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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w 님의 서재입니다.

소환무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2kw
작품등록일 :
2021.12.19 01:34
최근연재일 :
2022.01.18 17:3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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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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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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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용살자

DUMMY

“이거···어떻게 합니까?”

“그냥 날려. 시원하게.”


남궁이지의 허락을 받았다. 이곳은 시험장. 여러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방비가 되어있는 건 당연하다.


자우는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기본초식으로 남궁세가의 중검을 내려쳤다.


삼재검법三才劍法

태산압정泰山押頂


간단한 내려베기. 하지만 실린 무게가 다르다. 쏘아진 검기가 시험장의 끝을 후려쳤다.


콰과과과! 기둥 사이 무형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장막이 빛을 뿜으며 일렁였다. 거대한 철퇴라도 맞은 것처럼 울렸다.


휘두른 검은 무거웠지만 위력은 그 이상이다. 자우가 감탄한 눈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를 보고있자 남궁지린이 달려들었다.


“와아앗! 너 이런 데에 재능이 있었구나?!”


마치 첫 걸으마를 뗀 아이라도 본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자우의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었다.


남궁이지는 그런 남궁지린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전 자우는 그야말로 무신의 아들다운 천재성을 보여주었기에.


첫 번째 시도에 고난이도의 기술을 성공한다는 게 자우에게 있어서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지 몰랐다.


무림대학에서 함께 그를 가르쳐온 남궁지린만이 이 순간의 기쁨을 자우와 나눴다.


그 뒤론 의외로 쉽게 중검에 입문했다. 이런저런 기본기를 배운 뒤에 그걸 기존에 익히고 있던 무공에 접목시키는 바식이었다.


그랬더니 각 무공들의 위력이 말도 안 되게 상승했다.


이렇게 성취가 체감될만큼 빠른 성장은 구천신녀 이후로 처음이다.


“의외로 너 우리 가문이랑 잘 맞는 거 아니야?”


남궁지린이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무공이 잘 맞는 것 같다는 뜻이겠지.


“그런 것 같네요.”


남궁세가의 방문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이번에도 온갖 멸시와 경계를 받으면서 꾸역꾸역 기술을 배울 줄 알았는데.


자신은 지금 웃고 있다.


“그러고보니 지린아. 넌 언제 이중속성을 배울 생각이냐?”


남궁이지가 남궁지린한테 묻는다. 자우도 연습을 멈추고 남궁지린을 돌아본다.


이중속성二重屬性. 흔히 두 번째 속성을 뜻한다.


일정 경지에 다다른 무인은 보통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다른 속성을 배우기 시작한다.


두 우물을 파는 게 아니라 자신의 우물을 다른 속성이 있는 곳까지 넓히는 것에 가깝다.


두 속성이 합쳐져서 발현되는 무공은 단일속성으로 이루어진 무공보다 강하고 독특하다.


남궁이지가 보이게 남궁지린의 경지는 두 번째 속성을 배우기에 차고 넘친다.


나이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한계치에 가까운 성장력이다.


그 나잇대에 이룰 수 있는 성취의 극한까지 오른 천재. 아마 곧 전성기가 시작되겠지.


“느낌상 풍속성이나 화속성 중에 하나일 것 같은데. 아님 형님처럼 지속성을 연마할 생각이냐?”


십천존 중 뇌존인 남궁지루는 뇌속성과 함께 지속성을 한계까지 연마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우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 정보다. 뇌속성과 지속성? 완전히 다른 성질의 속성이다.


뇌속성을 지속성처럼 다루면 위력이 안 나온다. 반대로 지속성을 뇌속성처럼 사용하면? 죽는다.


하지만 남궁지루는 해냈다. 그래서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자우가 생각하기에 남궁지린 또한 그걸 해낼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아니. 열망이 있었다.


“으음···모르겠어.”


팔짱을 낀 남궁지린이 미간을 찌푸린다.


그리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아직 뇌속성의 끝도 못 본 것 같은데. 다른 속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몸도 마음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남궁이지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는 너의 길을 가라.”


남궁지린은 남궁이지 또한 가늠할 수 없는 천재다.


검의 가문인 남궁세가에서 몸을 쓰는 무투가로 그 무수한 혈족들을 찍어눌렀다.


남궁세가의 검을 자신의 손과 발로 재현해내는 기형적인 재능의 소유자.


