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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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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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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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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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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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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경마공원 - 3

DUMMY

황야의 카우보이처럼 서로의 보고 있던 둘 중. 먼저 움직인 건 윤견이였다.



윤견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기 무섭게 놈도 손목과 팔을 꺾으며 채찍을 조종했다. 채찍이 뱀처럼 움직이며 윤견에게 쏜살같이 날아갔다.


쉬이익-!



마치 검과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윤견의 귓가에 스쳤다. 윤견은 발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채찍을 피했다.


화르륵.



윤견의 검이 불타오르며 상대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놈은 마치 원숭이처럼 몸을 폴짝 뛰며 검을 피했다.


-아까부터 내 공격을 보고 피하던데. 전투 센스도 그렇고 능력도 그렇고, 이 녀석... 보스인가?



타앗!


놈이 윤견의 검을 피하고는 높게 점프하여 옆에 있는 트럭에 올라갔다. 그리고 거리가 벌어지자마자 바로 채찍을 움직였다.


[마리오네트]


채찍은 윤견이 아닌 윤견 옆의 차를 향해 날아갔다.


-? 뭐야?


윤견이 잠시 놈의 행동에 의미를 찾는 순간, 자동차의 바퀴가 움직이며 윤견을 향해 돌진했다. 시동 소리는커녕 아무 소리도 없었는데 말이다.


콰왕-!


윤견은 뒤로 몸을 던져 가까스로 피했다. 그리고 바로 놈의 채찍와 자동차를 연관시키며 자신만의 추리를 만들었다.



-역시 저 채찍으로 조종하는 건가? 그런데 생물이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는 거고?!


다시 몸을 일으켰지만 이번에도 놈의 채찍은 차들로 향했다. 역시나 자동차들은 바로 노예가 되어 놈의 명령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진짜 미쳐버리겠네!”


자신에게 오는 자동차를 피하며 차들이 오로지 직진만 한다는 것을 생각하자마자 두 차량의 바퀴가 돌아가며 윤견을 덮쳤다.


“아! 시바, 아니구나.”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 자동차의 공격을 피하고, 계속 놈에게 때지 않았던 신경을 더듬더듬 만지며 놈에게 조금씩 접근했다. 하지만 윤견이 가까워 질 때마다 놈도 계속 자리를 옮겼다.


마치 윤견 의도를 알고 있다는 듯이.



그 후로 윤견은 차들을 피하며 체력을 소모 시키고 있었다.


그런 윤견의 눈에 다른 방법이 발견됐다. 그리고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차들을 피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여러 상황을 보고 한 가지 의심을 들었다.


-한 번 실험해 볼까...



윤견이 또 다시 놈에게 접근하자 역시나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달아났다. 이 모습을 보고 윤견의 실험은 종료가 되었다.


다시 안전한 자리를 찾은 놈이 다시 자동차로 윤견을 몰아세웠다. 윤견도 차들을 피하며 한 눈으로는 틈을 보기 시작했다.



“...하아.”


계속 몸을 구르며 피하던 윤견이 자리에 멈춰섰고 잠시 숨을 돌렸다. 이 때를 놀렸다는 듯이 차들이 일제히 윤견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이 때를 노린 것은 오히려 윤견이였다.


품 속에서 계속 바닥에 뒹굴면서 주운 리자드맨의 부서진 검 파편을 꺼내 놈에게 던졌다.


쉬익-!


검 조각이 표창처럼 놈을 향해 날아갔다.


갑작스런 공격에 놈은 알아듣지 못할 울음소리를 내며 채찍으로 표창을 쳐냈다. 그와 동시에 윤견을 향해 달리던 자동차들이 일제히 멈추며 잠시 굴러가더니 자리에 멈췄다.


“오케이.”


윤견이 계속 움직이면서 알아낸 것들이었다.


자동차를 피해며 접근하던 윤견을 피하면 자동차들이 눈에 띄게 속도가 줄어든 것이었다.


