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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川 님의 서재입니다.

농구의 신-에어나이트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퓨전

완결

松川
작품등록일 :
2017.07.03 09:23
최근연재일 :
2018.10.16 17:34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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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1,749

작성
18.09.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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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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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25쪽

35-2. Grand-Master Knight

DUMMY

라커에서 우승이라도 한것처럼 광란의 자축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흥분감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왔음에도 살짝 땀이 나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했다. 조용한 집에서 샤워를 하자니 피로감이 확 밀려왔다. 이게 뭐지란 생각도 들었지만 어느정도 이해는 갔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아도 체력 자체가 탈인간급인건 맞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최고 수준의 에너지를 소모했고, 하루내내 긴장감을 유지했으니 아무리 나라도 피로감이 안올 수 없을거다.

모두가 날 보면 긴장따윈 안한다고 하지만 나도 긴장은 한다. 그저 오랜 경험을 통해 긴장감에 매몰되지 않게 정신력을 키워놓은 것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지고 있는걸 뒤집고 박빙의 상황에서 득점 성공을 위해 최고의 집중력을 유지시켰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치열한 전투를 벌인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러니 안지치겠어.

그러고 보니 이런 기분좋은 탈력감, 참 오랜만이다. 다시 돌아온 이후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쏟아내고 그에 상응하는 기쁨을 가진건 처음이지 싶다. 누군가의 죽음이나 짙은 슬픔이 없는 기쁨인 점은 생애 처음이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몸이 노곤노곤하게 녹아내리는 기분과 뽀송한 침대와 이불의 느낌은 더 없이 안락감을 줬다. 내일은 오후에 간단한 훈련만 있기 때문에 늦잠을 자도 되기 때문에 굳이 운기를 통해 회복하는 과정은 넘어가야겠다.

회복되면 좋기야 하겠지만 이런 기분좋은 피로감은 사라지니까.

좀 더 느끼고 싶···허어어···

“오빠.”

완전 딥슬립일텐데··· 꿈을 꾸려고 그러나? 옛날에 이렇게 잠들면 해가 뜰때까지 꿈한번 안꾸고 푹 잤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나저나 내가 케이시를 너무 좋아하나 보네. 이런 상황에 꿈도 다 꾸고 말이야.

“오빠.”

다시 한번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따뜻하고 부드럽고 뭉클한 감각이 등쪽에 느껴졌다. 이야, 꿈한번 리얼하다. 이 정도면 몽정각인데··· 어우, 이 나이에 몽정하고 빨래를 할순 없지. 참자. 이놈 나대지 마라.

···

어우, 이거 느낌 완전 리얼한데? 귀에 이 따끈한 숨결과 향긋한 냄새까지···

가만, 꿈 꿀 때 냄새도 나나?

너무 구체적인데?

이거 꿈이 아닌가? 몽롱함이 확 가셨음에도 느낌은 그대로, 아니 더욱 확실히 느껴졌다. 이거 진짜다.

“케이시?”

몸을 돌리자 촉촉하게 젖은 머리를 한 케이시가 베시시 웃으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많이 피곤했나보네? 다른때는 주차만 해도 알더니.”

“언제 왔어? 아니, 어떻게 온거야? 시카고에 있다고 했잖아.”

“그랬는데 오빠 보고 싶어서 얼른 끝내버리고 휴가 내고 왔지. 무려 2주짜리 휴가. 히힛.”

“그래도 되는거야?”

“그럼. 내가 보스잖아.”

“그렇긴 한데···”

“왜? 내가 온게 싫어?”

화난 듯 벌떡 일어났다.

“그럴리가 있나. 나야 완전 좋지.”

“흥, 좋다면서 아직까지 잠도 덜 깨고 왜 왔냐는 식으로 묻는거야? 됐어. 나 갈께.”

젖은 머릿결에 뾰루퉁한 모습에 이젠 정신 확 들어왔다. 재빨리 일어나려는 그녀를 잡아 품에 안으며 말했다.

