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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백곰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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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같은남자
작품등록일 :
2024.03.27 10:22
최근연재일 :
2024.04.13 13:5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3
추천수 :
0
글자수 :
56,319

작성
24.04.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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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안전핀이 망가졌다.

DUMMY

내가 첫 살인을 한 이후, 나는 동생들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했더니, 그 자식이 갑자기 나한테 ‘이 고아 새끼가!’라고 소리치면서 달려드는 거야.”

“오?”

“그래서요? 어떻게 하셨어요?”


담배를 손에 든 채, 눈을 반짝 빛내는 동생들의 모습에 나는 노련한 격투가처럼 자세를 취한 뒤 입을 열었다.


“뭐 벌 거 있냐? 그냥 이렇게 해서 빡! 하고 만져주니까 아주 그냥 좋아 죽더라고.”

“형님이요?”

“에이! 거짓말!”

“크크크크크크!”


나는 제일 크게 웃고 있는 동생 놈을 돌아본 뒤, 놈의 궁둥이를 발로 차 주었다.


“억!?”

“이 쉐끼가 건방지게 형님한테!”

“으하하하하하!”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형님! 술 사주세요!”


한 동생의 외침에 주위 동생들의 눈빛에서 살벌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오오오!”

“형니이임!”

“사랑합니다!”


이 돈 뜯어먹는 하이에나 놈들


피식


나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아, 갑자기 똥이 마렵네.”


그리고 달렸다.


“야! 붙잡아!”


물론, 금방 붙잡혔지만 말이다.


“이거 놔! 놓으라고!”


동생들에게 양팔을 붙잡힌 나는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러자 이놈들이 내 다리까지 붙잡고 들어 올린다.


“배신자는 죽음뿐!”

“처형이다아아아!”

“우! 우! 우! 우!”


그렇게 나는 단골 술집으로 연행되었다.


“애들아, 안 도망갈 테니까 좀 내려놔! 울렁거리잖아!”


물론,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놈들이었기에 날 순순히 내려줄 리가···있었다.

응?


털썩


동생들에게서 풀려나 땅바닥에 주저앉은 나는 엉덩이에 묻은 흙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뭔 일이야?”


내가 묻자, 강아지 귀를 한 동생이 입을 열었다.


“형님. 아무래도 싸움이 난 것 같습니다.”


싸움?

의문을 품은 채 술집 앞으로 걸어가자, 내 귓속으로도 격양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


진짜잖아?


씨익


“이게 얼마 만에 싸움 구경이냐!”


우리는 그렇게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실망하게 되었다.


“죽고 싶어!?”

“이 씹새가!”


마나건을 든 두 남자

그런 두 남자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 채, 말로 위협하고 있었다.


‘아, 그럼 그렇지.’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


‘어차피 쏘지도 못할 거면서.’


이곳에선 너무나도 흔한 이 장면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눈을 감았다.


‘어디 보자······.’


그렇게 내가 예언력을 끌어내 미래를 보는 사이, 동생들은 마나건을 든 두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형씨들, 싸움은 나가서 하지?”


그런 동생들의 차가운 목소리에 싸우던 두 남자가 동시에 우리를 돌아보았다.


“너흰 또 뭐야!?”

“헉!”


두 남자는 서로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런 둘 중 우리를 잘 아는 듯한 모습을 보인 남자가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이후 그가 빠르게 도망치자, 남은 한 남자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씨발! 다 안 꺼져!?”


눈동자 흔들리는 게 너무나 잘 보일 정도로 불안에 떠는 남자가, 성격 나쁜 작은 개처럼 꽥꽥 소리 지르며 마나건으로 우리를 위협했다.


“크크큭!”

“저 새끼 뭐 하냐?”


물론, 우리 대단한 동생님들에겐 그의 협박 따윈 통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스윽


나는 눈을 떴다.


“야야, 다 나와봐.”


동생들을 옆으로 밀며, 나는 남자 앞으로 걸어갔다.


“씨발! 넌 또 뭐야!?”


동생들과 달리, 호리호리한 내 모습을 보고 만만하다 느낀 것일까?

지금까지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던 남자가, 마치 날 기다렸다는 듯 비웃음이 섞인 얼굴로 다가왔다.


“야! 이거 안 보여!? 네 대가리에 구멍 하나 내줄까!?”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처럼 마나건을 흔들며 나를 위협하였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웃어!?”


내 미소가 거슬렸던 것일까?




