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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w 님의 서재입니다.

소환무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2kw
작품등록일 :
2021.12.19 01:34
최근연재일 :
2022.01.18 17:3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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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글자수 :
19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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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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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목표

DUMMY

하루 좀 넘는 시간동안 두 번. 자우는 두 번 구천신녀에게 죽을뻔했다.


그건 대단히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자우는 냉정하게 구천신녀의 가치를 판단하였다.


무엇을 체념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이 지금 뭘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했다.


‘검 좀 들이댄 거야 뭐···.’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 아니었나.


그래서 경계하고 떨어뜨리려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대신 체념하고 자신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바뀌는 건 없었다.


나는 아직 살아있고 구천신녀의 가치 또한 여전하다.


“입을 벌려주세요. 팔 상태가 그러하니 직접 먹여드리겠습니다.”


구천신녀가 결정을 들고 말했다.


자우는 아기새가 된 기분으로 입을 벌리면서 사전의 지식을 떠올렸다. 공청석유의 결정은 가공없이 먹을 수 있는 영약의 종류였다.


벌린 입 사이로 구천신녀가 결정을 쑥 집어넣는다.


“이제 닫으시면 됩니다.”


입을 열고 닫는 것까지 전부 지시해주니, 어린애가 된 기분이다.


새삼 어릴 적 자신을 돌봐주던 시종 누나들을 떠올리면서 입을 닫는다.


결정은 그 단단함이 이해가 되지 않을만큼 빠르게 녹아내렸다.


이 세상의 인간의 소화기능은 다른 종족들에 비해서도 뛰어난 편이다.


여러 성질의 기운을 담을 수 있다보니 뭘 먹어도 기본은 가고,


자신과 적합한 성질의 기운을 흡수한다면 그 효율이 몇 배로 뛴다.


공청석유의 기운이 해일처럼 쏟아지기 시작한다. 순간 이대로 죽는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엄청난 기운이었다.


과연 최상급의 영약다웠다. 그야말로 자신의 분에 넘치는 과유불급의 보물이다.


그리고 구천신녀가 단전에 손을 올렸다. 동시에 그녀의 선기가 온몸을 보호했다. 흘러넘치는 기운에 혈도가 손상되지 않도록.


구천신녀는 선기를 혈도에 녹이는 한편 공청석유의 기운을 순서대로 혈도에 돌린 뒤 단전으로 모았다.


‘...편하군.’


느긋한 자각이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하는데 누군가 알아서 자기 할 일을 대신 해준다는 게 이토록 편한 것이었던가.


실시간으로 단전에 쌓여가는 정순한 기운을 느끼고있자니 인생이 정말 쉽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저 많은 기운, 만약 자신이 직접 심법으로 저장하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반도 못 모았을 거다. 혹은 재수없게 내상이라도 입어서 피 토하거나.


많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좋은 영약을 먹는다고 무작정 강해지거나 하진 않는다.


영약도 결국 외부의 기운일 뿐이고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그만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 방대한 기운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둘 정신력과 그걸 고스란히 단전에 모을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구천신녀가 그 모든 것을 대신해주고 있다. 재능이 부족한 자신을 대신해서.


그래서 자우는 더 이상 편안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최대한 관조하려 노력했다.


이 기운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것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보려 했다.


과연 1할이나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되었지만 본디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인 일에 도전하는 것은 그의 일상이었으므로, 그것이 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집중하는 자우를 구천신녀가 조용히 관찰했다. 그는 자신이 쳐다보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구천신녀는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훤히 보이는 듯했다.


‘비정상적이야.’


재능이 뛰어난 게 아니다.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심법에 집중하다니.


차라리 재능이 뛰어나 자신의 기술에서 깨달음을 얻는 거라면 모를까,


그 1할도 이해할 수 없는 둔재가 오직 이성만으로 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저걸 노력이라 부를 수 있을까?


구천신녀는 생각했다. 어떤 목표가 있고 그걸 위해 행동한다면 그것은 노력이라고.


