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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떼판타지

체셔 게임(Chesiah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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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떼
작품등록일 :
2014.09.19 18:55
최근연재일 :
2015.03.31 06:18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6,813
추천수 :
57
글자수 :
65,112

작성
15.01.30 01:13
조회
296
추천
3
글자
8쪽

2. Outsider (5)

DUMMY

나는 별 생각 없이 그 자세 그대로 계속 침대에 누워 있다 오늘도 평일이니 일정이 없을 게 아니라는 것을 떠올리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방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라고는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이 흘러내리는 사라락 소리가 끝이었다. 어제는 피곤해서 느끼지 못했던 이질감이 적막감과 더불어 몰려왔다.


"아, 맞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아침을 먹어야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식당의 위치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룸메이트에게 도움을 받을까 싶어 건너편 침대로 시선을 돌렸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아직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흐르지 않은 것을 감안해볼 때, 내 룸메이트는 엄청 부지런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


"어제 그 사무실로 다시 찾아가봐야 하나...?"


가만히 있어봤자 얻는 건 없다. 어디로든지 움직여보기로 결심한 나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하나로 모아 묶고 단복을 제대로 입었는지 확인한 후 의자를 밀고 밖으로 나갔다.

아마도 지금쯤 식당으로 갈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그나마 조금 친해졌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어이, 아이셀!"


나이스.

저만치서 나를 발견한 트리브는 내게로 뛰다시피 걸어왔다. 이 의자를 타고 다니면 자연스레 훈련단원들뿐만 아니라 곁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내게로 모아 엄청난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럴 때는 이 눈에 잘 띄는 특징이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너도 밥 먹으러 가는 거야?"

"네. 정확히 오늘 뭘 하는진 모르겠지만, 아침은 먹어야 할 것 같아서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트리브는 식당으로 가는 동안 내 의자를 대신 밀어주었고, 나는 앞으로도 식당을 못 찾아서 낭패가 되는 일이 없도록 길을 잘 기억해두었다. 이 건물의 복도가 워낙 다 비슷하게 생겨서 외우는 데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몇 번 오가다 보면 외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식당은 식사하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조금 기다린 끝에 받은 음식은 대량으로 만드는 것치고는 꽤 질이 좋아 보였다. 사람이 많긴 하지만 인류의 희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체셔이니 왕정에서 신경을 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맞다, 숙소는 어때?"


나는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 한 쪽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 내 앞으로 식판을 내려놓은 트리브는 앉기도 전에 빵을 베어물며 내게 물어왔다. 음, 숙소라.


"아직 하룻밤밖에 안 잤는데요. 잘 모르겠어요."

"흠, 그래? 방은 누구랑 같이 쓰는데?"

"그것도 모르겠어요.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말하고 나자 슬슬 나도 내 룸메이트의 얼굴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하긴 신경을 아예 안 쓰고 지낼 수는 없겠지.


"방은 엄청 깔끔했어요. 부지런한 성격인 것 같은데, 그거 외에는 별달리 들은 것도 없어요."

"흐음, 그렇구나. 그래도 얼마 안 있어 알게 되겠지 뭐."


사실은 방을 혼자 썼으면 하고 바랐지만, 남는 방이 있는지도 몰랐고 만약 비어있는 방이 있다고 해도 혼자 쓰고 싶다고 해서 그 방을 내게 내줄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게 된다고 하면 멋대로 방을 바꿔버리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어라라. 아이셀, 빨리 먹어! 몇 분 안 남았다고!"


한가롭게 빵을 스프에 찍어 먹던 나는 앞에서 들려온 말에 반사적으로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시각은 8시 17분, 집합 시간까지는 10분 남짓밖에 남지 않아 있었다. 나는 다시 내 식판으로 시선을 내렸다.

나와 트리브는 사람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남은 아침을 먹어치웠고, 우리는 어제의 그 휴게실 같은 곳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살았네요. 후우..."

"처음이 실전훈련이 아니라 다행인건가..."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거의 곧바로 들어온 선생님은 오늘 일정에 대해 간단하게 알림을 해 주고 나갔다.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될 때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아있었다. 나는 트리브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아까 내 의자까지 밀면서 뛰었기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본 그의 모습은 평소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훈련으로 인해 이 정도는 괜찮은 건가 싶었지만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했기에 기회가 된다면 뭐라도 해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친김에 나는 다리의 상태를 판단해보려고 의자에서 일어나 몇 걸음 걸어보았다. 시큰한 통증이 느껴지긴 했지만 이전보다는 좀 나아져 있었다. 이대로라면 며칠 안 가 의자를 밀고 다니는 건 그만두게 될 것 같았기에 안도했다.


"어이, 신참."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실은 안 돌려도 누군지 알고 있긴 했지만. 또 뭐가 불만인지 스틴은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가지고 어디 훈련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이미 넌 다른 사람들보다 9개월이나 늦게..."


네. 그 문제군요. 말소리로 인해 우리가 있는 쪽을 쳐다본 훈련단원들은 '또 시작이다 또'라는 눈빛을 가진 사람과 스틴의 뜻에 동조하려는 듯한 사람이 반반씩 섞여있었다. 나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담아 말하는 것을 듣고 있는데 내 기분이 좋을 리는 없겠지만, 내가 9개월이나 늦게 들어온 것은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조금 기다렸다가 나를 내년에 입단시켜 1년 과정을 모두 밟게 할 수도 있는데, 왜 굳이 급하게 나를 이번 훈련단에 집어넣은 것은 나도 의문이었다. VP의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 말고도 충분히 있을 텐데, 왜 굳이 '나'일까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야,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데 뭐 하는 거야?"

"네?"


생각을 깨뜨리며 귓전에 들려온 말에 스틴을 바라보며 대답했지만, 그는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했다. 다른 훈련단원들은 어느새 저들끼리 웅성거리고 있었고, 애초에 빌미를 제공한 건 내 쪽이니 그냥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게 뭐라도 말해야겠다 싶어진 내가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빨랐다.


"웃기네. 단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시간대에 들어왔다고 달라지는 거라도 있는 건가?"


트리브는 일어나서 내 곁에 서며 말했다. 스틴은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뭐야. 얘 남자친구라도 되냐? 왜 굳이 끼어들어?"

"...뭐?"


네?

나는 놀라 트리브를 쳐다보았고, 마찬가지로 놀란 트리브는 얼굴을 찌푸렸다. 뭔 개소리야, 하고 중얼거린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눈엔 여자랑 남자가 같이 있으면 다 연인 사이로 보이냐? 그럼 여기 있..."

"둘 다 시끄러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고, 둘은 말하던 것을 멈췄다. 대화를 멈춘 것은 둘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방 안은 조용해져 있었다.


"지금 이렇게 떠들어봤자 해결되는 건 없어. 네가 이런다고 저 애 훈련실적이 갑자기 올라가기라도 할 것 같아? 그 문제는 너한테 달린 게 아니라 쟤한테 달린 거다. 네가 트룹차일드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 그답게 처신해."


엠버의 말은 길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말싸움은 중단되었다. 스틴은 엠버를 노려보며 몸을 돌렸고, 얼어붙었던 분위기는 다시 풀렸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갔다.


작가의말

느...늦어서...조금 길게....(쿨럭)


죄송해요 너무 바쁘네요ㅠㅠ 다음화도 기약 없는...부들부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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