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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시 님의 서재입니다.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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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시
작품등록일 :
2023.10.06 17:43
최근연재일 :
2023.10.29 22:49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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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수 :
77,601

작성
23.10.2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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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외전] 김대영

DUMMY

이건 내가 대통령 되기 몇 년 전 이야기. 아직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나오던 때.


한국대를 졸업을 앞두고 취직 자리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대영아,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보다 무서운 게 뭔지 아냐?”


먼저 취업 전선에 뛰어든 선배가 소주 한 잔을 들이키더니 말했다.

밥 한 끼 사준다고 해서 나왔는데 소주를 시키더니 한 시간 째 주정을 늘어놓았다.

돈 없는 자취생은 그저 들어주며 묵묵히 안주를 먹어야 했다.


“바로! 일자리야! 처음에 몬스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 세상 끝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웃기지 않냐?”


“형은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그래요. 여긴 각성자들이 지켜주잖아요.”


“각성자 그 새끼들 얘기는 꺼내지도 마! 뭐하러 기를 쓰고 한국대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선배가 언성을 높였다.


“소리 좀 낮춰요. 형! 각성자가 들으면 어쩌려.!”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들으라고 해! 대학 나와도 무식한 각성자들이 더 출세하는 시대인데. 지네가 노력해서 성취한 거면 말을 안 해. 그냥 운 좋게 각성 하나 했다고 이게 말이 되냐? 나도 각성 좀 안 되려나?”


“어디서 봤는데 부모가 각성자면 자식도 각성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대요.”


“젠장! 이것도 부모빨이란거냐?”


그래도 선배는 비각성자치곤 제법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편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기관 비보위에서 일한다고 들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 집도 있는 주제에 배부른 소리하고 앉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서울에서 사는 것이다. 아무나 서울에 살 수 있는 건 아니고, 서울 태생이거나 상당한 돈을 지불하고 서울시민권을 사거나. 서울에 잠깐 들어오려고만 해도 검문소에서 뇌물을 주어야 한다.

물론 시민권을 팔거나 뇌물을 받는 것 모두 ‘공식적으론’ 불법이다.


대전에서 태어나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내가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대 입학하는 거였다.

물론 재학기간 동안만. 휴학을 해도 서울 밖을 나가야 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문을 닫은 지금 안 그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었던 한국대의 위상은 더욱 올라갔다. 정말 뭐 빠지도록 공부해 들어왔다. 일단 잠깐이라도 대학 다닐 동안 서울에 있으면서 우리 가족 모두가 서울시민권을 얻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지금 그런 방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 그냥 부모님 권유대로 비보위 들어갈까한다.”


소주를 연거푸 들이키던 선배는 갑자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고백했다.


“엑? 절대로 각성자들 밑 닦아주는 일은 안 하시겠다고 맨날 외치고 다니던 선배님은 어디로 가시고?”


“그래. 맘껏 놀려라! 근데 넌 왜 술 한 잔도 안 마시냐? 변절자랑은 마시지도 않겠다 이거냐?”


내가 계속 빈 잔만 만지고 있는 걸 보고 선배가 말했다.


“그럴리가요. 밥 사주는 사람이 저한테는 왕입니다요. 그리고 변절자라뇨. 그건 형 혼자 기준이었잖아요. 전 비보위에서 들어갈 수 있으면 개처럼 일할 수 있어요. 월월!”


선배가 따라주는 술을 받으며 말했다.


“큭! 내가 들어가면 자리 알아 봐줄게! 짠!”


“진짜죠? 까먹지 마세요. 짠!”


우리는 술잔을 부딪쳤다.


얼마 후 선배가 부모님 빽으로 비보위 말단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선배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연락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내 연락도 피했다.


“야! 너 친하게 지냈잖냐. 연락 안 되냐?”


다른 선배가 그 소식을 전하며 말했다.


“네. 뭐 막 들어가서 바쁜 거겠죠.”