‘나쁘진 않아.’


다른 걸 떠나서, 노력하는 사람은 싫지 않다.


재능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노력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는 소리니까.


자신의 인생을 소모할 만큼 중요한 것.


그런 것을 찾고 매달릴 수 있는 건 분명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구천신녀는 살짝 웃은 뒤, 그 웃음을 빠르게 지워내었다. 거짓된 자아였고 불필요한 감정이었다.


“끝났어요. 몸을 움직여볼래요? 내공을 쌓는 김에 상처도 치료했거든요.”

“어, 정말이네.”


자우는 그 자리에서 팔을 빙글 돌렸다.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마워.”

“별 말씀을.”


구천신녀는 알고 있었다. 그가 진심으로 고마운 것이 아니라 고마워야하는 상황이기에 자신에게 말했다는 것을.


구천신녀는 직감이 좋았다. 그런 설정이었다. 무수한 소설 속 악인들을 이 눈으로 판단했다. 그녀가 본 자우는 결코 천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인간도 아니었다.


그는 알까? 자신과 아버지가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것을.


재능은 물론이고 인격도 신체도 달랐지만 구천신녀는 자신이 아는 정신과 자우 사이에서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혈연관계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위험한...무언가였다. 구천신녀는 그 위화감을 가슴 깊숙이 숨겨두었다.


*


의선당에서 퇴원한 뒤엔 수련시간이었다.


원래는 혼자 훈련실에서 단련이나 했을 시간이지만···오늘은 대단한 교관님께서 함께하신다. 무려 소설 주인공이시다.


“생각해보니까 저의 목적은 말씀드렸는데 독자님의 목표는 듣지 못한 것 같군요. 서로 간의 이익을 일치시키려면 확실히 듣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본격적인 훈련을 하기 전 훈련실에서 구천신녀가 말했다.


“오늘 그만한 일이 있으셨는데도 몸이 괜찮다면 훈련을 뺄 수 없다고 하시니, 그토록 노력하셔서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도 알고 싶네요.”


사실 구천신녀는 오늘 자우를 쉬게 해줄 생각이었다. 공청석호랑도 싸우고 자신에게 목숨이 노려지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자우는 쉴 생각이 없었다. 시간 아까웠다. 몸이 움직이고 부작용이 없는데 왜 쉰단 말인가. 목표를 위해서 쉴 시간 따윈 없었다. 그건 목표에서 멀어지는 행위니까.


그 목표가 무엇인지 구천신녀가 물어오고 있다.


‘뭐, 적당히 말해주면 되겠지.’


거짓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원래 하나의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다시 그 목표를 위해 이루어야 하는 작은 목표들이 있다.


원대한 목표를 말해봐야 허무맹랑할 뿐이니 실질적으로 근접해온 목표를 말하는 게 옳다.


“군사부에 합격하고 싶어.”

“군사부요? 어째서죠?”


군사부軍師部는 폭넓겐 무림맹의 행정 전반을, 그리고 임무수행 등에서 지휘를 맡는 인재를 양성하는 학부다.


“어···출세는 모두가 하고 싶은 거고, 내가 출세하려면 실전보다 이론시험이 치중된 군사부에 합격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니까?”


순수하게 무공으론 대성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일찌감치 합리적인 설계를 했다.


“그것뿐인가요?”

“군사부가 내 성향에 맞는 학부이기도 해.”


자우는 남들에게 부려지는 것보단 남들을 부리는 입장이 더 좋은 사람이었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남들이 들었다면 비겁하다거나 겁쟁이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누구도 아닌 그 무신의 아들이, 뒤에서 남들 지휘나 하겠다고? 호부견자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사람들은 무신의 아들이 그러길 원하지 않았다. 무신의 아들답게 호쾌하게 적들을 찢어발기길 원했다. 그리하여 제 아버지의 역할을 훌륭하게 계승하길 바라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무신의 아들인 ‘자우’에겐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이미 쓰레기라는 게 증명됐으니까. 자우에겐 헛된 질투와 비난만이 남았을 뿐이다.