“너무 예쁜 케이시가 눈앞에 있어서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몰라서 그런거야.”

“칫. 아닌것 같은데. 내가 아까부터 계속 부르고 이렇게 열심히 쓰담쓰담했는데도 반응도 없던데?”

그거야 피곤한데다 몽정을 피하려고 애써서 그런거지.

“아닌데? 케이시가 잘못 본건데?”

그러면서 그녀의 손을 분신쪽으로 이끌며 빠르게 약식 운기를 했다. 흐읍!!!

“어? 그러네?”

언제 정색을 했냐는 듯 베시시 웃더니 이불 속으로 스윽 들어간다.

이 피곤함을 날려야한다. 그리고 기본이라도 되어 있어야 단순 방어전이 아닌 음양의 조화로 몸을 건강히 하고 떨어진 기력을 보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제대로 하··· 아으으흐···

헉헉, 약식이라도 집중력 떨어지면 내상 입는다. 집···중··· 어우, 컥. 아, 안돼.

하마터면 내력이 엄한데로 가서 사고날뻔 했다.

와, 이런걸로 내상입을뻔··· 오늘 첫경험 참 많이 한다.

역시 첫경험은 좋은거야··· 하앍!



1차전을 이겼다. 그것도 워리어스의 수비가 정상적으로 돌고 외곽도 불을 뿜으며 10점이 넘게 차이가 나는걸 뒤집어내며 잡아냈다. 이 기가 막힌 승리는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고 그건 그대로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2차전에서 비록 5점 내외로 유지되기는 했지만 단 두 차례만 역전을 허용했을 뿐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치며 연승을 달렸다.

장소를 오라클 아레나로 옮긴 3차전에서도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원래 젊은 팀이 무서운건 기세를 타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인데, 실력마저 뒤받침된 젊은 팀인 우리는 모든 팀이 껄끄러워한다는 오라클 아레나에서도 멈출줄 몰랐다.

“아아···”

늘 일방적이고 열성적인 응원과 함성이 가득차던 오라클 아레나에는 안타까운 탄성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아악!”

그린이 뛰어오른 나를 패대기 칠 기세로 양팔을 붙잡은 채 당겼지만 그걸 이겨내며 마지막까지 스냅을 이용해 볼을 띄워올렸다.

삐익!

볼을 띄워놓고 그대로 나뒹굴었지만 직선으로 떠올랐던 볼은 백보드를 맞고 궤적을 바꾸며 림을 통과했다. 굉장히 거친 파울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내가 버럭하면 험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골도 성공시켰고 이기고 있는 상황에 굳이 흐름을 끊고 상대의 전투 의지를 일깨워줄 이유가 없어서 깔끔하게 무시한 채 잉그램과 랜들의 도움을 받아 벌떡 일어났다.

물론 내가 그런다고 해서 다른 친구들도 그런건 아니다. 쿠즈마가 인상을 쓴 채 그린에게 가고 있어서 재빨리 녀석을 잡았다.

“어디가는거야.”

“방금 그 파울 너무···”

“됐어. 보기엔 거칠었어도 나름 부상은 안당할만큼 한 파울이었어.”

“그래도···”

“뭘 그래도야. 하다보면 이런 파울도 한번씩 나오는거지. 절루 가서 수비나 준비하셔.”

강제로 쿠즈마의 흥분을 진압하고는 보너스 원샷을 깔끔하게 마무리 시켰다.

시간이 아직 3분정도 남았지만 이걸로 10점차가 됐다.

시간상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었지만 오늘 경기는 거의 마무리 된셈이다.

원래 악동 이미지가 있고 실제로도 자기 성질에 이런 류의 파울을 많이 하는 그린이다보니 또 그런거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파울을 할 때와 내가 쓰러졌을 때 보니 성질에 못이겨 할 때의 모습과는 좀 달랐다. 짜증이나 분노따위가 안보이고 뭔가 절제된 무언가가 있었다.

