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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떼판타지

체셔 게임(Chesiah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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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떼
작품등록일 :
2014.09.19 18:55
최근연재일 :
2015.03.31 06:18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6,864
추천수 :
57
글자수 :
65,112

작성
15.03.11 23:54
조회
132
추천
1
글자
8쪽

2. Outsider (7)

DUMMY

이론 위주였던 오전 수업은 그런대로 순조롭게 흘러갔지만, 문제는 오후에 있는 훈련이었다. 체력이 약한 편은 아니지만 이전부터 몸을 움직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다, 이미 9달동안 훈련을 받은 다른 단원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사실도 부담이 되었다.

단원들은 지금 내가 있는 훈련장소로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수업 시작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만간 전부 올 것은 분명했다.

지금 내겐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는데, 부상자이긴 한다지만 혼자 훈련 안 하고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기엔 조금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훈련이면 조금이라도 참여는 해야지, 라고 생각해두었다.


"다 모였나?"


아직 수업 종이 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훈련 교관은 방으로 들어와 내 옆에 있던 입구를 닫았다. 하지만 내 눈에도 사람들은 얼추 다 모인 것 같았으므로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교관은 문 곁에 앉아 있는 나를 흘깃 보고는 단원들 사이로 걸어갔다.

인원을 파악한 그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또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네들도 슬슬 깨달았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슬슬 실전훈련을 시작해야 하는 때가 왔다. 그 첫걸음으로 오늘은 가벼운 VP훈련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


"물론 자네들의 거의 대부분은 아직 힘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자들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VP를 사용하는 것은 첫 도전이 힘들다 뿐이지 그 밖에는 별 것 없는 게 사실이니까."


내심 생각은 했지만 진짜 내가 참여할 수 있는 훈련을 할 줄은 몰랐다. 이런 게 타이밍이란 걸까, 아무튼 VP는 다리에 부담이 가는 것도 아니니 나도 슬쩍 끼어서 참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교관의 말이 끝나자 훈련실 안은 낮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에서 주워듣기로는 이 방 안에서 현재 VP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 봤던 사람은 트룹차일드인 엠버와 스틴밖에 없었다(트룹차일드에서 훈련단원이 되기 직전에 매우 간단한 사용법을 배운다고 한다).

의자에서 일어나 다리에 과한 부담이 가지 않게 조심해서 단원들 사이로 걸어간 나를 트리브가 빤히 쳐다보았다.


"...너도 하게?"

"네. 할 수 있는 거니까 해두려고요."


트리브는 장난기 어린 얼굴로 씩 웃었다.


“나는 아직 한 번도 못 해봤으니 도와줘야 하는 거다?”

“싫다면요?”

“어이, 오늘 아침에도 같이 밥 먹어줬던 사람한테 그러기야?”


그 때 교관이 우리 쪽을 돌아보았기에 우리는 동시에 입을 닫았다. 잠시 후 시선이 거둬지자 나는 조심스레 ‘사실 저도 제대로 하는 법은 모른다고요’ 하고 그에게 중얼거렸다.


“오늘의 훈련 목표는 이 판을 다른 형태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정해진 조건은 없다. 자네들은 모두 다 성인이고 이미 그 잠재력을 확인했으니 애초부터 힘을 사용하지 못 하는 자일 가능성은 없다.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도록 하라. 또한 VP는 유(流)하지만 동시에 살상무기이다. 다루는 것에 조심하도록.”


교관은 검은색의 매끄러운 사각형 판을 하나씩 건네주었다. 잠시간 무엇으로 만들어졌을지 고민하던 나는 이내 여기가 펜타곤 안이고, 지금까지 보아왔던 재질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중지했다.


“이걸 자르든가 다른 모양으로 바꾸든가 하면 되는 거야?”


트리브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고, 나는 그에게 내 경험을 설명해주었다. 트리브는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로 곰곰이 듣다가 다시금 판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잘 모르겠는걸. 간절히 원하면 된다고? 기도 같은 건가?”

“아마도 그걸 처음 깨닫기가 힘들기 때문에 교관님이 그런 말을 하신 것 아닐까요?”


사실 나도 힘을 사용할 때의 정확한 원리를 알지 못했다. 마치 몸을 움직일 때 동작 하나하나를 일일이 생각한 후에 행동하지 않듯이, 그냥 자연스럽게 내 신체의 일부분을 움직이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검은색 판을 내려다보다 손 끝에 의식을 집중했다. 곧바로 보라색의 옅은 기운이 나타났다. 간단히 손을 움직여 사각형이었던 판을 원으로 만들다가 옆에서 시선이 느껴져 그곳을 돌아보았다.

트리브가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트리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트룹차일드인 스틴과 엠버 옆에 있던 사람들 중 몇 명과 엠버까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엠버는 다시 시선을 돌렸지만.


“어... 저만 알아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 가르쳐 드리고는 싶지만, 사실 저도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를 못해서요.”


트리브는 내 말을 듣더니 잠깐 생각에 잠겼다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기본적인 시동 원리는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모르겠어. 처음 VP를 사용했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어?”


그 말을 듣고 판도라와 싸울 때를 떠올려보려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 워낙 정신이 없었던데다 그 후로도 많은 일이 있어서 기억 또한 흐릿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트리브는 그런 나를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뭐.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 나도 VP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곳에 와 있는 거잖아?”


그러고 그는 판이 뚫어져라 그것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는 진 알 길이 없겠지만, 어쨌거나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언젠가는 나와 같이 싸워야 할 동료들이니 빨리 시동법을 깨달을수록 내게도 좋은 것이었다.

왠지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지금은 또 무슨 이유인지 스틴이 서 있었고, 그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찾아오셨는데요?”


스틴은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말에 약간 당황했는지 잠시간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다가 재빨리 상황을 수습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하려고 했다.


“이번에도 저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셔서 찾아온 건가요?”


그는 내 말에 대답하려고 다시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나는 그의 말을 막았다.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라면 아까 전에 충분히 전해들은 부분이고, 저 또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틴 씨나 다른 훈련단원 분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제가 스틴 씨와 같은 자격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이곳에 들어온 것을 자랑하고 다닐 만큼 눈치 없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 부분은 앞으로 다른 분들께 그렇게 비춰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스틴 씨는 제게 같은 말을 세 번씩이나 할 정도로 제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슨 이유로 제게 온 것인지 들어봐도 될까요.”


나는 입을 연 김에 쌓였던 것을 다 내뱉어 버렸다. 나도 사람인지라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내가 좀 심한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내게 이렇게까지 할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스틴은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계속 입만 달싹이고 있었다.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분노가 동시에 떠올라 있었다. 할 말이 없으시다면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하고 몸을 돌리는 찰나 뒤에서 이전에도 느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섬뜩한 위화감이 들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학기가 다시 시작되었으니 성실하게 쓸게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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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 Unknown (8) 14.12.06 18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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