자우는 그런 무가치한 관중들의 기대에 호응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부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럼 그 군사부에 합격하기 위해 현재 문제가 되는 게 뭐죠?”

“기본적인 무력? 군사부라고 실기를 안 하는 건 아니거든.”


오히려 군사부이기에 더 굴리는 면도 있다. 다른 전투과와는 다르게 직접 조원을 모아서 시험을 치는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무림맹의 군사라면 당연히 실전에서도 활약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인망도 있어야 했다. 탁상행정은 무림맹이 원하는 인재가 아니었으니까.


“당장 제갈세가 놈들도 있고.”

“아, 그 재수없는 놈들 말씀이시죠?”


구천신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자우는 그녀를 이해했다.


사대세가의 일원인 제갈세가, 머리도 좋고 싸움도 좀 하는 놈들이라 남들의 배는 재수가 없었다.


그리고 군사부에 가장 많은 인재가 합격하는 가문이기도 했다. 현재로선 자우의 진정한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놈들이다.


“흠. 소환능력 쪽은 어떻지요? 공청석호는 다시 만드실 수 있겠나요?”

“아니. 더 안 나와.”


공청석호를 다시 소환해보려고 했다. 공청석유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하지만 공청석호가 다시 소환되는 일은 없었다.


“검은요?”

“쉽게 만들어져.”


자우가 허공을 가볍게 쥐자 검이 다시 나타났다. 자우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과 동일한 검이다.


“으음...”


자우는 많이 아쉬운 얼굴이었다. 세상이 그렇게 편리하진 않겠지만 공청석유를 무한정 얻을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테니까.


대체 공청석호와 검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그런 자우에게 구천신녀가 조언했다.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요. 아직 능력을 다 파악하지 못했기도 하고, 애초에 내공만으론 강해지는 데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역시 그렇겠지?”


구천신녀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영약이 있어도 그 약성과 내공을 몸이 버티지 못하면 안 되고, 몸이 버텨도 혈도가 그만큼 넓고 튼튼하지 않으면 기운을 뽑아쓸 수 없고, 기운을 뽑아내도 그걸 제대로 쓰기 위한 기술이 없으면 그냥 낭비일 뿐이니까요.”


구천신녀의 말은 정론이었다. 사실 인간의 한계라는 게 거기서 거기다.


자기들끼리 신체니 내공이니 떠들어봤자 정말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인간의 육체 자체가 별로 대단한 편이 아니다. 근데 거기서 뭘 더 비교해봐야 도찐개찐이었다.


그래서 기술이 중요해진다. 가진 걸 제대로 쓰기만 해도 남들을 압도할 수 있다.


이 무림의 구파일방과 사대세가가 그런 것처럼. 그들이 무림의 꼭대기에 군림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신체나 내공이 아니라 무공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압도적이면 신체고 내공이고 의미없다. 그게 구천신녀의 지론이었다.


물론 자우는 그 한계치가 남들보단 높아질 것이다. 신선의 육체를 얻을 테니까.


하지만 신선의 육체를 얻는다면 딱히 공청석유를 물처럼 퍼마시지 않아도 주변놈들 때려눕히는 건 예삿일이다.


구천신녀는 애초에 자우가 소환능력 없이도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소환능력은 구천신녀에게 있어서 덤일 뿐이었다. 자우는 좀 다르겠지만.


“소환능력에 대한 연구는 느긋하게 하도록 하죠. 급할 건 없으니까요.”


급할 건 없다. 구천신녀는 이미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갖추었으므로.


“독자님의 목표를 들었으니 저도 가까운 목표를 정하도록 하지요. 전 권력, 지위도 중요하지만 그걸 뒷받침할 무력과 명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력은 키워주면 된다. 권력은 자우가 알아서 노력하고 있다. 그럼 명성은? 자우를 무신의 아들로 인정시키기 위해선 뭘 해야 하는가?