“혹시라도 풍속성을 배울 것 같으면 나한테 오고.”

“알겠어. 그땐 잘 부탁할게.”


그때고 내가 가문에 남아있다면.


남궁지린은 작은 목소리로 뒷말을 중얼거렸다. 자우마저 들을 수 없는 극히 미세한 소리.


그렇기에 남궁이지는 그 말을 듣지 못한 것으로 취급했다.


“난 좀 쉴 테니까 이젠 젊은 놈들끼리 생각하고 스스로 연습하는 시간을 가져봐라. 아님 같이 좀 쉬든가.”

“좀 더 이곳에서 수련하겠습니다.”


자우는 즉답했다. 쉴 시간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쉴 틈 없이 달려야한다.


그가 휴식을 취하는 것은 오로지 더 빠르게, 더 멀리 달리기 위해서다.


“그래라, 몸 조심하고. 네 아버지랑 면담하긴 싫거든.”


그 말을 남기고 남궁이지가 시험장을 떠났다.


희미한 푸른빛으로 빛나는 장막을 넘어 야명주의 빛이 닿지 않는 길로 걸어간다.


*


“새로운 기술엔 시험대상이 필요한 법이지.”


남궁지린은 자신이 그 대상이 되어주겠노라 말했다.


혼자 연습하는 것과 실전에서 치고받으며 써보는 건 완전히 다르다.


‘시간이 제법 흘렀지.’


구천신녀의 존재가 익숙해질만큼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동안 매일 두 번씩 혈도를 개조받고 구천신녀에게 두들겨맞으면서 감각을 단련시키며 지적받은 단점을 보완해갔다.


구천신녀를 만나기 전의 자신이라면 3초 안에 목을 자를 수 있다.


남궁지린과 마주한다. 서로에게 손과 검을 겨눈다.


단전에 들어있던 내공이 혈도에 흐르기 시작한다. 그것으로 육체에 초인적인 힘과 속도가 깃든다. 감각이 활짝 열린다.


시험장의 검은색 바닥이 우그러들었다. 그저 서있는 것만으로 초인적인 각력이 발판을 찌그러뜨린다.


남궁지린에게 선공을 줄 생각은 없다. 한 번 가속한 그녀를 멈출 자신이 없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가 박살난다.


‘뭐, 저쪽도 봐주고 있겠지만.’


남궁지린은 언젠가 자신을 봐주며 상대했다. 이번도 똑같을 거다.


하지만 그 봐주는 정도가 얼마나 내려갔느냐에 따라 자신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겠지.


“안 올 거···.”


남궁지린이 입을 연 순간 바닥을 박찬다. 이곳에 심판은 없다. 비겁하게 간다.


공기가 쩌엉 갈라진다. 순식간에 남궁지린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검이 무겁다. 이상할정도로 상성이 잘 맞은 무공. 멈춘 순간 이미 파동이 영역을 이루고 있다.


남궁지린을 본다. 보는 것에 집중한다. 신선의 것으로 변한 혈도. 혈도는 전신에 뻗어있다. 눈과 뇌에도 혈도가 있어서 그 영향을 받는다.


보다 신선에 가까운 시선으로 남궁지린의 반응을 관찰한다. 남궁지린이 몸이 움직인다. 유연하게, 자연스럽게, 그러면서 빠르게.


뻗은 다리, 굽힌 무릎, 균형 잡힌 허리가 일시에 비틀리며 힘을 끌어올린다. 살짝 당긴 주먹이 어깨를 돌린다. 마치 장전된 화살이나 총알 같은 느낌을 준다.


남궁지린의 내부는 더 복잡하게 돌아간다. 전신을 내달리는 뇌기가 신경을 활성화시키고 장기를 주물렀다. 불필요한 것을 닫고 필요한 곳을 개방한다.


뼈가 내공으로 강화되며 근육이 뇌기와 함께 수축한다.


주먹이 쏘아졌다. 남궁지린의 주먹이 검을 후려쳤다. 쩌어엉! 공기가 폭발한다. 남궁지린의 주먹은 검에 둘러진 파동의 장막을 일그러뜨렸다.


무식할 정도의 위력. 그걸 만들어낸 것은 어디까지나 순수한 기교. 전신이 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자우는 웃었다.


구천신녀와는 다르다. 구천신녀가 기술을 하나하나 파훼하고 무력화시킨다면 남궁지린은 무를 통해 인간이 어디까지 강해질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武라는 경지가 그대로 힘과 속도가 된다.


