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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머글로리 님의 서재입니다.

매크로 쓰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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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머글로리
작품등록일 :
2017.11.29 11:17
최근연재일 :
2018.01.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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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작성
17.12.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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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매크로 쓰는 마법사.

DUMMY

매크로 쓰는 마법사 27화



영하는 손을 쥐었다 폈다.

적당한 긴장감. 슈트의 장갑 안에는 땀으로 조금 젖어 있었다.

숨을 한번 고르면서 이 기분을 고양시켜본다.

경계 밖으로 나섰고, 흑뢰천충을 사용해 보았다.

전투는 손쉬웠다. 흑뢰천충은 극공의 무리를 담은 수법이었다.

괜찮다. 이거 물건이다.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점점 몸에 익어갈수록 가슴 깊은 곳에서 만족감과 희열이 차오른다.

영하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온몸에 꿰뚫린 자국들이 난자한 블루통들.

길을 나서면서 몇 무리의 새로운 녀석들을 만났고, 결과는 전부 손쉬운 승리였다.

인벤토리에는 어디다 사용해야할 지 고민 해볼 필요가 있는 돼지기름만 가득했다.

'한 번 해볼까······.'

경계 밖은 본디 인류의 것이었다.

비록 지금은 그 터전을 잃어 인류의 손길이 끊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명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여름 밤 바닷가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은 아침처럼, 길바닥에는 꽤나 많은 소주병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영하는 비교적 상태가 좋은 놈들을 골라 집었다.

만들려는 것은 간단했다.

폭력시위나 게임 따위에서 볼 수 있는 화염병이다.

탕수육을 튀겨먹을 것도 아니고.

딱히 돼지기름을 사용할 데도 없으니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영하가 의지를 갖고서 돼지기름을 꺼낼 즈음.


〈매크로 설정.〉

〈아티펙트 제작 시.〉

〈장인의 솜씨, 모범 작업 숙련도.〉


매크로가 또 한 번의 빛을 내었다.

아니, 난 그저 소주병에 기름만 넣었을 뿐인데······.

"······헉?!"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는 열 일곱개의 화염병이 놓여 있었다.

가지런히 정렬된 화염병. 0.1mm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정확하게 배분된 돼지기름의 양.

영하는 그것들을 잠시 넋 놓고 바라본 뒤, 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레드통.】

―등급 : 레어.

―내구도 : 1/1

―숙달된 장인이 블루통의 기름을 이용하여 제작한 화염병.

―피격 시, 높은 등급의 화마(火魔)를 생성해낸다.

―장인의 피땀을 먹고서 불타오르는 불은 결코 쉽게 꺼지지 않는 듯하다.


너무나 거창한 능력들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저 굴러다니는 소주병에 돼지기름만 넣었을 뿐인데······.

장인의 피땀은커녕, 만드는 걸 의식하지도 못했다.

눈 감고 만든 거나 마찬가지.

그런데 하나의 아티펙트로 분류되었고, 자그마치 레어 등급이었다.

영하는 매크로의 신위에 다시 한 번 감탄을 보냈다.

매크로는 영하와 함께 성장했다.

코어는 곧 심력. 건강한 코어에 건강한 심력이 깃든다.

이터널 코어를 가지고 있는 영하였다.

단순히 마법만 쏘아냈던 처음과는 달리, 확장되고 강해진 심력은 매크로의 발이 닿는 영역을 계속해서 넓히고 있었다.

제작 매크로가 그 결과.

"이러면 지수한테 부탁하지 않아도 되겠는 걸······.'

아티펙트에 관해서는 전부 김지수만 믿고 있었다.

데스파시토도 그렇고, 이번에 던전에서 얻은 부산물로 슈트를 업그레이드 했을 때도 그랬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매크로의 신위는 항상 완벽 그 자체.

품질은 말할 것도 없으니, 직접 뭐든지 만들어 쓰면 되었다.

"어디 시험할 때가······."

새로운 아이템을 뽑았으니 성능을 테스트 해봐야지.

영하는 레드통 하나를 들고서 주변을 살폈다.

사체들만 즐비할 뿐, 일대의 몬스터는 더 이상 없는 듯했다.