딱 파울로 나를 흥분시켜 플레이를 흔들고, 험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의도하에 나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다만, 다른 사람도 아닌 그린이 그랬다고 생각하니 좀 의심스럽기는 했다. 오랜 시간동안 다듬어진 내 눈과 감각이 망가진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야.

하지만 내가 쿠즈마를 말리고 자유투라인으로 갈 때 힐끗 보니 아쉬운 표정과 파울한 직후까지 보여줬던 그 투기가 상당부분 반감된 걸 보고 확신하며 안심했다.

내 눈과 감각이 아직 망가지지 않았음을 말이다.

그나저나 그린도 이제 많이 노련해졌구나. 다혈질은 그대로인데 조절을 다하고 말이야.



우리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서부컨퍼런스 파이널은 모든 농구팬들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킬만큼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게 치뤄지고 있었다. 매경기마다 유기적이고 멋들어진 팀플레이와 하이라이트 필름에 오를만한 기가 막힌 개인기를 양쪽이 골고루 쏟아냈다. 당연히 모든 경기는 박빙의 점수차내에서 왔다갔다하며 애간장을 녹이고 가슴을 새카맣게 타게 할만큼 긴장감 넘쳤다.

하지만 승패는 경기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우리의 3연승으로 싱겁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각에선 스윕으로 파이널에 오르는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6차전 또는 7차전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근거는 바로 나와 조지의 플레이 타임 때문이었다.

내가 체력이 좋다는건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데뷔이래 꾸준히 34분 내외로 뛰고 있는데 늘 처음 시작할 때처럼 뛰고 달리기 때문이었다. 가끔 40분 이상을 소화할때조차도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에너지 수준을 유지하고 다음 경기에서도 지친 모습을 단 한번도 보인적이 없어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정규리그만의 수치라고 말한다.

일단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면 주전들의 출전시간은 약 3~5분 많게는 7~10분까지도 늘어난다. 1승과 1패의 의미가 큰 단기 경기라서 주전들을 쉽게 빼지 못해서다.

실제로 조지와 나도 플레이오프에서 40분 이상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고 컨파에선 내가 43분, 조지가 41분을 뛰고 있다. 거기다 우리 둘 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체력적 소모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플레이오프를 겪지 못한 선수들의 체력과 몸은 정규리그가 마치는 시점에 맞춰졌을 가능성이 높다. 늘 10시에 자는 사람은 그 시간이 되면 졸려서 힘들어하는 것처럼 정규리그만 경험하다보면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말들은 안하지만 팀원들 중에도 대다수가 체력적 문제를 겪고 잉그램과 쿠즈마도 그들 중 하나다. 정규시즌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진건 이런 부분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는게 맞긴 맞다.

물론 팀밸런스는 좋게 유지시키고 있다. 나야 늘상 똑같고 조지도 정신과 체력을 잘 유지해준 덕에 다른 팀원들의 부진을 충분히 만회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만약 조지마저 가라앉는다면 상대가 워리어스라는 점, 그리고 비록 지고는 있지만 그들의 경기력은 여전히 최상이란 점이란걸 생각하면 패배로 직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나와 조지 둘 중 하나인 시점으로 말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건전지로 움직이는 타입이면 난 콘센트에 꼽아놓고 움직이는 타입이라서 그럴 일이 없다는걸 모르니 팀원들은 물론 윌튼 감독마저 우리의 체력을 항상 체크한다.

많은 기자들도 같은 이유로 늘 우리가 몸을 풀고 있으면 예리한 눈과 카메라로 움직임을 확인하고 말이다.

항상 그랬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욱 심했다. 경기전 사전 인터뷰에서도 우리 체력에 대해 더 많이 집중으로 물어봤고 말이다. 아무래도 앨리미네이션 매치이다보니 워리어스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내가 힘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해져서겠지?

