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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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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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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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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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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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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파트의 슈퍼맨 - 4

DUMMY

방금까지만 해도 초록 물결만 가득했던 아파트 단지에 서서히 사람들의 머릿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반대인 고블린들의 머릿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수적으로는 고블린들이 몇 수 위였다.



사람들이 아무리 죽기 살기로 무기를 휘두른다 해도 그들은 일반인이고 고블린도 가만히 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눈앞의 고블린을 죽이면 어느새 뒤에서 고블린이 덮쳐왔다. 그렇게 죽이고 죽는 곳에서 전장에서 홀로 학살을 벌이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의 검이 한번 움직이며 고블린 머리 세 네 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고블린들은 자신의 수많은 동료들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바로 덤벼들지 않았다. 뒷걸음질을 치거나 아예 못 본 척을 하는 놈도 있었다.


그래도 그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갈 생각이었으니.


서각-!


흑도가 고블린을 반으로 쪼갰다.


콰드득!!


주먹이 고블린의 두개골을 으깼다.


“후우..읍! 후우...읍!”


흑도와 주먹의 주인인 윤견이 틈틈이 호흡을 가다듬고 오로지 고블린들을 죽인다는 뇌의 명령 만을 따르며 다음 동작으로 이어갔다.


고블린의 안면을 잡고 다른 고블린들에게 날린다 거나 바닥에 떨어진 놈들의 무기를 주워 보이는 대로 날렸다.


퍼엌-!

푸욱-!


“키에에엑!!”


윤견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손도 머리도 잠시라도 멈추고 쉴 수 없었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깐.


부웅-.


윤견의 돌려차기로 고블린의 목을 돌렸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후 으.”



이제는 호흡을 아무리 컨트롤 하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속에서는 신물이 나오고 발과 손에는 점점 모래주머니가 올라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눈꺼풀은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눈앞이 아까와 달리 변하기 시작했다.


초록 놈들 밖에 보이지 않았던 시야에는 점점 사람들이 하나 둘 잡히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자신에게 오는 고블린의 수도 점점 줄어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팔과 다리에 있던 모래주머니들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


윤견이 잠깐, 아주 잠깐 긴장을 풀자 다리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나풀거리더니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씹!”


윤견은 바로 일어나려 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는 벌써 고블린들이 자신의 무방비한 등에 달려 들고 있었다. 하지만 무방비한 등으로 다가온 것은 고블린들의 칼날이 아닌 사람의 손이었다.



“괜찮으세요!”

“어여, 잡으라고!”



윤견도 고개를 들어 손의 주인을 쳐다봤다.


이름은 모르지만 편의점에서 만났던 미루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름은 모르지만 관리사무소에서 봤었기에 얼굴은 알고 있는 여성이 윤견을 부축하며 일으켰다.



“...감사합니다.”


“하핫! 누가 할 소린데.”

“맞아요.”



두 사람은 윤견을 일으키고 다시 고블린들의 공격을 받아쳤다. 그리고 바로 반격해 놈들의 숨을 끊었다.



그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난 윤견은 그제야 주변을 제대로 둘러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자신의 주변은 전부 고블린들의 싸늘해진 몸뚱이와 몸뚱이에서 흘러나온 피가 가득했다.

그리고 전에는 그저 초록 피부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시체들 넘어서 열심히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윤견은 그들을 보며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고작 입과 코로 공기를 삼키고 뱉기만 했을 뿐이지만 윤견의 다리에 시동을 걸기에는 충분했다.


“후...”


윤견은 마지막으로 천천히 깊게 숨을 뱉고는 다시 검을 강하게 잡고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갔다.



아까처럼 흑도가 움직이며 놈들의 몸을 댕강댕강 잘랐다. 그리고 이제는 검은 고블린이 아닌 곳에도 가기 시작했다.