‘버틴다.’


천근추. 몸이 무거워지며 자세를 유지한다. 남궁지린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자우의 몸이 무거워졌다면 남궁지린의 몸은 무게를 잊었다.


초상비, 수상비, 답설무흔, 어기충소. 온갖 경공과 보법의 경지가 남궁지린의 발에 담긴다.


중력, 관성, 마찰, 그 외 남궁지린을 이루는 모든 힘이 재배열된다. 오직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만.


남궁지린의 기척이 두 개로 나뉜다. 이형환위다. 남궁지린의 주먹에 다시금 벽력이 실린다. 그 주먹이 천근추로 굳은 자우의 찰나를 꿰뚫는다.


무거워진 천근추로 반응이 늦는다. 예상한 바다. 천근추를 해제하지 않는다. 남궁지린은 그 틈을 노릴 테니까.


대신 혈도에 흐르는 내공이 양을 늘린다. 더 강해지고 더 빨라진다. 무거워진 몸으로도 반응할 수 있을만큼.


그의 혈도는 신선의 것이다. 인간이 버틸 수 없는 활동을 해낸다.


손목을 틀었다. 검을 아래로 내려 공격을 막는다. 발을 앞으로 끌었다. 주먹이 검에 꽂혔다. 꽈아앙! 다시 코앞에서 폭탄이 터졌다. 끔찍할 정도의 충격파 속에서도 두 무인은 움직였다.


자우의 검이 남궁지린의 주먹을 흘려내며 전진한다. 남궁지린은 상체를 기울여 그것을 피한다. 검이 머리를 지나간다.


‘와아, 제법이네.’


요즘들어 남궁지린은 생각한다. 정말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 같다고. 단순히 육체가 더 강해진 게 아니다.


지금껏 마음대로 파고들 수 있었던 약점들이 거의 사라졌다. 기술은 더 안정적으로 변했다. 전투를 이끌어가는 시야의 폭이 넓어졌다.


남궁지린은 뿌듯해졌다. 자우가 이렇게 성장한 것에는 자신의 지분이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한다.


남궁지린이 생각하기에 자신들은 단순한 선후배 사이가 아니다. 일종의 스승과 제자라 말할 수 있다.


학기 초부터 함께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가르치고, 짜증나게 구는 놈이 있으면 가서 두들겨 패줬다.


시험기간에 서로 떨어지니까 또 기어오르는 놈들이 있긴 했지만.


대학의 생도들이라고 해서 사제관계가 될 수 없는 건 아니다. 구배지례는 안 올렸지만 자우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둔재라 멸시받던 자우와 재능이 있어도 누구 하나 인정해주지 않았던 괴짜인 자신이 함께 여기까지 왔다.


이제 자우도 순조롭게 2학년이 되어서 계속 대학에 남아있을 것이다. 3학년이 된 자신도 그 곁에 있겠지.


그런 미래가 못내 뿌듯하고 기대가 됐다.


‘온다.’


자우의 검은 한 번 피한 것으로 멈추지 않는다. 보법을 밟으며 방향을 틀고 검에 속도를 더한다. 뒤로 돌아선 자우의 검이 남궁지린의 목을 내리찍으려 든다.


공격에 공격을 이어라. 이 또한 자신이 가르쳤던 것이다.


남궁지린이 상체를 기울이며 왼 팔을 뻗었다.


뇌룡조雷龍爪


자우가 남궁교에게 사용했던 그 기술이 속성을 바꿔서 날아든다. 더 빠르고 더 날카롭게. 다섯 손가락에 집중된 뇌기가 각기 다른 파장을 울리며 검을 밀어냈다.


동시에 남궁지린이 발을 차올렸다. 남궁지린의 발이 복부를 노렸다. 자우는 곧장 발을 뒤로 끌며 그걸 피했다.


남궁지린의 눈이 강한 뇌기로 번뜩였다. 황금색 빛줄기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반면 자우의 눈동자는 지극히 고요하다. 선기가 영향을 끼친 눈은 명경지수와 같이 세상을 본다.


동작은 끊어지지 않는다.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공격에 공격이 이어진다. 피하면서 공격하고, 막으면서 공격한다. 서로의 검과 주먹이 스치고 부딪친다.


