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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누를때마다 인생샷이 쏟아져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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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븀
작품등록일 :
2024.07.18 17:15
최근연재일 :
2024.07.23 23:50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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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569

작성
24.07.2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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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진작가는 아니고 찍새 (3)

DUMMY


“아니.”


원래 한국사람이 그렇잖아.


뭔가 납득이 안 가는 것 같으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이 ‘아니’잖아.

나는 대충 녀석이 저런 말을 할거라고 대략적으로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선빨필승!!!!


나는 곧바로 카메라를 주머니에 찔러넣고, 처마 밑으로 다가가 허푸허푸 세수를 했다.


“쫄?”

“···.”

“쫄았네 엌.”

“에이씨!”


나는 남자를 가장 빠르게, 확실히 움직이게 하는 치트키를 사용했고, 성민이는 내가 놓은 덪에 그냥 확실히 걸려들어 버렸다.


“가, 간다!”


해는 이미 전부 저물어 버린 현재.


카페 앞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성민이는 결국 손에 물을 묻혔다.


‘압구정이라 다행이네.’


번화가의 불빛은 친구놈의 뻘짓을 똑똑히 비춰주니까.


‘뻘짓으로 끝날지, 아니면 그냥 ‘진짜’가 될지.’


잘 모른다.


난 지금 서텨를 누를뿐.


“허푸!”


찰칵 -!


나는 성민이가 손에 한가득 물을 담에 얼굴에 튀기는 걸 세 장,


그리고 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쳐다보는 모습을 두 장.


“춥다야.”


비를 쫄쫄 맞고 몽롱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사진 단 한 장.


그것 뿐이었다.


평소같으면 좌르르륵- 연사를 땡긴 다음에 셀렉을 하는 게 내스타일이긴 하지만.


지금은 뭐랄까.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춥다고!!”

“응 하남자.”

“으으. 잘 찍힌거 맞지?”

“그래임마.”


사실 나도 잘 몰라.

확대를 해보니까 초점이 나간거 같지는 않은데.


사실 코딱지만한 카메라 lcd로 잘 찍힌건지 어떤지는 참 알기가 힘들지.


“··· 사진은 언제 나오냐?”

“수건 사서 닦고 우선 들어가 앉자.”


한여름이었고, 장마철이었다.


밤 날씨는 썩 시원한 정도라 젖으니 한기가 몰려왔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대충 산 타올로 물기를 닦은 다음에, 카페에 앉아 음료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나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sd카드 어댑터를 꺼내어 핸드폰으로 불러온 뒤, 사진 편집 프로그램, 라이트룸을 열었다.


“에이. 사진 같은거 그거 막 노트북으로 멋있게 편집하는 거 아니야? 그걸로 돼? 이쉑 ‘필터’쓰는 거 아니야?!”

“요즘은 핸드폰으로도 라이트룸 돼.”


코딱지만한 화면으로 여러장 편집하려면 죽을 맛이기는 하지만, 밖에서 간단하게 일처리 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지.


“우선은 ···.”


나는 야외 개인 촬영 경험이 아주 많지는 않다.


일은 모두 회사에서 받아서 하고, 돌잔치, 결혼스냅, 스포츠 촬영 등의 서브캠이 내 주 업무니까.


물론 회사 규모가 규모인 만큼 야외 스냅촬영 등을 안 하는 건 아닌데, 그걸 집도하는 건 보통 사고가 날 확률이 극악으로 낮은 ‘실장’급 사람들이었다.


근데 이건 ···


“잘 ··· 나왔네.”

“오? 이게 보정 전이야? 나 보내줘.”

“좀 기다려봐.”


잘 나왔다.

보정 없이, 그냥 쌩 raw파일임에도 분위기가 살아있다.


이게 진짜 내가 찍은거라고? 의문이 들 정도로.


‘··· 진짜 뭐지.’


당황감에 다시금 패닉 상태로 빠지려고 할 때 즈음.


“나 신세계 신세계 신세계 처럼 해줘.”


성민이 녀석은 옆에서 계속 신세계 노래를 불러댔다.

나는 구글에 ‘센세계 세수씬’을 검색했다.


“음 ···. 대비가 꽤 크고 ··· 암부는 까맣게 많이 억눌러져 있네. 거기에 노란끼가 좀 돌고 ··· 영화용 필름 색감이구만.”