그 마음은 알지. 아마, 우리 레이커스 팬이 아니면 누구라도 오늘 지길 바랄 것이다. 워리어스 팬은 당연히 이대로 올 시즌이 마감되는게 싫을테고, 그냥 보는 팬들은 이 멋진 경기를 조금이라도 오래 보고 싶을 테니까.

대승적 팬서비스 차원이라면 오늘 져주는게 맞지만, 사자는 토끼를 사냥해도 최선을 다한다는 격언···보다는 한번 져주기엔 워리어스가 너무 강하다. 그리고 우리 어린 친구들의 멘탈은 믿기 어렵고 말이다.

괜히 한번 봐줬다 그대로 망해버릴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러니 괜한 희망의 불꽃을 키워줄 이유가 없다. 벤치로 다 물러나며 림 주위가 비워졌을 때 센터라인 근처에 있던 내가 외쳤다.

“브랜든, 볼!”

약간은 장난스런 표정으로 볼을 요구하자 잉그램은 왜라는 얼굴로 패스를 해줬고 오직 조지만이 피식 웃으며 벤치로 들어갔다.

퉁!

볼을 받고 곧바로 빠르게 스피드를 올리다 프리드로우 라인에서 뛰어올라 림을 직격했다.

쾅!!!

파워풀한 에어 덩크를 하고 관중석을 손으로 가르켰다 이내 가슴에 주먹을 대며 씨익 웃어주고는 볼을 챙겨 벤치로 돌아갔다. 팬서비스라면 팬서비스지만 사실상 내 체력엔 아무 문제 없음을 눈으로 확인시켜주기 위함이었다. 에어덩크가 쉬운것도 아니고 뛰어오를때와 덩크를 할 때의 밸런스, 리듬 등을 보면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알 수 있다.

내 몸상태가 얼마나 좋은지를 말이다.

“힘이 넘치는건 아는데 지금건 좀 너무했다.”

“왜요? 상대의 작은 희망의 불씨를 꺼트려서 기선제압한건데.”

“킴, 너만 대상이냐. 나도 대상이잖아. 저쪽에서 넌 가망없으니 날 잡고 늘어지겠다고 나오면 어쩌냐?”

“그럼 폴도 한방 맥여줘요.”

“맥이긴 뭘 맥여. 그런 덩크를 하지도 못하지만 시작전에 그렇게 힘뺄만큼 에너지가 넘치진 않는다고.”

“하하··· 그도 그렇네요. 그럼··· 대신 내가 알아서 한방 더 맥여주죠 뭐.”

“왜? 에어덩크라도 한방 더···”

둠칫둠칫···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라이브 방송은 이미 시작된 상태고 양쪽 벤치를 보여주고 있을 시점에 내가 승리의 댄스를 날리는걸 모두가 봤을거다.

“푸하하하··· 미치겠다.”

“이 정도면 저쪽 멘탈 좀 긁어둔 거겠죠?”

“그래. 충분히 그럴거다. 하하하···”

내가 힘이 빠졌을거라는 생각을 완전히 접게 만들어 스트레스를 살짝 준데다 이젠 거의 샤먼 수준이 된 승리의 댄스를 시작도 하기 전에 하는걸로 성질까지 긁어준거다. 좀 유치하지만 원래 신경전이라는게 다 그런거 아니겠어?

시작전 기본 전술을 리마인드 하고 힘찬 구호와 함께 코트로 들어왔는데··· 어? 라인업에 변화가 있었다. 이궈달라 대신 자메일 맥기가 코트로 들어서고 있는게 아닌가.

운동능력은 상급인데 슛거리가 짧아 스몰볼의 전략적 불일치와 떨어지는 전술 적응력, 이른바 BQ가 낮아 파출리아에게까지 밀리면서 짧게 뛰었는데 무려 스타팅으로 나선 것이다.

흐음··· 이것 참.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인데.