공기가 터지고 바닥이 으깨진다. 쭈욱 날아간 검기와 권기가 외벽을 웅웅 울렸다. 두 무인은 서로에게만 집중했고, 자신의 기술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노란색 빛이 일렁이며 부풀 때 황금빛 번개가 그걸 꿰뚫었다.


검이 박살나도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 부러진 날이 바닥에 떨어지도 전에 서로에게 주먹을 날린다.


기공술氣功術

폭혈暴血


자우의 몸이 검붉게 달아오른다. 남궁지린은 자우와 직접 몸을 부딪치는 것에 더욱 즐거워하며 그를 밀어붙였다.


주먹이 잔영을 그리며 겹치는 순간, 남궁지린은 금나수로 자우의 손목을 낚아채며 팔꿈치를 찍었다. 퍼억! 자우의 복부에 남궁지린의 팔꿈치가 들어갔다.


통증은 익숙하다. 자우는 오히려 몸을 앞으로 밀면서 남궁지린을 잡으려들었다. 남궁지린의 발이 자우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황급히 발을 빼려드는 자우보다 남궁지린이 자우를 넘어뜨리는 게 빨랐다. 남궁지린은 넘어지는 자우에게 매달려 그를 아래로 처박았다.


쿠웅! 머리가 울렸다. 바닥에 머리를 찍고 눈을 떴을 때 남궁지린이 위에서 주먹을 떨어뜨렸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집중을 풀지 않았다. 떨어지는 주먹을 그대로 봤다. 맞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대로였다. 콰앙! 남궁지린의 주먹은 머리 옆의 바닥을 찍었다. 바닥이 움푹 들어갔다.


남궁지린이 그 상태로 물었다.


“더 할까?”

“···아뇨, 좀 쉬죠.”

“그러자.”


남궁지린은 자연스럽게 몸을 옆으로 쓰러뜨렸다. 그렇게 둘은 바닥에 같이 뒹굴었다.


하지만 여유롭게 웃는 남궁지린과는 다르게 자우는 숨 고르기도 바빴다.


남궁지린은 천장을 보면서 헐떡이는 자우를 보고 말했다.


“다시 안마 해줄까? 저번에 해줬던 그거 말이야.”


그 말을 듣고 자우는 예전의 기억을 끄집어 냈다. 확실히 효과가 좋았다. 구천신녀가 인정할만큼. 그 뒤로도 종종 받았다.


구천신녀의 선기로 회복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예. 부탁드립니다.”

“부탁할 필요까지야. 그냥 누워있어.”


남궁지린은 몸을 일으켜서 자우의 몸을 내려다봤다. 땀으로 흠뻑 젖은 무공은 이곳저곳 찢어져있었다.


나중에 갈아입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궁지린은 자우의 몸에 손을 올렸다.


뇌기로 혈도를 단숨에 파악한다.


‘역시 또 바뀌었어.’


자우의 혈도는 바뀌고 있었다. 성질이나 그 위치가. 매일매일 조금씩.


‘공청석유를 먹은 효과인가, 아니면 그냥 체질인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들 중엔 정말 특이한 육체를 타고나는 사람들이 많다.


짐승으로 변하거나, 피를 계속 생성한다거나, 혹은 특수한 무공이나 속성에 적합하다던가.


당장 남궁지린 본인도 뇌룡지체雷龍之體라는 특이한 몸을 지니고 있다.


혈도가 좀 특이하게 꼬아져 있어서, 뇌기를 자유롭게 증폭시키고 다룰 수 있다.


반대로 뇌기를 견뎌내는 능력도 다른 사람에 비해 극도로 뛰어나다.


자우도 그런 체질인 걸까? 어떠한 계기로 육체의 잠재력을 각성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선기가 느껴지는 건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따로 영약을 먹는 건가?’


그런 의문들을 품으면서 자우의 몸을 꾹꾹 누른다. 그때마다 흘러들어간 뇌기가 육체와 정신을 자극하고 활성화시킨다.


나름 정성스럽게 자신의 몸을 안마하는 남궁지린을 보면서 자우가 입을 열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제나요.”


구천신녀를 통해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자신이지만 그렇다고 남궁지린을 잊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자신의 이기적인 성격을 생각해보면 그냥 잊지만 않는 거겠지만.


그런 자우의 말에도 남궁지린은 웃었다.


“나도 고마워.”

“···제가 고마움 받을 일을 했던가요?”


