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pascal 님의 서재입니다.

거울 속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pascal
작품등록일 :
2023.10.23 10:19
최근연재일 :
2024.04.21 00:1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52
추천수 :
3
글자수 :
54,123

작성
24.02.22 17:39
조회
14
추천
0
글자
5쪽

9화

DUMMY

사람은 얼마나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받는가? 아마 그 영향은 분명 어마어마할 것이었다. 언젠가의 학창시절. 그녀는 꽤 남들보다 상냥한 시선을 주변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도 가끔 누군가를 좋지 않게 본 적이 많았다. 주변에 항상 휩쓸리는 사람들이 그러했다. 여러 시덥잖은 고민들을 말하고, 누구랑 누구랑 사귄다느니, 이러면 안된다느니. 고민이라고 말하는 수많은 것들에서 너무 자기의 생각이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사람들. 항상 남에게 리드당하고 싶어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물어봐도 그저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길 기다렸다가 그것을 따라가는 그런 사람들을 그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뭐. 저런 사람도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가질 때가 대부분이긴 하였으나, 가끔 알 수 없는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때가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명확했고, 그녀 스스로도 자기 자신은 꽤 주도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것은 그녀의 자부심 중 하나였다.


지금 그 때의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때를 후회한다거나 생각이 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분명 그녀는 환경에 지배당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지금 그저 두려웠다. 자신이 왜 샤워를 하고 있는 지도 알지 못한 채. 샤워를 하였다. 거울 속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분명 자신이 항상 보던 자신의 모습이었지만 낯설었다. 모를 리는 없었다. 영화배우를 꿈꾸는 만큼. 자신의 몸에 대해서 얼굴에 대해서 그녀는 확실히 그 어떤 누구보다도 자주 보고 있었다. 자신의 몸무게는 0.1kg 단위로 알고있었으며, 자신의 그 날 그 날의 컨디션의 상태. 화장의 상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자신있는 부위와 꽤 미덥지 못한 부분을 항상 캐치하고 있었으며, 타인들에게, 꽤 가까운 사람들일지라도 의식적으로 자신이 자신있는 부위를 보여주려 애썼다. 오디션이라거나 일적으로 관계된 사람인 경우에는 철저할 정도로 자신있는 부분을 보여주는 것에 진심이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 대해서 잘못 볼 리도. 모를 리도 없었다. 오히려 너무 자주 봐서는 신물이 날 정도였다. 그렇게 자주 보는 자신이. 애를 쓰는 자신이 .변하지 않는 자신을 보는 것이 지겨워서 신물이 날 정도였다.


지금은 전혀 달랐다. 낯설었다. 거울 속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심이 들었다.


‘정말로 달라진 게 없을까?’

‘모든 게 변했는데?’


당장 그녀가 보고 있는 거울도 그러했다. 그녀의 집에 있는 거울보다 배는 컸고, 훨씬 좋았다. 거울만이 아니었다. 둘러싼 모든 것이 배는 컸고. 훨씬 좋았다. 샴푸와 린스 등의 여러 세면용품들. 아는 것도 있었고, 모르는 것도 있었다. 아는 것들은 한 번쯤 써보고 싶어했던 것들이었고, 모르는 것들은 외국어로 써져있었다. 어찌어찌 그것들로 씻고 있음에도 전혀 즐겁지는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손에 짜지는 액체들은 그저 액체로만이 느껴졌다. 수많은 고민들이 머릿속에 들었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샤워를 하고, 나가야 할 뿐이었다. 나가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어떻게 해야할 지는 알 수 없었다.


샤워를 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싶어하는 그녀의 앞에는 그저 침대 위 옷 세트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 닫혀지는 문


“입고 바로 1층으로 내려오면 되. 차는 대기시켜놨으니까. 아차. 선글라슨 잊지 말고.”


한숨이 조금 나왔다. 뭐라 말하기가 뭐했다. 알았다고 하기도. 싫다고 하기도. 이게 뭐냐고 말하기도. 그저 목소리가 목 밖으로 나오질 못했다. 알 수 없는. 단 하나도 알 수 없는 상황에 그저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옷은 무난했다. 청바지에 니트 였다. 조금 신기한 게 있다면. 모자와 마스크 그리고 선글라스까지 있다는 것 정도일까?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휴대폰이 보였다. 분명 자신의 휴대폰일 것이다. 케이스는 전혀 달랐지만. 그녀 자신의 것으로 보기에는 그녀 자신은 절대 붙이거나 달지 않았을 여러 꾸밈이 보이기는 하였으나, 이 휴대폰이 그녀 자신의 휴대폰이 아니라면. 지금 이 시대에 그녀는 휴대폰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지금 시대는 분명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와 같거나 비슷해보였고, 휴대폰도 꽤 분명히 흔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군지 모르겠는 그녀도 손에 계속 휴대폰을 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휴대폰을 쥐고는 켜진 화면에 그녀는 긴장하며 자신이 휴대폰에 쓰던 패턴을 그렸다. 14789 단순하고도 단순한 ㄴ자 패턴.


그리고 휴대폰이 풀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거울 속으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1화 24.04.21 4 0 5쪽
20 20화 24.04.14 5 0 6쪽
19 19화 24.03.26 5 0 7쪽
18 18화 24.03.14 10 0 4쪽
17 17화 24.03.11 11 0 6쪽
16 16화 24.03.09 12 0 7쪽
15 15화 24.03.06 11 0 6쪽
14 14화 24.03.05 22 0 5쪽
13 13화 24.03.05 8 1 9쪽
12 12화 24.03.03 20 1 7쪽
11 11화 24.02.26 12 0 6쪽
10 10화 24.02.26 14 0 6쪽
» 9화 24.02.22 15 0 5쪽
8 8화 24.02.19 24 0 5쪽
7 7화 24.02.17 17 0 3쪽
6 6화 23.11.12 21 0 6쪽
5 5화 23.11.08 22 0 9쪽
4 4화 23.10.30 23 0 6쪽
3 3화 23.10.28 41 0 4쪽
2 2화 23.10.24 67 0 7쪽
1 1화 +1 23.10.23 89 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