“···?”

“흐음 ···.”


오케이.


해본적이 있었다.


사진 갖다가 필름 색감으로 만들기.


다만, 우리가 ‘필름사진’하면 떠오르는 명부 다 날라가고 암부가 완전 떡찌는 색감이 아닌,


십 수년전 영화들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디테일있는 ‘영화용 필름’색감 만들기.


못 하는 건 아니었다.


나는 암/명부의 커브를 돌려 영화의 장면과 비슷하게 클리핑을 하고, 암부에 노란끼를 섞어서 섞고, 피부톤 언저리 색을 빼고 채도를 내린 다음 그레인을 조금 올렸다.

마지막으로 화이트 밸런스는 따뜻한 쪽으로.


인스타 감성 필름사진 처럼 ‘떡진느낌’과 ‘엄청난 노이즈’를 피하는 게 영화용 필름의 색감을 만드는 핵심이다.


여기에 비네팅을 좀 주면···


간단하게 완성.


솔직히 좀 더 좋은 카메라였으면 색 표현도 더 좋고, 디테일도 더 잘 잡을 수 있었을 텐데.


··· 딱히 거기까지 아쉬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오!”

“···?”


녀석이, 소리를 질렀으니까.


퇴근 시간대라 북적거리는 프렌차이즈 카페 안.


쪽팔림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있는 힘껏 목청을 높이는 남자가 그곳에 있었으니까.


“끼요옷! 너, 너무 멋있어!”


내 핸드폰을 뺏어간채 얼굴을 처박는 성민이.


“나 이런 사진 찍고 싶었다고!”


마치 열불을 토하듯이, 갈라지는 목소리.


“시벌 ··· 70만원 줬는데···! 그 때는 대체 왜···!”


그렇다.


녀석은 짠돌이다.


꽤 부유한 집에 태어났음에도 그의 부모님은 롤스로이스 대신 2010년식 그랜저를 다니고, 녀석은 페라리 대신 2008년식 기아 뉴 프라이드를 애지중지 몬다.


얻어먹는 것만 좋아하는 성격은 또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먼저 사는 꼴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런 그가 70만원이라는 거금으로 야외 스냅을 찍은 것은 그만큼 미래 아내를 사랑한다는 증거였고,


“내, 내가 커피 쏠게. 아니, 케이크도 사서 가져가.”

“···!”


그의 지갑에서 3만원이 나갔다는것은,



‘일반인’ 지갑에서는 300만원이 나갔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



끼이익-


자취방 문이 열리자, 한기가 들어왔다.


신림동 300/40.


평수로 따지면 약 5.5평.


여기가 내 보금자리다.


“서울에다가 반지하도 아니지.”


가끔 창 밖으로 꾸릉내 나는 배달오토바이 마후라 터진 소리가 들려오기는 하지만, 뭐, 잠만 잘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나는 적당히 짐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침대에 다이브했다.


평소의 패턴대로 핸드폰으로 인스타를 열자, 성민이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가 보내준 사진 그대로 스토리랑 피드에 다 올렸던데,



Sdasd_22 : 누구 사람 하나 담구고옴?

ㄴ min_8 : 님 담구고옴

SEOunn : 사진 되게 잘 나왔넹 영화같다.

ㄴ min_8 : 베스트프렌드가 찍어줬어 ㅋㅋ 28년 살면서 처음 인생샷 건진 느낌.


평소보다 댓글도 꽤 많이 달리고, 좋아요도 많이 찍히고, 반응이 꽤 좋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후우 ···. 좀 기쁘긴 하네.”


뭐랄까, 막연히 어릴 때부터 사진을 찍는 게 좋았다.


그냥 뭣도 모르고 10만원 짜리 구닥다리 dslr 사다가, 그저 이것저것 찍어댔다.


쭈뼛쭈뼛 풍경을 찍다가, 주변 친구들좀 찍어주다가.

피부좀 예쁘게 해달라니 턱 좀 깎아달라니.


이런저런 요구사항 호구같이 들어주다 보니 라퀴파이 좀 하게되고.


그러더니 실력이 붙어서, 지금껏 하던 주방 일 때려치고 사진을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


“··· 인생.”


집이 부유하지는 않았다.

딱히 화목하지도 않고,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뭐 대충 설명하자면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나는 더 카메라에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뷰파인더 안의 세계는, 나만의 것이니까.


