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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도로당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8
최근연재일 :
2020.01.05 00:47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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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36,423

작성
19.12.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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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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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1화

DUMMY

1.


‘예측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대재앙’이라는 개념은,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섬뜩함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단어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인류는 그 개념을 정말 좋아했어요. 인류가 언어를 깨우친 이래 거의 모든 시대에 세상이 멸망하리라고 진솔하게 믿는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하나같이 ‘예측하지 못하는’ 위기가 찾아온다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들 자신들만큼은 그걸 예측할 수 있었고, ‘피할 수 없는’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외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그 재앙을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고 믿는 모순적인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공화국 최남단의 중소도시 S시에 거주하는 류유경도 바로 그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녀는 현 세상이 머지 않은 시기에 몰락하고 신세계가 도래할 것이며, 그 혼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M사의 종신보험(20년 납부 비환급형)에 가입하여 그 보험증서에 비밀스럽게 적혀 있는 마법주문을 해독해야만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예언가들의 삶을 통해 귀납적으로 추론해보자면, 그녀의 이야기는 개소리라고 보는게 합리적일 것입니다. 사실 류유경 본인도 그 점을 어느 정도는 인정했습니다. 올해 새로 출시된 D사의 신상 보험플랜을 보고 마음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을 깨달았거든요.


하지만 놀라운 우연의 일치인지 류유경의 예언은 절반정도는 사실과 맞았습니다. 실제로 세상은 정말로 망할 계획이였거든요.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자면, 나중에 세상은 ‘진짜로’ 망합니다. 진짜 최후의 멸망의 시기가 다가왔을 때 세상이 극적으로 구원되거나 하지는 않을거란 말이지요.


하지만 다행히도 세상은 앞으로 꽤 ‘여러번’ 망하게 됩니다. 세상이 여러번 망한다는 말은 달리 말하자면 마지막의 최후에 세상이 망하는 바로 그 순간을 제외하면, 그 이전의 나머지 ‘멸망’들은 생각보다 꽤 버틸만 할 것이라는 뜻이에요. ‘여러번’ 멸망 하려면 바로 직전의 멸망에서 문명이 복구가 되긴 해야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고로 빚쟁이에게 쫓겨다니는 억대 채무자나, 중간고사를 망친 마법학교 여학생이 으레 원하듯 내일 당장 세상이 완전히 끝장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당장은 불안해 하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그러니 제군들, 부디 성실하게 생업에 임하고 부지런히 공부하세요).


덧붙여, 별로 중요한 사항은 아니지만, 말 나온김에 겸사겸사 말하자면, 아래에 펼쳐질 이 이야기는 이 세상이 어떤 방법으로 여러번 멸망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될 것입니다. 첫 번째에는 어떻게 망했으며, 두 번째에는 어떻게 망할 것인가에 대한 그런 이야기가 말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의 1권에 해당하는 내용은, 이 세상이 ‘첫번째’로 멸망할 때의 내용을 다루게 될 거에요.


그렇다면 이 세상은 대체 어떻게 멸망하게 되는 걸까요. 우선 최초로 맞이하게 될 이 세상의 멸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몇 사람의 인물의 이야기를 조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몇 사람의 삶은 이 세상이 멸망하는 데에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고, 또 그들이 행한 몇가지 선택은 이 세상이 멸망하는데에 상당히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게 되거든요.


그 중 한명은 2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정수미로 불러주기를 바라는, S시 거주의 한 여성이에요.


때는 무더운 8월의 여름날, 정수미는 비틀거리며 한낮의 열에 이글거리는 도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타오르는 불꽃이 형상화된 붉은 문양이 가득 그려진 티셔츠에 청반바지를 입은 그녀의 손에는 정체모를 액체가 담긴 초록색 유리병이 들려있었습니다.


이윽고 그녀는 잠시 혼잣말을 몇마디 중얼거리더니,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 유리병 안의 내용물을 입 안에 비워버리고는 곧 골목 구석으로 던져버렸습니다. 멋진 호를 그리며 허공을 날아가는 유리병에는 시선조차 한 번 주지 않았어요. 유리병이 그녀의 손을 떠난 순간, 유리병이라는 개념 역시 그녀의 머리속을 떠나버린 것이었습니다.


정수미는 자신의 손을 떠난 바깥의 일, 즉 세상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성격이었거든요.


그리고 마침내 날아가던 유리병이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조각 나던 그 순간—.


정수미의 자취는 골목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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