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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백곰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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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같은남자
작품등록일 :
2024.03.27 10:22
최근연재일 :
2024.04.13 13:5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5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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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319

작성
24.03.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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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번째 악, 예언가

DUMMY

죽은 자들의 지하감옥

생전의 악업을 청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감옥의 최하층에는 최소, 한 나라를 말아먹을 정도의 죄를 저지른 최악의 죄수들이 수감 되어 있었다.


으어어어

끄아아아


빛 한점 없는 감옥 안에서 영혼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하하하!”


웃음소리를 따라가자, 이 최하층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만들어진 감옥이 나타났다.


“흡! 흡!”


몸을 단련하는 것일까?

웃음소리의 주인공이 한동안 맨몸운동을 즐기더니, 흐르지도 않는 땀을 닦으며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하하하!”


그는 죄수들 사이에서도 최악이라 불리는 7악 중 한 명으로, 투귀라고 불리는 자였다.


“어이, 막내!”


투귀는 구석에 웅크려 앉은 채 불안에 떠는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헛것이 보이는 건 다 체력이 부족해서라니까? 그러니 우리 같이 운동하자고!”


그가 어깨를 두드리자, 막내로 불리는 남자가 그의 팔을 쳐내며 소리쳤다.


“닥쳐!”


이후 남자는 자기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렸다.


“왜 나한테만 그래?”


그는 손가락 살점까지 뜯어먹을 기세로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소리 질렀다.


“왜! 왜! 내가 뭘 잘못 했다고! 도대체 왜!”


그의 이명은 예언가


“나, 난 잘못 없어. 잘못 없다고.”


지금부터 시작될 이야기는 그가 살아있을 적 저지른 악행에 관한 내용이다.




예언가는 왜 자신의 미래를 보지 못하는 걸까?

나는 의문을 느꼈다.

그래서 질문했다.


“스승님!”


내 불음에 스승님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돌아보셨고, 이에 나는 똘망똘망한 모습으로 스승님께 궁금한 것을 여쭈어봤다.


“우리 예언가는 왜 자기 자신의 미래는 보지 못하는 건가요?”


이런 내 질문에 스승님은 가까이 다가오라 손짓한 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여셨다.


“율라.”


무슨 뜻일까?

스승님의 엉뚱한 대답에 나는 그저 눈을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내가 묻자, 스승님은 싱긋 미소 지으며 입을 여셨다.


“우리 예언가는 자기 자신의 미래만큼은 볼 수도, 보아서도 안 된단다.”

“왜요?”

“현재가 미래에 잡아먹히게 되거든.”

“그게 무슨······.”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란 말인가?

자꾸만 이상한 말을 내뱉는 스승님의 모습에, 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되었다.


“설마···약주 드셨어요?”

“이놈이!”


콩!


머리에 꿀밤을 맞았다.


“아악! 머린 왜 때려요!”


나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도리어 잔소리만 듣게 되었다.


“이놈아! 쓸데없는 생각 할 시간 있으면, 가서 구슬이라도 닦아!”

“씨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여기서 순순히 물러서지 않으면 오늘 저녁은 굶게 될 것이다.


‘치사하게 밥으로 협박이나 하고!’


똥이 무서워서 피하겠는가?

더러워서 피하지.


‘스승님은 똥이야! 똥! 똥!’


그렇게 속으로 스승님 욕을 열정적으로 내뱉으며 거칠게 방문을 연 난, 계단을 타고 내려와 손님을 받는 방으로 들어갔다.


‘저걸 팔면 얼마나 받을까?’


최소 300년은 되었을 거라 이야기들은 크고 투명한 유리구슬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이 구슬을 내려다보며 나는 생각에 잠겨 들었다.


‘사람들은 왜 겉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예언이란 예언가의 능력이 중요하지, 도구 따윈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방에 널려있는 갖가지 도구들은 그저 장식품일 뿐이었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이런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겼다.


‘비싼 도구를 쓴다는 이유로 돈을 더 받는단 말이지.’


