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낼쉬드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가 용이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낼쉬드
작품등록일 :
2019.04.03 02:12
최근연재일 :
2019.05.10 16:26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4,830
추천수 :
41
글자수 :
158,470

작성
19.04.10 07:10
조회
72
추천
0
글자
8쪽

요술과 주술

DUMMY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길순은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영에게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하영은 눈썹을 올리며 언짢은 태도를 보였다.


"갑자기 그런 말을 해도, 못 알아 듣겠는걸요?"


길순의 눈 전체가 용의 눈과 비슷한 갈색으로 물들더니 듣는 내가 얼어붙을 듯한 고압적인 음성으로 말했다.


"기를 최대한 숨기면서 잘 숨어있긴 하구나. 그러나 저승사자의 눈은 속일 수 있겠지만, 용의 눈은 속일 수 없네."


길순의 말이 신호가 되었다. 예고없이 하영이 거칠게 일어나며 길순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누구맘대로, 너 꺼져! 꺼지라고! 저승사자가 여기에 왜 있어?!"


하영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기괴한 음성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길을 걷다가 하영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와 똑같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컵이며 접시를 그녀에게 집어 던졌다.


"흐음. 이거 위험하지 않느냐."


길순은 갈색 눈을 빛내며 당황하지 않고 집어 던져진 물건을 빠른 속도로 잡아채더니 다시 탁자 위에 놓았다.

무슨 조화인지 과자와 음료를 포함해서 안에 있던 내용물이 전혀 흘리지 않았다.


"이 무슨 야만인 같은. 꽤 맛좋은 음료인데. 이렇게 패댕이를 치려하다니."

"야, 너 무슨 짓이야!"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하영의 행동을 제지하려 했으나 길순이 손짓으로 말렸다.


"이건 우진 네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


말을 하려 했으나. 하영의 이어진 난동에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교복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꺼내들더니. 드르륵 거리며 칼날을 올리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길순에게 달려들지 않는가.


"죽여버리겠어어어어어어!!!!"

"다 보인다네."


길순이 오른손의 둔갑을 풀어 검은 비늘로 뒤덮인 용의 손으로 바꾸어 칼을 막았다. 칼끝은 비늘을 뚫지 못하고 뚝 부러졌다.


"너어엌!"

"시끄럽군."


하영은 분노한 듯 거세게 소리질렀지만.

길순은 동요하지 않았다. 길순은 앉은 상태에서 거실바닥에 둔갑이 풀리지 않은 반대쪽 손에 대고 힘을 주었다.

팍하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길순은 거실 천장 높이 까지 올라갔고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하영의 뒤에 서더니 용의 손으로 하영의 목을 잡았다.

하영은 뒤늦게 몸을 돌리려 했으나. 길순이 더 빨랐다.

길순은 역시라고 중얼거리더니 이어서 목뒤에 있던 무언가를 움켜쥐고 잡아뜯었다. 뚜두둑거리며 달라붙은 무언가가 떼지는 소리가 들렸고, 하영은 몸에 힘이 빠진 듯 무너졌다.

길순이 둔갑이 풀리지 않은 반대쪽 팔로 몸에 힘이 축 빠진 하영을 잡은 뒤,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도,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길순은 검은 비늘과 날카로운 발톱이 나있는 손을 펴 나에게 보여 주었다. 그건 검보랏빛과 붉은빛을 번갈아가며 내고 있는 기묘한 실이었다.


"하영이라는 소녀에게 섞이지 않아야 할 기 두개가 뒤엉켜 있었다. 일단 보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이 정도로 심하게 씌였을 줄은 몰랐군."


길순은 하영을 들어 그녀의 방 침대에 눞이고 거실로 나왔다.

나와 길순은 테이블을 마주보고 앉았다.

탁자 중앙에는 방금 전에 길순이 보여준 묘한 빛깔의 실이 놓여져 있었다.


"하영은 지금 어떤가요?"

"주술이 갑자기 풀렸기에 일시적으로 정신에 충격이 가해져 혼절한게다. 그래도 심각한 건 아니니 좀 쉬면 내일 아침쯤에 일어날 게야."


뜻모를 분노에 주먹을 꽉 쥐었다.


"깨나 화가 난 것 같네만, 자네 누이에게 화가 난 건 아닌 것 같군."

"옆에서 보기만 했어도 대충 감은 와요. 하영은 조종당하고 있었고, 그 이유가 저 실 때문이란 것도."


하영의 이상행동, 그건 하영의 의지가 아니었다.

몇년 동안 지내 왔기에 알 수 있었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칼을 휘두르다니.

동생에게 좋은 감정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오빠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하영은 그럴 동생이 아니다.


"이 실이 무엇인지 아느냐?"


길순은 탁자 위에 놓인 실을 엄지로 탁탁치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사람의 머리카락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우의 힘을 쓰는 머리카락이란 말이지."


머리카락? 여우의 힘? 갑자기 나온 뜬끔 없는 단어에 눈썹이 올라갔지만 괜히 그런 말을 한게 아닐 것이다.


"머리카락이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단 건 듣지도 못했는데요?"


배경지식으로 여우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

여우가 오래 묵으면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고 남을 홀리는 재주가 탁월하다고 들었긴 했는데.

머리카락으로 남을 조종할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넌 인간이니 모르겠군. 오래살면서 도력을 닦은 동물들은 자신의 능력을 자신의 몸의 일부에 심는 것이 가능하네.