자신은 언제나 받기만 했지 남궁지린에게 뭘 준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부활동을 도운 정도다.


“내 꿈을 진심으로 여겨줘서 언제나 고마웠어.”

“그게 고마움 받을 일인진 잘 모르겠네요···.”

“단경 그놈은 솔직히 무신에게 도전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더라.”

“걘 아버지한테 받은 게 많으니까요.”


22년 전, 전쟁을 멈추고 무신이 선택한 것은 망하기 직전인 대륙을 안정화시키는 것이었다.


천마와 싸우며 소모한 영웅들을 뒤통수치고 자기네 이득을 챙기려 들었던 놈들.


그놈들을 모조리 정면에서 찍어누르고 대륙을 통합했다. 무신에겐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말 안 듣는 놈들을 죄다 처죽이면 그만이었으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덕분에 대륙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한명의 절대자, 하나의 의지 아래에서 인간이 통합될 때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무신은 영웅이자 신이다. 대륙은 구한 영웅이면서 동시에 대륙을 이끈 신.


“그렇긴 하지?”


남궁지린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떨궜다. 금빛 머리카락이 안면을 가려서 눈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날 있는 그대로 인정해준 건 너 뿐이라···너랑 있으면 내가 부정되지 않을까 끙끙대지 않아도 돼서 좋아. 편하게 웃을 수 있어.”

“전 그냥···이 세상은 누구든 천하제일인이 될 수 있는 세상이라서 딱히 부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인데요.”

“누구든 천하제일인 될 수 있는 세상?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제 아버지는 한때 약초꾼이었고, 그런 아버지가 천하제일이 되는데 2년밖에 안 걸렸으니까요.”


말도 안 되는 일, 그런 게 가능한 세상인 게 문제다.


“그건 네 아버지가 특별한 거 아닐까?”

“특별하든 뭐든 그런 게 현실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문제죠. 결국 누구도 현실을 가늠할 수 없다는 뜻이니까요.”


무신 같은 존재가 또 나올 수 있다. 어쩌면 이미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건 무신보다 더 위험하고 강할지도 모른다.


누구도 그럴 수 없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이미 무신이란 기적을 봤으니까.


“대체 네가 생각하는 세상은 얼마나 위험천만한 거야?”

“한낱 약초꾼이 2년만에 세상 모두를 죽일만큼 강해질 수 있는 세상이죠.”


남궁지린이 푸흐흐 웃었다.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농담 아닌데···.


그 뒤로 한동안 안마를 받다가 문득 천장의 용조각상이 눈에 띠었다.


말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어색해서 말문을 텄다.


“그러고보니 남궁세가 여기저기서 용 조각상을 본 것 같네요.”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용과 관련된 그림, 물건, 조각들을 많이 봤다.


딱히 지하뿐만 아니라 지상에서도 많이 본 기억이 있었다.


남궁지린도 천장의 용 조각상을 보면서 말했다.


“남궁세가는 용과 관련이 깊어. 먼 옛날엔 용을 부리기도 했다는 전설이 있고.”


용이라. 한 번 부려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강력한, 전설의 신수. 자신의 음습한 지배욕을 마구마구 자극한다.


“용이라고 다 같은 용은 아니야. 지금 저 용은···얼굴 형태를 보니까 악룡惡龍같네.”

“그런 것도 알 수 있습니까?”

“어릴 때 배워.”


남궁세가는 왜 그딴 걸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걸까. 정말 용이라도 기르고 있나?


“마찬가지로 먼 옛날에 선조 중 한 분이 용을 죽이셨다는 기록이 있거든. 저건 내 선조가 주인 용을 본따 만든 거야.”

“그 선조분 이름이 뭡니까?”


용을 죽였다면 당연히 유명한 이름일 것이다.


“이름? 외우기 쉬워. 남궁룡南宮龍.”


···어쩌면 그는 용을 죽이기 위한 운명을 타고났을지도 모른다.


“별호는 용살자龍殺者였고, 그분이 썼던 독문병기는 용살검龍殺劍이라 불렸다고 해.”

“오···.”


자우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남궁지린이 피식 웃으며 그를 내려다봤다.


“왜? 관심있어?”

“뭐, 용을 죽였다니까요.”


사내라면 누구든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용을 타는 인간은 동경의 대상이지만 용을 죽인 인간은 전설이 된다.