조금 더 멀리 가볼까.

어차피 흑뢰천충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나선 것이다.

안전을 따지자면 경계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영하는 무덤덤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인류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



얼마큼 걸었을까. 걷다보니 어느새 빌딩 숲 안이었다.

인류의 발길이 끊긴 이곳은 말 그대로 '숲'이 되어있었다.

관리가 안 된 빌딩들은 틈틈이 녹색 잎들을 피어내고 있었고, 갈라진 콘크리트 바닥에서는 무성한 잡초들이 자라나 있었다.

한때 번영했던 대도시.

영하는 고개를 들고서 대롱대롱 달려있는 표지판을 보았다.

"부평이라······."

서울 외곽 지역에서 나왔으니, 거리를 가늠해보면 꽤나 멀리도 나온 듯했다.

인류는 자신들이 정해놓은 '지역'에 따라 서식하는 몬스터들을 분류했다.

영하는 마나를 서서히 갈무리하며 부평에 영역을 둔 녀석들을 떠올려보았다.

크르······.

떠오르던 이미지가 멈춘다.

들려오는 기괴한 흉성에 고개를 돌리자, 곧바로 녀석들을 볼 수 있었다.


[화이트 오크(White Orc). 6티어]


인류와 멀어진 거리를 단번에 알려주는 듯, 중급 티어라고 불릴만한 몬스터.

오크.

호전적인 본성에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짐승들이다.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하지만 지능은 현저히 떨어져, 털 빠진 고릴라라고 불리는 녀석들이었다.

새하얀 피부가 솟아오른 근육들을 더욱 부각시킨다.

지금껏 상대해왔던 몬스터들과 동일시하게 여기면 안 된다.

6티어씩이나 되는 화이트 오크가 총 여덟 마리.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놈들의 수도 상당했다.

막무가내로 들어간다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

아직 녀석들은 영하를 눈치 채지 못했다.

영하는 주변을 살피고서 가까운 빌딩으로 들어갔다.

곧장 계단으로 향한다.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를 줍고, 2층에 나있는 창문 앞에 섰다.

그대로 길가를 향해 던진다.

쿵!

"크르······?"

"크으으······."

제법 힘을 주고서 던졌기에, 문제없이 녀석들의 주의를 끌 수 있었다.

여덟 마리의 오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온다.

녀석들의 장비는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슈트나 갑옷 따위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고, 그저 다른 몬스터들의 가죽들을 걸치고 있었다.

몇몇은 나무를 꺾어 만든 몽둥이를 들고 있다.

흡사 구석기 시대의 문명수준. 화이트 오크의 지성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그럼에도 위험하다.

오크들은 지성이 떨어지는 만큼 포식자의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강인하다.

거기에 영하가 선택한 것은 기습이었다.

본디 무리생활을 하는 녀석들이라 모여 다니는 습성이 있다.

여유가 된다면야 한 마리씩 빼내서 잡고 싶었지만 요원한 일이다.

이런저런 방법을 떠올려 보았지만, 최적은 기습이었다.

조금······. 조금만 더······.

영하는 창문 옆에 바짝 몸을 붙였다.

레드통을 양손에 쥐고서 호흡을 최대한 삼켰다.

좀 더 가까이.

"크르······."

지금. 영하는 손에 꽉 쥐고 있던 레드통을 냅다 아래로 집어던졌다.

쨍그랑!

사선을 그리면서 날아간 레드통들이 오크의 대가리를 강타했다.

불씨는 이미 달아두었다.

화아아아아아악!

"킈에에에에에에······!"

"취이이이! 킈이이이이!"

화마에 휩싸인 오크 세 마리가 비명을 지른다.

끔찍한 폭력이 몸에 달라붙었다.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새하얗던 피부가 타들어갔다.

아티펙트의 설명대로 레드통의 불길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키에에!

불길의 범위 밖에 있던 녀석들이 흉성을 내지르며 영하를 보았다.

붉은 눈동자에 살기가 어린다.

놈들은 곧장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미개한 지능으로 건물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의 본능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영하를 정확히 포착하고서, 계단을 뛰어오른다.

커다란 덩치에비하면 좁은 공간이었다.