증명해야 한다. 그들이 무시해온 무신의 수치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그들을 때려눕힘으로써.


“그러니 우선, 제가 오늘 들었던 백향이란 매화검수를 비무에서 꺾는 걸 목표로 하지요.”

“굳이 백향인 이유가 있는 거야?”

“듣기로 백향에게 대련에서 패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만큼 이겼을 때 효과가 더 크겠지요. 거기다 구파의 일원인 화산파의 매화검수니까요.”


일리가 있는 말이다. 문제는 그게 가능하냐는 거고. 자우는 머릿속으로 백향과의 대련을 떠올렸다. 백향은 검을 변화무쌍하게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검수였다.


“기간은 3주 안으로 잡겠습니다.”

“너무 짧지 않나?”


솔직히 3주 안에 백향을 이길 수 있게 된다는 상상이 안 간다. 그녀는 화산파의 매화검수였고 강했으니까.


“아니요. 전투라는 건 원래 변수가 많습니다. 반대로 변수를 특정할수록 쉬워지죠. 적의 무공을 특정하고 개인을 특정한다면 이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구천신녀는 고수다. 그것도 까마득한 고수. 자우는 자신의 상식보단 구천신녀의 말을 믿기로 했다.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됐다.


“내공의 속성에 대해 알고 있나요?”

“그거야 물론...”


자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둔재이긴 했어도 그만큼 지식은 많이 쌓아놨다.


실기를 조질 수밖에 없으니 필기라도 잘 해야 했다. 미래에 군사부에 합격하기 위해서라도.


“천(天), 선(仙), 지(地), 뇌(雷), 화(火), 풍(風), 음(陰), 운(雲). 이 여덟 종류지?”


거창한 건 아니다.


원래 옛날에는 양이니 음이니 하는 것밖에 없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그만큼 연구와 분류가 거듭되어 오늘날의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옛날의 음양오행에서 조금 더 발전된 체계였다.


양기(陽氣), 음기(陰氣), 뇌기(雷氣) 같은 것에서 좀 더 종류가 많아지고 속성으로 분류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단지 분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내공의 속성과 무공을 결합시켜 발전시킴으로써 무인들의 평균무력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

“음? 아니야?”

“아니요. 아무것도. 제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 말한 구천신녀가 자우에게 물었다.


“독자님의 속성은 지속성입니다. 그렇죠?”

“맞아.”

“그럼 그 백향이라는 검수의 속성이 뭔지 알고 계시나요?”

“분명...풍속성이었을 거야.”


화산파는 내공의 여덟 속성 중 풍와 운, 두 속성을 사용한다.


물론 전체적인 계통을 따져보면 그렇다는 거고 대개 둘 중 한 속성을 연마하는 편이다.


애초에 대부분의 사람은 한 속성만 갈고닦으니까.


그 중에서도 좀 더 대중적인 게 풍 계통이고.


“1차적인 목표가 그 매화검수를 잡는 것인 이상, 그에 맞춘 훈련을 하는 게 효율적이죠. 자, 한 번 막아보세요.”


구천신녀는 가볍게 검을 뽑았다. 그녀의 검에 기운이 피어올랐고, 피어오른 기운은 바람이 되었다.


바람은 곧 검풍으로 변하며 불어닥친다.


느리면서도 직선적인 공격이었기에 막는 건 간단했다.


자우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지속성, 땅의 성질을 가진 기운이 장력에 실려 뻗어나온다.


지속성의 특성은 강도(剛度)와 지속성(持續性)이다. 모든 속성 숭 가장 단단하고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장력은 허공에서 단단하게 뭉쳤고 그것으로 검풍을 막아낼 수 있었다.


구천신녀는 검을 거두었다.


“자, 이렇게 풍(風)과 지(地)의 상성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버틴다고 유리한 건 아니죠.”


한 번 거두었던 검이 살짝 꺾여 휘둘러진다. 바람은 자유롭게 방향을 바꾸며 장력을 타고넘어 공격해왔다.