놈이 들고 있던 마나건의 총구를 내 이마에 가까이 대었다.


“야, 이게 뭔 줄 알······.”


여전히 말로만 협박하려는 그의 행태에 나는 슬슬 지루함이 몰려왔다.


“쏴봐.”

“···뭐?”

“귓구멍 처 막혔어? 쏴보라고.”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한 것일까?


“야, 아니다. 그거 잠깐 나 줘봐.”


그에게서 마나건을 뺏어 든 나는 총구를 바닥으로 향하게 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이렇게! 이렇게! 쏘라고!”


타앙 타앙


내가 친절하게 방아쇠 당기는 법까지 알려주자, 남자가 총소리에 맞춰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자자, 이제 알겠지?”


나는 다시 그의 손에 마나건을 쥐여주었다.


“이제 쏴봐.”


이후 나는 그와 시선을 마주 보았다.


“뭐해? 쏴 보라고.”


놈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게 보인다.


“등신 새끼.”


나는 그의 머리통 한대를 시원하게 때려준 뒤 동생들을 돌아보았다.


“야야, 다들 앉아. 술 안 마실 거야?”

“오오오!”


우리는 그렇게 남자를 무시한 채, 엉망이 된 식탁과 의자를 정리하며 자리에 앉았다.


“와하하하하하!”

“마셔! 죽어!”


그리고 그런 우리의 모습을 힐끔 바라보던 남자, 그는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터덜터덜 술집을 나갔다.




술에 잔뜩 취한 우리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갔다.


“쏴 봐! 쏴 보라고! 크으으!”

“으하하하하하!”


동생 놈들이 날 따라 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며 웃음 짓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형님을 놀려!?”


나는 애써 웃음을 참은 채 버럭 화를 내었고, 이에 동생들이 내 몸에 달라붙었다.


“에이, 형님! 놀린 게 아니라, 진짜 멋있어서 그랬습니다!”

“으히히히히히!”


동생들의 애교에 나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얘들이 이렇게 귀여웠나?’


당장이라도 내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 같은 그 맹수 같던 놈들은 어디 가고, 순둥순둥한 강아지들만 눈에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아무리 익숙해지려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던 이 어두운 길거리가 오늘따라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선 하나 넘었을 뿐인데······.’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피식


우리의 눈치를 보며 몸을 숨기는 노숙자들의 모습이 퍽 우습게 느껴졌다.


“헛!”


길 반대편에서 행인들이 우리를 발견하곤, 움찔하고 놀란다.

그런데 왜일까?

그런 그들의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친숙했다.


“저기요!”


나는 그들에게 가까이 오라 손짓하였다.


“왜, 왜 그러시···죠?”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인지 알 수 없는 쾌감이 내 가슴을 간질거리게 했다.


“왜 사람보고 그런 표정을 짓습니까? 우리가 당신들 잡아먹기라도 한데요?”


나의 물음에 행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그냥···그냥 저희가 겁이 많아서 그래요!”


이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들에게 설교했다.


“당신들이 그러면 우리가 꼭 아무 사람이나 막 죽이는 미친놈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기분 나쁘니까 조심 좀 해주세요.”

“예, 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그들의 행동에 나는 만족감과 미안함이 동시에 들었다.


“제가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랬습니다. 너무 기분 나빠하진 마시고, 이걸로 맛있는 거나 사드세요.”


내가 동전 몇 개를 꺼내 주자, 그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이후 빠르게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더니, 동생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꼰대.”

“방금 완전 꼰대였어.”

“으으으.”


인상을 팍 찌푸리는 그들의 행동에 나는 싱긋 미소 지었다.


“다음엔 너희들이 술 사는 거지?”


그러자 동생들이 빠르게 태세 전환하였다.


“어떤 새끼야! 어떤 새끼가 우리 형님보고 꼰대라 했어!?”

“너냐!? 너야!?”

“존경스러운 우리 형님! 저 새끼입니다! 저 새끼가 맨 처음에 꼰대라 했어요!”

“이, 이 자식들이!?”


가족을 팔아먹는 그들의 끈끈한 우애에 나는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크크큭! 크큭! 으하하하하하!”


이에 동생들 또한 따라 웃었다.


“킬킬킬!”

“으헝! 으허허헝!”


기분이 좋았다.

너무나 좋았다.

좋아서 하늘로 날아오를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씨바아알!”


하늘은 그런 내 생각을 건방지다고 본 것일까?