점프볼이 되고 당연스럽게도 워리어스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스위치 잘하고, 협력수비에 신경써!”

워리어스는 그들답게 연속적인 핸즈오프 스크린을 통해 수비를 바꾸고 패스를 통해 수비를 흔들었다. 하지만 우리도 열심히 스위치를 하며 쫓은 결과 쉬운 찬스는 주지 않은 채 45도 인근에서 커리가 볼을 잡았다.

처음 마크맨은 다 바뀌어 있었는데 원래 커리의 마크맨인 나 대신 쿠즈마가 막고 있었다. 뭐, 난 커리 대신 탐슨을 막고 있었고 나머지들도··· 어? 랜들은 안바꼈잖아.

자세를 낮춘 채 잽스텝 모션이던 커리 쪽으로 맥기가 올라와 스크린을 서자 곧바로 이를 이용해 베이스라인을 팠다. 쿠즈마가 스크린에 걸리기 직전 맥기가 움직이면서 공간이 반쯤 열렸다. 조금만 움직여도 커리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상태가 된 셈.

“노스위치!”

쿠즈마가 외쳤지만 워낙 빠르게 옆으로 이동한 탓에 랜들은 커리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퉁!

쿠즈마와 랜들이 커리에게 몰리는 사이 뻥 뚫린 공간으로 맥기가 달렸고 커리는 패스코스가 막히기 직전 원바운드로 정확하게 볼을 전달했다. 그 뒤는 뭐···

쾅!!!

뒤늦게 랜들이 따라붙었지만 맥기의 원핸드 슬램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전형적인 이대일 플레이이자 수비가 몰리게 만드는 아주 교묘한 플레이인건 맞다. 다만, 이걸 무려 맥기가 했다는게 놀라웠다.

흐음··· 어쩌다 한번 나온 운이겠지. 저런 스크린 플레이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니까.

우리도 일단은 팀플레이를 했다. 심지어 유기적인 수비망을 흔든 끝에 잉그램이 림까지 잘 파고들었는데 맥기에게 막혀버렸다. 정확하게는 맥기가 블락을 뛰자 이를 피하려고 하다 슛이 짧았던 것.

다행히 근처에 있던 조지가 리바운드를 따내 밖으로 빼낸걸 쿠즈마가 내게 연결해 미들점퍼로 마무리했다. 노골을 리바운드해 득점하는건 게임에서 수도 없이 나오는만큼 특별히 잘못되었단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궈달라가 나왔을 때를 감안해 만들어둔 전술상 좋지 못한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팀마다 차이는 있지만 워리어스는 기본이 스몰볼이기 때문에 수비에서도 외곽으로 좀 더 멀리 나가서 수비를 한다. 돌파가 종종 나오지만 외곽이 워낙 막강해서 어쩔 수 없다. 또한 골밑 포스트 플레이 자체가 적은 것도 약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한 요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퉁! 끼익!

맥기가 포스트 플레이를 통해 랜들을 밀어붙히고 있었다. 랜들에 비해 큰 키와 무게는 미스매치를 만들어 상당히 위협적으로 보이기는 했다. 맥기는 포스트 플레이가 그냥 그런 수준인데다 외곽 한방이 더 강하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로우포스트에서 자리를 잡자 바로 볼이 투입되었다. 맥기는 등을 진채 있다 좌우로 한번 흔들고는 오른쪽으로 휙 돌아 그대로 베이비훅슛인지 언더슛인지 핑거롤인지 알 수 없는 요상한 형태로 슛을 던졌다. 완전 어설픈 플레이였기 때문에 랜들이 손을 뻗어 방해를 했고 당연히 노골이 됐다.

“우아!”

맥기가 노골이 되자 짧은 기합과 함께 재차 뛰어올랐다. 물론 랜들도 뛰었지만 여기서 미스매치의 위력이 나타났다. 바닥에서 한 이십센치도 못 뛰었는데 랜들의 한참 위에서 리바운드를 걷어가더니(진짜 머리위에서 휙 걷어갔다) 제자리에서 뜀뛰기 하는 느낌으로 골밑슛을 던졌다.

