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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누를때마다 인생샷이 쏟아져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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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븀
작품등록일 :
2024.07.18 17:15
최근연재일 :
2024.07.23 23:50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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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569

작성
24.07.2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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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대타 (1)

DUMMY

원희영이란 인물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깐깐쟁이었다.


눈에 거슬리는 게 있으면 한없이 신경쓰이며, 잠도 잘 자지 못한다.

무조건 가기가 생각하는 ‘올바른’ 형태로 완성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옛날에는 성격 좀 고쳐보겠다고 난리였지.’


덕분에 인생에 나름대로의 고난이 있었다. 시험은 딱 1등을 받아야 마음에 편했고, 머리는 단정해야 했으며, 대학은 1류 대학에 들어가야 했다.


다만 그녀도 인간인 만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했는데,


정작 취업한 회사가 ‘완벽한’회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 만년 2등.’


그녀도 안다.


언제나 1등만을 할 수는 없다고.


그렇기에 원희영은 결심했다.


1위 한번 만들어 보면 되지 않겠냐고.


다행히도 깐깐한 성격은 마케팅, 홍보라는 분야에서는 엄청난 강점을 발휘했고,

아직까지 마케팅 실무자로 남아있는 지금, 성격은 그녀의 뼈이자 살이자 무기가 되어 있었다.


뭐 그렇다더라도 그녀의 요구 사항을 완벽하게 들어주는 업자를 만나는 일은 아주 드물지만.


“··· 어려 보이는데.”


그녀가 이렇게, 감탄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잘 하네요.”


단 한마디를 내뱉자마자,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제품을 식히려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는 직원이나,


배팀장이나.

모두가 다.


원희영이 배팀장을 향해 물었다.


“좋은 직원이에요. 저조차도 놓친 디테일인데. 저 뜨거운 걸 그대로 얼굴에 가져다대라니, 고역이죠. 저라면 못 해요.”

“하하 열심히 하는 친구입니다.”

“열심히 하는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


재능.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재능.


자신과 같은 부류다.


아직은 신입취급을 받고 있지만, 만약 저 능력을 살려 2,3년이 흐른다면 ···


‘대형 스튜디오가 하나 더 생기겠어.’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추가 촬영 비용은 집행해 드릴테니까, 저 분 셔터 솜씨도 한번 보고 싶은데요.”


호기심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 저, 저요?”


솔직히 말하자.

조금 얼떨떨하다.


난 그냥 오늘 헬프로 온 거뿐인데.

셔터 솜씨를 보고 싶다니?


‘··· 애초에 내가 셔터 누를만한 현장도 아니고.’


한 1년 있다가 어딘가로 사라지는, 공장 돌려쓰기형 중소기업 브랜드 화장품이 아닌,

진짜 대기업의 화장품 촬영 현장이다.


실수 하나로 고성과 돈이 마구 왔다갔다하는 곳.


거기서 셔터를 잡는다니.


심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도 사실이었다.

다만,


“함 해볼게요.”


여기서 거절한다?

그건 좀 하남자같은데.


나는 내 스스로를 상남자라고 정의내리고 싶었다.


“··· 그래, 좋네. 박유석씨가 한번 셔터 눌러봐.”


나는 당당히 배팀장님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다행히도 배팀장의 얼굴에는 불만스러운 표정 따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구원자를 보는 듯한 똘망똘망한 눈빛이랄까.


‘추가 촬영 비용 까지 지원해 준다고 하니까.’


일단, 책임을 져야하는 팀장이라는 직책의 입장에서는 한숨 돌렸다는 셈일까.

다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루마가 그만큼 갑이라는 거구나.’


다시금 고급 브랜드의 위치를 절감하면서, 나는, 팀원들이 세팅해둔 그대로, 그 타이밍으로.


“하나, 둘, 셋!”


셔터를 눌렀다.


챠챠챠챠챠챠챡-!


무려 한 대에 800만원이나 하는 수니 a1의 셔터 소리가 울려퍼진다.

미스트를 뿌려대는 샷을 빠짐 없이 잡아야 하니, 초당 20초의 사진이 찍힌다.


사진 촬영이라고는 하는데 초당 20장이라니. 거의 그냥 동영상이다 동영상.


그렇기에 더욱이 내가 할 건 없기도 하고.


‘이건 누구라도 할 수 있지.’


아마 시골집 댕댕이 하나 붙들고서 훈련시켜도 되지 않을까?


“확인해볼까요~ 어머! 바로 이거야!”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은 거긴 하지만 서도.

원희영 팀장은 모니터에 띄우진 사진을 보자마자, 아주 환하게 웃었다.


“너무 잘 찍혔네요~ 후후후. 제가 너무 신경질 적이었죠? 다들 미안해요!”


오케이컷이 나온 것이다.


“다, 다행입니다. 하하하.”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배명준 팀장이 웃고,


하하.

호호.


촬영 현장은 순식간에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지킬앤 하이드 같군.’


처음에는 이런 느낌이 적응이 잘 안 됐었는데, 뭐 나도 이제는 어였한 업계 사람이다.


분위기에 맞춰 미소를 띄우는 일 따위, 딱히 별거 아니었다.


“그럼, 고생 많으셨어요~”


시계를 보니 벌써 다섯시가 다 되어갔다.

이제 사무실 돌아가서 셀렉이나 좀 하다보면 순식간에 일곱 시가 될 것이다.


점심밥도 못 먹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드디어 다음주 월요일에 대현차 촬영이다.’


지금이 금요일이니 토요일 웨딩 한번 나갔다가 좀 쉬면 바로 초초대형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과연 어떤 일을 할까.’