내가 더하고 싶은 것은 더하고, 빼고 싶은 것은 뺄 수 있으니까.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울 수 있으니까.


현실과 다르게 말이다.



“··· 이 재능만 있으면 ···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어릴때 그토록 바라던,


‘순수히 아름다운 사진’ 단 한장을 찍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졸렸다.



***


‘루마’라는 국산 화장품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딱히 없다.


샤널 헤르메스 이런 급은 아니긴 하지만,

로드샵에 진열되어 있는 그정도 급은 또 아니고.


방문판매상 아주머니들이 짐 바리바리 싸들고 어머니께 비밀리에 전해드리거나,

가끔 홈쇼핑에 선보이는,


국산 화장품 중에서는 나름 ‘고급’으로 분류되는 메이커였다.


다만,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 ‘루마’ 화장품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은, 딱히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갸아아악! 이게 아니에요! 내가 몇 번을 말 해야 알아들어!”


촬영장에서, 마케팅 팀장의 고성이 오가는 것 정도야 뭐 아무것도 아닌 일인 것이다.


“아 ··· 이게 원본은 이렇게 뽑혀도, 나중에 보정을 하면 ···.”

“아니! 보정을 하면 그 티가 난다니까! 찍을 때 잘 찍어야 한다니까요! 이거 여름동안 온라인 상품 페이지랑 홈페이지 메인 될거라니까!”


그녀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이은석 스튜디오에서 무려 12년동안 구른, 마케팀외주팀장 배명준.


같은 ‘팀장’이라는 직책이기는 해도 사실상 같은 급이 아니었다.


명확한 ‘갑’과 ‘을’이 정해져 있는 곳이 바로 광고 촬영 현장이었다.


“말씀하신대로 청량한 이미지를 ···.”

“청량? 하기는 하지. 뭐 배경지도 하늘색으로 잘 대놨고. 근데, 뭔가 달라요 달라.”

“저희 쪽에서 준비해드린 컨셉이 마음에 안 드시면 구체적인 사항을 ···.”

“그 구체적인 사항을 알아서 해주는 게 스튜디오 일 아니에요?”


··· 아 시발거 집에가고 싶다.


만약 배명준 팀장이 조금 더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면 그리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들 하나 딸 하나 달린 어깨가 무거운 가장이었고, 연신 고개를 일 뿐이었다.


그리고 숙이면서도.


촬영 현장을 다시금 체크하는 프로이기도 했다.


‘··· 여름 컨셉에 맞게 여름바다 배경지를 살짝 대고 태양빛 같이 600w급 조명을 네 개나 때렸어. 촬영시에는 분무도 충분히 했고. 모델 비키니 의상도 충분히 시원해 보이고.’


촬영 현장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고 제품에 문제가 있냐?


아니다.


뭐 내용물에 뭐가 들었든 그건 잘 모르겠고. 제품 패키징이랑 디자인은 한여름을 몰아내듯이 시원한청록색이 가미된 디자인이었다.


기미 NO! 끈적임 NO!

여름날이 걱정되는 당신을 위한 Summer Ready set


다 좋단 말이다!


근데 이 양반은 대체 왜 ···!


“어떻게든 해 봐요! 내일 다시 찍던가!”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렇다.

설득할 사람이 부족하다.


배명준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답은 그거였고, 그의 선택은 같은 ‘팀장급’ 인사에게 헬프를 치는 것이었다.


다행히 스튜디오와 회사는 그리 멀지 않았으니 조금만 있으면 구원투수가 올 것이다.


올 것일 터였는데,


“··· 안녕하세요?”


막상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들어 온 건,


팀장급도, 하다못해 대리 급도 아닌.


“박유석입니다 ···.”


말단 직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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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사진물은 안될것같습니다 ... 24.07.29 31 0 -
6 대타 (2) +2 24.07.23 43 2 9쪽
5 대타 (1) +1 24.07.22 60 1 10쪽
4 능력 개화 +1 24.07.21 64 3 11쪽
» 사진작가는 아니고 찍새 (3) +2 24.07.20 65 2 11쪽
2 사진작가는 아니고 찍새 (2) +3 24.07.19 74 2 10쪽
1 사진작가는 아니고 찍새 (1) +4 24.07.18 10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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