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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시 님의 서재입니다.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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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시
작품등록일 :
2023.10.06 17:43
최근연재일 :
2023.10.29 22:49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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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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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수 :
77,601

작성
23.10.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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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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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임기 첫날 게이트가 닫혔다

DUMMY

1


“나 김대영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오늘은 제 35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일이다.

그리고 취임하는 대통령은 바로...


나, 김대영이다.


선서를 마치자 스무 명도 될까 말까한 인원들이 박수를 쳤다.

강당은 좁아서 초라한 박수 소리가 울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바쁜데 오라가라야.”


“국회가 무너졌어도 대통령 취임식을 초등학교 강당에서 하는 게 말이 되나?”


“헌법 무시하고 새파랗게 어린놈을 대통령으로 세운 건 말이 되고?”


“헌법? 언제 적 헌법을...”


현역 국회의원 몇 명과 누군지 모를 노인 몇 명. 너무 좁아서 군중이 속닥이는 소리도 내게 다 들렸다.

아니,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어쨌든 오늘부터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뭐, 별건 아니다.

게이트가 열리지 않은 평행우주 대한민국 어딘 가에선 대통령은 게이트가 열리기 전 여기와 마찬가지로 모든 정치인들이 꿈꾸는 선출직 끝판 왕, 권력의 정점이겠지만 여기선 아니다.


여기서 대통령은 각성자로 이루어진 군부에 의해 세워진


제일 말 잘 들을 것 같은,

꼭두각시

허수아비

바지사장

비각성자

나부랭이일 뿐이다.


수십 년 전 게이트라고 불리게 될 차원의 균열이 지구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거기선 듣도 보도 못한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게릴라에 가까운 몬스터들의 침략 앞에서 인류의 첨단무기는 한계가 뚜렷했다.

게이트는 도시 시골 가리지 않고 생겨나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없었고 각개격파로 쏟아지는 몬스터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점점 국가는 예산 대부분이 국방비에 쏟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제 살길 찾기 바쁜 선진국들은 모두 국수주의로 돌아섰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무역길이 다 막혔다.

그렇게 대한민국 경제가 나락으로 갈 때 쯤 각성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떠한 자원 손실 없이 밥만 먹으면 몬스터에 대항할 수 있는 각성자들은 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특히나 소중한 존재였다.

정부는 각성자들을 적극적으로 군으로 영입하였다.

군내에 각성자들의 머릿수가 점점 늘어났고 마침내 그들은 세력을 늘려 쿠데타를 일으키고 군부가 대한민국을 장악하게 되었다.


“가시죠. 대통령님.”


오늘부터 내 경호를 맡게 된 비각성자 경호원이 목소리를 낮게 깔며 나를 단상 아래로 인도했다.

대통령 경호원이 됐다는 생각 때문인지 낮은 목소리임에도 어딘가 들떠보였다.

그래봤자 몬스터나 각성자의 습격을 받으면 속수무책이다. 어디 뒷골목에서 객사해도 신경 안 쓰겠다는 뜻이다. 그들 입맛에 맞는 새 대통령을 세우면 그만이다.

실제로 내 전임 대통령은 귀가 중에 몬스터에게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


“다음 일정은...”


“됐으니까 집으로 가죠.”


경호원 놀이에 장단 맞춰줄 기분이 아니었다.

집도 원래 내가 살던 낡은 아파트에 계속 머문다.


“변 중장님께서 오라고 하셨습니다.”


경호원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일순간 내 얼굴은 구겨졌다.

첫째는 남자가 내 귀에 속삭여서,

둘째는 변기석 중장 얘기가 나와서.


“그럼 용산으로 갑시다.”


차량으로 향했다.

세단을 제공해줬지만 방탄 기능은 전무한 일반 차량이었다.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경호원이 차에 타지 않고 밖에서 서성거렸다.


“안타고 뭐해요?”


다시 차문을 열고 물었다.


“제가 면허가 없어서...”


“···아까 운전해서 온 그 친구는?”


“오늘 아버지 생신이라고 먼저 퇴근했습니다.”


“···효자 났네. 아버지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하, 뒤에 타요.”


직접 차를 몰아 용산으로 향했다.


*


똑똑.


“김대영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배가 남산만큼 나온 중년 남자가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앉아있었다.

책상에는 반쯤 비워진 양주가 올려져 있었다.


“어어, 대통령 각하! 취임식 끝난 지가 언젠데 지금 오나? 빨리 빨리 안 움직여?”


수도방위사령관 변기석 중장이었다.

입에서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죄송합니다. 오는 길에 몬스터가 나와서 돌아오는 바람에.”


“서울 시내에 몬스터가? 이것들 일 똑바로 안하나? 대영아, 집합 좀 시켜야겠다.”


