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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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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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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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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1
글자수 :
301,965

작성
22.05.13 18:10
조회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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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글자
10쪽

시공관리국

DUMMY

“소리! 방 밖의 바닥! 그 재료! 아직 없는 행성에서 갖고 온 거잖아요!”


-


“잠깐 사이에 거기까지 읽었어요? 요령 없는 용들은 집중하는 것도 가르쳐야 하는데 다행이네.”


승호에게는 소리가 말한 특정 정보를 집중해서 받아들이는 것보다 자신이 밟았던 바닥의 석재가 지금 이 시간대에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시간의 흐름은 느낄 수 있어도 그 흐름에 간섭하는 일은 불가능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기로 옮기기 전에 들어가 있던 공간! 거긴 뭐죠?!”


“승호 씨가 갇혔던 창고 중에 하나에요.”


자연스럽게 문을 만들어낸 승호는 밖으로 손을 뻗어 다시 정보를 받아들여봤지만, 몇 번을 반복해도 시간의 흐름에 간섭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갈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리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된 거죠?”


“저희는 시공관리국이라고 했잖아요.”


소리가 우주 탄생 직후의 혼란을 정리한 시공왕과 그 기사들부터 시작해서 시공관리국의 역사를 읊기 시작했지만 승호의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길고 지루한 내용인데다가 정보를 받아들이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승천해서 정보를 받아들여도 딱히 이해력이 상승하지는 않은듯했다.


“아무튼 임무를 위해서 혹은, 국장의 부탁을 몇 개 들어주는 대가로 우린 그의 힘을 조금 빌려서 과거와 미래에 간섭할 수 있죠.”


승호가 궁금한 것은 오직 하나였다.


“그럼 제가 살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네.”


“그럼 당장 보내주세요!”


“안돼요.”


“왜요?!”


“레니스가 말하지 않았어요? 보호해야 하니까요.”


“보호할 게 뭐가 있다고요?!”


소리가 보호를 위해서 자신을 보내줄 수 없다고 하자 승호는 이성을 잃었다.


용이 된 자신을 감히 누가 해칠 수 있단 말인가?


긴 역사 강의 중 가끔 언급되던 시공왕이나 신이라고 불려도 부족함 없는 다른 초월자들?


그런 존재들은 고작 용 하나에 관심을 가질 리 없다고 조금 전 소리가 직접 말했다.


“당신으로부터 거기 사는 지성체들을 보호해야죠.”


“아...”


“당신처럼 그들에게도 언제 어디서든 승천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제야 승호는 이성을 되찾았다.


만약 돌아가게 된다면 그는 개미 떼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우울해진 승호를 소리가 다시 뒤흔들었다.


“사실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사라져도 문제 될 일은 없어요. 영학쪽으로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고, 개체수가 적기도 해서.”


“70억이 적어요?”


“인간 중에 승천한 게 승호가 처음 일리가 없잖아요? 세어 본 적은 없지만, 걔들이 다른 데 가서 뿌린 씨만 해도 몇천억은 될걸요.”


“적은 거 맞네요...”


“평행세계 중에는 인간 없는 지구도 꽤 많을 거예요. 근데, 우리 국장이 좀 감성적인 사람이라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에요. 안 보내준다면서요.”


“지금 당장 보내줄 수 없다는 말이었죠. 저희 쪽에서 배울 거 다 배우고, 일 몇 가지만 도와주면 가기 싫다고 해도 돌려보내 줄게요.”


승호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


승호가 감각을 완전히 조절할 수 있게 되자 소리는 무정보 상태를 없애고 강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웬 강의실이에요?”


“승호 때문에 이것저것 알아봤으니 써먹어야죠.”


아무도 없는 강의실 칠판에 분필이 저절로 움직이며, 글자가 써지자 승호는 호러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시공관리국에서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에요. 하나는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시공의 파편을 회수하는 것, 다른 하나는 승천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들을 보호해서 용이 될 때까지 이끄는 것.”


“첫째는 시공이랑 관련 있는 것 같으니 그렇다 치고, 두 번째는 왜죠? 용이 많으면 시끄럽기만 할 것 같은데요.”


승호 자신도 용이지만 그와 같은 존재가 많아 봤자 세상이 혼란스러워질 뿐. 딱히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딱 따닥


다시 글이 써지기 시작하자 승호는 소리를 저지했다.


“글자가 계속 저절로 써지는 것 같아서 좀 무서운데요. 형체 좀 잡아주면 안돼요?”


“저는 처음부터 형체가 없었어서 이게 더 편해요. 대신 화면으로 바꾸죠.”


칠판을 가리면서 내려온 스크린에는 승천학개론 제1장 용이란 무엇인가?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현재 시공관리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용의 개체수는 약 이천억으로- 그렇게 많아?!’


화면은 누가 조종이라도 하는 것처럼 승호가 알고 싶어 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인간의 승천, 다른 종들에 비하면 인간의 승천은 어렵지 않다. 약 200년간 기를 모으는 과정에서 인간의 육신은 저절로 영체에 가까워지며, 자연스럽게 용으로 변화한다.’


“승천학개론? 이거 뭐죠?”


