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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님의 서재입니다.

내일도 해가 뜰까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팬픽·패러디

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08.31 22:56
최근연재일 :
2013.09.17 22:2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4,893
추천수 :
277
글자수 :
128,429

작성
13.09.01 13:44
조회
480
추천
11
글자
9쪽

D-28

DUMMY

태연의 이야기


“오빠 오늘은 학교 가자.”

“학교? 무슨 학교?”

“대학교에. 나 사실 학교 다니면서 C.C인 애들 조금 부러워했거든.”

“캠퍼스 커플?”

“응.”


무거운 전공 서적을 잔뜩 품에 안고 종종걸음으로 캠퍼스 내를 걸어갈 때 보였던 수많은 커플들. 그들은 바쁜 학교 내에서도 무언가 여유가 있어보였다.

손을 꼭 잡고 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모습은 샘이 나면서도 부러웠다.

가끔 무릎을 베거나 공공장소에서 하기 민망한 스킨십을 하는 커플들이 있었는데 눈살이 찌푸려지면서도 나도 저렇게 해봤으면 하는 호기심도 생기곤 했다.

학과 생활을 거의 하지 못해 친구도 없이 혼자 쓸쓸히 다녀서 그런지 캠퍼스 커플에 대한 로망은 지금까지도 갖고 있었다.


“그럼 그렇게 할까?”


오빠가 웃으며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오빠의 모습에 왠지 신이 났다.

장롱에 넣어둔 어제 산 옷들을 꺼내 코디를 맞춰봤다. 너무 튈까 걱정하며 무난한 옷을 고르는 내 손을 오빠가 뿌리친다.


“뭐야. 이왕 캠퍼스 커플로 가면 한 쌍의 바퀴벌레가 되어야지!”


보란 듯이 오빠는 더 유난을 떨며, 대놓고 나 커플룩이에요 하는 옷들을 장롱에서 꺼냈다. 한 쌍의 바퀴벌레라니. 조금 민망하면서 기대된다.


“어느 학교로 가지?”

“외부인도 많은 곳으로 가자. 여기서 버스 한 번 타면 갈 수 있는 학교가 있지.”

“어딘데?”

“신촌에 있는 그 학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엔 이대생이 없고, 홍대엔 홍대생이 없고, 신촌엔 연대생이 없다.


“우리 가방도 메자.”


놀러 갈 때 메자며 산 산뜻한 색의 가방을 등에 메었다. 이것도 오빠가 커플로 사자며 산 가방이었다.

그런데 오빠가 필기도구와 연습장도 챙겼다.


“그건 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가서 수업도 듣자.”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떻게?”

“요즘 학기 초잖아.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 할 거야. 대강당 같은데 교양수업 같은 거는 눈에 안 띌걸?”


짓궂은 표정, 꼭 서리를 하기 전 들떠있는 시골 꼬마아이 같이 오빠는 입에 커다란 웃음을 안고 있었다.


----------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오빠의 손을 잡고 정류장으로 나왔다.


“여기서 72번 타면 바로 연대까지 가.”

“여기 교통편이 생각보다 괜찮네.”

“응. 경의선 타면 홍대나 서울역 까지도 바로 쏴.”

“덕양이 일산 보다 낫네. 가깝고.”

“땅도 더 싸지.”


출근 시간과 살짝 맞물려서 인지 차엔 사람이 제법 많았다. 난 버스 손잡이 대신 오빠 품에 살짝 안겼다. 조금 민망했지만 사람이 많아 그다지 눈에 띄진 않았다.

오빠는 그런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허리를 살짝 감싸주었다. 오빠 품에서 나는 상큼한 형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기분이 조금 좋은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풀리지 않은 피로와 어깨를 누르는 압박감 때문에 학교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기만 했었다.

하지만 어떤 것도 거리끼지 않아도 되는 지금 느긋하게 학교로 향하니 기분이 가볍기 그지없다.


“힘들지? 조금만 참아. 디지털 미디어 시티 역에서 사람 많이 내려.”


오빠 말대로 그 역이 되자 대다수의 사람이 내렸다. 그러자 오빠가 내 손을 잡고 버스 맨 뒷자리로 가 앉았다.


“나 여기 앉아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둘이.”


내 말에 오빠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 손길이 좋아 나도 모르게 오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품을 뒤적거리던 오빠가 이어폰의 한쪽 끝을 내 귀에 꽂아주었다.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버스의 엔진소리와 뒤섞여 묘한 화음을 낸다.

손을 내밀어 오빠의 손을 잡았다. 마주 잡는 오빠의 손.

아쉽다. 나 학교 다닐 때도 이렇게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다 왔다. 내리자.”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신호등 앞엔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여기 봐봐. 여기서부터 커플짓하는 사람 우리밖에 없어.”


오빠 말마따나 아직 여기서부터 만난 커플은 없어보였다.


“우리의 승리다. 우린 승리자가 될 것이다.”