“이, 이 새끼야아아아! 네가 뭔데 날 무시해!? 왜 무시하냐고!”


삼류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취객이, 좋았던 내 기분을 한순간에 바닥으로 처박아버렸다.


“형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한 동생이 앞으로 나서자, 나는 그런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내가 할게.”

“하지만······.”

“괜찮아. 괜찮아. 저 자식 그 자식이잖아.”


나는 취객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알잖아? 저 자식, 나 못 쏴.”


놈은 술집에서 내가 쫓아낸 그 남자였다.


저벅저벅


그렇게 동생들을 뒤로 물리며, 나는 앞으로 걸어갔다.


‘혹시 모르니까 한번 봐 볼까?’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눈을 감고 예언력을 끌어올렸다.



이것은 단 30초 뒤의 내 미래

그 미래에서 취객은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마나건을 들어 올린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부들부들


손을 저렇게 떨어서 제대로 조준이나 할 수 있을까?


피식


나는 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이후 어린아이 훈계하듯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타앙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히이이익!”


취객은 허둥지둥 몸을 돌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형니이이임!”


동생들의 경악 어린 외침이 들려온다.


부들부들


나는 떨리는 손을 간신히 들어 올린 채, 배꼽이 있던 곳에 손을 댔다.


“피?”


손가락 사이로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검붉은 핏물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깨닫게 된다.


“젠···장.”


그렇다.

나는 곧 죽는다.


털썩


자리에 쓰러진 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 졸려.”


너무나도 무거운 눈꺼풀의 무게에 나는 결국 잠에 빠져들었다.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달콤한 잠에 말이다.

그것이···내 미래였다.



타앙


‘어?’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나는 멍하니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으아! 으아! 으아아아!”


취객은 피투성이가 된 왼쪽 어깨를 붙잡으며, 몸을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나는 눈을 깜빡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쏜···건가?’


생각보다 너무 부드럽게 당겨진 방아쇠, 그 감촉을 떠올린 난 침을 꿀꺽 삼켰다.


‘괜찮은···건가?’


머리가 멍해졌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발밑을 내려다보니, 선이 하나 보였다.

그런데 그 선은 전과 달리 너무나도 희미해져 있었다.


“형님!”


동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으, 으아아아!”


눈물 콧물이 뒤섞인 취객의 얼굴이 보였다.


스윽


놈은 어째서인지 마나건을 들어 올리려 하고 있었다.


‘왜?’


의문이 들던 그때


타앙


총성이 귓속으로 파고든다.


타앙 타앙 타앙


들려오는 총성과 함께 취객의 몸이 애벌레처럼 꿈틀거렸다.


딸깍딸깍


탄환이 다 떨어진 듯 방아쇠 당기는 소리만 들리자, 나는 멍하니 내 손에 들린 마나건을 내려다보았다.


‘왜 이렇게 쉽지?’


총을 쏘는 게 너무 쉬웠다.

사람 죽이는 게 너무나도 쉬웠다.


‘왜?’


고민 끝에 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저 자식이 날 죽이려 했어.’


나는 잘못이 없다.

난 그저 내 몸을 지키려 했을 뿐이다.


‘씨발 새끼.’


그 순간


‘이 좆같은 새끼가!’


나는 분노가 차올랐다.


“그러게 왜 날 쏴서, 내 기분을 좆같게 만들어!”


넝마가 된 시체를 발로 찼다.




이후 애먼 땅을 짓밟으며, 속에 쌓인 분노를 풀었다.


팍팍팍팍


“으아아아!”


나는 그렇게 이 도시에 적응해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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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핀이 망가졌다. 24.04.13 2 0 12쪽
9 첫경험 24.04.10 4 0 11쪽
8 상인은 누런 돌멩이를 건넸고, 나는 금덩이를 받았다. 24.04.06 4 0 12쪽
7 빛이 밝을수록 어둠은 짙어진다. 24.04.03 5 0 12쪽
6 나쁜 짓은 하지 말자. 24.03.31 5 0 13쪽
5 죽음이 걸어온다. 24.03.30 6 0 13쪽
4 왕이 될 운명이로다. 24.03.29 5 0 12쪽
3 그저 선 하나를 넘었을 뿐이었다. 24.03.27 6 0 14쪽
2 나의 오만함이 내 목을 졸랐다. 24.03.27 9 0 14쪽
1 7번째 악, 예언가 24.03.27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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