이 머리카락에도 그 여우가 쓰는 요술이 베어있고 말이야."

"당연한 듯 여우가 요술을 쓴다고 말하고 있는데. 세상에 그런 동물들이 있는 건가요?"

"그렇다만?"


아무런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길순을 보며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눌렀다.

귀신에 저승사자에 용에 이제는 요술쓰는 동물이냐?

용이 있다는 시점에서 다른 것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루 동안에 내 세상개념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전부터 주술인지 요술이라는 단어를 쓰시고 있는데. 그 단어들의 의미가 정확히 뭐죠?"


시아는 과자를 하나들어 내 눈앞에 흔들었다.


"사물들은 제각각 저마다의 기를 지니고 있지.

보통인간이나 평범한 물건인 경우 지니고 있는 기가 너무 적거나 보잘 것 없어서.

딱히 쓸데가 마땅치 않다만 몇 천년 묵은 생명이나 물건, 혹은 날 때부터 빼어난 기를 지니고 있던 범인이라면 자신의 기를 표출해서 신기한 일을 벌일 수 있네.

그것을 요술이라고 부르지."


그리고 시아는 하영이 있는 문을 쳐다보았다.


"허나, 하영이 지금 걸린 술법 처럼 자신의 기를 거의 쓰지 않고 사물이나 타인의 기를 빼앗으면서 술법을 부릴 수도 있네.

그런 경우를 주술이라고 부르지. 그 요술과 주술을 통틀어서 우리는 술법이라고 부르고 있네."


길순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어 번 더 쳤다.


"그런데 이게 참 난감하네.

술법자체는 여우의 것이 분명한데 인간의 머리카락이 이 힘을 휘두르고 있어서 주술의 느낌이 난단 말이지.

인간과 여우, 두개의 상반되는 기가 섞여 알아채기 어려웠네.

용은 기에 민감하기에 나는 눈치챘다만.

인간이라면, 설령 차사라고 해도 알지 못했을 것이네."

"말 중간부터 잘 못 알아 듣긴 했지만...일단 이 요술은 발견하기 힘든 요술이었다는 거죠?"


그걸 아는 길순이 신기하긴 했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가 보여준 신묘한 능력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겨. 어떻게든 이야기를 따라갔다.


"맞네. 하영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행동한 걸 보니. 몇 달 전부터 이 요술이 발동된뒤 계속 하영이 자각하지도 못하게 더 깊게 홀리게 한 것 같다."

"그렇다면, 하영이 이렇게 된 원인이 뭔가요?"

"이건 나도 뭐라 말하기 힘들구나. 이렇게 애매한 잡기는 나로서도 생소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인간의 한과 짐슴의 힘이 섞였다는 것일까?"

"인간의 한이 죽어서 생기는 거 맞죠?"

"살아있는 사람도 한이 서릴때는 있다만, 죽은 사람만 못하지. 물건에 붙을 수 있을 만한 한을 만들어낼 사람은 죽은 사람뿐이다."

"죽은 사람이라...아."


내 표정을 보던 길순은 이내 다 꿰뚫어 본 듯 미소 지었다.


"뭔가 짚이는 바가 있나 보군."

"네, 일단은 감이지만, 혹시 여기 근처에 있는 대청고등학교에서 죽었던 사람의 혼이 어떻게 됬는지 알 수 있어요?"


길순은 자신의 가슴을 툭툭치며 자신 있게 말했다.


"물론이다. 죽은 자의 정보를 찾는 건 저승사자한테는 누워서 떡 먹기지."


작가의말

프롤로그가 너무 긴것 같아. 프롤 글 절반을 날려 다듬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문단을 좀 나누어 봤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저승사자가 용이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 차사와 부차사 +2 19.05.10 69 1 9쪽
44 평범의 근성 19.04.30 62 1 9쪽
43 평범할지라도 19.04.27 76 1 9쪽
42 시작된 싸움판 19.04.27 61 1 7쪽
41 나의 진심 19.04.26 59 1 8쪽
40 길순의 진심 19.04.26 60 0 10쪽
39 초라한 나 자신 19.04.25 62 1 8쪽
38 화나지도 않아요? 19.04.25 62 1 8쪽
37 용들 19.04.24 73 1 9쪽
36 길순의 과거 19.04.23 66 1 8쪽
35 길순과 놀이공원 19.04.22 71 1 7쪽
34 휴식? 19.04.21 69 1 7쪽
33 길순의 패션센스 19.04.21 83 1 8쪽
32 계획 +2 19.04.19 97 1 8쪽
31 길순의 집 19.04.18 69 1 7쪽
30 긴 하루가 지나고 19.04.17 82 0 7쪽
29 뒷수습2 19.04.16 79 0 7쪽
28 뒷수습 19.04.15 76 1 7쪽
27 돌아가는 길 +2 19.04.14 98 1 7쪽
26 용의 힘 19.04.14 101 1 7쪽
25 미향과 길순 19.04.13 69 1 8쪽
24 해결? 19.04.13 68 1 8쪽
23 또다른 용 19.04.12 70 1 8쪽
22 귀신들린 학교3 19.04.12 73 1 9쪽
21 귀신들린 학교2 19.04.11 65 1 9쪽
20 귀신들린 학교1 19.04.11 80 0 7쪽
19 학교조사 19.04.10 67 0 10쪽
» 요술과 주술 19.04.10 73 0 8쪽
17 여동생2 19.04.09 100 1 8쪽
16 여동생1 19.04.09 89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