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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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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99,455
추천수 :
3,081
글자수 :
301,965

작성
22.05.14 13:40
조회
3,990
추천
110
글자
10쪽

용들의 싸움(1)

DUMMY

이론수업과 달리 실습은 흥미진진했다.


-


승호가 감각을 열자, 싸우고 있는 둘의 존재감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천마와 마법사, 이 둘은 자신과 같은 용이었다.


‘아, 아직은 아닌가?’


둘은 아직 완전한 승천을 이루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용이 아니라 말하기도 힘들었다.


일단 그들은 기운을 다루는 방식이 승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승호가 저 사이에 기파를 날려봤자 둘은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다.


천마는 아랫배를 중심으로 전신에 기를 퍼트려서 영체 비슷한 상태를 만들었고, 마법사는 심장에 겹쳐진 열 개의 원을 매개로 승호보다 익숙하게 주변의 기운과 소통하고 있었다.


‘이거 진짜 공부되네! 어라? 천마 아저씨는 왜 갑자기 기를 나선으로 꼬은 거지?“


마법사가 허공에서 불꽃을 터트리거나 얼음 창을 만들어내면 천마는 그것들에게 칼을 하나하나 휘둘러 폭발은 작은 불씨로, 얼음 창은 작은 조각으로 바꿔버렸다.


“흥! 보기에만 요란한 잡술 따위!”


작아진 불씨와 얼음 조각들이 마법사의 손짓에 한데 뭉쳐 뜨거움과 차가움을 동시에 지닌 구체가 되었지만 천마는 코웃음 치며 맨몸으로 구체를 받아냈다.


“허! 이걸 그냥 몸뚱이로 받아?”


마법사는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뒷걸음질 쳤고, 천마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천마의 어퍼컷이 마법사에게 작렬했다.


쿠웅


인간의 피륙과 피륙이 부딪힌 소리라고 믿을 수 없을 육중한 소음이 일어났다.


마법사의 코앞을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투명한 방어막이 지키고 있었고, 천마의 맨주먹이 그 막을 미뤄내는 중이었다.


‘방어막이 하나가 아니네?’


승호가 느낀 것처럼 문양이 새겨진 투명한 방어막은 일곱 겹으로 중첩된 상태였다.


스륵


마법사를 감싸고 있던 방어막의 문양이 스르륵 움직이더니 역으로 천마를 감싸기 시작했다.


뒷걸음질부터 시작한 마법사의 함정이었다.


“물어볼 게 많았는데, 자네는 해부부터 시작해야겠구먼.”


“개소리!”


챙그랑!


갇힌 것처럼 보이던 천마가 크게 한 걸음을 내딛자 엄청난 압력이 생기면서 그를 감싸고 있던 구체가 박살이 났다.


승호가 보기에 천마는 압력만으로 방어막을 비틀고 나오는 것이 가능했지만 마법사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힘을 더 쓴 것 같았다.


“강기가 안 나오길래 노인네 말처럼 단절이라도 됬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더군. 직접 쓸 수 있는 기운만큼은 넘쳐나.”


“호오? 정령의 부름이 안 먹히길래 단순하게 생각했더니, 자네 말대로야. 그럼 이것도 받아보게나.”


마법사 주변의 기운이 다른 기운들과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까이에만 다가가도 질식할 만큼 음울한 것이 천마 주변의 폭력적으로 느껴질 만큼 넘치는 생명력과는 상반되는 기운이었다.


“사기(死氣)야. 쟤들 말로는 음차원의 마나였나 마력이었나? 아무튼. 긴가민가했는데, 저거 사령술사였네.”


어느새 주위로 다가온 레니스가 입을 열었다.


“사기요?”


“뭐 결국 다 같은 기운이기는 한데, 가공 좀 한 거지.”


그녀의 말대로 다르게 느껴지긴 했지만 근본은 승호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우주의 기운이었다.


레니스와 승호가 기운에 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법사 노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니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땅이 있어! 정령은 그렇다 쳐! 시체가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만 강기만 쓸 수 있었어도 네놈 대가리는 진즉에 터져나갔을 거다. 포기해라.”


“흥! 잠깐 발을 묶기 위해 필요했을 뿐! 시체 따위 없어도 힘으로 찍어누르면 그만이다!”


마법사의 말처럼 기운 자체가 워낙 컸기에, 천마는 사기의 응집체에 그대로 휩쓸렸다.


“크윽!”


‘저 정도 기운 덩어리를 맞았으면 져주는 게 매너지. 완전 원기옥이네.’


지켜보던 승호는 마법사의 승리라고 생각했으나 천마는 포기하지 않고 그 안에서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사기와 상반되는 기운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우와~”


한동안 각기 다른 기운들이 서로 잡아먹기를 반복하더니 승호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을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예쁘다.”


멀리서 본다면 무형의 기운이 이리저리 넘실대는 모양뿐이겠지만, 가까이에서 본다면 그 작은 싸움 안에 생사기의 순환이 구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싸움의 당사자인 천마와 마법사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둘 다 희열을 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짝!


세 용이 넋을 잃고 기의 흐름에 빠져있는 사이, 갑작스럽게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천마와 마법사, 둘이 일으킨 기의 소동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자 이제 그만.”


