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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님의 서재입니다.

내일도 해가 뜰까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팬픽·패러디

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08.31 22:56
최근연재일 :
2013.09.17 22:2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4,896
추천수 :
277
글자수 :
128,429

작성
13.09.03 07:40
조회
2,301
추천
34
글자
7쪽

D-24

DUMMY

[태연의 이야기]


아침을 챙겨먹고 바로 집으로 올라왔다. 제법 긴 시간이었지만 일찍 올라와서 그런지 오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휴게소에서 먹은 핫도그 때문인지 배는 고프지 않았다.


“저녁 찬거리 떨어졌는데 마트나 갈까?”

“뭐 해먹을 건데?”

“우리 아기는 뭐 먹고 싶어?”

“오빠가 해주는 거면 다.”

“그럼 양배추 찌개 한 번 먹어볼래?”

“그게 뭔데? 나 처음 들어봐.”

“고추장찌개 비슷한 건데 좀 더 칼칼한 느낌 나. 양배추 넉넉히 넣고, 돼지고기도 넣고. 양배추가 부드러워지면서 매콤해지거든. 맛이 제법이야.”

“정말 신기하다. 나 먹어보고 싶어.”


그 외에 무엇을 살지 논의를 하는데 문득 낡고 더러워진 커튼이 눈에 들어왔다.


“오빠. 저 커튼 말고 다른 거 없어? 너무 낡았는데.”

“응. 별로 신경 안 쓰고 살아서. 저거 하나야. 빤지 언제인지도 기억 안 나네.”

“이그. 청소해도 저거 때문에 다시 더러워지겠다. 우리 새로 사서 달자.”

“그럴까? 그럼 예쁘고 좋은 걸로 사자. 그래야 오래오래 쓰지.”


오래 써야지. 오래 쓸 수 있어야지.

경주의 그 카페에서부터 오빠는 계속 미래를 이야기한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간이 남았음에도 더 이후의 계획을 세우듯이 말을 하는 오빠의 모습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내게 희망을 주려는 건가? 그것이 헛된 희망이라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더 잘 알 텐데.

내게 희망이란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와 같다. 그냥 쓰레기. 보기도 싫은. 나완 하등 상관이 없는. 더럽고 역겨운.

판도라가 연 상자에 마지막에 나왔다던 희망이란 쓰레기. 아니지. 애초에 그년이 열지 않았으면 질병과 고통도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건가? 개 같은 년. 더러운 년. 그년만 없었어도 나는 더…….

생각을 이어나가려는데 오빠가 나를 품에 안아 정신이 들었다. 내 머리에 입을 맞추며 으스러지게 안아주는 오빠의 행동.


“우리 아기 나쁜 생각하는 구나.”

“응?”

“우리 아기 나쁜 생각하면 미간이 요렇게 찌푸려져.”


오빠가 검지로 내 미간을 콕 찌르더니 이내 찌른 곳에 입을 맞춰준다.


“우리 좋은 생각만 하자. 난 허황된 미래를 네게 말하는 것이 아냐. 그냥 현재의 행복을 노래하는 거지.”


현재의 행복이라고? 모르겠다. 나중을 말하는 것이 왜 현재의 행복인가?

다시 날 꽉 안아준다. 잔뜩 힘이 들어가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답답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함께 있는 느낌. 같이 살아있는 느낌.


“우리 아기 이제 다시 예쁜 얼굴로 돌아왔네.”


오빠가 주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풀렸다. 그래. 생각하지 말자. 우울해하지 말자. 혹시 알아? 우리 집이랑 똑같이 생긴 사후세계가 나타날지. 그러면 저 낡은 커튼은 보기 흉할 거야. 저승엔 마트가 없을 지도 모르니까 미리 사두자.


----------


“이걸로 할까?”


살짝 비치는 커튼. 분홍색깔. 살짝 깔깔한 느낌이 답답하지 않고 시원하다.


“꽃도 피고 날도 따뜻해지니까 이 재질이 괜찮을 것 같은데.”