“기분 좀 내봤어요. 영화 재밌더라고요. 그보다 분기점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


“분기점?”


“평행우주는요?”


“특정 사건이 일어난 우주가 있고, 일어나지 않은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썰은 몇 번 들어봤어요, 히틀러가 어릴 때 사고로 죽은 세계라던가”


“귀엽네요. 고작 한 행성의 표면에서 벌어진 일 정도로 세계가 갈라지진 않아요. 아무튼 용이란 존재는 사실 별 거 없어요.”


승호는 몇 가지 단어 선택과 갑작스러운 주제 전환에 기분이 나빠졌지만, 소리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승호 씨. 주변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랑 기운을 다룰 수 있게 된 것 빼면 예전이랑 달라진 거 있어요?”


승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말대로였기 때문이다.


“용의 존재보다는 승천하는 순간이 더 중요해요. 용이 탄생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확실한 분기점이거든.”


“그걸 어떻게 알죠? 평행우주 관측이 가능해요?”


“시공왕의 힘을 빌리면 관측은 물론 여행까지 가능해요. 어쨌든 그 과정에서 시공관리국은 알게 됐죠. 용이 탄생하면서 새로운 우주가 발생하고, 각각의 용은 모든 우주를 통틀어 하나만 존재한다는 사실을요.”


소리는 뭔가 엄청난 사실을 알려준 것처럼 무게를 잡았지만, 승호의 반응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구나. 그보다 내가 용인데, 계속 이렇게 공부나 해야 하는 건가? 빨리 일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


“반응이 왜 그래요?”


“교수님! 시공관리국 역사부터 승천학개론까지 들었는데, 점심시간 없나요?”


“지금 알려주는 게 상식이기는 해도 시골 촌구석 용들은 듣고 싶어도 못 듣는 내용인데 너무하네요.”


“얼른 집에 가고 싶어서요. 정보 흡수할 때보다 머리도 더 아프구요.”


“그건 주변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지 만능이 아니에요. 저도 할 수 있으면 그냥 머리에 때려 넣고 싶어지네요. 일단 조금 쉽시다.”


용인 둘에게 더 이상 휴식이나 수면은 필요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승천 이전의 습관이자, 기분 문제였다.


잠시 후. 승호는 강의실 책상에 엎어져서 잠깐 눈을 감은 것뿐인데, 누군가 그의 팔을 흔드는 것이 느껴졌다.


“으음...”


“다 쉬었으면 이론 마무리 짓고 실습으로 넘어가죠.”


승호는 멍했던 머리가 한순간 말끔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론 안 끝났어요? 거기다 추가로 실습?!”


“뭘 알아야 일을 시키죠.”


“끄응...”


승호가 계속해서 싫은 기색을 내비치자, 소리는 이론 수업을 빠르게 마무리 짓기로 했다.


“알았어요. 결론만 내리자면 시공기사들이 평행우주를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시공의 파편을 흩뿌려놨는데, 용으로부터 발생한 평행우주 생성이 자연스럽다는 걸 깨닫고는 이제 그걸 다시 회수하게 됐습니다. 요약 끝! 됐나요?”


“와아아!”


승호가 박수까지 치면서 환호하자 소리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여튼 요즘 어린것들은...”


-


승호와 소리는 실습을 위해 자리를 옮겼는데, 선객들이 있었다.


누가 입어도 마법사라고 생각할만한 로브를 입은 노인과, 큰 칼을 어깨에 둘러멘 중년 무사, 그리고 레니스였다.


승호는 레니스에게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그러지 못할 정도로 셋을 둘러싼 분위기는 험악했다.


“허허, 스스로를 내세우는 것은 그리 즐기지 않네만 마도사가 전지에 접촉하는 순간을 방해하다니 제정신인가?”


“본좌야말로 묻고 싶군. 깨달음에 다다르기 직전에 방해하다니, 얼굴 반반한 계집 하나 준비해놨다고 용서할 줄 알았나? 백으로도 부족하다.”


“잠깐 제 말 좀 들어주시겠어요?”


레니스는 어떻게든 둘 사이에 끼어들려고 노력했지만 두 사내는 그녀를 무시한 채 계속해서 서로에게 살기를 피워댔다.


“내가 모르는 주술을 사용해서 이동한 것도 그렇고, 외부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 공간까지? 제대로 답하지 않는다면 강제로 물어보겠네.”


“무슨 헛소린지 모르겠다만 일단 때려눕히면 되겠지.”


“저기...”


“78대 마탑주 하켄일세. 다치지 않게 제압하기에는 그대의 경지가 제법 높아 보이니 알아서 조심하게나.”


“허! 마탑이라? 마천루의 찌꺼기였나? 23대 천마다. 죽이진 않으마.”


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승호의 귀에 굉음이 울렸다.


콰앙!


‘우와!’


마법사와 천마의 맞짱이라니!


이론수업과 달리 실습은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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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관리국 +3 22.05.13 5,001 122 10쪽
2 내가 초월자라고? (2) +1 22.05.12 6,298 147 10쪽
1 내가 초월자라고? (1) +9 22.05.11 8,499 19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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