랜들은 뭐했냐고? 리바운드 과정에 몸이 부딪쳤는데 무게에서 밀려 휘청거리다 슛할 땐 아예 뛰지도 못했다. 뒤늦게 쿠즈마와 조지가 붙으면서 막으려고 했지만 타이밍도 안맞았고 위치도 좋질 않아서 볼 근처도 못가고 말았다.

우리 공격은 예상대로 뻑뻑하게 돌아갔고, 수비에선 엄청 맥없이 당하면서 점수차가 1차전에서처럼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 워리어스 모두 공격을 막기 힘들어하는 이유는 돌파와 외곽의 밸런스가 말도 안되게 좋다는데 있다. 물론 우리와 워리어스간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돌파에 신경쓰면 외곽에서 터지고 외곽을 막으면 돌파에 당하는건 같다.

때문에 돌파와 외곽의 밸런스가 깨지게 되면 그날 경기는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패배를 한다. 뭐, 그런 경우가 꽤 드문 편이긴 하다.

이유? 간단하다. 보통 팀을 이끄는 선수는 잘해야 한두명이다. 때문에 수비시스템으로 일정수준으로 제어가 가능하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그냥 컨디션이 나빠서 잘 막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 워리어스는 그런 선수들이 팀에 넘쳐난다. 많은 선수가 한꺼번에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고, 수비 시스템으로 잡아낼 수 있는건 2명이 한계라고 봐야하니 밸런스를 깨지는건 보기 힘든 셈이다.

그래서 이런 미스매치 상황이 나올거라는건 생각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장점과 약점이 두 팀 모두 비슷한게 아니고 그냥 같다.

1~4번까지는 리그 최상위 레벨이다. 하지만 5번은 그냥 평균 이하다. 5번 선수에게 현대 농구가 요구하는 기동성, 긴 슛레인지, 넓은 수비범위를 제대로 수행하는 수준급 선수가 없다.

물론 우리에겐 로페즈라는 과거 기준의 올스타급 센터가 있다. 하지만 효용성이 상당히 떨어지는데 첫번째 이유는 잉그램과 쿠즈마가 자리를 잡으며 우리 팀컬러가 빠른 트랜지션과 공간을 이용하는 팀컬러를 확립한 탓에 로페즈가 나오면 팀 자체의 강점이 반감된다.

두번째는 현재 리그의 강팀들에서 뛰는 대부분은 빅맨들은 기동력과 넓은 공격범위를 기본으로 삼고 있어 수비에서도 계속 빈 곳이 튀어나오거나 미스매치 상황이 나오게 된다는 점이다.

워리어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파출리아라는 나름 준수한 빅맨이 있지만 로페즈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고 맥기는 복잡한 워리어스 전술을 제대로 이행하기엔 좀 많이 모자란데다 5번 위치의 선수를 끌어낼 능력도 부족했다.

한마디로 둘 다 5번의 약점을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강점을 극대화하는게 맞았고, 또 그렇게 경기를 풀어왔다.

실제로 1차전에서도 각자의 강점을 최대치로 끌어내며 피터지게 맞붙었고 결국 승리는 우리가 했지만 경기 내용에선 차이가 전혀 없었다.

때문에 2차전 역시 특별한 작전보다는 컨디션이 더 나은 팀이 이긴다는 생각에 정신적인 면에 치중을 했고 그게 정석이라고 봤다. 어차피 약점을 보완해봤자 달라지는게 없을 테니까 조금이라도 운이 좋거나 몸상태가 좋은 놈이 이기는게 맞잖아.

그런데 커 감독은 의외의 한수로 이 균형을 무너뜨렸다. 특별히 약점을 보완한게 아니고 그냥 비교우위라는 점을 이용해서 말이다.

