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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연재수 :
1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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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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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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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 전쟁의 시작(4)

DUMMY

성훈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여. 오늘은 좀 힘들었던 모양이야?”


윤서훈 박사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것이 담긴 봉투가 들려 있었다.


“오늘은 떡볶이에 순대랑 튀김. 좋지?”

“예. 감사합니다.”


성훈은 능숙하게 테이블에 접시와 젓가락을 세팅했다.


“능숙하네?”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나가겠습니다.”

“아냐.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야.”


윤서훈 박사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나는 네가 여기 살았으면 좋겠어.”

“예?”


포장을 뜯다가 묻은 양념을 쪽 빨아 먹으며 윤서훈 박사가 미소를 지었다.


“보나 마나 돈을 모아서 빨리 나갈 생각이겠지. 카이저의 비밀 금고도 털었겠다, 이제 돈 좀 있겠네?”

“예. 처리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성훈의 말을 들은 윤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떡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그 돈으로 이 집을 사. 싸게 줄게.”


그렇게 말하며 그는 손을 쫙 펼쳤다.


“50억입니까?”

“엑? 아냐. 0 하나 빼.”


5억. 창고의 물건들을 전부 처분하면 모으는 게 불가능한 액수는 아니다. 어나더 월드는 현금 거래가 합법이다. 시세는 대략 100골드에 만 원. 비싼 감이 있지만, 현실의 경제를 위해 전국이 통일한 비율이다.


“5억에 이 정도 집 못 구한다? 요즘 물가 알지?”

“예.”


성훈은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담갔다가 한 입 베어 물며 대답했다.


“제게 왜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겁니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봤다.


“나는 너를 내 후계자로 삼고 싶어.”

“예?”


성훈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윤서훈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는 경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알 필요 없어. AI가 있는데 왜 알아야 해? 헤임달 혼자서 지구의 대기업 회장 열 명이 모인 것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1분 만에 수립할 수 있어.”


윤서훈은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었다. 그리고 빈 젓가락으로 성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후계자라고 했지 기업의 후계자라고는 안 했어. 정확하게는 베르단디와 헤임달, 이 둘을 맡기고 싶다는 거야.”

“AI를 제게?”


터무니없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저런 말을 하는 건지 성훈은 어이가 없었다.


“제가 악용하면 어쩌려고 그렇게 가볍게 말씀하십니까?”

“둘을 겪고도 그렇게 몰라? 네가 내리는 명령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 정도는 알 수 있어. 애초에, 맡는다는 게 주인이 된다는 건 아니잖아. 나도 부모 같은 느낌이고.”

“아무리 그래도 회사와 단절돼서 살 수는-.”

“걱정 안 해.”


윤서훈이 그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나는 네 부모님 다음으로 너를 잘 알아. 너는 잘할 수 있어. 아셀 로다인을 상대로 전혀 겁먹지 않은 네가 왜 일개 기업 회장이나 임원들한테 쫄 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경영이나 경제, 사회 같은 부분들은-.”

“다 베르단디나 헤임달이 맡을 거야.”


윤서훈이 한 번 더 그의 말을 끊었다.


“충분히 발전된 기술은 마술과 구분할 수 없다.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어?”

“······예.”


얼핏 들어본 기억이 있다.


“어때? 리드마 대륙의 NPC들은 정말 사람 같았어?”

“예.”


성훈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점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리드마 대륙은 게임의 제목처럼 또 하나의 세상이다.


“베르단디와 헤임달도 똑같아. AI가 지구를 정복하는 미래는 대부분 인간의 폭력적인 지배에 대한 반발심에서 비롯돼. 그래서 나는 네가 둘의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해.”

“친구······.”


왠지 가슴이 설레는 단어였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저는 친구를 사귀는 법을 모릅니다.”


실제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전 사채업자 한 명밖에 없고, 친척과는 그가 스스로 연을 끊었다.


“왜 몰라? 블랑, 네이선, 오르딘, 카오렌, 아르헨, 이레인, 타스, 쿨루스, 케론. 그밖에 라스, 니케, 카이로스. 얼마나 많은데.”

“그건······.”


게임 속 인물이니까, 라고 말하려던 그의 입이 닫혔다.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럼.”


윤서훈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AI가 하나도 아닌 두 개.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덥석 받을 정도의 인간이었으면 애초에 제안도 안 했어. 마음껏 생각하고, 진심으로 마음에 드는 대답을 내려.”


그는 엄지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아직 젊으니까.”

“예. 감사합니다.”


성훈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런 후에 순대 한 조각을 국물에 찍어 먹었다.


“근데 일루전 그놈들 눈빛 엄청 살벌하던데? 무섭지 않았어?”