“바쁘긴 개뿔! 맨날 각성자 욕하던 새끼가 비보위 들어가더니 자기도 우리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거지.”


“에이, 그런 거 아닐 거에요. 사정이 있겠죠.”


나는 선배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모두에게는 각자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있는 법이다.


따르르릉.


선배 대신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대영아, 취업 준비하느라 힘들지?”


“할만해요. 열심히 해서 얼른 어머니도 서울로 모실 수 있는 방법 찾아볼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에이, 난 됐다. 너만 잘 살면 돼. 엄마는 신경쓰지도 말아. 난 대전이 좋아. 가게도 여기 있고.”


어머니는 대전역 앞에서 가락국수를 파는 작은 포장마차를 하신다.


“같은 국수를 팔아도 서울에서 팔면 훨씬 잘 팔릴걸요?”


“많이 파는 건 상관없어. 힘들기만 하지.”


“무슨 말이에요. 많이 팔아야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살 수 있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그냥 손님들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 봐도 좋아.”


“어머니, 혹시 아직도 돈 없는 사람들 공짜로 주고 그러는 건 아니죠? 처음에야 고마워하겠지만 계속 그러면 호구로 안다니까요!”


“다들 힘든 사람들이야. 나라도 도와야지.”


“우리도 힘들어요!”


“대영이 너도 엄마 서울로 데리고 가려는 생각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좋겠다. 그게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더 좋겠고. 나 좋자고 하는 일은 오래 못 가··· 콜록 콜록!”


어머니가 거칠게 기침을 했다.


“···저번부터 계속 기침이 심하신 거 같은데 병원 가보셨어요?”


“기침 가지고 무슨 병원은···.”


병원비가 비싸서 잘 안 가시려고 한다. 게이트 열리기 전에는 의료보험인가 뭔가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사회보장시스템은 당연히 붕괴된 지 오래다.


“돈 걱정은 마시고 꼭 가보세요!”


어머니에게 병원에 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남을 돕는 일···?


사실 난 대학원에 진학해 정치외교학과에서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었다. 더 나아가 정치인이 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어린 시절부터 가져왔다.


그런 꿈을 가지는 것 조차 지금 시대에는 비각성자에게 사치다. 그저 생존이 목표인 시대. 우리 모자의 안위를 위해 돈 많이 벌고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직업을 얻어야한다.


“벌써 시간이···.”


아르바이트를 갈 시간이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몬스터가 파괴한 곳을 수습하거나 보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학비며 생활비며 다 내가 벌어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현장은 다행히도 학교 근처였다.


서울은 각성자군이 필사적으로 지키지만 백 퍼센트 완벽한 방어란 없는 법. 가끔 몬스터들이 나타나 깽판을 치곤 한다.


“반장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꽤 큰 놈이 난리를 쳤나보네요? 장난 아닌데요?”


안전모를 쓰고 옷을 갈아 입으며 말했다.


“어, 대영아. 왔냐? 말도 마! 드래곤이 나타나서 불 뿜고 한바탕했다. 저기 지붕 탄 거 보이지?”


“빨랑 빨랑 복귀하자!”


몬스터를 사살한 수방사 소속 각성자군이 지프 트럭에 올라타려고 내 쪽으로 몰려왔다.


“야! 비켜!”


내가 지나가는 가운데 서있으니 한 놈이 소리치며 나를 발로 찼다.

인상 한번 더럽게 생긴 놈이었다.


“죄송합니다.”


“하하! 변 대령 살살해!”


“아니, 이 자식이 사령관님 지나가시는데 길을 막고 있어, 어딜!”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육체 노동이란 해도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저 끝날 시간만 기다리며 인내할 뿐이다.

각성자군이 남겨놓은 드래곤의 뼈를 조각조각 내어 트럭에 싣고 또 싣고. 정말 큰 놈이었는지 옮겨도 옮겨도 끝나지 않았다.


“수고들했어! 오늘은 여기서 시마이하자.”


반장의 말에 다들 하던 일을 멈추었다.