무수한 소설, 동화, 설화 등의 이야기에서도 용은 주인공의 강력한 조력자이자 대적자였다.


그리고 무척 탐스러운 보물덩어리였지.


“보통 용은 전설에서만 나오는 생물이라지만, 그림을 보면 죄다 비슷하게 생긴 게 진짜 있었긴 한 것 같네요. 저 조각도 엄청 정교하게 생겼고.”

“뛰어난 장인들이 만들어서 그런 거겠지.”


자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마치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시발!’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용 조각상의 눈동자가 도르륵 움직였다. 쿠구구구! 천장이 들썩였다. 위쪽에서 파편이 후드득 떨어졌다.


반응은 남궁지린이 더 빨랐다.


콰르릉! 지면에서 솟구친 번개가 용의 턱을 후려쳤다.


용은 조각상처럼 부서지지 않고 유연하게 머리가 튀어올라갔다.


[크워어어어어!]


그리고 자기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포효를 내질렀다. 그것만으로 시험장 전체가 떨어울렸다.


자우는 그걸 보면서 고뇌에 빠졌다.


‘이번에도 내 능력 때문이라고?’


이번엔 정말 아닌 것 같다.


진짜 구천신녀 말대로 무슨 음모나 자신이 모르는 비밀 같은 것이 있는 게 분명했다.


*


“음?”


검신서고의 다른 층을 돌아다니던 남궁이지는 이변을 느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강대한 기파가 느껴졌다. 하나는 남궁지린이고 다른 하나는···인간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제기랄. 골치아프게···!”


어서 빨리 이곳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할 필요가 생겼다.


남궁이지는 인상을 구기며 어둠 속을 향해 뇌까렸다.


“어서 나와라. 이거 다 네 짓이지?”


남궁이지의 주위엔 뇌영각의 호위들이 널브러져있었다. 남궁지린과 정자우를 호위하기 위해 숨어있던 놈들이었다.


거기다 주변에 진법이라도 쳤는지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검으로 베면 못할 것도 없지만···저놈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반만 맞다고 해두죠.”


청초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새하얀 옷과 용을 닮은 비녀를 꽂은 여인이 검을 쥔 채 나타났다.


“너···!”


남궁이지의 눈이 부릅떠진 순간 구천신녀의 검이 휘둘러졌다.


구천신검九天神劍

구주팔황九柱八荒


선기가 아홉 개의 다른 속성을 흉내내며 공간을 찢었다.


그 즉시 남궁이지가 검을 들고 맞받아쳤다.


콰과과과과! 선기와 뇌기가 뒤엉켜 허공에서 박살났다.


속성과 기술. 그걸 확인한 남궁이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그는 구천신녀를 보면서 목소리를 떨었다.


“너, 네년이 어떻게···!”

“절···아시나요?”


동시에 구천신녀의 입술이 올라갔다.


그 미소를 본 남궁이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배신자가 감히 어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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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살자 22.01.15 42 2 21쪽
24 중검(3) 22.01.14 34 2 13쪽
23 중검(2) 22.01.13 42 1 16쪽
22 중검 22.01.12 47 2 20쪽
21 남궁세가(3) 22.01.11 46 3 14쪽
20 남궁세가(2) 22.01.10 45 2 11쪽
19 남궁세가 22.01.08 56 2 21쪽
18 인형괴담(2) 22.01.07 52 2 19쪽
17 인형괴담 22.01.06 62 2 17쪽
16 맹호보(3) 22.01.05 58 2 15쪽
15 맹호보(2) +1 22.01.04 63 2 16쪽
14 맹호보 22.01.03 64 2 12쪽
13 남궁지린(3) 22.01.01 83 1 18쪽
12 남궁지린(2) 21.12.31 84 2 15쪽
11 남궁지린 21.12.30 87 2 15쪽
10 목표(3) 21.12.29 87 2 19쪽
9 목표(2) 21.12.29 91 1 15쪽
8 목표 21.12.28 109 2 19쪽
7 소환능력(2) 21.12.27 125 3 19쪽
6 소환능력 21.12.25 136 3 12쪽
5 도서관의 괴수 21.12.24 143 3 20쪽
4 육체개조(2) 21.12.23 163 4 13쪽
3 육체개조 +3 21.12.22 213 8 13쪽
2 현실 속 주인공 +2 21.12.21 246 9 13쪽
1 주인공 소환 +6 21.12.20 335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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