앞의 고블린에게 집중하느라 뒤에서 날아오는 도끼를 못 본 남성을 대신해 도끼를 막았고, 두 마리의 고블린이 한 명의 사람에게 달려드는 것을 대신 뿌리치기도 했다.



그렇게 아파트 단지에서는 고블린들의 수가 멈출 줄 모르고 줄어들며, 어느새 사람의 수가 놈들의 수를 넘어버렸다.


이제 고블린들도 항상 자신의 옆을 채우던 동족들이 사라지니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런 놈들의 머리를 향해 윤견의 검이 꿰뚫었다.



“키이이에!!”


이제는 파악이 끝났는지 고블린 한 마리가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른 고블린들도 그 놈의 등을 보자 의지가 꺾인 놈들이 하나 둘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걸 가만히 볼 일 없는 주민들이 계속 쫓아가며 한 마리라도 더 죽였다.



고작 몇 마리만 빠져 나온 고블린을 제외하고 전부 싸늘히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렇게 운 좋게 살아남은 고블린들에게 이곳을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알려준 것이다.


“우아아아!!”

“이겼다!! 이겼어!”

“시발!!”

“개 같은 고블린새끼들아! 우리 건들면 아주 잣 되는 거야!”


고블린들의 살아남은 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승리를 만끽했다.


무기를 하늘로 높게 치켜세운 이도 있었고, 서로 부둥켜안은 이도 있었고, 시체들로 즐비한 바닥에서 그나마 비어있는 곳에 주저앉아 안도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곧바로 고블린들 사이에 있는 동료이자 이웃인 시체들을 보고는 기쁨은 금방 사그라 들었다.


그들을 향해 방금까지 가족들과 승리를 만끽하던 경호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절반 이하의 살아남은 사람들도 경호를 보고는 다들 평소처럼 답을 구했다.



“도 반장, 이제 어떡하지?”


경호는 바닥을 가득 메운 시체들을 보고만 있었다. 그중에서는 기단도 있었다.

경호가 무릎을 꿇고 기단의 눈을 내려줬다.



그리고는 얕은 미소를 짓고는 그들에게 답을 간절히 바라는 그들에게 답했다.

평소처럼.


“흫, 저도 모르겠는데요.”



마치 바람 빠진 풍선같은 매가리 없게 돌아온 그의 대답에 그들 중 그 누구도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경호는 그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블린들을 파헤치며 기단의 시신을 조심히 빼냈다.


“일단은 이웃들의 시신들을 묻어주고 같이 생각하죠. 여기에 남을지, 떠날 지를요.”



경호의 말에 다른 이들도 아무 말도 반박도 하지 않고 움직였다. 고블린들 아래에 있는 자신의 이웃이자, 친구이자, 가족인 시신들을 빼냈다.


“아! 그리고 윤견씨 도와주셔서... 어라?”



경호가 이제야 윤견이 생각이 났는지 뒤늦게 몸을 일으켜 윤견을 찾았지만 이미 윤견은 아파트 단지에 없었다.


“...설마! 죽...!”


경호의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윤견이 있었던 곳을 열심히 뒤졌다. 그러나 다행히 경호가 생각하는 그런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 벌써 갔나?”


경호가 작게 중얼거리고는 뚫린 벽을 통해 밖을 바라봤다.



경호의 시선에는 윤견이 보이지 않았지만 윤견은 경호가 보는 방향에서 힘겹게 달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를 쉬지도 않고 뱉으며 달리던 윤견은 도서관에 도착해 바로 건물로 들어갔다.


“파..호우! 파이브!”


윤견의 거칠고 까칠한 목소리가 도서관에 울렸다.



그러자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커졌다. 윤견은 버릇처럼 검에 다시 손을 올렸지만 다행히 발소리의 주인은 파이브였다.


삐삐를 껴안고 있는 파이브를 육안으로 보자 윤견은 그제야 아파트 단지의 사람들처럼 안도를 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파이브가 다급히 남은 계단들을 폴짝 뛰어넘고는 그대로 윤견에게 달려왔다.