우리가 5번 자원으로 쓰는건 로페즈와 랜들이다.

느리고 거리가 짧은 센터자원이 있는 팀은 로페즈, 빠르고 넓은 범위의 센터진엔 랜들. 이게 우리의 공식이다. 워리어스는 파출리아, 이궈달라(물론 이 친구가 나오면 그린이 5번자리로 간다)로 돌렸다. 나오는 순간은 우리와 동일하고.

그래서 전력이 균형이 맞았다.

맥기? 5번 자원이긴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떨어지는 BQ로 중용되지 못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거의 나오지 못했었다. 전략전술을 소화하지 못하는데 적아 구분없이 생각할 여지가 없는거지.

느린 정통 센터 대결인 파출리아 vs 로페즈, 파워포워드들의 스몰볼 대결이면 이궈달라 vs 랜들 딱 맞는 매치업이다.

하지만 여기에 맥기가 끼어들자 균형이 깨졌다. 맥기의 단점인 복잡한 전술을 요구하지 않고 그냥 맥기의 장점인 높이와 파워를 이용한거다.

맥기는 로페즈보다 빠르다. 이대일 플레이를 펼치면 로페즈의 느린 발은 스위치가 되거나 말거나 기회를 주게 된다. 그리고 랜들보다 높고 강하다. 그냥 림 근처로 밀고 들어가 있으면 볼을 받아 처리 하면 된다. 한방에 성공하면 좋고 아니어도 리바운드로 세컨 찬스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분명 맥기는 랜들이나 로페즈보다 좋은 선수가 아니다. 그런데 팀원들과 섞여서 붙으니 뜻밖의 비교우위가 나오는거다.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는 선택이다.

실제로 쿠즈마와 잉그램을 차례로 붙여봤지만 당하는건 매일반이었다. 결국 랜들을 빼고 로페즈를 투입했지만 역시나 우려했던대로 느린 발이 문제가 되었다. 스위치를 이용해 거리를 벌리고 쏘거나 따돌리고 안쪽을 팠다. 그렇다고 스위치를 안해도 문제가 됐다.

워낙 귀신 같은 타이밍을 잡아내다 보니 스위치를 피하는 그 짧은 순간에 쏘거나 맥기가 뛰어들어 마무리 했다.

결국 랜들을 다시 투입하고 높이를 제어하기 위해 수비가 안쪽으로 살짝 말려들어가자 또다시 외곽이 터졌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연속이었다.

결국 수비가 먼저 개박살 나고 집중력이 떨어진 탓에 나와 조지를 중심으로 꾸역꾸역 따라가던 공격도 뒤죽박죽이 되며 무너지고 말았다.

속수무책으로 1, 2쿼터를 털린 우린 3쿼터에서 끝을 봐버렸다.

우린 계속 망가지는데 승기를 잡은 워리어스는 무시무시한 공격력으로 걸레로 만들어 버렸다. 일명 약속의 3쿼터를 만들며 한때 28점차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나왔고, 4쿼터엔 커리 등의 주전이 모조리 빼고 식스맨으로만 출전하는 수모를 겪었다.

창피한건 창피한거지만 어쨌든 기회가 온 셈이라서 나와 조지는 최선을 다해 쫓으려 했다. 하지만 농구는 흐름을 심하게 타는 경기라는걸 여실히 보여줬다.

식스맨임에도 외곽 공격은 여전히 매서웠고, 영혼까지 털린 탓인지 수비 조직력은 전혀 올라오지 못했다. 베스트 멤버가 뛰고 있음에도 4쿼터 시작 후 5분여가 지날때까지 15점 이내로 좁히질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수비 조직력은 모레알 같았고 공격은 나와 조지의 개인기에 의존할뿐이었다. 4쿼터 5분동안 어시스트가 조지에게 연결한 2개뿐이었고, 심지어 어시스트가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패스도 준 횟수가 10번이 안될정도로 움직임이 없었다.