비싼 도구를 쓸수록, 그래서 더 큰 돈을 낼수록 사람들은 예언가의 말을 신뢰했다.

반대로 아무런 도구 없이 미래를 점치면,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예언가의 말을 의심하곤 했다.

도구 따윈 미래를 점칠 때, 아무런 영향도 못 끼치는데 말이다.


‘미래라······.’


문뜩 나는 궁금해졌다.


‘나도 스승님처럼 될 수 있을까?’


스승님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왕국 최고의 예언가였다.

그렇기에 나는 언제나 스승님의 과거와 비교당하는 신세였고, 그렇기에 듣기 싫어도 들리는 말들이 몇몇 있었다.


‘스승님은 내 나이 때부터 미래를 보셨다고 했지?’


남들은 30살이 되어서야 간신히 깨닫는 예지력을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깨우친 스승님

사람들은 그런 스승님을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칭송했다.


‘그럼 나는?’


스승님은 언제나 나를 자신 같은 것보다 훨씬 훌륭한 예언가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거짓말.’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스승님 같은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스승님을 스승님이라 부를 자격이 있을까?’


스승님의 제자로 받아달라거나, 자신들의 자녀를 제자로 키워달란 편지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곤 했다.

심지어 국왕님께서 작위를 내려 줄 테니, 자신이 정한 아이를 맡아 달라 제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


‘스승님은 왜 나 같은 고아를 제자로 받아주셨을까?’


고마웠다.

그리고 죄송스러웠다.

그렇기에 나는 이 은혜를 갚고, 스승님의 명성에 어울리는 제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기 위해서는 스승님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세워야만 해.’


아무리 스승님이 세기의 천재라지만, 그런 스승님도 못 하는 것이 있었다.


‘일단, 자신의 미래는 보지 못하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언가들에게 금기시되는 예지

스승님도 이를 이야기할 땐 엄하게 가르쳐주었기에 나는 이것을 제외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같은 예언가의 미래는 점치지 못하신다.’


스승님의 설명에 따르면, 예지력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예지를 방해하는 커다란 벽 같은 게 있다고 한다.


‘내가 그 벽을 넘은 최초의 예언가가 되면?’


생각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망상에 히죽 웃음 짓기도 잠시, 예지력조차 깨닫지 못한 현실을 떠올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결국, 마지막 한 가지밖에 없는 건가?’


착하고 성실한 제자가 되는 거다.

남들도 다 인정할 정도로 스승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면, 언젠가는 인정받게 될 것이다.


“하아!”


그런데 왜일까?

마지막이 스승님께 은혜도 갚으면서, 명성도 쌓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임에도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나란 놈은 정말······.’


너무나도 한심한 놈이었다.




시간은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다.


털썩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날


“스승님. 죄송합니다.”


나는 스승님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이에 스승님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본 채 입을 여셨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아느냐?”


나는 스승님의 제자란 신분으로 예언가들의 정기모임에 참여하였다.

이후 그곳에서 나는 분란을 일으켰고, 스승님의 명성에 먹칠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나는 이를 이야기했고, 이에 스승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싸운 이유가 무엇이냐.”


스승님의 물음에 나는 잠시 망설였고, 스승님은 그런 내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 주셨다.


“그······.”


나는 스승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싸웠습니다.”


이에 스승님은 화를 내지도, 한숨을 내쉬지도 않으셨다.

그저 진실만을 듣고 싶다는 듯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은 채, 나에게 물음을 던지셨다.


“왜 화가 났느냐.”


그런 스승님의 목소리에 나는 뭔가가 올라오는 것을 꾹 참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가···스승님의 제···자에···어울리지 않는다고······.”


이 이상 입을 열면 뭔가가 터질 것 같다 입을 다물었다.


꽈악


그저 주먹만 꽉 말아쥐는 내 행동에 스승님은 눈을 꾹 감은 채 몸을 돌리셨다.