빠악! 손목이 시큰거린다. 바람에 얻어맞은 손목에서 통증을 느꼈다. 자우는 손목을 감싸며 구천신녀를 보았다.


이게 이 시대 무인들의 싸움법이다. 자신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용해서 우위를 점하는 것.


그러나 무서운 점은 구천신녀의 속성이 선(仙)이라는 점이었다.


‘역시 소설대로인가...’


구천신녀는 소설 주인공 답게 대단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런 설정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선속성의 소유자지만 동시에 자신의 속성으로 모든 종류의 검법을 펼칠 수 있다.


그것이 바람이든 뇌전이든 상관없이. 구천신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속성을 흉내내어 모든 종류의 검법을 펼쳐낸다.


그녀가 다양한 속성을 지닌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건 그런 재능이 밑바당이 되었으리라.


다시 한 번 구천신녀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그녀의 말에 집중한다.


“바람은 일격일격이 강력하진 않지만 자유롭죠. 거기다 끝까지 가속하게 된다면 그 위력마저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매화검수를 공략하는데 무슨 속성강의냐 싶겠지만, 이 시대에선 내공의 속성과 무공이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였다.


“방법은 역으로 파고드는 겁니다. 지속성의 방어력을 믿고, 상대가 가속하기 전에 접근해서 끝장을 보는 거죠.”

“상대가 순순히 접근을 허용해줄까?”

“매화검수라면 그러겠죠.”


자존심 높은 매화검수라면 검이 닿는 거리를 마다할 리가 없다. 그건 자존심이 걸린 문제니까.


하물며 상대가 무신의 수치라 불리는 이라면 더욱.


문제는...


“근데 매화검수랑 내가 검술을 겨뤄서 이길 수 있을까?”

“그걸 위한 수련이지만...딱히 검술로 이길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건 기술이죠.”


그게 그거 아닌가? 자우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자 구천신녀가 설명을 덧붙였다.


“하나는 상대에게 접근할 기술. 두 번짼 상대의 공격을 무시하고 방어를 단번에 깨부술 수 있는 기술. 이 두 가지만 배우면 이길 수 있어요.”


무를 겨루기보단 승리를 얻기 위한 방법이다.


거기에 불만은 없었다.


그리고 문득 자우는 깨달았다.


“아, 그래서 환검이 중검에 불리하다는 소리였구나. 이제 이해가 되네.”

“...누가 그런 말을 했나요?”

“어...내 부활동 선배가.”

“틀린말은 아니네요. 독자님께서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좀 놀랍기도 하고요.”

“...내 인간관계가 그렇게 처참하진 않아.”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도 하면서 수련은 계속되었다.


어느 순간 자우는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바닥이 정말 뜨겁고 축축했다. 아니. 이건 내 땀에 젖어서 그렇다.


늘어난 내공 덕분에 더 오랜 시간 격렬하게 움직일 수 있다. 그만큼 수련은 더 혹독해졌다.


부러진 검이 어딘가에 굴러다녔다.


반면 구천신녀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풍속성의 매화검수를 상대로 접근하는 수련을 했으니 내일은...제가 직접 대학으로 가서 그 매화검수를 관찰해보겠습니다.”


*


자우는 방으로 돌아와 침소에 걸터앉았다.


온몸이 욱신거렸고 내일 할 일도 있었지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그는 다시금 검을 소환했다. 이번엔 짧은 단검이었다.


그것을 치운 뒤에 이번엔 좀 더 집중했다.


곧 손에 새로운 무기가 나타났다. 무기의 형태는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검이 아니었고, 죽통을 잘라만든 것 같았다. 끝에 줄과 고리가 달려이었다.


자우는 낯설어하면서도 능숙하게 통을 조준하고 고리를 당겼다. 파바바박! 얇고 예리한 침이 순식간에 터져나와 벽면 가득 꽂혔다.


암기暗器였다. 무공을 단련하지 않고도 사람을 손쉽게 암살하기 위한 도구.


그걸 소환한 자우가 차갑게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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