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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cal 님의 서재입니다.

거울 속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pascal
작품등록일 :
2023.10.23 10:19
최근연재일 :
2024.04.21 00:1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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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
글자수 :
54,123

작성
24.04.1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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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DUMMY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녀는 즐거웠다 현재의 그녀를 생각해보며 내심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인터뷰 내용은 이미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지금의 그녀의 모습까지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생각해본다해도 그게 맞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병원에서도 느낀 것이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꽤 부끄러운 시작의 이야기였찌만. 하다보면 정말로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즐거움보다는 뭐라고 해야좋을까? 해방감이었다. 자유로움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높은 산에 올라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라며 소리치고 싶어하는 한 명의 그런 존재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정말로 빈말이 아니라 즐거운 인터뷰였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저희 씨네21 공통질문 드리겠습니다. 흠...고아라씨에게 배우란?”


‘배우란?’


아주 쉬우면서도 어려운. 그리고 수년. 수십년동안 그녀 안에 있었던 물음이었다. 삶의 모든 순간에 생각해보았던 물음이었다. 공부를 하는 순간에도, 수험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가난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와중에도. 대학을 분주히 다니던 순간에도. 연극무대를 하던 순간에도. 멀리 그리고 가까이 선배들이 낄낄대며 여자배우에 대한 저속한 말을 하던 순간에도.


순간 그녀의 눈이 뜨거워졌고. 오성우 기자는 당황했다. 후배인 이아은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고아라라는 배우에 대해서 모르고 온 게 아니었다 이미 유명배우였고. 인터뷰는 여러번 한 사람이고. 영화를 비롯해서 작품수가 완전 적지는 않은 배우였다. 그녀는 유명했다. 외모로. 그리고 여러 좋지 못한 행태들로.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잘못 알았던지. 아니면. 그간의 일의 반성을 통해서 좀 더 소속사로부터 주의를 받았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녀의 조금은 사연있는 과거가 촉발시킨 여러 해프닝뿐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정돈 아니었다. 그녀의 눈이 벌개지며 눈물이 차오르는 듯 보였다.


“...꿈...이요.”


그녀도 그녀 자신에 대해서 놀랐다. 화들짝 놀라는 놀람이 아니었다. 그 말을 듣고 일어나는 자신의 마음 안의 변화에 그녀도 적잖이 놀란 것이었다.


정말로 듣고 싶던 말이었다.


‘배우’ 라는 말. 자신의 직업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던 말. 그녀는 어딜 가서 자신이 배우임을 숨긴 적은 없었다. 그 직업을 말하지 않으면 솔직하지 못한 듯해서 마음이 불편했고. 아르바이트는 여러 면에서 사정이 봐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또한. 그녀 자신의 마음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도 있었다. 자신의 입으로 말해질 때. 그 말은 자신의 귀에 들린다. 자신이 말한 말이 자신의 귀에 들리면서 자신은 세뇌되고. 관철되어간다. ‘나는 배우다’ 라는 것이.


하지만. 그 말을 하면서도. ‘니까짓게 배우야?’ 라는 말을 남의 입에서 듣지 않았음에도. 그녀 자신의 마음속에서 수도 없이 들었다. ‘나같은 게 배우일까?’ ‘그냥 나는 배우놀이를 하는 건 아닐까?’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을 나혼자 미련으로 움켜쥐고 있는 게 아닐까?’ ‘현실주제파악을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녀의 마음속에서 수도없이 그녀 자신을 난도질한 말이었다.


울컥한 자신의 앞에는 당황한 기자 두 명과. 기자들보다 더 당황한 선애가 있었다. 그 뒤에 휴지가 오고가고 몇 마디가 오고갔던 것 같지만. 그녀의 마음이 진정됐을 무렵에는 이미 인터뷰는 끝나있었고. 자신은 카페에서 선애와 나와서는 밴에 타 있었다.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가는 차 안...눈을 감으면 아까의 인터뷰 장면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그녀에게 밀려들었다. 괜한 모습을 보인 것 같았다.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더욱이. 이곳은 그녀가 다시 오지 않을 곳이었다. 수철의 말대로 해보고 자신의 원래 세계로 돌아갈 요량이었으니까.


‘미쳤어.’

‘미쳤어.’


작은 소리로도 내지 못하고 .입모양만으로 내뱉으며. 주먹으로 무릎을 쳐댔다. 그녀는 두려웠다. 이곳에 익숙해지지 않으려. 이곳에 적응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자신은 이곳의 인물이 아니라고. 이곳에 익숙해지면 안된다고.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런 정도의 대우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 밴은 자신의 생활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은 배우기는 하나. 이름난 작품에 나오지 못했고. 몇몇 회사 CF라든가에 조연으로 나오고. 몇몇 단편영화에 조연이나 몇몇 졸업영화제의 주연으로 역할을 하긴 하였으나 배우라는 이름으로 타인에게 소개했을 때. 떳떳한 그런 종류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생계는 아르바이트로 유지되고 있고. 배우로서 하는 일의 80프로가 오디션과 프로필 돌리기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기에 더욱 자신을 지금 현재의 자신의 상황과 분리하려 애썼다 .지금까지 견뎌온 자신을 이제부터 견디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견뎌온 자신을 견뎌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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