이후 한동안 말없이 내게 뒷모습만 보여주시던 스승님이 앞으로 걸어가며 입을 여셨다.


“돌아가자꾸나.”

“예.”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도보를 걷던 스승님이 갑작스레 입을 여셨다.


“벌써 10년이나 흘렀구나.”


뭘 말하는 걸까?

잠깐 생각에 잠긴 난, 스승님이 말씀하신 ‘10년’이라는 뜻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예. 제가 스승님을 모시게 된 것이 벌써 10년입니다.”


나는 씁쓸한 감정을 삼키며 스승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흰머리들이 눈에 띄었다.

몸 또한 기억보다 왜소해 보였고, 걸음걸이에는 힘이 없어 보였다.

왜 이제야 눈치챈 것일까?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옛날처럼 어리광만 부리는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창피했다.


“죄송합니다.”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고, 그런 내 시선에 스승님이 발걸음을 멈추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스윽


스승님이 몸을 돌린 채, 내 어깨에 손을 올리셨다.

이에 나는 고개를 들었고, 그렇게 볼 수 있었다.

스승님의 따뜻한 미소를 말이다.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제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단다.”


무슨 뜻일까?

웃는 얼굴로 충격적인 말을 내뱉는 스승님의 이야기에 나는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저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이야기에 나는 멍하니 눈물을 흘렸고, 이에 스승님은 잔뜩 당황하시며 황급히 입을 여셨다.


“그, 그게 아니라! 아들! 나는 너를 아들로 생각했다는 말이었다!”


아들이라니?

가슴 따듯해지는 그 이야기에 나는 감동···하진 않았다.


‘이런 생각 하는 것이 죄송합니다만······.’


신처럼 보여지던 스승님이었다.

그런 스승님에게도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 있었다니?

왠지 모르게 스승님과 더욱 긴밀한 사이가 된 것 같은 이 기분에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벌써 치매······.”

“땍!”


내 팔을 붙잡고 등짝을 때리려는 스승님의 손길에 나는 그 손길을 뿌리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짜악


“악!”


최대한 아파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어리광을 부렸다.


“스, 스승님! 그만! 아파요!”


이런 내 연기에 만족하신 것일까?

스승님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스윽 스윽


아무래도 스승님의 눈에는 내가 아직도 스승님의 키에 절반도 안 되던 10살짜리 꼬맹이처럼 보이나 보다.


“로이.”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동자로 내 이름을 부르신 스승님이 돌연 걱정스러움이 담긴 얼굴로 입을 여셨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널 제자로 생각하지 않는단다. 그러니 꼭 나와 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어.”


이후 스승님은 내 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여셨다.


“나는 네가 내 제자라는 신분에 집착하여 엇나갈까 두렵구나.”


위대한 예언가가 아닌, 그저 한 아이의 어머니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스승님의 모습에 나는 어깨를 활짝 펴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누구 제자인데요!”


이날, 나는 스승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였다.


‘결국, 스승님도 내가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겉으로는 밝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사람들이 날 보며 떠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역시 난 근본도 없는 고아 새끼였어.’


그렇다.

오랜 집착으로 이미, 내 속은 문드러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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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안전핀이 망가졌다. 24.04.13 1 0 12쪽
9 첫경험 24.04.10 4 0 11쪽
8 상인은 누런 돌멩이를 건넸고, 나는 금덩이를 받았다. 24.04.06 3 0 12쪽
7 빛이 밝을수록 어둠은 짙어진다. 24.04.03 5 0 12쪽
6 나쁜 짓은 하지 말자. 24.03.31 5 0 13쪽
5 죽음이 걸어온다. 24.03.30 6 0 13쪽
4 왕이 될 운명이로다. 24.03.29 5 0 12쪽
3 그저 선 하나를 넘었을 뿐이었다. 24.03.27 5 0 14쪽
2 나의 오만함이 내 목을 졸랐다. 24.03.27 9 0 14쪽
» 7번째 악, 예언가 24.03.27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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