그리고 놈이 자리에 멈추면 차들이 다시 속도를 올리며 윤견을 공격했었다.


그로 인해 한 가지 가설을 세웠었다.


뭔가를 조종 하려면 자신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이 가설을 뒷받침 해줄 근거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이 아닌 다른 종족을 내세워 공격했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이 강하지 않으니 이런 방법으로 공격하나 싶었다.


하지만 방금 싸워봤을 때 생각보다 제법 강한 놈을 보고 의심의 씨앗이 심어진 것이다.



조종하는 놈들과 같이 윤견을 공격했으면 윤견은 상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를 피하면서 놈이 다시 채찍을 휘둘렀다면 윤견은 궁지에 몰렸을 것이다. 윤견도 계속 놈의 채찍을 경계했는데도.



하지만 놈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이 개 같은 차들을 멈출 방법은 단 한 가지의 방법.


놈을 계속해서 움직이게 하면 된다.



윤견은 바로 다시 검조각을 던져 놈의 발을 묶고 바로 놈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거리가 좁혀지자 다시 검에 힘을 쏟았다.


{온 – 발화}


놈은 다급히 채찍을 휘둘러 윤견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거리가 많이 좁혀져 채찍으로만 막기에는 힘들었다.


윤견의 검이 계속해서 놈의 주변에서 움직이며 놈의 위협했다. 결국 마침내 윤견의 검이 포대를 뚫고 놈의 팔을 그었다.


어두운 피가 튀어나왔고, 흑도의 불이 포대에 옮겼다. 놈은 다급히 손으로 불꽃을 막으려 했지만 윤견의 검과 주먹이 놈의 다급한 손을 막았다.


“#$@^%$^!!”


놈도 다급해졌는지 괴상한 소리와 함께 윤견을 억지로 때워내고 뒤로 거리를 벌렸다. 윤견을 억지로 때워내느라 몸에 상처가 더 많이 생겼다.


그래도 거리를 벌린 틈에 자신의 몸에 두르고 있던 포대를 전부 벗어 던졌다.



포대가 한 쪽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놈의 맨몸이 노출됐다.


마치 사람처럼 보이는 외형 이였지만 온 몸에 검은 털이 덮여 있었다. 마치 빅풋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김새였다.



“우교오오옷!”


놈이 발을 바닥에 마구 차며 짓밟으며 짜증을 거침없이 표출했다. 윤견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다시 검을 들고 달려갔다.



역시 놈도 짜증을 부리던 발을 멈추고 채찍을 휘둘렀다. 이미 다시 거리가 벌어져 윤견이 쉽게 접근을 하지 못했다.


채찍질에 놈의 분노가 담겨졌는지 아까보다 더욱 무서운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내리쳤다.


쫘악-!


윤견은 분노의 채찍질을 계속해서 막지 않고 피하다가 채찍이 바닥을 찍을 때, 검으로 그 위를 찔러 넣었다.

검이 채찍을 뚫고 바닥에 박히며 채찍을 잡았다.


놈도 다급히 손을 들어 채찍을 움직이려 했지만 이미 채찍은 검에 고정되어 돌아가지 않고 줄만 팽팽해 질 뿐이었다.



“우이이..”


놈이 잠시 당황하는 사이에 윤견은 검을 두고 놈을 향해 맨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놈을 사정없이 두드려 팼다.


주먹이 움직일 때마다 놈의 얼굴이 방향대로 꺾였고, 피와 침이 바닥에 튀었다.


“우고아아앗!”


놈도 그제야 주먹을 쥐고 윤견을 향해 휘둘렀다.


놈의 주먹이 윤견의 얼굴을 가격했고, 배를 내려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윤견은 이를 악 물어 비명과 고통을 삼키며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의 주먹이 쉬지 않고 교차했다.


서로의 피가 주먹과 바닥에 칠해졌다. 붉어진 바닥에 먼저 무릎을 꿇은 건 검은 털에 붉은 피가 묻은 무릎이었다.