괴상한 말을 내뱉는 오빠의 모습이 조금 웃기다. 승리자라니. 오빠도 자신의 말이 우스운지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웃는다.

우린 대충 대강당이 있을 법한 건물을 돌아다니다 지정좌석제가 아닌 강의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슬쩍 들어가 중간쯤에 앉았다. 오히려 맨 뒤에 앉으면 더 튀는 법이다.

공책을 펴들고 필기를 한다. 처음 듣는 내용이었고, 교수님의 교수법도 사람의 흥미를 계속 자극하는 것이기에 한 시간이 넘는 시간 정말 강의 듣듯이 보낼 수 있었다.

오빠도 진중한 표정으로 수업을 들었다.


“오빠. 필기한 거 봐봐.”

“그럼 너도 보여줘.”


오빠의 말에 나란히 책을 펴 비교해 보았다. 오빠도 충실히 수업을 들었나보다.


“오빠 글씨 정말 못쓴다.”

“나 왼손잡이인데 필기는 오른손으로 하거든. 유치원 때 바꿨는데 그 때문인지 글씨체가 많이 망가졌어.”

“그래? 다른 건 왼손으로 잘 하잖아.”

“아무래도 필기는 왼손으로 하긴 불편하기도 하니까. 막 몸이 비틀리거든. 그래서 그 때는 글씨를 되게 느리게 썼어.”


몰랐던 오빠의 사실 하나. 이렇게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아깝다 좀 더 많이 알고 싶은데. 알아가자니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 밥 먹으러 가자.”


학생식당에 가서 밥을 타왔다. 웃으며 내 손을 잡아주는 오빠. 다시 생각해도 좋다. 오빠랑 나랑 쓰는 손이 달라서 밥을 먹을 때도 손을 놓지 않아도 된다.

학생식당이라 역시 막 땡기는 식단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학식을 먹었었나? 없던 것 같다. 학교에 친구가 없어서 같이 밥을 먹을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언제나 매점에서 산 빵이나 편의점에서 산 김밥 같은 것으로 혼자 몰래 때우곤 했다.

이렇게 못 해본 걸 또 해보게 되는 구나.


“우리 벤치에 가서 앉아 있자.”


우린 학생들이 많이 안 다니는 한적한 곳을 찾아갔다. 학기 초이고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는 때라 그런지 한적한 곳은 거의 없었다. 삼삼오오 몰려있는 아이들을 보니 ‘참 좋은 때다.’라는 생각이 든다.


“뭘 그렇게 부럽게 봐?”


내 눈에 부러움이 담긴 것을 오빠가 읽었나 보다.


“난 학교 다닐 때 외톨이었거든. 저렇게 모여서 공강시간을 보내는 거 한 번도 안 해봤어. 사실 아까 학식도 처음 먹어봐.”

“많이 외로웠겠네.”

“그 때는 잘 몰랐지. 이리 저리 쫓기는 기분이었으니까. 발목 잡은 손 뿌리치고 꾸역꾸역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까 정말 외로운 것이더라고.”


오빠가 말없이 팔을 뻗어 내 어깨를 감싸주었다. 오빠의 품에 몸을 기대며 생각했다.


‘다행이다. 외롭지 않아서.’


오빠를 만나지 않으면 어땠을까? 지금 같은 상황에도 외로웠겠지? 그리고 난 그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했을 수 있다. 아니 그랬을 것이다.

나는 몸을 일으켜 오빠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오. 우리 아기 대담한데?”

“그럼. 완전 대담하지.”


낮은 시선에서 보이는 학교의 전경. 낯설지만 나름 운치 있다. 내 머리칼을 쓸어주는 오빠의 손을 가만히 잡아본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식곤증 때문인지 눈이 스르르 감긴다.


“자지 마. 아직 쌀쌀해서 감기 걸려.”

“5분만 자면 안 돼?”

“이보시오. 이런 곳에서 주무시면 입이 돌아가오.”


이상한 사극 톤으로 되도 않는 개그를 치는 오빠의 모습이 조금 웃기다.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교정을 걸어본다.


“조금 일찍 우리 만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왜 그런 생각한 거야?”

“지금이 너무 좋아서.”

“그럼 일찍 만났어도 좋았겠지.”

“다른 상황이었을 텐데도?”

“인연이니까.”


남자라서 단순해서 그런가? 오빠는 뭐든 쉽게 설명하고 쉽게 대답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뭘?”

“네 얼굴에 다 쓰여 있어.”

“가정과 만약으로 고민을 하기에는 우리는 좀 특별하니까.”


그렇구나. 오빠는 단순한 게 아니라 마음이 단단한 것이었다. 그의 굳은 신념은 튼튼한 닻과 같아서 흔들리는 조각배인 나를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지켜줄 것이다.


“이 근처도 돌아보자. 데이트하는 거야.”

“그래. 그러자.”


작가의말

1인칭일 때의 서술을 공부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쓸 때 단순히 인물의 시점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외에 차이점을 좀 더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구성적인 면을 더 보강해야하는데 시간을 두고 글을 완성시키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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