변기석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 맞다. 이제 대통령이시지. 미안하다. 낄낄.”


연기를 내 얼굴에 내뿜으며 낄낄거렸다.


서울은 몬스터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봉쇄되어 특별히 관리되고 있었다.

변기석 이 작자의 승인 없이는 서울을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뇌물이 오간다.

돈줄을 쥐고 있는 수도방위사령관은 군부의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

서울 남쪽에 위치했던 수도방위사령부를 중심지인 용산으로 옮길 수 있던 것에는 그런 뒷배경이 있었다.


“어쭈, 이것 봐라? 표정 안 풀어? 누구 덕에 대통령이 됐는데! 하하하!”


내가 아무 말 않고 서있자 변기석이 말했다.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긴급명령으로 초헌법적인 기구 ‘비각성자보호위원회’를 출범시킨다.

두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긴급명령은 법률에 준하는 법률대위명령인데 어떻게 초헌법적인 기구를 만들 수 있느냐 묻는다면,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데 그깟 법이 대수인가라고 답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각성자들이 비각성자를 보호하는데 초헌법적인 기구가 왜 필요한지 묻는다면, ‘비보위’는 보호가 아니라 통제하기 위한 기구였다.

비보위는 비보위령으로 입법, 행정, 사법을 장악할 수 있는 권한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국민, 특히 비각성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미확인 생명체의 공격이 끝날 때까지 유효하다는 조항을 달긴 했지만.

그렇게 비보위는 헌법 위에 섰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헌법은 유명무실 된 건 말할 것도 없고.


지난 역사로부터 배운 것이 있는지 군부의 지도자들은 직접 대통령이 되려고 하진 않았다.

대신 아무 힘없는 바지사장을 세워 뒤에서 온갖 권력을 누렸다.


“군인은 군대에 남아 있어야합니다. 저는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대한민국과 비각성자를 포함한 국민들을 지키는 데 몰두하겠습니다.”


군부 통치 초기 가장 유력했던 어떤 장군이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이런 뻔한 거짓말에 국민들은 속아 넘어갔다.

아니, 속아준 거겠지. 일단은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로부터 제 한 몸 지키는 게 급한 시대였다.


군부 내에서도 여러 번의 정치투쟁으로 권력의 판도가 종종 바뀌었다. 최근에는 변기석이 속한 파벌이 권력을 잡게 되었고, 변기석 밑에서 일하던 나는 그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되었다.

물론 투표로 당선되긴 했다.

비보위 위원들이 체육관에 모여서 비보위에서 추천한 내게 표를 주었다.


“사령관님 덕이죠. 그나저나 저희 어머니 건은 어떻게···.”


나는 애써 웃으며 변기석에게 말했다.


“아! 이 사람아! 너무 서두르지 말게! 내가 맡은 일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게다가 돈 싸들고 서울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요. 좀 기다려봐. 그나저나 인천항에 좋은 약이 들어왔다는데···.”


···제가 인천에 가보겠습니다.


“그런 말은 아니고!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 허허허. 그리고 대통령 각하께서 직접 움직이면 쓰나. 아랫것들 시키게.”


내 실질적인 아랫것들은 오늘 처음 본 효자 경호원과 무면허 경호원 둘 뿐이다.


“어이, 김대영이. 내가 왜 자네를 그 자리에 앉힌 줄 아나?”


내가 대꾸를 안 하니 변기석은 자세를 고쳐 앉고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는 비각성자치고 일머리가 있어. 한국대 나왔다고 했나?”


“네.”


“지금은 비각성자 한국대생보다 중졸 각성자가 출세하기 쉬운 시대야. 몬스터가 드글거리는데 그깟 대학이 뭐가 중요해? 졸업장이 몬스터를 막아주기라도 하나? 각성자들이 다 막아주는데 말이야.”


“맞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도 각성자지만 각성자 이 새끼들은 말은 안 들어 처먹어! 조금만 빈틈을 주면 기어오르려고 하고! 닥치고 개처럼 일할 놈들이 없단 말이야.”


변기석은 책상을 쳐가면서 말했다.


“그래서 내가 자네를 내 아래 두고 대통령까지 시킨 거야. 자넨 개야. 내가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무는 개. 뼈다구를 언제 던져 줄지는 주인인 내가 정해. 그러니 자네 어머니 건은 닥치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래, 어머니를 서울로 모시고 올 때 까지 나는 개다. 왈왈.


그때 변기석 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김 위원장님는 글씨가 나타났다.


변기석은 얼른 폰을 집어 들었다.


“예, 위원장님!”


위원장이란 김석태 비각성자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 입법, 행정, 사법을 뒤에서 조종하는 실질적인 대한민국 서열 1위다.