레니스의 짓이었다.


-


승호는 레니스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고 싶었지만, 그녀는 잠깐 기다리라고 말한 뒤,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금 있다가 다 말해줄 테니 좀 기다리고 있어. 이봐. 여기 ‘인형’ 두 개랑 무정보실 좀 부탁해.”


“이제 소리라고 불러줘요. 승호 씨가 지어줬어요!”


“갑자기 웬 이름?”


“처음엔 별로였는데, 어감이랑 뜻이 좋더라고요!”


“그래. 소리. 내가 말한 것 좀 부탁해.”


“옙!”


소리가 웬 마네킹 두 개를 가지고 온 뒤, 시간이 지나자 그것들은 사라졌던 마법사와 천마가 되었다.


승호가 놀라서 레니스를 쳐다보자 그녀는 웃으며 답했다.


“용은 기본적으로 불멸이야. 흩어졌다가 다시 나타날 뿐이지. 인형은 어린 용들이 그렇게 될 경우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물건이야. 용들이 만든 물건이긴 한데, 시공의 힘이 조금 들어가 있어.”


그 말에 승호는 감각을 열었고, 인형에서 넘실거리는 기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누워있는 것들은 방금 전까지 싸워대던 그 둘이 맞았다.


‘와 입고 있던 옷까지 그대로네?’


반면에 레니스와 소리에게서는 그저 평범하게 존재한다는 것만 느껴질 뿐, 그 어떤 기의 일렁임도 느낄 수 없었다.


“자기 정보를 차단하는 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거야. 거기서 범위를 키우는 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제가 만든 무정보 상태가 그거예요. 제가 어려운 거라고 했죠? 레니스는 못 해요.”


“그래. 너 잘났다.”


“이제 소리라니까요!”


승호가 주위를 둘러보니 실습실은 어느새 무정보 상태인 새하얀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


잠시 후 천마와 마법사가 눈을 떴다.


둘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기의 존재감이 강한 승호에게 날을 세워댔지만,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닌지, 평범함만 느껴지는 레니스와 소리가 느껴지는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레니스는 둘과 지그시 눈을 마주치고는 입을 열었다.


“이름 갈유천. 나이 680세. 천마.”


“뭣? 잠깐! 어떻게 내 나이를?!”


“호오? 자네 나보다 나이가 많았었나?”


이어서 마법사 노인에 대한 정보가 튀어나왔다.


“이름 하켄. 나이 723세. 마탑주 겸 사령왕 틀린 점 있나?”


“아니? 어떻게 내 실제 나이를?! 그리고 사령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이봐. 늙은이. 어디서 어린 척을 하려고!”


천마와 마법사가 다시 투닥거릴 기미를 보이자 레니스는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설명에 앞서, 일단 회수부터 하지.”


그 순간 천마의 옷 앞섬에서 웬 주머니가, 마법사에게서는 걸고 있던 목걸이가 레니스의 손안으로 날아갔다.


“앗!”


“잠깐!”


물건들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고, 물건을 빼앗긴 둘은 비명을 질렀다.


“안돼!”


“무슨 짓이야! 내 유물이!”


“이건 시공의 파편이라고 하는 물건이다. 이것들 덕분에 너희가 시공을 회귀하며, 여러 번의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거지.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뭔지도 모르고 사용한 너희들의 것은 절대로 아니야.”


레니스의 말이 이어지자 둘은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걸 어떻게?!”


“너희들은 그래도 천년 안에 승천할 가능성이 보여서 기다린 거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회수하는 거지.”


잠깐 멍하니 레니스를 바라보던 하켄은 상황을 파악했는지 승호를 가리키며 외쳤다.


“그럼 저자의 유물은 왜 안 빼앗은 건가?! 저자도 우리랑 비슷한데!”


“승호는 달라. 사고가 있었고,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너희처럼 시공의 힘을 이용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어.”


레니스의 말투와 눈빛에서는 둘을 향한 경멸의 느낌이 넘쳐났고, 그것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억울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던 갈유천과 하켄은 승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승호는 그 눈빛에 맞서 당당하게 가슴을 폈지만, 곧바로 이어진 소리의 목소리가 그를 침몰시켰다.


“이름 김승호. 나이 281세. 무직.”


“저기 소리 씨? 그렇게 말하면 내가 280년 동안 백수라는 거 같잖아요.”


“승호는 그걸 어떻게라는 말 안 해요?”


“딱히 비밀은 아니었는데요.”


레니스는 소리와 승호의 대화를 무시하고 본인이 할 말을 했다.


“우선 승천 도중에 납치한 것은 사과하마.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나 너희들이 그대로 환원해버리면 우리 입장에서는 돈을 떼 먹힌 거나 마찬가지여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게 사과인가?”


“깨달음이 언제 다시 올 줄 알고?!”


천마와 마법사는 사과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지 계속 꽥꽥댔다.


“후... 힘에 취한 애새끼들은 왜 이리 다 똑같은지.”


레니스의 한숨과 중얼거림을 들은 그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그녀를 노려봤지만, 알 수 없는 압박감이 그들을 얌전하게 만들었다.


반항적이던 둘이 이야기를 들을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레니스는 선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희는 빚을 갚아야 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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