“밥이나 같이 먹고 들어가자고 어때?”


반장이 나를 비롯한 인부들에게 물었다.


“저는 수업이 있어서···.”


“야, 임마! 뭔 놈의 대학을···. 너는 노가다 쪽이 적성에 잘 맞아! 그냥 정식으로 여기서 일하라니까!”


인부 중 하나가 말했다.


“어이, 누구 인생 망칠 일 있어. 어여 가봐.”


반장이 나서서 나를 보내주었다.

물론 수업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을 읽는 것이 내 유일한 취미였다. 당장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식들이었지만 언젠가를 위하여 열심히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그때 한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대영아, 너 그 소식 들었냐?”


“무슨 소식?”


동기는 비보위에 취직한 선배의 부고 소식을 알렸다.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나오는 지금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지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늘 충격이었다.


선배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따로 유서가 없어서 정확한 이유를 알 순 없었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비보위에서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듯했다.


아무래도 자존심이 강한 선배의 성향 탓이었을까.

선배의 죽음에 대해서 곱씹어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

불가능해 보여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 그걸 추구하다 다시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늘 준비하자.


“에라, 모르겠다.”


지금 당장 취업을 할 수 없겠지만 나는 대학원으로 진학을 결심했다.


“너 미쳤냐? 대학원을 가겠다고? 그것도 정치외교학과를?”


“거기 간다고 비각성자가 정치인을 할 수 있을 거 같냐?”


동기들이 내 결심을 듣고는 한마디씩 했다.


“혹시 아냐? 내가 대통령 될 수도 있잖아.”


내가 너스레를 떨었다.


“대통령 되면 뭐하냐? 각성자들 꼬붕인 거 몰라?”


맞다. 나도 대통령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 대통령 따위 시켜줘도 내가 그만 둘거야!”



어머니께도 결심을 알리려 연락을 드렸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응원하마.”


어머니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씀하셨다.


“그리고 언젠가 게이트에서 이상한 괴물들이 더이상 나오지 않을 때가 오면 네 선택이 빛을 볼 거라고 믿는다.”


속으론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생각했다.


*


“대통령님. 아니··· 이제 뭐라고 불러야 할지. 후보자님?”


누군가 나를 잠에서 깨웠다.

이젠 면허를 딴 경호원이었다. 대통령은 그만뒀지만 계속 나와 일을 하고 싶다길래 그러라고 했다.

그가 모는 차 안이었다.


“다음 유세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아, 깜빡 잠이 들었군요. 내가 안심하고 잠에들 만큼 운전실력이 좋아졌네요?”


“하하하! 연습 좀 했습니다. 근데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신 건가요? 내내 웃으면서 주무시더군요.”


“그래요? 허허. 옛날 꿈 좀 꾸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준비된 무대 위로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다음한국당 국회의원 후보자 김대영입니다!”


유세 현장에는 구름과 같이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와아아아! 김대영! 김대영!”


나의 등장에 군중들은 연신 내 이름을 연호했다.


환호에 화답하여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용산구 여러분! 저를 뽑아주십시오! 폭정을 일삼는 대통령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저와 다음한국당에게 표를 주셔야 합니다!”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법.

이제부터 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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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후일담 (Ep. 1 끝) 23.10.28 17 1 13쪽
12 어느 경호원의 이야기 23.10.27 21 0 12쪽
11 슈퍼스타 23.10.26 26 0 13쪽
10 반대파 23.10.25 30 0 11쪽
9 서울로 진격 23.10.24 33 0 13쪽
8 계룡대 23.10.23 36 0 12쪽
7 군인들 23.10.22 42 0 12쪽
6 아기새들 23.10.21 45 0 13쪽
5 김석태 23.10.20 55 1 12쪽
4 두 가지 작전 23.10.19 61 2 12쪽
3 아서 리 +2 23.10.18 89 3 11쪽
2 변기석 23.10.18 82 1 13쪽
1 임기 첫날 게이트가 닫혔다 23.10.18 14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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