변기석, 너도 한 마리의 개 일뿐이다.


“네, 위원장님. 그건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네. 네.”


변기석이 손을 휘저으며 입만 뻐끔거리며 말했다.


‘나가서 기다려.’


나는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가서 기다렸다.


*


몇 분정도 기다리니 변기석이 나왔다.


“평창동으로 가지.”


평창동은 김석태 위원장 사저가 있는 곳을 말한다.


“아 참! 대통령님께 실례했네.”


“아닙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래, 얼른 새 사람을 뽑아야하는데 비각성자 중엔 마땅한 놈이 없어! 자네 차로 갈까?”


주차장으로 향했다.

방탄도 없는 세단 뒷자리에서는 무면허 경호원이 자고 있었다.


“뭐야, 이 새끼는?”


변기석이 경호원을 툭툭치며 말했다.

경호원은 화들짝 놀라 얼른 차 밖으로 나왔다.


“사령관님! 대통령님!”


“오늘은 이만 들어가 봐요.”


나는 변기석이 타자 뒷문을 닫고 운전석에 앉았다.


“저기 역까지만 데려다···”


경호원의 말을 무시한 채 엑셀을 밟았다. 룸미러를 힐끔 쳐다보았다. 경호원이 얼빠진 표정을 뒤로 하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도로는 한산했다.

항상 한산하다.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는 서울 시내 안 막히는 도로가 없었다고 들었다.

지금은 멀쩡한 도로가 거의 없지만 휘발유나 경유를 구입하는 자체가 상류층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 도로 위에 차가 없을 수밖에.


서울역을 지나고 있는데 광장 쪽이 소란스러웠다.


“이 새끼들이 수방사 이름에 똥칠을 하려고. 대영아, 차 좀 대봐.”


변기석이 광장에 출몰한 3미터 쯤 되는 웨어울프를 보며 말했다.

군복을 입은 각성자 열 여명이 웨어울프와 대치 중 이었다.

근처에는 일반 시민들이 있었다.

나는 광장 쪽에 차를 댔다.


“야 이 새끼들아! 서울 한복판에 몬스터 들어올 때까지 뭐했어!”


변기석이 웨어울프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사령관님!?”


각성자들은 변기석을 보고 일제히 경례했다.


“삐쩍 마른 웨어울프 하나 처리 못하고 뭐하고 있는 거야?”


변기석의 말대로 웨어울프는 며칠을 굶은 건지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었다.


“그게 시민들의 피해가 예상되어 섣불리···”


“뭐? 시민들? 웃기고 있네.”


변기석은 경례도 받지 않고는 웨어울프에게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어느새 똥배는 온데간데없고 온몸이 터질듯한 근육을 둘러싸였다.


웨어울프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변기석은 웨어울프에게 올라타 머리를 손에 쥐었다.


“우워워어어어어!”


웨어울프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변기석을 떼놓으려고 했지만 날카로운 손톱도 변기석에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


팍!


웨어울프의 머리통은 변기석의 손아귀 안에서 토마토가 터지듯 터졌다.

변기석은 내려와 목 없는 웨어울프를 발로 차버렸다.


“꺄악!”


시체는 그대로 군중들에게 날아갔다.


“비각성자들 피해 입든 말든 일일이 신경 쓰면 일 못해. 알겠나?”


“죄송합니다!”


수방사 소속 군인들은 변기석에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니들 책임자가 누구야.”


변기석은 그 중 하나의 군복에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대위 오경구!”


변기석은 오경구라는 사람의 뺨을 후려쳤다.


“잘하자. 뒤처리들 잘하고.”


“알겠습니다!”


변기석은 다시 차에 탔다.


“대영아, 가자.”


나는 목이 없는 웨어울프 시체를 뒤로하고 통일로로 차를 몰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변기석이 손쉽게 죽인 그 웨어울프가 지구에 나타난 마지막 몬스터라는 걸

변기석도

수방사 군인들도

서울역 모인 시민들도

나도 몰랐다.


조금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날,

수십 년간 인류를 괴롭힌 게이트는 마침내 닫혔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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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후일담 (Ep. 1 끝) 23.10.28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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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반대파 23.10.25 30 0 11쪽
9 서울로 진격 23.10.24 33 0 13쪽
8 계룡대 23.10.23 36 0 12쪽
7 군인들 23.10.22 42 0 12쪽
6 아기새들 23.10.21 45 0 13쪽
5 김석태 23.10.20 55 1 12쪽
4 두 가지 작전 23.10.19 61 2 12쪽
3 아서 리 +2 23.10.18 89 3 11쪽
2 변기석 23.10.18 82 1 13쪽
» 임기 첫날 게이트가 닫혔다 23.10.18 14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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