이미 세워둔 수였다.

"이거나 먹어라!"

화아아악!

"크아아아아악!"

가장 선두에서 올라오던 오크의 몸에 화마가 치솟았다.

계단을 가득 매우는 불은 나머지 놈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영하는 곧장 창문 밖으로 뛰었다.

2층 정도 되는 높이지만 몸에 두른 흑뢰천충의 무리가 아무 탈 없이 착치하게 해주었다.

오크들이 다시금 빌딩을 나온다.

왔다 갔다 하는데 더욱 성이 난 모양.


〈적군 대상 지정 시.〉

〈흑뢰천충(黑雷天衝) 일 단계, 뢰신섬(雷迅殲) 시전.〉


검은 전류에 휩싸인 창이 쏘아진다.

파팍. 근육을 뚫고 들어가 피가 솟구쳤다.

질긴 피부 때문인지 관통하지는 못했지만 치명상은 분명했다.

한 번에 하나씩 손봐주면 될 터.

남은 수는 셋.

"크아아아아!"

"취이이이!"

"킈에에에에에!"

분노에 휩싸인 짐승이 고함을 지른다. 광기어린 돌진이었다.

별 다른 수법 없이 그냥 냅다 달려오는 것뿐이지만, 삼미터나 되는 덩치에 그 위압감이 대단했다.

영하는 마나를 끌어 올리면서 양 손을 뻗었다.

뢰신섬이 시전된다.

파지지직!

쏘아지는 검은 창 두개. 쓰러지는 놈은 하나다.

오크가 들고 있던 몽둥이를 휘둘러 쳐내었다.

전방으로 향한 힘을 그대로 실은 덕분에 놈의 속도는 더욱 빨랐다.

당황하지 않는다.

"크아아아!"

오크가 흉성을 터트리며 몽둥이를 크게 휘둘렀다.

놈들의 근력은 성인 남성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무식하게 힘으로만 가해지는 공격.


〈적군 대상이 공격 시.〉

〈오버 쉴드(Over Shield) 시전.〉


콰앙! 쉴드를 뚫기에는 무리다.

영하는 머리 위에서 멈춘 몽둥이에 섬뜩함을 느끼고서, 손아귀에 자신의 섬뜩함을 담았다.

뢰신섬의 창대를 쥔다.

빠아아악!

녀석의 가슴 정 중앙에 뢰신섬이 꽂혔다.

마법으로 쏘아나가는 힘에다가, 영하 본인의 힘까지 더한 공격이었다.

불쾌한 감각이 창대를 타고서 전해진다.

당장에라도 뢰신섬을 놓고 싶었지만, 영하는 절명한 오크 그 너머를 보았다.

아직 한 놈 남았다.


〈적군 대상 지정 시.〉

〈호밍(Homing) 시전.〉


파앗!

쥐고 있던 창대를 놓았다. 격발되는 뢰신섬.

박혀있던 오크의 가슴을 찢고서 너머의 오크를 꿰뚫는다.

"크륵······!"

오크의 입이 쩍 벌어졌다.

검붉은 피가 새하얀 피부를 덮었다.

퉤. 영하는 쓴 맛이 도는 침을 뱉어내고서 깊게 숨을 내쉬었다.

피 비린내가 진동하고, 단백질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찌르지만 그럼에도 가슴이 벅찼다.

뿌듯함. 6티어나 되는 화이트 오크 여덟 마리를 처치했다.

라이센스를 딴지 얼마 안 된 자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을 한 것이다.

영하는 흐뭇하게 미소 짓고서 인벤토리를 살폈다.


【화이트 오크 힘줄(White Orc Sinew.) - 6티어.】


'이걸로는 뭐할까······. 아!'

고민 하던 영하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화이트 오크의 영역에는 반드시 존재하는 그것.

'만다라케(曼陀羅華)가 있을 텐데······.'

신묘의 약초.

영하의 의지가 그것을 떠올리자, 매크로는 자신의 존재를 어김없이 증명해보였다.


〈매크로 설정.〉

〈약초 or 광물 채집 시작 시.〉

〈미니맵에 위치 표시.〉


작가의말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저는......집에서........혼자.......흑흑흐긓그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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