“길이는 맞아?”

“응. 대충 보니까 딱 맞는 것 같아. 위아래 길이 이정도면 맞고. 폭은 살짝 넓은 것 같은데 짧지만 않으면 되니까 문제없어.”


꼼꼼하게 살피는 오빠의 모습에서 주부 9단의 포스가 나온다. 다정하고 배려하는 것이 천성인가? 꼼꼼한 것도 천성이고? 연애 뿐 아니라 결혼상대로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 정말 아깝다. 조금만 더 일찍 만났으면 더 많은 걸 함께 했을 텐데.


“날 왜 그렇게 봐? 그렇게 내가 좋아?”

“좋아. 난 오빠 좋아.”

“나도 우리 아기 좋아.”


웃으며 날 안아주는 사람. 좋아. 나 오빠 좋아. 정말 좋아.


----------


“이거 생각보다 정말 맛있는데?”

“맛있지?”

“응. 찌개랑 양배추랑 매치가 안 되었는데 정말 잘 어울린다.”


흰 쌀밥에 칼칼한 국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조화였다. 기름기 없이 담백한 고기와 부드럽고 매콤한 양배추가 너무 잘 어울린다. 매콤해서 그런지 뜨거워서 그런지 얼굴에 땀이 나고 코가 나오려고 한다.


“우리 아기 코찔찔이네.”


오빠가 휴지로 내 코를 훔친다. 그의 모습에 나는 씩 웃어주었다.


[세영의 이야기]


내가 코를 닦아주니 어린 아이처럼 웃는다. 나는 그녀의 저 웃음이 좋다. 환한 웃음. 내숭 없이, 가식 없이 정말 환하게 웃는다. 저 꾸밈없음이 날 순수하게 만든다.

이를 닦고 설거지를 한 뒤 원래 달린 커튼을 모두 거두었다. 박힌 고리를 모두 제거한 뒤 수거함에 버렸다.

내가 버리는 동안 고리를 모두 새 커튼에 끼운 태연이 말한다.


“내가 다 끼웠다. 잘했지?”

“손은 안 찔렸어?”

“내가 어린애인가 뭐.”

“나한텐 애인데.”

“애한테 뽀뽀하고 그러누?”

“그럼 나 잡혀가는 거야?”

“내가 잡아갈 거야. 종신형입니다.”


허리에 팔을 올리고 고운 턱을 치켜 든 그녀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내게 형을 선고한다. 그 모습이 귀여워 으스러지게 안은 뒤 입을 맞추었다.


“여봐. 종신형이야 아주.”


식탁에서 의자를 갖고 와 커튼을 달았다. 분홍빛 커튼이 흰 벽지와 어우러져 산뜻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낸다. 원래 있던 낡은 흰 커튼은 삭막한 분위기를 냈었는데. 마치 내 마음의 변화를 보는 것 같아 애잔하다.


“오빠. 이리 와봐.”


태연이가 아이처럼 커튼 속에 숨어 꺄르르 웃는다. 커튼을 들추며 그 속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내 품에 안겨온다. 우리의 몸을 커튼이 감싼다. 숨결이 피부에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서 있는 우리.


“좋다. 이렇게 집도 같이 꾸미고.”

“여름엔 침대 시트도 갈자.”

“까실까실한 걸로. 여름에는 땀 차잖아. 시원하게.”

“삼베 같은 거?”

“그건 너무 까실거려.”

“그 때 덥다고 나 밀어내면 안 돼.”

“하는 거 봐서.”


그녀를 품에 안고 머리냄새를 맡았다. 옅은 샴푸 향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녀도 내 허리를 끌어안고 있다.

몸을 스치는 커튼의 감촉이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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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D-9 13.09.11 269 7 8쪽
21 D-10 13.09.11 990 8 8쪽
20 D-11 13.09.10 210 5 8쪽
19 D-12 +2 13.09.10 321 6 7쪽
18 D-13 13.09.09 470 8 9쪽
17 D-14 13.09.08 340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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