“안 무섭다면 거짓말이겠죠. 마지스 왕국과 싸우게 되면 막대한 피해가 생길 테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우선은 집부터 구할 생각입니다. 그런 다음에 구체적인 계획을-.”

“여기 살아도 된다니까? 5억이면 완전 거저 주는 거야.”

“아무래도 죄송해서 조금-.”

“야. 내가 돈이 필요하겠냐? 그냥 리드마 대륙 차기 밤의 황제에 눈도장 찍는 거야.”


둘은 담소를 나누었다. 밥을 다 먹은 후에도 둘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미소도 점점 진해졌다.




“총 피해 예상 금액은?”


카이저가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물었다.


“······1억 골드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1억 골드?”


이스코의 대답에 한이 입을 쩍 벌리며 기겁을 했다.


“누가 털어간 건지 범인은 찾았습니까?”

“······죄송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보는 완벽한 패배감과 무력감. 이스코는 고개를 떨구고 주먹을 쥐었다. 비밀 창고의 경계 시스템을 고안한 사람은 그 자신. 이 사건의 결정적인 원인은 그의 안이한 방비 체계 때문이었다.


“로키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죠?”

“예. 그건 확실합니다.”


손을 들며 비비가 말하자 이스코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이제 정보 길드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희가 믿을 수 있고, 믿어야 하는 사람은 유저들입니다. NPC는 전부 로키의 편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게 실제로 가능한 일입니까, 이스코 님?”


국이 질문을 던졌다. 단순히 그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묻는 것이었다.


“삭제했다가 다시 키우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성장이 정말 가능한 겁니까?”

“······선례가 있으니 가능할 것이라는 말밖에는.”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대륙 최고의 길드의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추측이다.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닌 뇌내망상으로 뱉은 쓰레기.


“정보 길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기에 나온 성장 속도일까나.”


한이 의자를 뒤로 기울이며 말했다. 다리로 책상과의 간격을 조절하며 아슬하게 넘어지지 않는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길드의 규모가 왕국 수준을 뛰어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카이저가 책상을 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렇게 우울한 분위기가 유지되면 안 된다. 이들이 로키를 상대로 가져야 할 것은 카이저 길드를 건드린 것에 대한 분노, 살의였다. 선망이나 부러움이 되어선 안 된다.


“고레벨 유저가 하루 종일 지키고 있는 것은 당연히 다른 길드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일. 이스코 님은 최선의 방책을 세운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상위 랭커가 된 것도 이스코 님 덕분이니까. 여기 있는 모두는 이스코 님을 신뢰하고 있어요. 그렇죠?”


카이저의 뒤를 이어 입을 연 비비가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이스코는 허리를 숙였다. 저렇게 흔들리지 않는 신뢰에 보답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속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부터 로키를 카이저 길드의 공식적인 적으로 상정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그에게 느낀 점을 서슴없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손을 들었고, 그는 한부터 말하도록 했다. 지난 실패에 머물러 있을 시간이 없다. 그가 속한 곳은 대륙의 지배자가 될 수 있는 카이저 길드. 억지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게 패자의 길을 걷는 방법이다.




리드마 대륙으로 돌아온 로키는 블랑과 함께 케론의 집을 방문했다. 둘은 겪었던 일을 간략하게 말해 주고 카드를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고맙다.”


케론이 카드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래를 볼 줄 안다며?”


블랑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당했다는 건 그만큼 일루전이 소중하다는 거야?”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교육 똑바로 해. 소중한 제자 목 떨어지는 꼴 보기 싫으면.”


심한 말이었지만, 정론이었다. 지금의 일루전은 막대한 힘을 가진 삐뚤어진 아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음에도 덤빈다면 죽일 겁니다. 케론 님을 만날 일이 없었다면 이미 일루전은 멸망했을 겁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케론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로키의 눈앞에 카드 팩이 모습을 드러냈다.


“폐하께서 쓰시던 카드다.”

“이게?”


로키는 두 손으로 카드를 받았다. 카드는 모두 스물한 장. 0번부터 21번까지 있었는데 1번이 빠져 있었다.


“빈 카드는 이미 네가 가지고 있지.”

“아.”


로키는 계속 잊고 있었던 카드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브렌트 왕국의 훈련소에서 얻었던 정체불명의 1번 카드를. 0번과 2번 사이에 카드를 집어넣자 순간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약간은 낡았던 카드들이 전부 말끔하게 변했다.


“그게 내가 주는 보상이다.”

“감사합니다.”


이로써 모든 카오렌의 제자에게 스킬을 전수받거나 아이템을 받았다. 밤의 황제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셈이다.


“폐하의 카드 사용법은 조금 특별하다.”


케론이 실례한다고 말하며 1번 카드를 뽑았다. 그리고 허공에 던졌다.


