인으로 출세할 생각이 아니더라도 장교로 복무한 경력이 향후 왕국 고위직으로 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지라 -거기에다 복무 중에 어떤 식으로라도 공적을 쌓는다면 더욱 좋으니- 자식들이 짧게라도 복무하게 하는 귀족들이 꽤 있었다.


“아? 저쪽? 걱정하지 말게. 뭐, 대충 얘기가 끝났어.”


“그렇습니까?”


중대장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방첩부대에서 나온 인사를 구워삶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뇌물? 연줄? 뭐 그런 건가?’


“그래, 그 점은 걱정하지 말게. 뭐 여하튼, 이번 일은 정말로 유감이지만, 아직 젊은 친구의 앞길을 막아서야 하겠나? 한 번 정도 눈감아주는 것도 전우애 아니겠어? 물론 최소한의 근신 조치는 있을 것이야.”


물론, 그 근신 사유는 적당히 가벼운 것으로 꾸며질 것이다. 이를테면 ‘품행불량’이라던지 뭐 그 정도일 것이다.


“행여 이번 일이 나중이라도 알려지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어? 그리고 이번 일 같은 경우는 괜히 공식화하면 자칫 윗선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어. 망나니 하나 때문에 애꿎은 상관들이 피해를 받으셔야 하겠어? 긁어 부스럼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 네.”


“그래, 명심하게.”


중대장은 그 말을 끝으로 먼저 자리를 떠났고, 포르타는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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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왕성탈출 23.05.26 8 0 11쪽
15 015. 공주마마 납시오! 23.05.24 9 0 12쪽
14 014. 사주팔자 23.05.23 7 0 12쪽
13 013. 고아 23.05.22 8 0 13쪽
12 012. 왕립묘지의 모녀 23.05.19 12 0 12쪽
11 011. 용사와 살인마 23.05.17 12 0 14쪽
10 010. 오줌싸개래요! 23.05.17 20 0 13쪽
9 009. 순국이다. 순국! 23.05.16 9 0 12쪽
8 008. 칼과 꽃 23.05.15 8 0 13쪽
» 007. 피똥 싸봤냐 23.05.12 10 0 13쪽
6 006. 간다르바의 저주 23.05.11 10 0 12쪽
5 005. 올레오의 항아리 23.05.10 12 0 13쪽
4 004. 절뚝거리는 지팡이 23.05.10 11 0 12쪽
3 003. 마지막 밤 23.05.10 21 0 13쪽
2 002. 용사의 휴식처 23.05.10 12 0 14쪽
1 001. 마법연구원의 어느 조교 23.05.10 3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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