꼬라지가 완전 개판이었고, 개선될 여지가 없자 결국 윌튼 감독은 나이트4를 전원 다 불러들이고 식스맨들로만 경기를 꾸려갔다. 4차전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양쪽 모두 식스맨을 기용했지만, 우린 완전히 맛이 간 상태고 워리어스는 흐름을 탄 상태여서 점수는 다시 벌어졌다.

경기가 종료되고 최종 스코어는 122:97, 무려 35점차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플레이오프를 시작한 후 첫 패배였고, 시리즈 전적도 3승 1패가 된 것이라서 오늘 진것만 놓고 본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펼친 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비참하게 졌다는 것과 경기장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이 전술에 대응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게 선수단 전체를 무겁게 짓눌렀다.

홈으로 돌아가서 치루게 될 5차전에서도 맥기에 대한 대응책이 나오지 못한다면 전문가들이 말한 최악의 상황(우리 입장에서)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윌튼 감독은 물론 모든 팀원들도 오늘 진 것보다 워리어스의 팀 구성을 맞설 방법이 없다는걸 잘 알기 때문에 힘들어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은 그 어느때보다, 한참 연패를 하던 그 시절보다 조용했다.




누가봐도 알만한 선수들 이름을 각색해서 사용했으나 실제 인물은 절대 아니며, 따라서 선수들의 프로 데뷔연도는 다르다는걸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말

어제 <엉클 드류>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예전에 카이리 어빙이 할아버지 분장을 하고 길거리 농구하는젊은 친구들을 박살내는 광고가 있었는데 그걸 기반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스토리는 3류도 못되는 수준이지만

쥔공인 어빙의 화려한 스킬과

이제는 늙어버린 추억의 스타들인 샤킬 오닐, 크리스 웨버, 네이트 로빈슨(이 양반은 누군지 모를 수 있는데 단신이지만 덩크 콘테스트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했던 선수입니다.), 그리고 레지 밀러까지(아줌마도 있는데 봐선 그분도 농구선수 같은데 전 모르겠네요) 나와서 추억도 되새기고 세월이 참이란 생각도 할 수 있어 재미있게 봤습니다.

미국에서 지금 개봉해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는것 같은데 아무래도 국내에선 개봉하기 힘들지 싶습니다.

혹시 농구영화가 그립다, 또는 옛 스타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다 하신 분들에겐 강추입니다.

내용과 연기력은 개판이지만 옛선수들과 애런 고든의 화려한 덩크가 사이드로 있으니 분명 저처럼 재미있게 보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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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35-1. Grand-Master Knight +8 18.09.11 1,416 33 42쪽
113 34-3. 컨퍼런스 파이널 +4 18.08.17 1,417 27 24쪽
112 34-2. 컨퍼런스 파이널 +2 18.08.13 1,379 31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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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33-2. Knight 4 +5 18.07.06 1,478 35 22쪽
108 33-1. Knight 4 +3 18.06.28 1,537 31 12쪽
107 32-3. 불안요소 +6 18.06.13 1,648 33 26쪽
106 32-2. 불안요소 +6 18.06.05 1,596 31 14쪽
105 32-1. 불안요소 +8 18.05.28 1,786 34 27쪽
104 31-4. Knight Order +4 18.05.26 1,873 33 16쪽
103 31-3. Knight Order +8 18.05.23 1,861 37 23쪽
102 31-2. Knight Order +2 18.05.21 1,836 35 18쪽
101 31-1. Knight Order +6 18.05.16 1,976 34 20쪽
100 30-4. 리뉴얼 +18 18.05.15 1,854 37 18쪽
99 30-3. 리뉴얼 +8 18.05.10 1,895 37 20쪽
98 30-2. 리뉴얼 +8 18.05.09 1,875 39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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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29-1. 플레이오프 +4 18.04.28 2,017 3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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