“소환.”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났다. 연기가 걷히자 카드 대신 늙은 마법사가 서 있었다. 흰색 고깔모자에 바닥에 다 쓸리는 긴 로브를 입고 있었다.


“타로 카드에 그려진 것을 소환한다. 현실에 물리적인 개입이 가능하지만, 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충격에 약하다.”


케론이 손가락을 튕기자 마법사가 또 한 번의 펑 소리와 함께 카드로 되돌아갔다. 카드는 허공을 날아 케론의 손에 부드럽게 잡혔다.


“타로 카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케론은 마법사가 그려진 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180도 돌렸다. 그러자 마법사의 표정이 순간 섬찟할 정도로 험악해졌다.


“뭐, 뭐야!”

“1번 카드인 매지션은 창조, 수완을 의미하지만, 이렇게 뒤집으면 겁이 많고 기만의 성질을 가지게 된다.”


그는 카드를 원래대로 돌렸다. 마법사의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로키에게 카드를 돌려주었다.


“그것이 폐하만의 독특한 카드 사용법. 나는 그 중 첫 번째를 중점적으로 두었다.”


케론이 자신의 카드 덱에서 무작위로 한 장을 꺼내 허공에 던졌다. 그러자 페가수스가 나타나 그의 볼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대박.”

“이런 식이지.”


케론이 손을 뒤집자 페가수스는 카드로 변해 그의 손바닥 위에 놓였다.


“그 카드는 폐하의 것. 노력하면 폐하를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능가할 수는 없어.”


그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타로 카드 뭉치를 로키에게 주었다.


“마술사로서 강해지고 싶다면 네가 쓸 카드는 네가 직접 만들어라. 폐하의 카드를 사용해도 상관은 없다. 그분보다 효율적인 카드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테니.”

“감사합니다.”


물론 로키는 직접 만들 생각이었다. 카오렌의 것을 물려받을 생각이었다면 가면을 만들 때 그의 것이 아닌 카오렌이 쓰던 것을 찾았을 테니까.


“그럼 저희는 가 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지.”


케론이 고개를 숙였다. 로키와 블랑은 그의 감사를 받았다. 텔레포트로 이동한 둘의 빈자리를 물끄러미 보던 케론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을 계속했다.


“그 아이들을 내 손으로 죽일 수가 없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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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 밤의 황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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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3. 파이론 왕국(1) 21.04.28 30 0 12쪽
108 12. 밤의 방식(9) 21.04.27 39 0 13쪽
107 12. 밤의 방식(8) 21.04.26 61 0 13쪽
106 12. 밤의 방식(7) 21.04.25 24 0 13쪽
105 12. 밤의 방식(6) 21.04.24 57 0 12쪽
104 12. 밤의 방식(5) 21.04.23 55 0 12쪽
103 12. 밤의 방식(4) 21.04.22 27 0 12쪽
102 12. 밤의 방식(3) 21.04.21 26 0 13쪽
101 12. 밤의 방식(2) 21.04.20 57 0 12쪽
100 12. 밤의 방식(1) 21.04.19 69 0 13쪽
99 11. 전쟁의 시작(9) 21.04.18 27 0 12쪽
98 11. 전쟁의 시작(8) 21.04.17 43 0 13쪽
97 11. 전쟁의 시작(7) 21.04.16 34 0 13쪽
96 11. 전쟁의 시작(6) 21.04.15 27 0 13쪽
95 11. 전쟁의 시작(5) 21.04.14 33 0 12쪽
» 11. 전쟁의 시작(4) 21.04.13 34 0 13쪽
93 11. 전쟁의 시작(3) 21.04.12 91 0 12쪽
92 11. 전쟁의 시작(2) 21.04.12 35 0 12쪽
91 11. 전쟁의 시작(1) 21.04.10 33 0 12쪽
90 10. 카이저 죽이기(10) 21.04.09 35 0 13쪽
89 10. 카이저 죽이기(9) 21.04.08 37 0 13쪽
88 10. 카이저 죽이기(8) 21.04.07 66 0 13쪽
87 10. 카이저 죽이기(7) 21.04.06 40 0 13쪽
86 10. 카이저 죽이기(6) 21.04.05 39 0 12쪽
85 10. 카이저 죽이기(5) 21.04.04 44 0 13쪽
84 10. 카이저 죽이기(4) 21.04.03 68 0 12쪽
83 10. 카이저 죽이기(3) 21.04.02 66 0 13쪽
82 10. 카이저 죽이기(2) 21.04.01 64 0 12쪽
81 10. 카이저 죽이기(1) 21.03.31 64 0 11쪽
80 9. 나이트 메이커(9) 21.03.30 6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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