우선 기재 옮기기는 확정이긴 한데.

조명 옮기기 셔틀 해도 좋으니, 현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


이은석 스튜디오의 퇴근 시간은 일곱시였다.

주말 근무가 있는 대신 평일에는 무조건 사원, 주임급은 정시퇴근 보장되고, 7시 5분이 되면 아예 일을 못하도록 사무실 전기가 내려가버린다.


그렇기에 직원들은 일이 남았든 그냥 퇴근하는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복지 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사실 이건 이른 오전 촬영이 잦은 업계에서, 대표가 사고 방지하기 위해 직접내린 조치였다.


이은석 대표는 어리석음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던 것이다.


철인경영.


그것이 이은석 스튜디오를 존속 가능하게 하는 이유였다.


물론,


“크으, 술맛 쥑인다.”

“흐으···.”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인간들까지 억지로 쫓아낼 수는 없었지만.


부스럭 부스럭.

깨작 깨작.

와사삭.

골골골골.


술따르는 소리부터 육포랑 과자씹는 소리가 사무실 전체에 울려퍼진다.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곳에서 노트북 모니터의 조명만에 의지한 채, 세 명의 중년 사내가 술잔일 기울인다.


스냅 총괄 박석준 팀장, 외주 스튜디오 배명준 팀장, 영상팀 이용재 팀장.

경력자이자 실무자들이자, 단 세 명밖에 없는 팀장 트리오였다.


슥 보기에는 쿠데타라도 꾸미고 있는 그림이지마는,


“옛날에는 소맥이 좋았는데, 요즘은 하이볼이야 하이볼. 냄새가 좋잖아.”

“형님은 참 입맛도 고급이야. 위스키값이 얼만데.”

“이번에 일본 여행가서 가족들 캐리어에 하나씩 넣어놨지 뭐.”

“그래도 안 걸립니까!?”

“안 걸려~”


그들의 대화내용은 평범했다.


이 업계는 좁다.

이직도 잦고, 프리 데뷔는 더 잦다.

그런 곳에서 8년동안 몸을 부대끼며 같이 있는다?

어느정도 결이 맞는 인간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결’이란, ‘카메라’였고.


“내가 산 렌즈가 ···.”

“이번에 누가 아리 캠 들이자고 별 말같지도 않은 ···”


집에 가서 얻어먹을 건 마누라 등살밖에 없는 이들의 술냄새나는 대화를 일반인이 듣는다면 딱히 재미는 없을 것이다.


왜 술집 안 가고 저러고 있는지 이해도 안 갈 것이다.


다만 그들은 나누는 대화가 기뻤으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김기자 사람이 못온다네요.”


일얘기도 마음껏 할 수 있고.


“··· 들었어요.”

“하아.”


대현차 광고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투입되는 인원만 85명.

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고.


엄청난 매출을 올릴, ‘메인스트림급’SUV의 이미지가, 자신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소리다.


다만, 그것만 만드느냐?


당연히 아니지.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아니 함 와 주는게 그렇게 힘든가?”

“보통 싫어하긴 하죠. 가만히 받아서 기사 쓰는 거면 모를까.”

“아니 얘기 다 됐는데 갑자기 이러면 뭘 ···.”


촬영장에는 포토그래퍼, 비디오 그래퍼 뿐만이 아니라 ‘기자’또한 출몰한다.


광고 촬영 현장 자체를 도촬한 느낌으로, 스리슬쩍 기사로 흘리는 거다.


베일에 꽁꽁 싸여, 위장막도 공개되지 않은 차량.

대현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풀체인지 suv모델을 말이다.


이건 화제가 안 될수가 없지. 노이즈마케팅이었다.


보통은 익명의 누군가에게 제보받아 기사를 쓴다는 식으로 올리는데, 사실 지들이 찍은거였다.


“하아 ···. 누구한테 맡겨야겠네.”

“이제 주말인데요. 이미 작가들 스케쥴 다 잡혀있을텐데.”

“··· 김기자 스타일이 나올라나.”


결국은, 인력부족이라는 말이었다.


외부에서 충원하는건, 스튜디오, 광고주, 언론사 세 합작으로 이루어지는 비밀 프로젝트에 찬물을 들이붓는 거나 마찬가지.


무조건 내부에서 충당해야하는데, 대형 프로젝트 투입으로 이미 예비 인력의 여유가 없었다.


직원들이 다음 주 할 일이 이미 싹 다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남는 사람이라곤 ···


“··· 신입.”


배팀장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다른 두 팀장은 어이없다는 듯이 눈을 흘깃거렸다.


“아니.”

“신입··· 박유석씨요?”

“응.”


‘중요한 일’이다.

메인촬영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삑사리가 나면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일이란 말이다.


근데 그걸 신입한테 맞기자니?

사진 잘못 나오면 저 쪽에서 별의별 꼬투리를 다 잡을텐데?


두 팀장은 곧바로 반론을 하려 입을 뻥긋거렸고, 배팀장은 그에 질 세랴,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 얘기를 들어봐. 오늘 있었던 일인데 ···.”


세 명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배명석은 똘기 있는 인간을 좋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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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사진물은 안될것같습니다 ... 24.07.29 30 0 -
6 대타 (2) +2 24.07.23 43 2 9쪽
» 대타 (1) +1 24.07.22 60 1 10쪽
4 능력 개화 +1 24.07.21 64 3 11쪽
3 사진작가는 아니고 찍새 (3) +2 24.07.20 64 2 11쪽
2 사진작가는 아니고 찍새 (2) +3 24.07.19 74 2 10쪽
1 사진작가는 아니고 찍새 (1) +4 24.07.18 10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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