놈이 쌕쌕 숨을 힘겹게 쉬었다.

윤견은 놈 앞에 똑바로 서서 놈의 머리를 잡고 다시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주먹이 망치처럼 놈의 얼굴을 내려쳤다.


퍼억-!


놈의 코에서 피가 터져나왔지만 주먹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슬슬 놈의 동공도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하자 윤견은 그런 놈에게 몇 번의 주먹질을 더하고 자신의 검을 찾으러 갔다.


이제 놈을 죽이기 위해.

주먹으로 끝내는 것도 생각은 했었지만 놈은 계속해서 끈질길 게 버텨, 결국 더 이상 체력을 버리지 않고 검을 쓰기로 한 것이다.



땅과 채찍을 뚫은 검을 뽑아 다시 놈에게 돌아가려는 찰나에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고개만 힘겹게 돌려 옆 건물을 쳐다봤다.


윤견이 바로 검을 뽑고 달려갔지만 놈의 입을 막기에는 한참 늦었다.



놈의 목에서 다시 정체불명의 소리가 나갔다.


절규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를 소리였다.



윤견의 검이 놈의 목을 치려는 순간 건물의 창에서 작살이 날아와 윤견을 노렸다.


윤견은 재빨리 검을 들어 작살을 막았다.


캉-!


작살은 그대로 튕겨져 바닥에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윤견은 다시 검을 들어 하려던 것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건물의 문이 열리며 안에 있던 모든 종족들이 튀어나왔다.


1층에 봤던 종족이 가장 먼저 나와 윤견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윤견도 할 수 없이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막았다. 그 후로 2층에 있던 종족들과 3층에 있던 그것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도망쳐야 한다.



윤견이 그 광경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판단이었다. 그리고 등을 돌려 파이브가 숨은 자동차로 가려던 순간 다른 광경이 윤견의 눈에 비치며 발을 붙잡았다.


“...뭐야?”


방금까지 자신을 향해 오던 수많은 종족들이 어느 순간 서로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오직 자신의 종족을 제외한 모든 것들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고블린들이 수인의 몸에 올라타 자신의 단검을 찔러 넣었고, 비틀슈트의 주먹이 피셔맨의 얼굴을 뭉겠다. 그런 놈들을 향해 짐승형 괴물들이 몸을 날려 사냥했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놈은 마치 보이지 않는 듯이 어느 종족도 건들지 않았다.


“하하... 개판이구만.”


-전부 조종하지는 못하는구나. 기껏 해봐야 자신만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고?



윤견은 이 개판을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보면서 발을 이리저리 돌리며 가야 할 곳을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지도 못한 찬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 틈에 파이브를 챙겨 도망치는 것과, 이 틈에 섞여 놈을 죽이는 것.


이 두 개를 저울에 올려 높낮이를 비교하던 윤견을 다그치듯이 파이브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당연히 도와줘야지! 닥터니깐’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니.


아무리 헌터라도 이런 세계에서...



윤견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지나갔다.



자신을 위해, 살기 위해 어떠한 짓을 하던 사람들을.


하지만 그 후로 자신의 이웃을 위해 싸웠던 태준이, 윤견을 위해 서울역을 나섰던 그들이,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민 눈썹 의사의 아들이. 거리낌 없이 자신이 알아낸 것을 보여준 영훈도.

그 후로 민석과 용준. 미애와 나준, 그리고 기찬이 지나갔다.



그들은 모두 헌터가 아니다.


하지만 모두...


‘당연히 도와줘야지! 닥터니깐’



이제야 윤견은 파이브가 말하는 ‘닥터’가 누구를 뜻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횐 가운을 입지 않아도 윤견을 닥터라고 부르는 것도.



“그 놈의 닥터는...씨.”


윤견이 작게 한숨을 뱉고는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천천히 바닥을 밟던 발이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뒤지기 싫으면, 다 꺼져 개새끼들아!!”


윤견은 검을 들고 개판인 혼돈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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