“닥터, 왜 그래? 아파?”

“아니, 개 힘들어서. 아! 그리고. 급한 일 아니면 계단에서 뛰지 마. 다쳐.”


딱!


“아야!”


윤견에게 딱밤을 맞은 파이브가 인상을 쓰며 자신의 이마를 문질렀다.


“그럼, 이제 출발할 거야?”


윤견은 콧방귀를 뀌고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 오늘은 그냥 여기서 보내자. 더 움직였다간 다리가 터질지도 몰라.”


“헤헤, 알았어! 그럼 나, 삐삐한테 읽다 만 책 더 읽어주고 올게! 가자 삐삐.”

“삐-.”


“잠만 나 부축 좀...”


윤견이 파이브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파이브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분명 들릴 만한 거리임에도 파이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저, 저. 에휴.”


운견은 검을 지팡이 삼아 홀로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그러자 고블린의 피로 범벅이 된 자신의 옷에서 냄새가 나는 것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아, 옷이라도 받을 걸 그랬나. ...다시 가서 받을 까?”


하지만 윤견은 결국 체력도 체력이지만 귀찮아서 도서관 바로 뒤에 있는 아파트로 가, 간단히 옷을 입고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니 도서관에 서 얌전히 책을 읽어주고 있는 파이브와 정말로 듣고 있는지 얌전히 곁에 있는 삐삐가 있었다.



윤견은 근처 적당한 두께의 책을 줍고 근처 긴 책상에 책을 올려 베개 삼아 의자에 누웠다.


드디어 계속 몸에 들어가 있던 힘이 쭉 빠지자 몸이 녹아 내려갈 거만 같았다.


“아흐, 죽겠다, 죽겠어.”


“닥터, 죽어??”


윤견은 그저 대충 던진 말에 파이브가 읽던 책을 내려놓고 황급히 일어났다. 윤견은 그럼에도 계속 천장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말했다.


“아쉽게도, 아직.”

“왜 죽어?! 삐삐가 말 안 들어서? 응?”

“안 죽는다고~. 가서 마저 읽어라 나도 듣게.”



윤견은 얼른 대답을 끊고 쉬고 싶어 대충 얼버무렸다. 하지만 듣는 파이브는 아니었는지 헤헤 웃더니 책을 들고 윤견의 옆으로 의자를 끌고 다가왔다.


“마음이 바뀌었어. 안 들을...”



마치 입을 다물라는 듯이 파이브는 삐삐를 윤견의 입에다 올려났다. 윤견은 삐삐를 빼고 입을 열려던 순간 파이브가 먼저 입을 열었다.


또박또박 서툴지 않게 열심히, 누가 들어도 알 수 있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생각보다 잘 읽네.


그래도 책의 중간부터 듣던 윤견은 책의 내용을 파악하기 에는 힘들었다.


-걔는 왜 공주를 힘들게 구하러 가는 거야?



들을 때마다 궁금한 것들이 늘어만 갔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대신 눈을 감으며 파이브의 낭독을 음미했다.


그래서 그런가, 또렷했던 의식이 점점 흐릿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완전히 의식이 감기며 윤견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어둠 속에서 은은히 들리는 파이브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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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개같은 세계 속 독서 23.07.08 370 2 11쪽
» 아파트의 슈퍼맨 - 4 23.07.07 376 2 11쪽
43 아파트의 슈퍼맨 - 3 23.07.06 377 2 11쪽
42 아파트의 슈퍼맨 - 2 23.07.05 391 2 11쪽
41 아파트의 슈퍼맨 23.07.04 400 2 11쪽
40 도 반장 23.07.01 407 3 11쪽
39 꿈의 안개 속에서 23.06.30 411 2 11쪽
38 우주를 담고 있는 공 23.06.29 410 2 11쪽
37 경마공원 - 3 23.06.28 42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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